대법원 2013.7.11. 선고 201020966 판결 [법인세징수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 스탠더드 ○○○ 엔이에이 리미티드

피고, 피상고인 / 종로세무서장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0.8.25. 선고 2010382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본세 및 가산세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산금 및 중가산금 부분에 관하여

 

상고법원은 상고이유에 의하여 불복신청한 한도 내에서만 조사·판단할 수 있으므로, 상고이유서에는 상고이유를 특정하여 원심판결의 어떤 점이 법령에 어떻게 위반되었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인 이유의 설시가 있어야 하고, 상고인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위와 같은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인 이유의 설시가 없는 때에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3.9. 선고 200425185 판결, 대법원 2009.11.26. 선고 20091160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상고장에는 원심판결 중 가산금 및 중가산금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원고가 제출한 상고이유서에도 이 부분 소가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이 어떻게 법령에 위반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가산금 및 중가산금 부분에 관해서는 적법한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지 아니한 것이고, 달리 직권조사 대상이 되는 위법사유도 찾아볼 수 없다.

 

2. 본세 및 가산세 부분에 관하여

 

. 구 국세기본법(2007.12.31. 법률 제8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4조제1항에서 규정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그 귀속 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그 귀속 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므로, 재산의 귀속 명의자는 이를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그 재산에 관한 소득은 그 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2012.1.19. 선고 200884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원칙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이를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2.4.26. 선고 201011948 판결 등 참조).

 

.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주로 아시아지역의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뉴브리지 캐피탈 그룹 엘엘씨(Newbridge Capital Group LLC., 이하 ‘NB’라 한다)의 계열사로서 홍콩에 소재하는 뉴브리지 캐피탈 리미티드(Newbridge Capital Limited)는 주식회사 제일은행(이하 제일은행이라 한다)의 주식 99,999,916(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의 인수를 위하여 대한민국 정부와 1998.12.31. 양해각서를, 1999.9.17. 투자약정서를 작성하였는데, 그와 관련된 모든 절차는 위 회사의 임원(Managing Director)Weijian Shan이 주도하였다.

NB의 미국 내 계열사인 뉴브리지 캐피탈 엘엘씨(Newbridge Capital LLC.) 등은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들을 모집하였고, 그 결과 2000.1.14.경 영국령인 케이만군도에 유한 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뉴브리지 인베스트먼트 엘피(KFB Newbridge Investment L.P., 이하 ○○○○○ 엘피라 한다)가 설립되었는데, 조성된 투자자금은 합계 56백만 달러에 달하였다.

③ ○○○○○ 엘피는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 뉴브리지 케이만 홀딩스(KFB Newbridge Cayman Holdings Co., 이하 ○○○○○ 케이만 홀딩스라 한다)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 케이만 홀딩스로 하여금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된 ○○○○○ 뉴브리지 홀딩스 리미티드[KFB Newbridge Holdings (private) Limited, 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소외 회사를 통하여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소외 회사는 설립 당시 자본금이 1달러였고, 최초 이사는 위탁관리회사의 관리인이었으며, 그 후 선임된 임원들 역시 NB 소속 임원들이었다.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주식의 취득, 보유 및 양도 이외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아니하였고, 대차대조표상 자산도 이 사건 주식이 전부였는데, 그 취득자금은 모회사로부터의 차입금으로 충당되었고,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지분법 평가이익을 제외하고는 손익계산서상 별다른 이익이 없었으며, 위탁관리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외에 별다른 비용 지출도 없었다. 소외 회사는 별도의 사무실이나 직원이 없었고, 장부의 기장이나 각종 신고 등의 업무는 라부안에 소재한 위탁관리회사의 직원이 대행하였는데, 위 위탁관리회사는 소외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수백 개 회사의 업무도 대행하였다.

소외 회사는 2005.4.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104,75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 원고는 대한민국과 말레이시아 정부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이하 ·말 조세조약이라 한다) 13조제4항에 의하여 주식의 양도로 인한 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소외 회사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2006.12.18. 소외 회사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될 수 없고, 그 실질적인 귀속자는 ○○○○○ 엘피에 대한 투자자 281명이라는 이유로, 그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식의 양도로 인한 소득에 대하여 거주지국 과세가 아닌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들이 얻은 양도소득(이 사건 양도소득의 24.8092%이다)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10,717,520(가산세 2,048,129,400원 포함,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문의 법인세는 오기임이 명백하다)을 납세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은 조세조약의 규정을 해석·적용하는 기준으로도 삼을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말레이시아에 설립된 소외 회사나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 케이만 홀딩스(이하 소외 회사 등이라 한다)는 이 사건 주식의 취득 및 양도에 관하여 형식상 거래당사자의 역할만을 수행하였을 뿐 그 실질적 주체는 ○○○○○ 엘피에 대한 투자자 281명이고, 이러한 형식과 실질의 괴리는 오로지 조세회피의 목적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 엘피에 대한 투자자 281명으로 보고 그들을 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조세조약상 무차별원칙이란 과세를 함에 있어 국적에 근거한 차별이 금지되고 상호주의에 따라 일방 체약국 국민은 다른 국가에서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국가의 국민보다 더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위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일방 체약국 내에서 국민과 외국인이 동일한 상황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소외 회사와 같이 조세조약의 남용을 통하여 대한민국 내 원천소득에 관한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들과 그와 같은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 소득의 귀속자로서 과세대상이 되는 국내의 자산유동화회사 등은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소외 회사를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로 보지 아니한다고 하여 한·말 조세조약상의 무차별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무차별원칙 위배주장을 배척하였다.

 

. 앞서 본 법리와 기록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 중 소외 회사 등을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로 볼 수 없다고 본 부분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실질과세의 원칙이나 한·말 조세조약의 해석·적용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한 납세의무자를 ○○○○○ 엘피에 대한 투자자 281명이라고 판단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외국의 법인격 없는 사단·재단 기타 단체가 구 소득세법(2005.12.31. 법률 제78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19조 또는 구 법인세법(2005.12.31. 법률 제78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93조에서 규정한 국내원천소득을 얻어 이를 구성원인 개인들에게 분배하는 영리단체에 해당하는 경우, 구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다면 그 단체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국내원천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고, 구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없다면 거주자의 경우와 동일하게 단체의 구성원들을 납세의무자로 하여 그들 각자에게 분배되는 소득금액에 대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그 단체를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구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의 구체적 요건에 관하여 본점 또는 주사무소의 소재지 외에 별다른 규정이 없는 이상 단체가 설립된 국가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사법(사법)상 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1.27. 선고 20105950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은 ○○○○○ 엘피의 설립 및 소외 회사 등을 통한 이 사건 주식의 취득 경위, 그리고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 엘피는 공동사업을 통한 이익의 분배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서 일상업무를 집행하며 무한책임을 지는 파트너(General Partner)와 투자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는 파트너(Limited Partner)로 구성되어 있는 사실,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후 ○○○○○ 엘피가 제일은행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여 제일은행의 경영에 참여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 엘피는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통하여 제일은행의 경영에 참가하여 그 기업가치를 증대시킨 다음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하는 방법으로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뚜렷한 사업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영리단체로서,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 엘피가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그 설립지인 케이만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 엘피를 우리나라의 사법(사법)상 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 볼 수 있는지, ○○○○○ 엘피를 구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 엘피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 엘피의 구성원들인 투자자 281명을 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 엘피에 대한 투자자 281명을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한 소득세 납세의무자로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외국의 법인격 없는 단체의 과세에 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본세 및 가산세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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