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조세범 처벌법 제9조제1항에서 정한 조세포탈죄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

[2] 회사의 대표이사가 제3자에게 회사 자산으로 거액의 기부를 한 경우,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대표이사가 실질적 1인 주주라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달리 볼 것인지 여부

[3] 횡령한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횡령의 범행을 한 자가 물건의 소유자에 대하여 별도의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정이 이미 성립한 업무상횡령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대법원 2012.6.14. 선고 20109871 판결 [조세범처벌법위반]

피고인 / 피고인 1 주식회사 외 1

상고인 / 피고인들 및 검사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0.7.16. 선고 201046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점에 대하여

(1) 구 조세범 처벌법(2010.1.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9조제1항에 규정된 조세포탈죄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3.2.14. 선고 20013797 판결, 대법원 2012.3.15. 20111360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국제 무기중개업체인 피고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2000.6.30.경 미국 국적의 공소외 1과 사이에 대한민국에 공급되는 러시아 무기체계 및 장비와 관련된 사업 등에 대한 동업 약정서를 체결한 사실, 피고인 22000년부터 2006년까지 사이에 대한민국 정부에서 추진한 제2차 불곰사업과 관련하여 공소외 1과 함께 러시아 무기수출업체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휴대용 대전차유도미사일(METIS-M), 공기부양정(MURENA) 등 미화 약 31,000만 달러(한화 약 3,400억 원) 상당의 무기도입을 중개한 사실, 피고인 2는 공소외 1과 사이에 제2차 불곰사업과 관련하여 공소외 1이 피고인 1 주식회사에 투자한 돈과 무기중개수수료 수입을 회계처리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인 1 주식회사가 2004.1.1.부터 2004.12.31.까지 러시아의 무기수출업체로부터 제2차 불곰사업에 대한 피고인 1 주식회사의 무기중개수수료 1,409,130,000원을 수령하면서, 2차 불곰사업과 관련된 무기중개수수료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 무기중개수수료를 공소외 1이 운영하는 미국 법인 공소외 2 회사(영문 명칭 생략)의 베트남 무기중개사업 명목으로 수령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미국에 있는 피고인 2 및 공소외 2 회사의 공동명의로 개설된 번호를 알 수 없는 계좌 또는 피고인 2의 알 수 없는 계좌 등을 통하여 수령한 다음, 다시 공소외 2 회사의 번호를 알 수 없는 계좌로 이체한 사실, 피고인 22005.3.31.경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사무실에서 피고인 1 주식회사의 2004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를 하면서 위 무기중개수수료를 공소외 2 회사와의 위장거래 등의 방법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여의치 않자 공소외 2 회사의 번호를 알 수 없는 계좌 등 공소외 1의 관리하에 그대로 둔 상태에서 위 무기중개수수료를 장부에 계상하지 않고 누락시킨 사실, 피고인 2는 피고인 1 주식회사의 2004 사업연도 소득을 신고하면서 위 무기중개수수료 수입을 신고하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피고인 1 주식회사의 2004 사업연도 법인세 380,465,100원 상당을 탈루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

위와 같이 피고인 2는 동업자인 공소외 1과 사이에 피고인 1 주식회사가 러시아 무기수출업체로부터 수령할 무기중개수수료 수입을 외부에서 파악하지 못하도록 회계처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그 무기중개거래를 미국 법인 공소외 2 회사의 베트남 무기중개사업으로 위장한 후 중개수수료도 미국에 있는 피고인 2 및 공소외 2 회사의 공동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통하여 수령하는 등의 행위를 한 다음, 그 무기중개수수료 수입을 누락한 허위의 장부를 작성하고 이에 기초하여 피고인 1 주식회사의 2004 사업연도 소득을 신고하였다. 피고인 2의 이러한 행위는 과세대상의 단순한 미신고나 과소신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기중개수수료 수입의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한 거래 명의 위장 및 해외 계좌의 사용, 그 수입을 누락한 장부의 허위기장 등 적극적인 소득은닉 행위가 수반된 것으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 2가 러시아 무기수출업체의 에이전트로 활동한 사실 및 그 무기수출업체로부터 무기중개수수료를 수령한 사실이 외부에 밝혀지면 파장이 예상되고 향후 에이전트로서의 활동에 지장이 생길 염려가 있어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가 조세당국을 포함한 외부에서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소득 파악을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하에 이루어진 것임은 분명하고, 그로 인하여 조세의 부과와 징수가 현저히 곤란해지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실제 그와 같은 결과가 발생한 이상, 위와 같은 주관적인 동기나 사정이 있었다고 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22004 사업연도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신고함에 있어 위 수수료 상당의 사업소득을 누락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과소신고를 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 2가 제2차 불곰사업으로 인한 무기중개수수료를 미국 법인 공소외 2 회사의 베트남 무기중개사업 명목으로 수령한 것처럼 위장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소득은닉 행위가 아니라 무기중개수수료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므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2에 대한 2004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포탈로 인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구 조세범 처벌법 제9조제1항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 업무상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계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2가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 순번 제1, 5번 기재와 같이 피해자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상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 등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2가 러시아 무기수출업체로부터 수령한 무기중개수수료 수입을 단순히 신고하지 아니한 데 그치지 않고 이와 아울러 그 수입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거래 명의 위장, 해외 계좌의 사용 및 미국 법인 공소외 2 회사 계좌를 이용한 무기중개수수료의 교회 기부와 이를 통한 무기중개수수료의 국내 유입, 그 수입을 누락한 장부의 허위기장 등 적극적인 소득은닉 행위를 수반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여 피고인 1 주식회사의 2005 내지 2008 사업연도의 각 귀속 법인세를 포탈하였다고 인정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구 조세범 처벌법 제9조제1항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재무구조가 열악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제3자에게 회사의 자산으로 거액의 기부를 한 경우 그로써 회사를 채무초과 상태에 빠뜨리거나 채무상환이 곤란한 상태에 처하게 하는 등 그 기부액수가 회사의 재정상태 등에 비추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는 정도를 넘는 과도한 규모로서 상당성을 결여한 것이고 특히 그 기부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와 개인적 연고가 있을 뿐 회사와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면, 그 기부는 대표이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그 대표이사가 실질적 1인 주주라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1983.12.13. 선고 83233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6.10. 선고 2005946 판결, 대법원 2011.3.10. 선고 2008633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기부금의 규모, 이 사건 기부행위 당시 피해자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채무현황, 자산상태, 자본금과 매출 및 당기순이익의 규모, 이 사건 기부금이 최종적으로 피고인 2에 대한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2가 기부금 명목으로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자금 미화 7,954,746달러를 ○○○ 교회의 계좌로 송금함으로써 피고인 1 주식회사를 채무 상환이 곤란한 재정적 상태에 처하게 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상 임무 위배에 관한 법리오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 등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 역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1) 업무상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또한 업무상횡령죄는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현되었을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횡령의 범행을 한 자가 물건의 소유자에 대하여 별도의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횡령 범행 전에 상계 정산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미 성립한 업무상횡령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대법원 1995.3.14. 선고 9559 판결, 대법원 2006.6.2. 선고 2005343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 2가 공소외 1로부터 피해자 피고인 1 주식회사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미화 600만 달러를 교부받아 보관 중인 사실을 회사 관계자들에게 전혀 알리지 아니한 채, 그 중 4,510,200,000원을 자기 명의로 ○○○ 교회에 대여하거나 처 공소외 3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 위 피고인이 위 교회로부터 변제받은 금원을 피해자 피고인 1 주식회사의 계좌에 입금하면서 위 피고인의 개인 자금이 입금된 것처럼 대표이사 가수금입금으로 회계처리하거나 아예 입금하지 아니한 채 위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 등을 종합하여, 위 피고인에게 피해자 피고인 1 주식회사 소유의 자금 중 4,510,200,000원을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할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나아가 위 피고인이 ○○○ 교회로부터 나중에 위 대여금을 모두 변제받았다는 사정 등은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3) 앞에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피고인 2가 위와 같은 업무상횡령의 범행을 저지를 당시 공소외 1에게 개인 자금으로 미화 150만 달러를 지급하여 피해자 피고인 1 주식회사에 대하여 동액 상당의 구상금채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피고인이 피해자 피고인 1 주식회사를 위하여 보관 중이던 자금 4,510,200,000원을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횡령하였다고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오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 등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2004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포탈로 인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에 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위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부분은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심이 이유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위와 같이 파기되는 위 피고인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의 점 중 유죄 부분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능환 이인복 박병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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