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어떠한 행위가 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2014.1.28. 법률 제12374호 공인중개사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제1항에서 정한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래당사자의 보호에 목적을 둔 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중개업자가 진정으로 거래당사자를 위하여 거래를 알선·중개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느냐고 하는 중개업자의 주관적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매매계약을 알선한 중개업자가 단순히 계약의 체결만을 알선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계약 체결 후에도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 및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 등과 같은 거래당사자의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관여함으로써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 그러한 중개업자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로서 중개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
[2] 공인중개사인 甲이 乙의 자금 부족 사정을 알면서도 중도금 지급기일 전까지 부동산을 전매할 수 있음을 전제로 적극적으로 매수를 권유하여 乙이 甲의 중개로 丙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록 부동산이 전매되지 아니하자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된 乙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한 사안에서, 위 매매계약에 대한 甲의 관여는 매매계약이 체결됨으로써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의 미등기전매 내지 이를 통한 乙의 중도금과 잔금 지급 등의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계속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甲은 부동산의 미등기전매 가능성에 관하여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하고 乙에게 미등기전매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처럼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부동산의 매수를 적극 권유함으로써 乙로 하여금 매수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매매계약 체결에 이르게 하고, 그 결과 계약금 외의 나머지 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乙로 하여금 매매계약의 해제로 계약금을 잃게 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甲의 행위는 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제1항(2014.1.28. 법률 제12374호 공인중개사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정한 ‘중개업자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4.7.10. 선고 2012다42154 판결[공제금]
♣ 원고, 상고인 /
♣ 피고, 피상고인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2.5.4. 선고 2011나4516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는 “중개라 함은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0조제1항은 “중개업자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래당사자의 보호에 목적을 둔 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중개업자가 진정으로 거래당사자를 위하여 거래를 알선·중개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느냐고 하는 중개업자의 주관적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매매계약을 알선한 중개업자가 단순히 계약의 체결만을 알선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계약 체결 후에도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 및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 등과 같은 거래당사자의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관여함으로써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 그러한 중개업자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로서 중개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대법원 2007.2.8. 선고 2005다55008 판결, 대법원 2013.6.27. 선고 2012다10294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영어교사로 근무하던 학교의 학부형으로 알게 된 공인중개사 소외 1에게 3억 5,000만 원 정도의 자금을 투자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을 소개하여 달라고 부탁하였고, 소외 1로부터 몇 차례 부동산을 소개받았으나 자금 부족을 이유로 거절하여 오던 중 하남시 (주소 생략) 전 830㎡ 및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소개받았다.
나. 원고는 자금 부족을 이유로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를 주저하였으나,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할 예정인 다른 사람이 있으니 매매대금 전액을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계약금만 지급한 후 중도금 지급기일 전에 이를 전매하는 방법으로 더 이상의 자금 없이 전매차익 상당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적극적인 권유를 받고,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기로 하였다.
다. 원고는 2010.3.10. 소외 1의 중개로 소외 2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12억 5,000만 원에 매수하되, 계약금 1억 2,000만 원은 계약 당일, 중도금 3억 5,000만 원은 2010.4.15.에, 잔금 7억 8,000만 원은 2010.5.20.에 각 지급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계약금 1억 2,000만 원을 소외 2에게 지급하였는데, 매매계약서의 매매대금란에는 실제보다 높은 13억 8,000만 원이 매매대금으로 기재되어 있고, 매수인란에는 ‘원고 외 1’로 기재되어 있다.
라. 한편 원고는 소외 2가 당초 약정과 달리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매매대금의 지급을 요구할 것에 대비하여 소외 2로부터 그 차액에 관한 현금보관증을 작성받아 보관하였고, 이 사건 부동산의 전매에 따라 소외 2가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매매대금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될 것에 대비하여 양도소득세 중 일부로 2,000만 원을 소외 1에게 보관하게 하였다.
마. 소외 1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이후 전득자나 공동매수인을 구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소외 1이 말한 것과 달리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까지 이 사건 부동산의 전매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이에 원고는 소외 1의 권유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를 막기 위하여 중도금의 일부라도 지급하려 하였으나, 소외 2의 수령 거부로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잔금 지급기일에 중도금과 잔금을 함께 지급하기로 하였다.
바. 잔금 지급기일 무렵까지도 이 사건 부동산이 전매되지 아니하자, 소외 1은 2010.5.18.경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고 원고의 명의로 소외 2에게 ‘잔금 지급기일을 2010.6.21.로 연기하여 주면 2,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 연기된 기일까지도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중도금 지급기일 이후부터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낸 다음, 원고에게 추인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사. 결국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록 이 사건 부동산의 전매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원고는 중도금 및 잔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되자 2010.5.24.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하여 그 무렵 소외 2에게 위 통지가 도달하였다.
아. 소외 1은 2010.9.13.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한 계약 종용 및 계약금의 반환에 대한 책임이 소외 1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계약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합의하였다.
자. 소외 1은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따라 그가 중개행위를 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피고와 공제기간 2010.1.6.부터 2011.1.5.까지, 공제금액 1억 원으로 정한 공제계약을 체결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중개업자인 소외 1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할 자금이 부족한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중도금 지급기일 전까지 이 사건 부동산을 전매할 수 있음을 전제로 계약금을 초과하는 자금이 필요 없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매수를 권유하였다. 또한 소외 1의 중개로 작성된 매매계약서에는 실제의 매매대금을 초과하는 금액이 매매대금으로 기재되어 있고, 매수인란에도 원고 외에 또다른 공동매수인이 있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다. 이에 따라 원고는 매도인으로부터 실제 매매대금과의 차액에 대한 현금보관증을 작성받고, 소외 1은 매도인이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매매대금을 기준으로 추가로 부담하게 될 양도소득세의 일부에 해당하는 돈을 원고로부터 건네받아 보관하기도 하였다.
나.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미등기전매를 전제로 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매매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중도금과 잔금은 이 사건 부동산을 전매하여 그 전득자로부터 지급받게 될 매매대금을 통하여 마련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중도금 지급기일 또는 잔금 지급기일까지 이 사건 부동산의 미등기전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이 사건 매매계약의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하였던 상황으로 보인다.
나아가 소외 1은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부동산의 전매에 따라 매도인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양도소득세의 일부를 직접 보관하는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후에도 스스로 이 사건 부동산의 전득자나 공동매수인을 구하려고 노력하였을 뿐 아니라, 원고의 동의 없이 매도인에게 추가적인 매매대금의 지급을 조건으로 잔금 지급기일의 연기를 요청하기도 하는 등 원고의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적극 관여하였다.
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에 대한 소외 1의 관여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됨으로써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부동산의 미등기전매 내지 이를 통한 원고의 중도금 및 잔금 지급 등의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계속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서 본 이 사건 매매계약의 알선 및 체결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동산의 미등기전매는 그 실현 여하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의 유지 여부가 좌우될 수 있으므로 중개의뢰인인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사항이라고 충분히 볼 수 있다.
라. 그럼에도 소외 1은 이 사건 부동산의 미등기전매 가능성에 관하여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하고 원고에게 미등기전매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처럼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를 적극 권유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매수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하였고, 그 결과 계약금 외의 나머지 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원고로 하여금 위와 같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로 계약금을 잃게 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알선 및 그 체결 이후 과정에서의 소외 1의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제1항에서 정한 “중개업자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런데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어떠한 하자나 공법상 제한이 없었다거나, 이 사건 부동산의 전매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을 전매할 수 있는 것처럼 원고를 속였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고의 손해에 대하여 소외 1이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로 보기 어렵다고 잘못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한 중개행위의 범위와 중개업자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