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 2024.2.8. 선고 2020가합42074 판결】
•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0가합42074 임금 등
• 원 고 / 1. A ~ 4. D
• 피 고 / 주식회사 E
• 변론종결 / 2023.12.21.
• 판결선고 / 2024.02.08.
<주 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인용금액표의 ‘합계’란에 각 기재된 돈 및 그중 ‘인용금액’란에 각 기재된 돈에 대하여 ‘지연손해금 기산일’란에 각 기재된 날부터 각 2023.3.2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종합 뉴스프로그램의 제작 및 공급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의 디자인센터에서 그래픽 디자인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다.
나. 원고들의 근무
원고들은 아래 표에 기재된 것과 같이 피고에 입사한 후 피고와 1년 단위의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다. <표 생략>
다. 원고들의 소속
피고의 조직은 경영본부와 보도혁신본부로 나뉘고, 보도혁신본부에는 디자인센터, 보도제작국 등이 각 소속되어 있다. 디자인센터에는 보도그래픽팀, 제작그래픽팀, 브랜드팀이 각 소속되어 있고, 원고들은 현재 제작그래픽팀에 소속되어 있다.
라. 피고의 내부규정
피고의 내부규정 중 주요 내용은 [별지2] 내부규정에 기재된 것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에서 4호증, 을 제1, 2, 3, 13에서 16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률규정
이 사건과 관련된 법률규정은 [별지3] 관련 법률규정에 기재된 것과 같다. <별지 생략>
3.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기간제근로자 근무 당시의 위법한 차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이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한 기간 동안 수행한 업무는 피고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가 수행한 업무와 내용과 범위, 권한과 책임, 양과 질 등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들이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한 기간 동안 원고들에게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에 비해 기본급, 상여금, 제수당, 승호 등에 관하여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
나. 무기계약직 근무 당시 차별적 처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할 당시 피고가 원고들과 피고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를 차별한 것은 위법하다.
1) 주위적 주장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과 피고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수행하는 업무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고용형태만을 근거로 이들을 차별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2) 제1예비적 주장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피고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과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각 수행하는 업무 내용과는 무관한 사정만을 들어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원고들을 차별하였다.
3) 제2예비적 주장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에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함으로써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므로, 원고들에게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고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적용받는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4) 제3예비적 주장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에는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에게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의 근로계약 중 위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처우에 관한 내용을 정한 부분은 효력이 없다.
다. 차별로 인한 금전청구
피고가 원고들을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차별대우한 것은 위법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①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기본급, 수당, 상여금 등과 ② 원고들과 같은 연차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지급한 기본급, 수당, 상여금 등의 차액(= ② - ①)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판단
가. 차별금지의무의 발생
1)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무 당시의 차별금지의무
가) 주위적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가 성별,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원고들의 ‘연봉직 근로자’라는 지위 또는 고용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을 제3,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지위 또는 고용형태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1) 헌법 제11조제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또한 여기서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5.2.23. 선고 93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으로 인한 차별금지는 위 헌법 규정을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화한 것인데,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는 경우 같은 법 제114조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사회적 신분의 의미는 형벌규정의 적용에서와 마찬가지로 명확하고 예측가능성이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고, 이를 확대하여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제2, 3예비적 청구에 따라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구체적인 권원은 임금청구권으로 각 주장하고 있다.
(2)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성별, 국적, 신앙은 모두 사용자의 의사나 사업장에서의 고용형태 등과 관계없이 근로자가 비교적 오랜 기간 이를 유지하면서 쉽게 변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관계에서 근로자가 선택하여 취득할 수 없는 요소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위 요소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이를 기준으로 평가한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함을 뜻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고정성 또는 선택불가성’과 ‘사회적 평가 수반’이라는 요소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연봉직 또는 호봉직 근로자라는 지위 또는 고용형태는 당사자들이 선택할 수 없는 지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지도 않는다.
(3) 근로계약상 지위 또는 고용형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가 합치되어야 성립된다. 따라서 연봉직 근로자라는 지위는 원고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일 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다. 또한 원고들과 같은 연봉직 근로자의 채용공고에는 이들이 연봉직 사원으로 채용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고, 피고의 직종직분전환규칙 제2조, 제8조에 따르면, 피고는 연봉직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호봉직 근로자로 변경할 수도 있다. 나아가 연봉직 근로자라도 일정한 요건 및 채용절차를 거치기만 하면 호봉직 근로자로 신규채용 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고용형태가 계속적, 고정적인 지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제1예비적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헌법 제11조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라 함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3.14. 선고 2010다101011 판결 등 참조).
위 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 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9.3.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여기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것을 뜻한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가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 및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급부의 실제 목적, 고용형태의 속성과 관련성, 업무의 내용 및 범위·권한·책임, 노동의 강도·양과 질, 임금이나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12.1. 선고 2014두43288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조항에서 정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남녀차별 이외의 다른 유형의 차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9.3.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취지 참조).
(2) 판단
피고가 급여, 상여금 등에 관하여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차별 대우한 사실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 또한 갑 제4, 7, 8, 9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 갑 제6, 11호증의 형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을 고려하면,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피고에서 동일한 업무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양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하는 업무의 내용, 양과 질 등에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고, 이들에 대한 차등 대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따라서 원고들의 제2, 제3예비적 주장에 관하여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가) 피고 디자인센터 내의 그래픽제작 시스템인 ‘F’ 화면에 따르면, 피고 보도그래픽팀의 업무는 사원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피고의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의뢰된 업무를 난이도나 소요 시간 등에 관계없이 처리하였다. 또한 피고의 제작그래픽팀 업무 역시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가 업무표에 함께 편성되어 수행하였고, 이들이 수행하는 각 업무 역시 난이도나 업무의 질에 따라 구분되지 않았다. 피고는 피고의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였던 D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한 차별시정 사건의 재심 진행 중 ‘D이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할 당시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므로,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의 업무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는, 피고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보도그래픽팀에서 단발성 뉴스의 그래픽 제작 업무를 수행하고,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제작그래픽팀에서 시간이 소요되는 뉴스와 각종 프로그램의 그래픽 제작을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2020년 4월과 5월을 기준으로 한 피고 디자인센터의 구성원은 [별지4] 디자인센터 구성원에 기재된 것과 같다. 위 디자인센터 구성원의 조직 및 구성 내용 등에 따르면,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피고가 2020년 5월경 인사조치를 하기 전까지 보도그래픽팀과 제작그래픽팀에 혼재되어 업무를 하였고, 피고가 2020년 5월경 인사조치를 한 이후에도 그 구성이 엄격히 구분되지 않았다. 또한 피고가 2020년 5월 인사조치를 통해 제작그래픽팀에서 근무하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인 G, H을 각 보도그래픽팀으로, 보도그래픽팀에서 근무하던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인 I, J, K, L을 제작그래픽팀으로 임의로 이동시킨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위 인사이동 이전부터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업무를 그 채용절차 및 형태에 따른 능력에 맞추어 구분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다) 피고는, 피고와 같은 뉴스전문채널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보도그래픽 업무로, 보도그래픽팀에서 제작한 그래픽은 짧은 시간 내에 사용되어 그 제작에 정치, 사회에 대한 높은 식견, 기사에 대한 이해력, 이미지 구별 능력 등이 필요하므로, 이는 엄격한 채용 절차를 거친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만이 수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20년 5월경 인사조치를 하기 이전까지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보도그래픽팀과 제작그래픽팀 모두에 소속시켜 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으므로, 보도그래픽 업무를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만이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피고는 D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에서의 재심사건에서 취한 입장과 달리 이 사건 소송에서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의 업무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도, 제작그래픽팀과 보도그래픽팀이 수행하는 업무가 다르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각 팀에서 사용하는 그래픽 프로그램 및 각 팀이 제작한 그래픽들의 양과 질 등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볼 증거도 없다.
(라) 피고는, 원고의 직무규정 제3조가 호봉직 사원을 핵심적이며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원으로(제17호), 연봉직 사원을 필요하지만 핵심적이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원으로(제19호) 각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피고의 호봉직에는 피고가 주된 영업으로 수행하는 종합뉴스프로그램 및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경영, 광고, 기자, 앵커, PD 등이 속해 있는 반면, 연봉직에는 시설관리, 디자인, 미디어경영 등 피고가 주된 영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조하거나 부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원들이 속해 있으므로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의 업무에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의 업무 내용 차이는 형식적으로 피고가 제정한 직무규정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수행한 업무 내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핵심적인 업무 수행 여부로 호봉직과 연봉직 근로자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호봉직과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수행하는 업무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피고가 경영, 광고, 기자, 앵커 등의 직분 외에 그래픽 디자이너까지 호봉직과 연봉직을 나누어 차등 대우하는 형태로 조직을 운용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의 직종직분전환규칙 제8조제3항제1호는 핵심적이며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호봉직 직종으로 채용된 연봉직 중 일정 계약 기간과 회사의 엄정한 심사를 거친 경우 연봉직에서 호봉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를 규정하여, 핵심적이며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연봉직 직분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직무규정 내용만으로 이들에 대한 차등 대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 피고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의 채용이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의 채용에 비해 강화된 요건을 요구하고 있고 그 절차도 엄격하므로,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호봉직 그래픽디자이너를 채용하면서 호봉직 방송기자, 촬영기자, 방송기술 직종과 마찬가지로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학사 학위를 소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류전형(1차), 필기시험(2차), 실무전형(3차), 현장실무능력 평가(4차) 및 임원면접(5차)에 이르는 채용절차를 거치도록 한 반면,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의 경우 지원자격에 2D일러스트, 포토샵, 3D프로그램 사용자로 디자인 관련 전공을 한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이자 경력 2년 이상의 사람을 요구할 뿐,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학력 및 경력을 요구하지 않고, 이들이 서류전형(1차), 실무능력평가(2차) 및 최종면접(3차)의 3단계 채용절차만을 거쳐 채용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채용절차 및 요건으로 인하여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 사이에 유의미한 정도의 업무능력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가 다른 채용절차를 거쳐 피고에 입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에 입사한 후 처리하는 업무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이들에 대한 대우를 달리 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보다 완화된 채용요건 및 절차로 피고에 채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 이들보다 낮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이는 원고들이 스스로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하는 형태를 선택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보기 어렵다.
(바) 피고는, 원고들이 이 부분 주장의 근거로 든 대법원 2019.3.14. 선고 2015두46321 판결은 국립대학교의 장이 한 행정처분의 위법을 다툰 사안에 관한 것으로, 그 법리를 사인 간의 근로계약관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판결은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그 판결의 전체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위 판결의 법리가 단지 행정청의 행정처분에만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사) 피고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가 현재 수행하는 일이 유사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들이 장래에 갖게 될 권한 및 책임이 다를 수 있고, 피고가 호봉직 근로자와 연봉직 근로자를 부당하게 차별할 목적으로 이들을 구분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종합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여러 직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가운데 호봉직과 연봉직 근로자를 나누어 그 업무를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원고들과 같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경우에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의 업무가 전혀 구별되지 않았으므로, 피고가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호봉직과 연봉직으로 나누어 차등 대우한 것에는 입직 요건 및 절차에 따른 차별 외에 다른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업무가 동일한 이상, 피고가 장래에 이들을 관리자 직위 부여 등에서 구별할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이들에 대한 차등 대우가 정당화될 수는 없고, 오히려 이와 같이 각 근로자들의 입직 요건 및 절차가 다르다는 사정이 장래의 보직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로 인해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들의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 근무 당시의 차별금지의무
기간제법 제8조제1항은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위 조항에 따라 연봉직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연봉직 기간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피고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를 차등 대우하여서도 안 된다. 이와 같은 각 차등 대우 금지를 중첩 적용할 경우, 피고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를 차등 대우하여서도 안 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기간제법의 내용 및 취지 상,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와의 비교대상은 연봉직 무기계약직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간제법 제8조제1항만을 차별금지의 근거로 볼 경우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의 비교대상은 연봉직 무기계약직 그래픽 디자이너가 된다. 그러나 위 조항에 앞서 본 헌법 제11조제1항의 취지도 함께 고려하면, 연봉직 무기계약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도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와 차별금지에 관한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임금 차액 지급 주장에 관한 판단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4.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9864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들이 연봉직 기간제 그래픽 디자이너 및 연봉직 무기계약직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동안 원고들을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차등 대우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 대우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피고가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지급한 임금 및 수당 등과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 및 수당 등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피고의 이러한 행위는 헌법 제11조가 선언한 평등원칙에 따라 용인될 수 없는 차별적 처우로서 우리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위법행위에 해당하여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피고가 호봉직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지급한 임금 및 수당 등과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 및 수당 등의 차액을 배상하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지급한 임금 및 수당 등과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 및 수당 등의 차액이 원고 A에 대하여 147,129,700원, 원고 B에 대하여 94,820,700원, 원고 C에 대하여 81,009,700원, 원고 D에 대하여 74,409,200원임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 구체적인 내역은 아래 표에 기재된 것과 같다. <표 생략>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표 중 ‘합계’란에 각 기재된 돈을 각 배상하고, 그중 위 표의 ‘차액’란에 각 기재된 돈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위법하게 호봉직 그래픽디자이너들보다 낮은 임금 및 수당을 지급한 날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와 같이 위 표의 ‘근로기간’란에 각 기재된 해의 다음 해 1월 1일부터 각 2023.3.22.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가 피고에게 송달된 2023.3.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설령 피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보다 낮은 임금 및 수당을 지급받은 때 피고의 불법행위 사실을 인식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 제기일부터 역산하여 3년이 경과한 때에 지급일이 도래한 손해배상채권은 모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6.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들이 채용 당시 또는 피고로부터 임금 및 수당을 지급받을 때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을 인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임금 및 수당 지급행위가 위법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원고들의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태일(재판장) 송효섭 임현수
※ 서울고등법원 2025.12.12. 선고 2024나2013287 판결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