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 2025.6.12. 선고 2024나23049 판결】

 

•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4나23049 해고무효확인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주식회사 B

• 제1심판결 /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4.6.13. 선고 2022가합11495 판결

• 변론종결 / 2025.03.27.

• 판결선고 / 2025.06.12.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2.1.4. 원고에게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피고가 2022.1.4. 원고에게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예비적으로, 원고는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원고는 이 법원에서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체결

1) 피고는 D제철소 협력사로서 철강제품 제조, 판매 및 가공업 등을 영위하는데, 2021.5.25.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채용공고를 게시하였다. <다음 생략>

2) 원고는 2021.7.5. 피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음 생략>

나. 원고의 근무수행 및 평가

1) 원고는 2021.7.5.부터 같은 달 25.까지 OJT(On-the-Job-Training)와 집체교육을 받은 후 2021.7.26.부터 피고 회사의 F그룹 크레인팀에서 대형 크레인을 조작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원고와 같이 입사한 직원들(이하 ‘인턴’이라고 한다)은 2개월마다 멘토, 주임, 팀장 등에 의해 근무실적(20점), 직무능력(30점), 직무태도(50점)를 평가받았다.

3) 원고는 2021.10.26.과 같은 달 29. 크레인 조작 중 작업장 내의 중추 터치바 및 적치대 안전펜스를 파손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

다. 원고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 원고는 2021.11.12.경 피고의 인사부서에 H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을 당하였다는 취지로 신고하였다.

2) 피고는 2021.12.14.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후 같은 해 12.15.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요건이 성립된 것으로 판단’하고, 같은 달 21. H에게 직무상 의무위반을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라.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 만료 공지 및 원고의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신고

1) 원고는 2021.12. 말경 계약기간의 총 평가 결과 평균 76.7점으로 부적격 평가를 받았다. 한편 원고 외 인턴 8명 중 7명은 평균 80점 이상으로 적격 평가를 받았고, 나머지 1명은 평균 78점으로 부적격 평가를 받았다.

2) 피고는 2022.1.4.경 사내 게시판에 인턴 8명 중 적격 평가를 받은 7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78점으로 부적격 평가를 받은 1명은 인턴 계약기간을 1개월 연장하며, 원고는 근로계약이 만료되었음을 공지(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 공지’라고 한다)하였다. 피고가 이 무렵 원고에게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인턴 계약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근로계약이 만료된 구체적·실질적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하지는 않았다.

3) 원고는 2022.1.5.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이하 ‘노동청’이라고 한다)에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하였고,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였음에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4) 노동청은 2022.5.23.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 공지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임을 전제로 피고에게 이를 시정할 것을 지시하였고, 이에 피고가 2022.6.2. 원고에게 인턴으로 재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5) 노동청은 2022.6.17. 원고에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진정에 대하여는 피고가 원고에게 인턴으로 재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시정조치가 완료되었고,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진정에 대하여는 피고의 위반 사항이 없다는 취지로 통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호증, 을 제1 내지 5, 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주위적 청구

이 사건 근로계약은 시용근로계약이고,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 공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무효이다.

가) 절차적 무효 사유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 공지는 시용계약기간이 만료된 근로자에 대하여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거절한 것으로서 실질적인 해고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서면으로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거절 사유를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 공지는 해고 사유의 서면 통지의무를 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나) 실체적 무효 사유

(1) 피고는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을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 제14조제6항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2) 설령 피고가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사업주로서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해 적대적인 업무환경에 노출된 원고의 작업 능률이나 수행 실적이 저하되어 평가점수가 낮아졌으므로, 피고가 평가점수를 기준으로 원고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2) 예비적 청구

만일 이 사건 근로계약이 시용근로계약이 아닌 기간제 근로계약일 경우, 원고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갖고 있음에도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이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 공지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이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다.

나. 피고

1) 본안 전 항변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해고 무효 확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얻게 될 결과는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는 것인데, 피고가 2022.6.20. 원고에게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겠다는 복직명령을 하였음에도 원고가 이를 거절한바 있으므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

2) 본안에 관한 주장

가) 절차적 무효 사유 관련

피고는 2023.7.17.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 및 그 사유(부적격자 평가), 재고용 기회 부여 및 원고의 거절 사실을 기재한 서면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였고, 원고가 2023.7.18. 이를 수령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의 하자는 치유되었다.

나) 실체적 무효 사유 관련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 중 2회의 크레인 조종 사고를 일으키는 등 직무능력과 근무태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정규직 전환이 거절된 것이므로, 본 계약체결 거부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3.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해고, 즉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라는 과거의 법률행위가 무효라는 점에 대하여 판결로서 공적 확인을 하여 달라는 것이므로, 근로계약관계에 기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대한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과거의 법률행위인 해고에 대하여 무효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 확인의 소의 적법요건인 즉시 확정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3.1.15. 선고 92다20149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근로계약은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사용자인 피고에게 해약권이 유보된 시용근로계약에 해당하는데, 해약권의 행사가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용기간이 경과하면 유보된 해약권은 소멸하고 정식 근로관계가 형성될 여지가 있는바, 원고는 피고의 해약권 행사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계약기간 만료 공지가 절차적, 실체적으로 부적법하다고 다투고 있으므로,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있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성격(= 시용근로계약)

1) 시용근로계약과 기간제 근로계약의 구분 기준

시용계약은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 적격성을 관찰, 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기간제 근로계약은 사용자나 근로자의 특정한 필요(사업의 완료나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 동안 노동력을 제공받아야 할 경우,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해당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근로자가 학업·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등)로 인해 정해진 기간 동안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이다(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참조).

근로계약에 기간이 정해진 경우 그 계약이 시용근로계약인지 혹은 기간제 근로계약인지는 채용공고,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및 사용자의 채용 관행 등을 토대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해당 기간을 정한 목적과 경위, 해당 기간에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그에 대한 평가 여부, 해당 기간이 종료된 이후 근로자의 지위에 대해 정한 내용 등을 관찰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해석해야 할 것이다.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3, 16호증, 을 제5 내지 7, 19,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6개월의 근무기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를 받을 경우 원고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의사가 대외적으로 표시되었으며, 원고도 6개월의 기간 만료 후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되려는 의사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피고가 시용기간 동안 원고의 업무 수행을 평가하여 정식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으로서 시용근로계약에 해당한다.

가) 채용공고

피고의 2021.5.25.자 채용공고에는 6개월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되 계약기간 만료 후에 상용직 전환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기재되고, 임금을 연봉으로 표시하였으며 퇴직연금에 가입한다고 기재되었다. 즉, 위 채용공고에는 피고가 6개월간 한시적으로만 근무할 인력이 아니라 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위한 전단계로서 6개월간 근무할 인력을 채용하려는 의사가 표시된 것으로 보인다.

나) 근로계약서

(1)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2항에는 ‘계약기간(6개월) 동안의 업무수행 등에 대한 근무실적을 종합 평가하여 적격자에 대하여 정규직으로 신분 전환시킬 수 있다‘고 기재된바, 6개월의 계약기간 동안 원고의 정규직 채용 적격 여부를 평가하려는 피고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다.

(2)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3항에는 원고가 계약기간 6개월 이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를 전제로 근속 1년차 및 2년차의 연차 유급 휴가일수에 대한 규정이 있다.

다) 취업규칙

피고의 취업규칙 제9조는 ‘직원을 채용할 경우 6개월의 수습기간을 둔다. 수습기간 중 또는 수습기간이 완료된 자로서 계속 근로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는 해고할 수 있다. 수습기간은 근속년수에 산입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피고가 위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직원 채용 시 6개월의 수습기간을 두고 평가 결과에 따라 정규직 채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6개월의 근로기간은 취업규칙 제9조에서 정한 ‘수습기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 업무 내용과 수행 방식, 평가 여부

(1) 원고는 근로서약서(갑 제3호증)에 자신의 소속을 ‘인턴’이라고 기재하였고, 피고 역시 원고와 같은 인턴들을 멘토 직원을 통해 지도·감독하면서 정기적으로 업무 성과와 태도 등을 평가하였다.

(2) 인턴들은 멘토 직원과 2인 1조로 크레인에 탑승하여 멘토의 지도·감독을 받으면서 크레인을 조작하였고, 단독으로 크레인 운행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형 크레인의 운행 업무는 작업 난이도나 위험도가 상당한 수준이므로, 실제 작업 환경에 대한 이해와 반복적인 훈련을 거쳐야 능숙하고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인 6개월은 신규 채용된 직원이 대형 크레인 운행이라는 작업을 능숙하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평가하는 기간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3) 멘토 직원들은 자신이 지도하는 인턴에 대한 멘토링 활동 계획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멘토링을 진행한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원고에 대한 멘토링 활동 계획의 목표를 살펴보면 계약기간 6개월 중 초기 2개월까지는 회사이해, 인성지도를 목표로 하고, 3개월 차에 직무훈련 기초단계, 4개월 차에 직무훈련 심화단계를 마치며, 5개월 차에는 회사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감성 소통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위와 같은 목표 항목과 수행 시기는 원고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인턴들에게 공통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멘토링 목표 항목과 수행 시기를 보더라도, 피고는 원고와 같은 인턴을 6개월간 교육하고 직무 성과와 태도를 평가하여 정규 직원으로 채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마) 채용 관행

피고는 적어도 2011년경부터 정기적으로 인턴을 채용하여 수습기간을 거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근로자를 채용해 왔다. 2013.10.경 이후 인턴들에 대한 인사발령문을 보면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평가 점수가 미흡할 경우 인턴기간을 1∼2개월 연장한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가 기간을 정하여 인턴을 채용하는 것은 6개월간의 일시적인 노동력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수습기간을 거친 후 부적격적자를 제외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계약기간 만료 공지의 법적 성격(= 해고) 및 절차적 적법성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2.23. 선고 98두5965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근로계약 체결 거부의 정당성 요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시용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로 하여금 그 거부사유를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11.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시용근로계약인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계약기간 만료 공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본 근로계약 체결의 거절의사를 표시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에 해당한다(이하 이 사건 계약기간 만료 공지를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나)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사내 게시판에 원고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공지를 하였을 뿐, 위 공지일 무렵 원고에게 정규직 전환을 거절하는 구체적·실질적 사유가 무엇인지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사유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다) 피고는 2023.7.17.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사유 등을 기재한 서면을 발송하여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의 하자가 치유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의무는 이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임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일인 2022.1.4.경으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해고 사유를 기재한 서면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해고 당시의 서면통지의무 위반이 치유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절차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으므로 무효이다(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므로, 이 사건 해고의 실체적 위법 사유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이 시용근로계약이 아닌 기간제 근로계약임을 전제로 하는 예비적 청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훈(재판장) 하지인 홍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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