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건물 옥상에서 거주하며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고인이 2022.7. 건물 주차초소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안에서, 고인은 일과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수시로 근무하였고, 휴일에도 근무한 점, 2022.7.경 폭우로 인하여 누수 문제를 처리하고 수목 제거 작업을 수행하는 등 고인의 업무가 가중되었고,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고 피해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 사건.


【서울행정법원 2025.3.27. 선고 2024구합56771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4구합56771 장의비및유족급여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1.09.

• 판결선고 / 2025.03.27.

 

<주 문>

1. 피고가 2022.12.9. 원고에게 한 장의비 및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 고 B(19**.**.*.생, 남, 이하 ‘고인’)

- 2001.*.*.부터 서울 관악구 소재 C빌딩(이하 ‘이 사건 건물’)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며, 시설 유지·보수, 민원 응대 등 관리업무를 수행함.

- 2022.7.23. 18:00경 이 사건 건물 주차 초소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어 입원 요양하였으나, 2022.8.9. 11:42경 사망함.

나. 피고 2022.12.9. 장의비 및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

- 처분사유: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부존재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참조 판례: 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2.1.13. 선고 2021두38567 판결 등

나. 판단

앞서 든 증거와 갑 제6 내지 15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이 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중된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가 고인의 뇌출혈을 촉발한 것으로 보이므로,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됨.

○ 고인의 사인은 뇌교 출혈임. 이는 뇌간의 일부분인 뇌교에서 발생하는 출혈로서 주요 원인은 고혈압, 혈관 기형, 항응고제 사용, 외상, 뇌교 종양 등이고, 과로도 뇌출혈을 포함한 뇌혈관 질병의 발병 및 자연경과 이상의 악화에 기여할 수 있음.

○ 고인의 근무환경

- 이 사건 건물은 1986.7.경 준공된 건물로서 지상 4층~지하 1층, 연면적 약 1,290평 정도임.

- 이 사건 건물에 입주한 업체는 약 32개이고, 그중 스크린골프장, 음식점, 스터디카페, 동물병원 등은 심야까지 영업을 하였음.

- 고인 외 청소원 2명이 있고, 별도 경비원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고인이 이 사건 건물의 유일한 관리인이었음.

- 고인은 이 사건 건물 옥상에 설치된 약 10평의 시설물에서 상시 거주하였음.

○ 고인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 및 근로시간

- 근로계약상 근로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이고, 휴게시간은 1시간으로 1일 8시간임.

- 그러나 고인은 일과시간 이전 8:10경부터 관리실 문 개방, 에어컨 가동 등 조치를 취하고, 18시 퇴근 이후에도 지하주차장에 있는 쓰레기봉투를 밖으로 배출하는 것을 비롯하여 건물 순찰, 민원 응대 등의 관리업무를 수행하였음.

- 이 사건 건물에 입주한 업체는 야간에도 영업하였는바, 고인은 수시로 이 사건 건물 주차장 출입을 비롯하여 각종 민원에 응대하여야 했음. 사업주가 고인에게 제공한 휴대전화 통화내역에서도 일과 이후 민원인과의 통화가 확인됨.

- 또한 이 사건 건물 화장실은 휴일에도 개방되었는바,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는 고인이 휴일에도 화장실 상태를 점검하고, 건물 출입 등을 관리한 것으로 보임. 실제로 고인은 휴무일(토요일)인 2022.7.23. 주차차단기 민원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음.

- 피고는 평일 9시간 20분만을 고인의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휴일근무는 없었음을 전제로 업무상 과로를 부정하였으나, 위에서 본 고인의 근무형태를 감안하면, 피고가 산정한 근로시간만을 기준으로 하여 업무상 과로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 사업주 또한 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여 휴일이나 야간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세입자 응대, 폭우로 인한 누수방지, 임대료 및 부가가치세 신고 업무 등을 수행하며 주 64시간 초과근무를 하였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음.

○ 고인이 쓰러질 무렵 업무 부담 및 스트레스의 가중

- 매년 7월 고인은 부가가치세 신고 관련 서류업무를 추가로 수행하였음.

- 고인은 2022.7.8. 이 사건 건물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고 피해자로부터 진료비 배상을 구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음.

- 이 사건 건물은 준공된 지 36년이 도과하여 노후된 상태였고, 누수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였음. 고인이 쓰러지기 열흘 전인 2022.7.13. 강수량 114.5㎜의 폭우가 내렸고, 고인은 임차인으로부터 누수 관련 민원을 받았음. 임차인은 고인이 쓰러진 이후인 2022.7.25. 누수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관리비 납부를 보류하겠다는 문서를 발신하였는바, 그전부터 고인에게 누수 민원 및 관리비 납부 보류 의사를 수차례 구두로 전달하였다고 보임.

- 고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관리비 납부 거부 의사표시는 실제 고인의 책임 여하를 불문하고 이 사건 건물 관리소장인 고인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유발하였을 것으로 추단됨.

- 고인은 폭우 이후 누수 방지 작업의 일환으로 이 사건 건물 옥상에 있던 수목을 제거하는 업무까지 수행한 것으로 보임.

- 고인은 쓰러지기 일주일 전 어눌함, 어지럼증, 팔 저림 등 뇌출혈의 전형적인 신경학적 전조증상을 보였는바, 이와 같이 증가한 업무상 부담 및 스트레스가 고인의 증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임.

○ 고인은 과거 고혈압 또는 이상지질혈증 등이 의심된 적도 있었으나, 2022.3.5.자 건강검진 결과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고, 흡연과 음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기타 뇌교 출혈을 유발할 만한 특별한 개인적 소인을 찾아볼 수 없음.

○ 그렇다면, 고인은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며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수시로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22.7.경 폭우로 인한 누수 민원 처리, 민원인의 손해배상 청구 등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뇌출혈이 촉발된 것으로 봄이 타당함.

 

3.  결론

 

원고 청구 이유 있으므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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