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5.2.6. 선고 2024구합53529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2부 판결
• 사 건 / 2024구합53529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한국○○○○기술원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A
• 변론종결 / 2024.11.07.
• 판결선고 / 2025.02.06.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12.18.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B 한국○○○○기술원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12.7.2. 해양과학기술의 창의적 원천기초연구, 응용 및 실용화연구와 해양분야 우수 전문인력의 교육, 훈련을 통하여 국내·외적으로 해양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그 성과를 확산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상시 약 98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해양과학기술 및 해양산업 발전에 필요한 원천연구, 응용 및 실용화연구 등을 수행하는 법인(공공기관)이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08.12.30.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부설 ○○○○연구소에 입사하였다가 2012.7.2. 한국○○○○기술원이 설립되면서 고용승계되어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다. 원고는 2023.4.20. 참가인에게 퇴직처리일과 사유 등을 명시한 재계약조정위원회 심의결과를 통지하고, 참가인에 대하여 2023.4.28. 부로 퇴직을 명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라 한다).
라. 참가인은 2023.7.26.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는데,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3.9.21.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C).
마. 원고는 2023.10.16. 초심판정서를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3.10.23.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12.18.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원고의 개정된 인사규정에 따른 일방적 조치이므로 해고에 해당하는데, 원고는 인사규정의 재임용 계약기간 및 직권면직 조항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상 면직제한 규정에 위배되는 인사규정의 직권면적 규정은 무효이므로, 효력이 없는 인사규정의 직권면직 조항을 적용하여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은 정당한 해고사유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B,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바. 원고는 2024.1.17. 이 사건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8호증, 을가 제4, 5, 8호증, 을나 제5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및 원고의 규정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라고 할 수 없는바,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참가인은 원고와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왔고, 종전 근로계약기간 만료일인 2022.2.28. 무렵에는 원고가 인사규정 등 내부규정을 개정해 도입한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어서, 갱신된 근로계약기간은 1년이 적용되었는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당연종료이고, 해고라고 할 수는 없다.
2) 원고가 실시한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은 기존 평가체계와 비교하여 보더라도 참가인을 포함한 연구원들에게 유리한 내용인바,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한 인사규정 등 내부규정의 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원고와 D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은 2023.6.26. 개정되기 전까지 면직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기는 하였으나, 이는 근로계약기간 도중에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제한할 뿐이지, 계약기간 만료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당연 종료하는 경우까지 제한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고, 만약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와 같은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취지라면, 사용자인 원고의 인사권 행사에 근본적인 제약을 가하는 반사회질서적인 단체협약 조항이므로 무효이다.
4) 참가인은 선임연구원으로서 그 업무에 충실해야 할 것임에도 무업적, 무성과에 가까운 업무성적을 보여 왔고, 이는 연구원이라면 당연히 수행하여야 할 연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원고가 참가인에게 업무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는데도 참가인은 개선을 위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는바, 원고로서는 참가인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음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실질적으로 해고라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참가인은 ○○○○연구소에 입사한 이래 아래와 같이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왔는데, 2022.3.1. 이후 원고와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 <표 생략>
2) 원고는 2016.2.25.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3년 연속 인사고과 결과 최하위평가(D등급)를 받은 참가인에 대한 재임용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다음 2016.3.25. 자로 퇴직(당연면직)을 명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는데,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2016.9.2. 참가인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가 2016.12.21. 위 초심판정에 대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함에 따라 참가인이 복직하게 되었다(원고는 2017.2.10. 대전지방법원에 위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2017.3.31. 소취하서를 제출하였다).
3) 원고는 2019.12.3.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저성과자로 선정된 경우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 운영 종료 시까지 1년 단위로 재계약’,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 운영지침 제정’,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 운영지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 거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인사규정 개정을 의결하고, 2019.12.26. 원고의 근로자들에게 ‘2020.1.1. 자 시행’, ‘경과조치 적용 예시’ 등을 알렸는바, 개정된 인사규정과 경과조치 적용 예시,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 운영지침 등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4) 원고는 2021.3.25. 참가인에게 2020년도 인사고과 결과 저성과자로 선정되었음을 알리며 역량개발 프로그램 성과향상 1단계 시행에 따라 교육이수, 관련 서류 및 이행 서약서 제출 등을 안내하였으나, 참가인은 교육에 참석하지 않았고 관련 서류 등도 제출하지 않았다.
5) 원고는 2022.3.22. 참가인에게 2021년도 인사고과 결과 저성과자로 선정되었음을 알리며 역량개발 프로그램 성과향상 2단계 시행에 따라 교육이수 및 관련 서류제출에 대하여 안내하였으나, 참가인은 교육에 참석하지 않았고 관련 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
6) 원고는 2022.3.경 참가인에게 저성과자로 선정되었음을 이유로 근로계약기간을 1년(2022.3.1. ~ 2023.2.28.)으로 정한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은 이를 거부하였다.
7) 참가인은 2022년도 인사고과 결과에서도 저성과자 기준점수 미만인 부서장평가 ‘D등급’, 업적평가 ‘12점’을 받아 저성과자에서 해제되지 못하였고, 원고는 2023.2.23.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참가인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고용계약을 종료하기로 의결하였으며, 2023.2.28. 참가인에게 재임용 심의결과 및 이의신청 절차, 후속조치 등을 내부메일로 통지하였다.
8) 참가인은 2023.3.15. 위 인사위원회 결과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였고, 원고는 2023.3.31. 참가인에게 ‘제23-01회 재계약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자 하오니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통지를 한 다음 2023.4.6. 재계약조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참가인이 불참한 상태에서 그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고용계약을 종료하기로 의결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6 내지 9, 13, 35, 44, 45, 47호증, 을가 제1, 2, 3, 7호증, 을나 제1, 2, 7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들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논점의 정리
원고는 2020.1.1. 개정된 인사규정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유효한 규범이라는 전제에서, 위 개정된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참가인의 근로계약기간을 1년(2022.3.1. ~ 2023.2.28.)으로 조정한 것이므로, 2023.4.28. 자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어디까지나 기간 만료로 인한 당연종료일 뿐이지 해고라고 할 수 없으며, 나아가 근로계약의 갱신 내지 재계약을 거절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인바, 결국 2020.1.1. 개정된 원고 인사규정이 적법한 요건을 갖춘 유효한 준칙인지에 따라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에 대한 법적 평가가 달라지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한 인사규정 개정의 효력 여부
가) 관련 법리
계약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재임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재임용거부결정 등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당연퇴직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 임용의 근거가 된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에서 임용권자에게 임용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를 재임용할 의무를 지우거나 재임용 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어 근로자에게 소정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 절차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자를 재임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으며, 한편 취업규칙이라 함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서, 노사간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일정의 법규범이라고 할 것인데,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우선하지는 못하지만 근로계약상의 개별약정보다는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미달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이 무효로 되고,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의하며(근로기준법 제97조 참조), 나아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즉 당해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기득 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10.11. 선고 2007두11566 판결, 대법원 2023.5.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해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20.1.1. 인사규정을 개정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가 요구하는 집단적 동의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참가인에 대해서는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변경된 인사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1) 근로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 또는 노사 간의 집단적인 법률관계를 규정하는 규범인 취업규칙은 특별한 사정이나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거기에 기재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존중하는 해석을 하여야 하고, 객관적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신중하고 엄격하여야 하는바, 원고 인사규정은 원칙적으로 직원의 임용은 계약제에 의한다(제8조제1항)고 규정한 점, 참가인이 그동안 작성한 근로계약서(갑 제4호증의 1, 2)에도 근로계약기간이 기재되어 있을 뿐더러, 특히 종전 2019.3.1. 자 근로계약서의 경우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개시일’만 기재”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종료일까지 분명하게 기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은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참가인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인사규정이나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벗어나 사실상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해석하기 부족하다.
(2) 그런데 2020.1.1. 개정되기 이전의 원고 인사규정은, 원장이 직원의 초임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때에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제8조제3항), 계약기간 중의 업무수행 성과가 부족하거나 태도가 불량하여 계약기간 중 3회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자에 대해서는 계약기간 만료 시에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계약을 거부할 수도 있다(제8조제6항)고 정하는 한편, 원장이 따로 정한 세부사항에 따라 인사고과제도를 실시한다(제47조)고 규정하였는바, 이처럼 재고용의 요건과 절차 등에 관하여 규정한 부분은 원고 소속 직원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3) 2020.1.1. 개정 인사규정은 재임용 계약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사유 및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추가한 것인 데다가, 종전 인사규정이 근로계약기간 3년 중 단 한 해만이라도 최하위 평가를 받지 않으면 재계약을 위한 인사위원회 심의는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과 달리 매년 인사고과 및 저성과 기준점수 충족 여부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저성과자 선정에 반영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한 것과 마찬가지이고, 저성과자 선정기준에 상대평가 방식인 인사고과 외에 절대평가 방식인 저성과 기준점수를 도입하였다고는 하나 인사고과 결과가 최하위인 경우 업적평가 점수도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지 의문인 점까지 보태어 보면, 2020.1.1. 자 개정 인사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4) 원고는 인사규정을 개정하기에 앞서 노동조합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하지만, D노동조합 E지부가 원고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고, 인사제도 개선 TFT 시행(갑 제50호증)은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의견을 들었다고 볼 만한 사정에는 해당할지언정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까지 받았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당시 노동조합 지부장 및 노동조합의 추천으로 TFT에 참여한 자들의 진술서, 사실확인서[갑 제12, 51호증(가지번호 포함)]는 어디까지나 2020.1.1. 개정된 인사규정이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작성한 것에 불과한바, 결국 2020.1.1. 자 개정 인사규정에 대하여 유효한 집단적 동의가 존재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참가인에게 위 개정 인사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의 법적 성질과 정당성 여부
가) 관련 법리
(1) 근로계약은 낙성계약으로 청약에 따른 승낙으로 성립하므로 그 계약의 내용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개별적인 교섭에 의하여 확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오늘날 다수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개개의 근로자들과 일일이 계약 내용을 약정하기보다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는 근로조건 등을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정하여 근로관계를 정형화하고 집단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근로계약 체결시 계약의 내용을 취업규칙의 내용과 달리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취업규칙에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9.1.26. 선고 97다53496 판결 등 참조).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단체협약에 징계사유를 규정하면서 그 단체협약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징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에서 새로이 정한 징계사유는 위 단체협약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사유로는 징계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4.6.14. 선고 93다62126 판결 등의 취지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갑 제38호증, 을가 제6호증, 을나 제6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해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그 사유가 정당하지 아니하여 부당한 해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1)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종전 근로계약기간은 2022.2.28. 만료되었는데, 그 무렵 재임용계약 자체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사이에 특별한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2020.1.1. 개정 인사규정은 효력이 없어서 참가인에게 적용할 수 없으므로, 재임용 계약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 단위로 하여야 하고, 저성과자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들어 1년 단위로 조정하여서는 안 되며, 참가인은 원고가 임의로 근로계약기간을 ‘2022.3.1. ~ 2023.2.28.(1년)’로 정한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설령 참가인이 그러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더라도 취업규칙인 인사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부분은 무효로 되고 그 부분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어서 마찬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참가인의 재임용 계약기간은 ‘2022.3.1. ~ 2025.2.28.(3년)’로 보아야 하는데, 원고는 위 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에 참가인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였는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그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2) D노동조합의 2021년도 공동단체협약 제54조제1항 및 D노동조합 E지부의 2021년도 단체협약 지부 보충협약서 제10조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이외에는 면직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참가인은 2023.3.15.경 위 노동조합에 가입하였고, 면직 제한 규정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이후인 2023.6.26.에서야 삭제되었다는 것인바,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에는 개정 전 2021년도 단체협약이 적용되므로, 원고는 위 면직 제한 규정에서 정한 사유 이외에는 조합원인 참가인을 면직시킬 수 없다.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의 사유는 ‘저성과자로 선정되어 저성과자 역량개발프로그램 운영지침에 따른 구제기회를 부여받고도 종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것인데, 참가인에게 적용되는 단체협약상 면직 제한 규정은 위와 같은 취지로 해석될 수 있을 만한 면직 사유를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바, 결국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단체협약에서 정하지도 아니한 면직 사유를 인사규정으로 정한 것이어서 단체협약에 위배되므로, 나머지 사정들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부당하다[원고는 대법원 2021.2.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및 2023.6.26. 개정전 단체협약상 면직(제54조)과 징계해고(제58조 이하)가 구분되어 있어 징계해고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면직 제한규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서, 참가인의 저조한 업무성과 및 개선의지가 없는 업무태도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징계해고라는 취지로 보인다)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어 근로관계 종료의 효력이 부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취업규칙 등에 근무성적 등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하는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2020.1.1. 개정된 인사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 참가인의 경우와 다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참가인에게 인사규정 등이 정한 징계사유가 있음을 요건으로 한 것이 아니며 징계절차에 의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징계해고로서 효력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개정전 단체협약 제57~59조 각 참조)].
(3) 원고는, 위 단체협약상 면직 제한 규정이 근로계약기간 도중에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제한할 뿐이어서 계약기간 만료에 의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를 제한하는 취지로 해석할 수 없고, 만약 그러한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반사회질서적인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김준영 류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