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7.25. 선고 2024도8147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4도8147 가. 근로기준법위반, 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 피고인 / A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광주지방법원 2024.5.9. 선고 2019노2949 판결

• 판결선고 / 2024.07.25.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유죄 부분 제외)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오경미(주심) 노태악 서경환

 


 

【광주지방법원 2024.5.9. 선고 2019노2949 판결】

 

• 광주지방법원 제3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9노2949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 피고인 / A

• 항소인 / 쌍방

• 원심판결 /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9.11.19. 선고 2018고단1243 판결

• 판결선고 / 2024.05.0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근로자 G, H, I, J, K, L에 대한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및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부분

유한회사 C(이하 ‘C’라고만 한다)와 D조합은 사납금을 증액하지 않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한 후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 위 협정을 비조합원인 근로자들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C는 노동조합과 매년 임금협정을 체결하고 비조합원인 근로자들과 근로조건을 정할 때 임금은 임금협정서에 따르기로 하는 관행이 확립되어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를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임금이나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었다. 또한, 원심 판시 범죄사실에서 인정된 미지급 임금액, 퇴직금액은 적법한 근거에 따라 객관적으로 계산된 금액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

원심은 G, H, L에 대한 근로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와 같이 근로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근로조건 명시의무 이행 여부를 확정할 수 없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근로자들과의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임금협정 내용을 준용하는 방법으로 근로조건을 명시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피고인이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근로조건 명시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영향에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벌금 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임금 미지급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6.1.경 위 C 사업장에서 D조합과 체결한 임금협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 근로자인 E에게 개별 근로계약서의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D조합과 체결한 임금협정을 기반으로 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실제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보다 177,885원을 적게 지급한 것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소속 근로자 20명(이하 위 근로자들을 한꺼번에 칭할 때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2015.9.경부터 2018.9.경까지 합계 131,591,545원의 임금을 적게 지급하였다.

2) 근로계약서 일부 항목 누락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3.1. 입사한 근로자 F를 비롯하여 2013년경에서 2015년경까지 입사한 G, H, I, J, K, L과 위 C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아니하였다.

3)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5.7.24.부터 2018.8.15.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H의 퇴직금을 산정하면서 제1항 기재와 같이 D조합과 체결한 임금협정을 기반으로 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여 지급함으로써 실제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보다 1,038,739원을 적게 지급한 것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근로자 7명의 퇴직금 합계 6,947,463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 부분

원심은, ‘① C는 상시 근로자 수가 70명인데 반하여 D조합에는 12명 정도의 조합원만 가입이 되어 있었는데 과반수 미만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위 노동조합과 체결된 임금협정이 곧바로 조합원이 아닌 나머지 근로자들에게 일반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피고인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임금협정 동의를 받기는 하였으나 이는 형식적으로 서명을 받은 것에 불과할 뿐, 임금협정의 구체적 변경 내용을 설명하고, 집단적 토론 및 회의절차를 거쳐서 동의를 받은 것은 아니어서 임금협정의 내용이 비조합원들에게 확장 적용되지도 않는 점, ③ 개별 근로자들이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등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고 회사에서 지급되는 임금을 별다른 이의 없이 상당기간 수령하였다는 점만으로 과반 미만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임금협정을 비조합원에게도 확장하여 적용하기로 하는 관행이 있다거나 그것이 구성원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④ 나아가 피고인이 운영하는 C의 연혁, 근로자 수와 업체의 규모, 피고인의 운영기간과 사회경력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과반 미만 노동조합과 체결한 임금협정이 개별 근로자의 계약내용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2) 근로조건 명시의무불이행 부분

원심은, ‘① F의 경우 입사 당시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바 없고, 퇴직금 중간정산시인 2015.3.1. F의 요구에 따라 작성·교부된 근로계약서만 존재하는 점, ② G, H, L의 경우 입사 당시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점, ③ F, K, J, I의 경우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등이 공란으로 기재되어 있고, 기타 근로조건에 ‘임금은 임금협정서에 따른다’라는 문구만이 기재되어 있는 점, ④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근로계약 체결시 뿐만 아니라 중요한 근로조건의 변경시에도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17조의 입법 취지, ⑤ 피고인과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임금협정서의 효력이 비조합원인 위 근로자들에게 곧바로 미칠 수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과 근로계약 체결시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 역시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임금 등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가) 관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제1항, 제43조제2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같은 법 제109조제1항, 제43조제2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7.6.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10.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근로자들에 대하여 공소사실 기재 임금 및 퇴직금 상당액의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고의로 이를 미지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최저임금법이 2007.12.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면서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입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조항(제6조제5항, 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이는 같은 법 부칙(2007.12.27. 법률 제8818호) 제2호, 부칙(2008.3.21. 법률 제8964호) 제1항제2호에 따라 목포시 지역에서는 2010.7.1.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C와 D조합은 2010년 이후부터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위와 같은 특례조항 시행 이후 정액사납금제[근로자들이 택시를 운행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한 금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초과운송수입금)은 근로자들이 갖는 방식]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할 경우 C가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고정급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되어 그 재원인 사납금을 대폭 증액해야 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고정급이 인상되더라도 사납금 증액,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 및 각종 세금의 증가(초과운송수입금은 소득으로 신고되지 않아 근로자들은 회사로부터 받는 급여만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4대 보험료 등을 납부하였고, 초과운송수입금 전액은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처분·관리하여 왔다)로 인해 총수입이 감소되는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C는 노동조합과 정액사납금제를 유지하면서 사납금을 인상하지 않거나 매우 소폭으로만 인상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입금협정 등을 정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② C와 위와 같은 임금협정을 체결한 D조합은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금협정의 내용을 전체 근로자들에게 적용하기 위하여 C 소속 상무 N이나 경리를 통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교양 교육시간에 임금협정에 관하여 고지하거나 근로자들이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하여 찾아오는 사무실에 게시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임금협정 동의서’에 과반수에 이르는 근로자들의 서명을 받기도 하였다(2016년 임금협정 동의서에는 소속 근로자 44명이, 2017년 임금협정 동의서에는 소속 근로자 42명이, 2018년 임금협정 동의서에는 소속 근로자 52명이 서명하였다. 증거기록 제195 내지 203쪽). 또한,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본 계약서에 표시되지 않은 임금 등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및 임금협정서에 따른다’라고 기재하거나 임금의 경우 ‘임금협정에 의한다’라고 기재하였으며, 취업규칙에도 ‘운전직은 별도의 임금협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③ C는 1983년에 설립되어 긴 시간 택시운송사업을 하였으나, D조합의 조합원이 근로자의 과반수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원심 증인 M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10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D조합에 속하지 않은 근로자들 역시 2018.6.경 별도의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전까지 C와 위 노동조합이 체결한 임금협정서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아 왔고(위 임금협정서에는 소정근로시간 뿐만 아니라 기본급, 제수당, 운송수입금, 연료량도 함께 정하고 있었고, 임금협정 공고의 내용에는 변경 전, 후의 사납금과 임금 등을 포함되어 있었다), 그와 관련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은 위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D조합과 체결한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여 계산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된 최저임금법 시행에 따라 근로자 측의 동의를 받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정한 취업규칙 등의 효력과 관련하여서는 2019.4.18. 대법원 2016다2451호 사건의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이나 확립된 법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⑥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임금협정의 내용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는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었고, 피고인은 상무 N 등으로부터 위 임금협정을 공고하고,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기도 하였다(피고인은 경찰에서 ‘임금협정서는 회사에서 독단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노조와 협정을 체결한 것이며, 그리고 개별 근로자들이 임금협정서에 서명한 것도 상무 또는 경리가 기사분들이 사무실에 들어오면 충분히 설명하고 안내하고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증거기록 제598쪽). 이러한 사정들을 보면 피고인은 당시 근로자 다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서가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적 구속력을 가진 취업규칙 또는 그에 준하는 효력이 있는 회사 내 준칙에 해당한다거나, 위와 같은 공고 및 동의 절차를 거치면서 비조합원들이 아닌 근로자들과 개별적인 근로조건 변경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위 임금협정서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 등을 지급하면 임금 등 지급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이라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⑦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개별 근로자마다 어떤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여 임금 등을 산정하여야 하는지가 불분명하여 여전히 임금 등 액수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체결 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하되, 임금, 소정근로시간, 유급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하되, 특히 같은 조 제2항은 근로조건 중 임금의 구성 항목·계산방법 및 지급방법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위 근로조건들에 대하여는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한편 근로기준법 제114조제1호는 같은 법 제17조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의 구성항목 등의 서면명시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임금의 구성항목 등에 관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의 제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3.30. 선고 2006도6479 판결 등 참조).

나) 근로자 F에 대한 부분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근로자 F와 C 사이에 작성된 2015.3.1.자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등이 공란으로 기재되어 있고, 임금란에는 ‘별지 참조’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별지가 첨부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근로자 F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이 없다.

다) 근로자 H, L에 대한 부분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 체결할 당시 근로자에게 개별 근로조건을 명시할 의무(제17조제1항)와 근로계약의 중요사항을 명시한 서면을 교부할 의무(제17조제2항)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근로자 H, L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인 점, ③ 그런데 이 사건에서 H, L과 C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H, L과 근로계약 체결 당시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H, L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라) 나머지 근로자들(G, I, J, K)에 대한 부분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근로자 G(증거기록 제412쪽), I(증거기록 제416쪽), J(증거기록 415쪽), K(증거기록 제411쪽)와 C 사이에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기타 근로조건 란에는 “임금: 임금협정서에 따른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②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체결된 임금협정서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고, C 측은 사무실에 임금협정 공고문을 게시하여 두거나 근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또는 교양강의를 할 때 그 내용을 설명하기도 하였던 점, ③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근로조건의 불확정 상태 하에서 근로자의 근로를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인데, 위 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 당시 비록 피고인이 근로계약서에 직접적으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임금협정에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기로 하고, 근로자들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근로조건이 불확정한 상태에서 근로자들로부터 근로를 수령하게 되는 것은 아닌 점, ④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 근로자들 전체에 적용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위와 같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근로조건을 명시한 것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에게 그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각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근로자 F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위 부분과 나머지 유죄부분을 모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은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3.1. 근로자 F와 위 C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당심 일부 법정진술

1. F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1. 근로계약서(증거목록 순번 16)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근로기준법 제114조제1호, 제17조제1항제2호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근로계약 체결시 근로자 F에게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은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는 점, 2006년 이후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건강, 성행,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제2의 가의 1)항 및 3)항 기재와 같다.

나. 근로계약서 일부 항목 누락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 휴가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3년경에서 2015년경까지 입사한 G, H, I, J, K, L과 위 C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앞서 제2의 다의 1)항 및 제2의 다의 2)의 다),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흠(재판장) 한상원 조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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