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진폐증 및 그 후유증이 원인이 되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에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그로 인한 폐렴을 직접원인으로 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진폐증이 코로나 감염과 폐렴으로의 진행 및 사망 가능성을 증대시켰다면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사례.
【서울행정법원 2024.9.10. 선고 2023구합86096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8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86096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8.13.
• 판결선고 / 2024.09.10.
<주 문>
1. 피고가 2022.9.20. 원고에 대하여 한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부친인 고 B(1941.*.*.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C주식회사 D광업소 등에서 분진 작업에 종사하다가 1976.10.4. 퇴직하였다.
나. 망인은 2010.4.19. 진폐정밀진단에서 ‘진폐병형 1형(1/0), 심폐기능 F1/2(경미장해)’로 장해 11급 판정을 받았고, 2018.8.4. 최종 진폐정밀진단에서 ‘진폐병형 1형(1/1), 심폐기능 F1(경도장해)’으로 장해 7급 판정을 받았다.
다. 망인은 2022.4.4. E요양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라.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의 직접사인은 진폐증이 아닌 코로나19바이러스(이하 ‘코로나’라고만 한다) 감염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폐렴이고, 진폐 요양 중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망인의 사망과 진폐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2.9.20.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다(이 중 장의비 부지급처분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망인은 진폐증 및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호흡기 질병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되어 건강한 일반인에 비하여 쉽게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었다. 비록 망인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폐렴 증세를 보였으나, 이는 진폐증으로 인해 폐의 정상적인 방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아니하고 그에 따라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망인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진폐증과 사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사망과의 연관성이 의학적으로 분명히 드러난 것이어야 하고 막연히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망인은 ① 진폐와 관계없는 질환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 코로나에 감염되어 폐렴으로 사망하였고, ② 망인은 사망 당시 만 81세로 뇌경색, 간질환, 편마비, 요로감염, 치매 등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며, 고령과 뇌경색 또한 코로나의 위험요인이 되며, ③ 최종 진폐정밀진단 이후 망인의 사망 무렵까지 진폐병형 및 심폐기능이 악화되었다는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④ 망인은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와 갑 제6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분진노출직력 <생략>
2) 망인의 진폐정밀진단결과 <표 생략>
2019.9.2. 및 2020.9.7.자 진폐정밀진단 검사에서는 망인의 호흡기 상태가 좋지 않아 원활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재검 판정을 받았다.
3) 진폐 합병증 예방관리 내역 <표 생략>
4) 망인의 임상 및 사망 경위
가) 망인은 2012.5.경부터 2018.2.경까지 전립선 증식증, 원발성 고혈압, 뇌내출혈, 혈관성 치매, 진폐증,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뇌경색증, 기관지염, 뇌전등 등으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
나) 망인은 2011년경 진폐 합병증 예방관리 대상자로 분류되어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건강보험 수진내역에 따르면, 망인은 2017.5.23. 진폐증, 2017.12.28. 폐렴, 2020.10.12. 및 2021.3.4. 급성기관지염으로 통원 치료를 받은 바 있고, 2021.5.7.부터 2021.7.28.까지 83일 동안 진폐증 등의 상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다) 망인은 2021.9.28. ‘E요양병원’에 ‘와상상태, 뇌경색 후유증-언어장애, 삼킴곤란, 우측 편마비, 호흡곤란, 탄광부 진폐 및 폐렴’ 등을 이유로 입원하여 사망 당시까지 치료를 받았는데, 입원 중이던 2022.3.24.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라) 이후 망인은 코로나로 인한 고열이 지속되었는데, E요양병원 일반외과 의사 F는 망인의 자부(子婦)에게, 2022.4.1. 10:47경 ‘망인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는데, 기저질환인 진폐 등으로 인해 향후 예후가 안 좋을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하였고, 같은 날 13:12경 ‘망인의 우측 폐 부분에서 폐렴 소견이 보이고 가래가 있으며 호흡이 좋지 않다’는 내용을 설명하였다.
마) 망인은 2022.4.3.경 호흡곤란이 악화되어 2022.4.4. 사망하였다.
5) 의학적 소견
가) 사망진단서
- 사망일시: 2022.4.4. 01:15 - (가) 직접사인: 폐렴 - (나) (가)의 원인: 코로나 감염 - (다) (나)의 원인: 탄광부진폐증, 간질환 - (라) (다)의 원인: 뇌경색후유증(편마비 등) (가)부터 (라)까지와 관계없는 그 밖의 신체상황: 치매 |
나) 피고 자문의 소견서
○ 망인은 뇌경색, 치매 등으로 장기간 침상생활 중 코로나 감염과 합병증으로 폐렴이 발생하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고, 진폐증과 사망은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사료됩니다. |
다)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호흡기내과)
○ 사망 시점의 심폐기능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F1(경도장해) 또는 그 이상의 심폐기능 장해가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2021.9.28. E요양병원 의사가 작성한 입원기록지에는 탄광부 진폐 및 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있다고 작성되어 있어 당시 심폐기능 장해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기저질환) 2021.9.28.~2022.4.4. E요양병원 입원 당시 망인은 과거 뇌출혈 및 뇌경색으로 인한 우측 편마비 및 와상 상태였고 언어장애 및 삼킴장애로 경관식(비위관을 통한 식사 공급) 중이었습니다. 또한 치매로 인한 인지장애가 있었습니다. 기저력상 고혈압 및 전립선 증식증이 있었으며 2021.9.28. 입원 당시 도뇨관(소변줄) 삽입 상태였습니다. E요양병원 입원 중 간수치 상승 및 과빌리루빈혈증(호전과 악화를 반복), 빈혈 소견도 확인되었으며 욕창에 대한 치료도 시행되었습니다. ○ 망인은 코로나 감염에 따른 폐렴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의 기저질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폐렴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것은 인정됩니다. 하지만, 진폐에서 심폐기능이 경도장해에 해당하는 경우 폐렴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은 군에 해당하므로, 폐렴으로 인한 사망에 진폐증 및 직업적 노출이 기여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망인의 폐렴으로 인한 사망에서 진폐증으로 인한 심폐기능 장해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망인이 폐렴으로 사망한 것은 진폐증으로 인한 심폐기능 저하와 함께 망인의 기저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연구에 따르면, 진폐증처럼 외부물질에 의한 폐질환이 있는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3.54배 높다고 밝혀졌습니다. ○ 진폐증 및 그로 인한 심폐기능 장해(가령, 만성폐쇄성폐질환)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망인의 경우 고혈압, 혈관질환, 고령, 남성인 점 또한 코로나 감염에 따른 사망에 기여하였으리라 판단됩니다. 하지만 진폐에 의한 심폐장해도 망인의 사망에 기여한 점 또한 사실입니다. 사망에 기여한 요인에서 진폐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
라.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91조의10은 ‘분진작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였던 근로자가 진폐, 합병증이나 그 밖에 진폐와 관련된 사유(이하 “진폐, 합병증 등”이라 한다)로 사망하였다고 인정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면서, 진폐에 따른 사망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 고려하여야 하는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3은 ‘법 제91조의10에 따라 진폐에 따른 사망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 고려하여야 하는 사항은 진폐병형, 심폐기능, 합병증, 성별, 연령 등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진작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였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진폐,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의 진폐병형, 심폐기능, 합병증,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하였을 때 진폐, 합병증 등과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3.30. 선고 2016두55292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4.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대법원 2018.10.25. 선고 2017두68097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승인상병인 진폐증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망인이 2017.4.6. 진폐병형 1형, 심폐기능 F1(경도장해) 진단을 받은 이후로 진폐병형 및 심폐기능이 악화되었다는 직접적인 자료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2018.3.27. I에서 실시한 폐활량 검사 결과 노력성 폐활량(FVC)은 정상 예측치의 65%, 일초량(1초 노력 호기량, FEV1)은 정상 예측치의 49%였고, 2019.6.7. I에서 실시한 폐활량 검사 결과에서도 노력성 폐활량(FVC)은 정상 예측치의 77%, 일초량(FEV1)은 정상 예측치의 52%였는데, 이들 결과 모두 중등도장해(F2)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분석하였던 점, 2019.9.2. 및 2020.9.7. 망인에 대한 진폐정밀진단 검사를 시도하였으나 망인의 호흡기 상태가 좋지 않아 제대로 검사를 완료할 수 없어 재검 판정을 받았고 그 이후 재검을 받지 못한 채 망인이 사망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사망할 무렵의 심폐기능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F1(경도장해) 또는 그 이상의 심폐기능 장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망인의 직접사인은 폐렴이고 이는 코로나 감염에 의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망인은 2021.9.28. E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사망일까지 치료를 받았는데, 입원 당시 망인의 상병에는 ‘와상상태, 뇌경색 후유증, 삼킴곤란, 우 편마비’뿐만 아니라 ‘호흡곤란-탄광부 진폐 및 폐렴’ 또한 포함된다(을 제3호증).
피고는 망인이 진폐와 관계없는 질환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주장하나,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유에는 진폐증이 포함되어 있는 점, ② 건강보험 수진내역(을 제2호증)에 따르더라도 진료일 2021.9.28.자 주상병명은 ‘탄광부 진폐증’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③ 망인은 2021.9.28. 요양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도 진폐증 및 그 후유증인 기관지염에 대한 치료를 받은 이력이 다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 주장과 같이 망인이 진폐와는 관계없는 질환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였다고 할 수 없다.
다) E요양병원 의사 F는 진폐증을 포함한 망인의 기저질환으로 인해 코로나 감염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정을 망인의 가족에게 설명하기도 하였다.
라) 망인에게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비록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 11의2] 제3항에 따른 진폐 후유증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망인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진폐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 또한 ‘망인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진폐증으로 인해 이환된 것이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마) 또한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경우 코로나 감염 위험은 크게 증대되며 코로나가 진폐증이 있는 환자의 상기도에 감염되었을 때 그것이 쉽게 제거되지 못하고 폐렴으로 쉽게 진행되며, 이 경우 사망률도 증가한다’, ‘망인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한 것에는 진폐증으로 인한 심폐기능 저하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진폐에 따른 심폐장해가 망인의 사망에 기여한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고 비교적 분명히 의견을 제시하였는바, 이러한 의학적 견해를 뒤집을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바) 사망 당시 81세의 고령인 망인은 진폐증 이외에도 뇌경색 및 그로 인한 후유증, 간질환, 치매 등의 여러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망인이 가지고 있던 진폐증은 이들 기저질환 중 일부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코로나 감염과 폐렴으로의 진행 및 사망 가능성을 증대시켰던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사) 또한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망인이 사전에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진폐증 및 그 후유증을 포함하여 망인이 가지고 있던 질환으로 인해 코로나 예방접종 위험군에 속하였기 때문으로 보일 뿐이고 그것이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차단할 만한 요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