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해소송에서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분배

[2] 甲 영어조합법인이 乙 주식회사 등의 모래 채취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모래 등 부유물질이 양식어장에 유입됨으로써 피조개 폐사 등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乙 회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 영어조합법인이 내세우는 증거들이나 제1심감정인의 감정 결과만으로는 모래 채취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모래 등 부유물질이 양식어장에 유입되었다거나 피조개 폐사에 따른 손해가 모래 채취사업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대법원 2013.07.25. 선고 2012다34757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상고인 / ○○영어조합법인

♣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 외 7인

♣ 피고 주식회사 선광의 보조참가인 / 유한회사 ○○건업

♣ 원심판결 / 광주고법 2012.3.22. 선고 (전주)2010나281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 다만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의한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대기나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해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반면에, 가해기업은 기술적·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대법원 2012.1.12. 선고 2009다84608, 84615, 84622, 8463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러한 법리는 피해자가 적어도 가해기업이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한 사실,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한 사실, 그 후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모순 없이 증명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피해자가 이러한 사항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2. 원심에서 원고는, 이 사건 양식어장의 저질(底質) 입도(粒度)는 모래 20%, 개펄 80%의 비율로서 피조개 양식에 적합한 곳이었는데, 이 사건 모래 채취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모래 등 부유물질이 이 사건 양식어장에 유입됨으로써 저질 입도가 모래 73.42%, 침니 및 점토 26.58%의 비율로 바뀌어 피조개들이 제대로 생장할 수 없는 곳으로 되었고, 그로 인하여 피조개 종패들이 제대로 생장할 수 없게 되거나 대량 폐사하는 손해 및 이 사건 양식어장이 어장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내세우는 증거들이나 제1심감정인 소외인의 감정 결과(제1심의 위 감정인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포함)만으로는 이 사건 모래 채취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모래 등 부유물질이 이 사건 양식어장에 유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주장하는 피조개 폐사에 따른 손해가 이 사건 모래 채취사업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기에도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감정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모래 채취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모래’가 이 사건 양식어장에 유입되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위 감정 결과에서 이 사건 양식어장에 유입되었다고 본 부유물질은 모래가 아니라 입도 0.04㎜인 실트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감정의 근거가 된 조사방법 및 그 판단자료로 제시된 사실확인서 등의 신빙성의 정도, 이 사건 양식어장의 수심, 이 사건 모래채취 사업장에서 이 사건 양식어장까지의 거리 등 여러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3.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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