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신고 제도의 취지
[2] 집회나 시위에서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을 발생시키는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3] 시위의 방법으로 행한 ‘삼보일배 행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6.2.21. 법률 제7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신고 제도를 둔 취지는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데 있다.
[2] 집회나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으로 회합하고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서, 그 회합에 참가한 다수인이나 참가하지 아니한 불특정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그 집회나 시위의 장소, 태양, 내용, 방법 및 그 결과 등에 비추어,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다소간의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다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3] 건설업체 노조원들이 ‘임·단협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하면서 차도의 통행방법으로 신고하지 아니한 삼보일배 행진을 하여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 사안에서, 그 시위방법이 장소, 태양, 내용, 방법과 결과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다소의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고,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6.2.21. 법률 제7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정한 신고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9.07.23. 선고 2009도840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도로교통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외 6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환송판결 / 대법원 2008.7.10. 선고 2007도5205 판결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09.1.8. 선고 2008노23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6.2.21. 법률 제7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집시법’이라 한다)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되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제1조), 누구든지 폭행·협박 기타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는 한편(제3조제1항),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사항을 기재한 신고서를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제6조제1항), 집회·시위의 신고를 받은 관할경찰관서장은 신고서의 기재사항에 미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안 경우에는 접수증을 교부한 때부터 12시간 이내에 주최자에게 24시간을 기한으로 그 기재사항을 보완할 것을 통고할 수 있으며(구 집시법 제7조제1항), 일정한 경우에는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주최자에게 통고하거나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구 집시법 제12조제1항)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구 집시법이 신고제도를 둔 취지는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8.10.23. 선고 2008도3974 판결 등 참조).
한편, 집회나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으로 회합하고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서 그 회합에 참가한 다수인이나 참가하지 아니한 불특정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집회나 시위의 장소, 태양, 내용, 방법 및 그 결과 등에 비추어,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다소간의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다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10.15. 선고 2004도446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울산지역 건설업체 용역직을 중심으로 결성된 건설플랜트 노동조합(이하 ‘울산 플랜트노조’라고 한다)의 조합원 600여 명 등과 함께 2005.5.23. 13:00경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임·단협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 후 피켓, 깃발, 현수막 등을 지니고 인근 국제협력단 건물 앞까지 2차선 전 차로를 점거하면서 삼보일배 행진을 하여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집회의 참가예정단체로 신고되지 아니하였던 울산 플랜트노조원들이 집단적으로 참석하여 집회참가자의 대다수를 이루었고, 차도의 통행방법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신고하지도 아니하였던 점, 위 삼보일배 행진은 약 700여 명이 이동하는 중에 앞선 100여 명이 30분간에 걸쳐 편도 2차로를 모두 차지하고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집회신고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집회·시위가 시간 및 장소, 행진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 참가인원을 3,000명으로 예상한다는 점 등의 신고내용을 벗어나지 않았고, 경찰이 삼보일배 행진을 저지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집회·시위가 어떠한 폭력성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며, 한편 삼보일배 행진은 통상적인 행진에 비해 다소 진행속도가 느려져 다른 사람들의 통행의 불편이 오래 지속된다는 점은 있을 것이나, 삼보일배 행진 자체가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폭력성을 내포한 행위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은 삼보일배 없이 천천히 진행하는 경우와 달리 볼 것이 아니고, 시위시간이 다소 늘어나는 점은 구 집시법의 다른 규정에 의해서 충분히 제한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위주최자나 참가자들이 시위방법의 하나로서 삼보일배의 방식으로 행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볼 것인바, 이러한 점들을 앞서 본 법리 및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보행자의 통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기 또는 현수막 등을 휴대한 행렬은 차도의 우측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제9조제1항, 동 시행령 제7조제5호의 규정, 기록상 관할경찰관서장이 이 사건 시위에 대해 앞서 본 바와 같은 집시법상의 규정에 의해 이를 금지하거나, 조건을 붙여 제한하거나, 신고서 기재사항의 보완을 통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이 사건 집회·시위가 주된 참가단체 등에 있어서 신고내용과 다소 달라진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삼보일배 행진이라는 시위방법 자체에 있어서는 그 장소, 태양, 내용, 방법과 결과 등에 비추어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다소의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또한 신고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삼보일배 행진을 한 것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신고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삼보일배 행진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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