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만 14세의 피해자가 사고 직후 친구들과 절뚝거리면서 걸어간 점 이외에는 별다른 외상을 발견할 수 없었고, 다수의 목격자가 있어 도주할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5.04.15. 선고 2005도1483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대구지법 2005.2.2. 선고 2004노28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해자는 이 사건 교통사고 직후 바로 땅에 넘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도로에서 일어난 사실, 교통사고 후 피고인이 승용차에서 내려 피해자에게 다친 곳이 없느냐고 물으면서 병원에 가자고 하였으나 사고 당시 만 14세의 여중생인 피해자는 당황한 채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한 사실, 피해자는 사고로 인하여 왼쪽 팔꿈치와 왼쪽 무릎이 긁혀 피가 났고, 사고 충격으로 혼자 걷기가 어려워 양쪽에서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절뚝거리면서 학원차를 타기 위하여 걸어간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를 2∼3m 정도 따라가다가 피해자가 학원차에 탑승하러 가는 도중에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현장을 이탈하였고, 현장을 이탈하면서 피해자에게 아무런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사실, 사고 후 2일이 경과한 2003.12.4. 오전에 열린 현장검증 도중 이증석에 의하여 비로소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한 사람이 피고인임이 밝혀진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사실 및 그에 대한 도주의 의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나,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 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2.6.28. 선고 2002도2001 판결 등).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이 사건 교통사고 직후 바로 땅에 넘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도로에서 일어났으나, 사고 후 피고인이 승용차에서 내려 피해자에게 다친 곳이 없느냐고 물으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병원에 가자고 하였으나, 피해자는 괜찮다고 이를 거절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학원차량을 타러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피해자가 당시 피해자는 팔꿈치나 무릎 등에 피가 나는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유죄의 중요한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이나, 당시는 겨울인 관계로 피해자는 두터운 옷을 입고 있어 집에 가서야 비로소 피가 난 것을 알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사고 현장에서 위와 같이 피해자에게 피가 나는 외상이 있었다는 점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으로서도 만 14세의 여중생인 피해자가 당시 절뚝거리면서 친구들에게 부축된 채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면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후송하거나 연락처를 남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마땅하기는 하지만, 피해자에게 사고의 잘못이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피해자는 사고 당시 만 14세에 불과한 중학교 2학년생이기는 하지만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면서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한 채 현장을 먼저 떠났고, 사고 직후 친구들과 함께 위와 같이 절뚝거리면서 걸어간 점 이외에는 별다른 외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근무하는 회사의 주차타워 앞에서 주차관리인 이○석, 피해자의 일행 및 현장을 목격한 택시 운전기사 등이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도주할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아무런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점을 들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도주한다는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는바, 거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유지담 이강국 김용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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