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제3자가 출판권자의 허락 없이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경우, 저작권법 제54조에 정한 출판권의 침해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만화저작물에 있어서 원작과 제3자가 출판한 작품과의 동일성 여부의 판단 방법
<판결요지>
[1]저작권법 제54조에 정한 출판권은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가진 자와의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바, 제3자가 출판권자의 허락 없이 원작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과 동일성 있는 작품을 출판하는 때에는 출판권 침해가 성립된다 할 것이지만,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
[2]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만화저작물에 있어서 원작과 제3자가 출판한 작품과의 동일성 여부는 글과 그림의 표현형식, 연출의 방법(이야기의 전개순서에 따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는 개개의 장면을 구상하고 그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지면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칸으로 분할하며 그 분할된 해당 칸에 구상한 장면을 배열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5.09.09 선고 2003다47782 판결 [저작권침해정지]
♣ 원고, 피상고인 / 김◯곤
♣ 피고, 상고인 / 주식회사 한국◯◯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3.8.19. 선고 2002나226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1. 먼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본다.
가.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출판한 “슈퍼삼국지”와 원고가 그 저작권자로부터 출판권을 설정받아 출판한 “전략삼국지”를 비교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슈퍼삼국지”는 대표적인 등장인물들의 얼굴형이 “전략삼국지”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 그림의 표현형식에 있어서 그 자체로 창작성이 인정될 정도로 독특하여 양 작품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할 수 없으나,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 주는 시점 등에 있어서 양 작품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되고, 양 작품 사이에는 원작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기 때문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컷 나누기에 있어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고 이러한 정도의 유사성은 “슈퍼삼국지”의 저작과정에서 “전략삼국지”를 모방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유사성이라고 보아야 하고, 총 10,816쪽인 “슈퍼삼국지”의 만화 쪽수 중 적어도 3,000쪽 이상의 일부 또는 전부의 컷에 있어서, 그 컷 내의 사람, 말, 배, 수레, 나무, 건물, 무기 등의 묘사 및 배치가 “전략삼국지”의 그것과 동일하거나 단지 좌우대칭으로 변형하거나 그 컷 내의 한 부분을 클로즈업(close-up)한 것이며, 또한 시각(시각), 목적물의 거리, 명암 등이 유사하여 “슈퍼삼국지” 중 3,000쪽 이상에서 전부 또는 일부 컷이 “전략삼국지”를 모방하여 제작되었다 할 것이어서, 비록 피고가 “슈퍼삼국지”를 저작함에 있어서 등장인물들에 관하여 독창적인 시각적 묘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컷 나누기라든지 인물의 대화의 기재, 인물의 표정·동작 및 주변상황의 묘사 등에 있어서 “전략삼국지”를 상당 부분 모방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저작권법 제54조 소정의 출판권은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가진 자와의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바, 제3자가 출판권자의 허락 없이 원작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과 동일성 있는 작품을 출판하는 때에는 출판권 침해가 성립된다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3.2.28. 선고 2001도3115 판결 참조),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리고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만화저작물에 있어서 원작과 제3자가 출판한 작품과의 동일성 여부는 글과 그림의 표현형식, 연출의 방법(이야기의 전개순서에 따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는 개개의 장면을 구상하고 그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지면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칸으로 분할하며 그 분할된 해당 칸에 구상한 장면을 배열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출판의 “슈퍼삼국지”와 원고 출판의 “전략삼국지”는 전체의 약 30% 가량에 해당되는 쪽의 전부 또는 일부 컷에 있어서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주는 시점, 컷 나누기,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인물의 표정·동작 및 주변의 묘사 등이 상당히 유사하지만, 그림의 표현형식에 있어서 “전략삼국지”는 약화체로 표현되어 있고 흑백의 단색으로 되어 있는 데에 비하여 “슈퍼삼국지”는 사실체로 표현되어 있고 컴퓨터 그래픽 채색작업에 의한 천연색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등장인물들의 얼굴형이 “전략삼국지”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 그 자체로 창작성이 인정될 정도로 독특하고, 원심이 채용한 원심의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장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더라도 “슈퍼삼국지”는 스토리 전개 및 연출방식에서 “전략삼국지”를 표절하였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림체에서는 “전략삼국지”를 표절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되어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양 작품의 유사점만으로는 곧바로 “슈퍼삼국지”와 “전략삼국지”가 동일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슈퍼삼국지”가 “전략삼국지”와의 동일성을 손상할 정도로 변경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그림의 표현형식에서 나타나는 양 작품의 위와 같은 차이로 인하여 “슈퍼삼국지”가 “전략삼국지”와의 동일성을 손상할 정도로 변경되었는지, 아니면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슈퍼삼국지”가 “전략삼국지”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과 동일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더 심리해 본 연후에 출판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이 상당하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점에 관하여는 심리해 보지도 아니한 채 피고가 “슈퍼삼국지”를 저작함에 있어서 컷 나누기라든지 인물의 대화의 기재, 인물의 표정·동작 및 주변상황 등의 묘사에 있어서 “전략삼국지”를 상당 부분 모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출판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이용우 이규홍(주심) 박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