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운전부주의로 제1차 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구 도로교통법(2005.5.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 및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5.30. 행정자치부령 제32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에 규정된 ‘고장 등 경우의 표시’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의무를 해태한 채 고속도로 1, 2차로에 걸쳐 정차해 둠으로써 후행차량과 재차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위 정차는 불법 정차에 해당하고, 따라서 제1차사고를 야기한 운전자는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차량들이 고속도로 1, 2차로에 정차한 위 차량을 충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위 불법 정차와 제2차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설사 제1차 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실제로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할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차량이 야간에 고속도로 1, 2차로를 막고 정차하고 있었던 이상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한 사례.

 

◆ 대법원 2009.12.10. 선고 2009다64925 판결 [구상금]

♣ 원고, 상고인 / ○○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외 1인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9.7.23. 선고 2008나9998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제1차 사고와 제2차 사고 사이의 시간적 간격과 제1차 사고를 야기한 소외 1이 부상을 입은 사정 등에 비추어 소외 1에게 사고방지 조치를 요구할 수 없고, 또한 1, 2차로에는 제1차 사고 차량들이 정차해 있었지만 3차로에는 정차 차량이 없었기 때문에 2차로를 진행해 오던 후행차량 운전자인 소외 2가 전방주시를 철저히 하였다면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여 사고지점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므로, 이 사건 제2차 사고는 전방주시를 게을리한 소외 2의 전적인 과실에 기인한 것이고, 소외 1의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제2차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구 도로교통법(2005.5.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어 2006.6.1.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1조,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5.30. 부령 제32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3조에 의하면,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그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고장 등 경우의 표지’를 그 자동차로부터 100m 이상의 뒤쪽 도로상에 하여야 하고, 특히 야간에는 위 표지와 함께 사방 500m 지점에서 식별할 수 있는 적색의 섬광신호·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그 자동차로부터 200m 이상의 뒤쪽 도로상에 추가로 설치하여야 하며, 그 자동차를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위 규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대리운전기사인 소외 1은 야간에 차량 운행 중 조향장치를 놓쳐 위 차량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후 2차로를 역주행하여 소외 3 운전의 화물차량과 소외 4 운전의 쏘나타 택시를 차례로 충돌한 뒤 1, 2차로에 걸쳐 정차하였는바, 소외 1은 위 사고 직후 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구 도로교통법 제61조 및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3조에 규정된 ‘고장 등 경우의 표시’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의무를 해태하였으므로, 소외 1의 이러한 형태의 정차는 불법 정차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소외 1로서는 경부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차량들이 1, 2차로에 정차한 위 차량들을 충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소외 1의 불법 정차와 이 사건 제2차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설사 소외 1이 실제로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할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이 야기한 제1차 사고로 인하여 위 차량이 야간에 고속도로 1, 2차로를 막고 정차하고 있었던 이상 달리 볼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소외 1의 불법 정차와 이 사건 제2차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고 제2차 사고의 발생은 오로지 후행차량 운전자인 소외 2의 전적인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 데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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