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보험자가 대리운전업자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리운전차량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책임보험(대인배상 Ⅰ) 대상인 경우에는 그 초과액만을 보상하는 약관규정을 두고도 책임보험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책임보험금을 지급할 당시에 책임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보험자를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되고, 그 보험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워, 책임보험금의 지급이 사무관리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민법 제469조에 정한 바에 따라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는 것인바,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여 그 채무를 소멸시키기 위하여는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을 요건으로 하고 이러한 의사는 타인의 채무변제임을 나타내는 변제지정을 통하여 표시되어야 할 것이지만,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하면서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다면 타인의 채무변제라는 지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대법원 2010.02.11. 선고 2009다71558 판결 [구상금]
♣ 원고, 상고인 / ○○○○손해보험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09.8.18. 선고 2009나1601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무관리의 성립 여부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우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의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함은 물론 나아가 그 사무의 처리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한다(대법원 1994.12.22. 선고 94다41072, 41089 판결, 대법원 1997.10.10. 선고 97다26326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는 관리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의사와 병존할 수 있고, 반드시 외부적으로 표시될 필요가 없으며, 사무를 관리할 당시에 확정되어 있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법률상 지급의무자인 피고를 대신하여 이를 지급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거나 피해자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포기시켰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원고에게 피고를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대리운전업자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리운전 차량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책임보험(대인배상 I) 대상인 경우에는 그 초과액만을 보상하는 약관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 원고는 대리운전자에 의한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사고차량의 소유자에게 연락하여 보험사고 신고접수를 요구하는 등 이 사건 책임보험금에 관하여는 원고에게 보상의무가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피해자에게 지급한 사실, 원고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사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청구권과 관련하여서도 권리포기서를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지급할 당시에 피고를 대신하여 지급한다는 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시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에게는 피고를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은 또한, 피고 측에서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보험사고 접수처리를 거부하여 부득이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를 대신 지급한 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책임보험금의 범위에 대하여는 항상 분쟁의 소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본인인 피고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책임보험금 상당액에 관하여 보험사고 처리를 하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피보험자인 사고차량의 소유자가 보험사고 신고접수를 미루었기 때문일 뿐, 피고가 책임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거나 책임보험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원고에게 통지한 바도 없고 달리 원고가 피고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지급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므로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지급한 것이 본인인 피고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이 사건 책임보험금 지급이 사무관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에는 사무관리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사무관리비용 상환의무 또는 부당이득 반환의무의 발생 여부
민법 제469조에 정한 바에 따라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는 것인바,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여 그 채무를 소멸시키기 위하여는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을 요건으로 하고 이러한 의사는 타인의 채무변제임을 나타내는 변제지정을 통하여 표시되어야 할 것이지만,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하면서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다면 타인의 채무변제라는 지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지급하면서 피고의 책임보험금 지급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피해자에게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이 사건 책임보험금의 지급은 제3자의 변제로서의 효력이 없고, 따라서 피고는 여전히 피해자에 대하여 책임보험금 지급채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의 피해자에 대한 책임보험금 지급채무가 소멸된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책임보험금 상당의 사무관리비용 상환청구 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포함한 이 사건 사고 관련 합의금을 지급받으면서 원고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당사자 및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권리포기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피해자는 위 합의금을 수령하면서 위와 같은 내용의 권리포기서를 작성·제출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자신의 채무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 관련 당사자 및 공동불법행위자’의 채무도 함께 변제하는 것이라는 사정, 원고로부터 위 합의금을 수령함으로써 피해자가 다른 관련 당사자 및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하여 보유하는 채권은 모두 소멸하는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변제를 수령할 당시에 원고로부터 구체적으로 ‘피고’의 채무임을 지정받은 바는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로서는 원고가 ‘사고당사자 및 공동불법행위자’의 채무도 함께 변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책임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그것이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지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책임보험금의 지급은 제3자의 변제로서의 효력이 발생하여 피고의 피해자에 대한 책임보험금 지급채무는 소멸하였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이 사건 책임보험금의 지급은 제3자의 변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본 원심에는 제3자의 변제의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영란 이홍훈(주심) 김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