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보험가입자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그 제3자가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보험가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 보험가입자가 이를 지급하였다면 보험급여 지급 전에 보험가입자의 돈으로 수급권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므로, 위 보험가입자는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제3자에게 지급한 금원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범위 내에서 당해 수급권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
◆ 대법원 2007.02.08. 선고 2006두15622 판결[보험급여금대체지급부지급취소]
♣ 원고, 상고인 / ◯◯에이엔씨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6.9.19. 선고 2006누68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55조의2는 “보험가입자가 소속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지급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수급권자에게 미리 지급한 경우로서 당해 금품이 보험급여에 대체하여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보험가입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 수급권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험가입자는 수급권자에게 미리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이를 지급하였더라도 당해 금품이 보험급여에 대체하여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그 보험급여액에 상당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당해 수급권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 법에 의한 보험급여 그 자체는 사용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부담하게 될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책임보험의 성질을 갖는 것은 아니나,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하여 책임보험의 성질을 가지고 그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고, 손실전보라는 면에서 민사상의 손해배상과 상호 중복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중복되는 범위 내에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으로 인한 손해까지 전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산업재해가 보험가입자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그 제3자가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보험가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 보험가입자가 이를 지급하였다면 실질적인 의미에서 보험급여 지급 전에 보험가입자의 돈으로 수급권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2.9.4. 선고 2002다13324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제3자의 구상에 응한 보험가입자는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제3자에게 지급한 금원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범위 내에서 당해 수급권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법에 의한 보험급여와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지(예컨대, 민사상의 손해배상 중 일실수익의 배상은 법에 따른 유족급여와 동일한 사유로 지급한 것으로서 보험급여에 대체하여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있다면 보험급여의 대체금액이 얼마인지 등 법 제55조의2 소정의 수급권의 대위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밝혀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제3자에게 지급한 금원은 원고가 자신의 고유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에 따라 지급한 금원에 불과한 것이지 이를 수급권자인 이미화에게 법에 정한 보험급여를 대체하여 지급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속단하고 말았으니, 이는 법 제55조의2 규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