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피해자 회사(택배회사)는 피고인(택배기사)들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과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 제43조제1항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피해자 회사가 쟁의행위가 발생한 지역의 택배업무를 대체하기 위하여 타 지역 직영기사 등을 투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직영기사들을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의 대체인력 투입행위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대체 차량의 적재 화물을 검사하고 배송을 위한 출차를 막은 행위는 피해자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이를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구지방법원 2021.8.11. 선고 2020노820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0노820 업무방해

• 피고인 / 1. A ~ 12. L

• 항소인 / 검사

• 검 사 / 원민영(기소), 이형철(공판)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0.2.12. 선고 2019고단579 판결

• 판결선고 / 2021.08.11.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E, F, G, H, I, J, K, L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벌금 3,000,000원에, 피고인 F을 벌금 2,000,000원에, 피고인 B, E, G, H, I, J, K, L를 각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위 피고인들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검사의 피고인 C, D에 대한 항소를 각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의 상차업무를 방해한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자신들의 화물차를 상차 위치에 3일간 배치함으로써 다른 화물차로 하여금 상차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게 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피해자 회사가 중단된 택배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직영 기사를 보낸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43조제1항에서 금지하는 위법한 대체 인력의 투입으로 볼 수 없으므로, 대체 차량의 적재 화물을 검사하고 배송을 위한 출차를 막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를 구성한다.

피고인들의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38조제1항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이며, 파업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고 수단의 상당성도 인정하기 어려운바,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피해자 ㈜O(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의 구미지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집배점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김천지역에서 택배화물 집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로서 피고인 A은 P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고 한다) 김천지회 지회장, 피고인 B은 위 김천지회 부지회장, 피고인 C은 위 김천지회 총무, 피고인 D은 위 김천지회 선전부장, 피고인 F은 위 김천지회 분회장, 피고인 G, H, I, J, E, K, L는 위 김천지회 소속 조합원이다.

피고인들은 위 집배점들이 피고인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피해자 회사 구미지점이 운영하는 Q에서 피해자 회사의 택배화물 운송 영업을 방해하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들은 2018.11.22. 09:30경 김천시 R에 있는 위 Q에서 택배화물 상차 지정위치에 자신들이 운전해 온 택배 화물차량을 주차한 후, 그 무렵부터 같은 달 24. 14:00경에 이르기까지 택배화물을 상차하지 않은 채 위 차량을 같은 장소에 계속 주차해 두어, 피해자 회사가 투입한 대체 택배 화물차량이 위 상차 지정 위치에 주차하지 못하고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주차하게 하고, 그 결과 피해자 회사가 위 대체 택배 화물차량에 택배화물을 싣기 위해 추가 인력을 동원하여 화물 운반 작업을 하게 하고, 피고인 A, F은 피해자 회사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체 택배 화물차량에 택배화물을 싣고 배송을 위해 위 터미널을 나오려고 할 때 위 택배 화물차량에 적재된 택배화물을 검사하여 생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하여만 반출을 허용하고 단시일 내 부패·손상의 우려가 없는 공산품을 비롯한 대다수의 택배 화물을 차량 밖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으로 반출 및 배송을 막았다.

또한 피고인 A, B, G, H, F, I, J, E, K, L는 같은 달 24. 12:53경부터 같은 날 14:00경까지 피해자 회사가 투입한 대체 택배 화물차량인 S 화물차 등 총 12대의 화물차량이 택배화물을 싣고 위 Q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위 터미널 출입구에 일렬로 서서 위 화물차량들이 위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택배 운송 영업을 방해하였다.

 

나. 피고인들이 택배차량을 상차 위치에 주차해 둔 행위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들이 차를 주차해둔 ‘택배화물 상차 지정 위치’는 택배화물을 상차하기 위한 업무공간이기도 하지만, 피고인들이 휴식 시간이나 업무 종료 이후에 평소 차를 세워두는 공간이기도 한 점, ② 파업이 시작된 뒤라도 피해자 회사가 교섭에 응한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바로 작업을 재개할 수 있으므로, 파업 과정에서 자연스레 수반된 행위로 볼 수 있는 점, ③ 피고인들을 비롯한 노동조합원들의 수나 상차 지정 위치의 개수가 Q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도 안 되는 점, ④ 사용자의 기업시설을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유하여 사용자의 시설관리권능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는 점 등을 이유로 하여, 피고인들이 차량을 상차 위치에 주차해 둔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관련 법리

단체행동권은 헌법 제33조제1항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헌법 제37조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의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고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나 도급인의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관계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가 아닌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서 법익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져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경위, 쟁의행위의 방식·기간과 행위 태양, 해당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의 규모,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근로자의 수와 이들이 쟁의행위를 행한 장소 또는 시설의 규모·특성과 종래 이용관계, 쟁의행위로 인해 도급인의 시설관리나 업무수행이 제한되는 정도,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9.3. 선고 2015도1927 판결 참조).

3) 당심의 판단

가) 이 사건 노조는 피해자 회사가 아닌 집배점주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추가 증거기록 2면 내지 7면, 212면), 집배점주들이 피고인들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에 나아갔다. 이 사건 노조가 구미지방노동위원회위원장에게 제출한 쟁의행위신고서에도, 쟁의행위의 당사자로 ‘피해자 회사’가 아닌 ‘O 남김천대리점’이 기재되어 있다(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2021.5.13.자 사실조회회신 참조). 한편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할 때에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 노동조합법 제41조제1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위의 절차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정당성이 상실되는데(대법원 2020.10.15. 선고 2019두40345 판결 참조), 이 사건 노조가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노조법 제41조제1항의 절차를 거쳤다는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나)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집배점주들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한 것이고, 피고인들의 쟁의행위로 인하여 쟁의의 상대방이 아닌 피해자 회사가 법익의 침해를 받은 경우로 볼 수 있다. 다만, 피고인들은 집배점주들과 택배화물운송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집배점주들은 피고인들과 택배화물운송 위수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른바 ‘간접고용’의 방식으로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의 택배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의 쟁의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쟁의행위가 피해자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사용자인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집회·시위를 한 사례(위 대법원 2020.9.3. 선고 2015도1927 판결)에 준하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Q의 택배화물 상차 지정 위치에 택배 화물차량을 주차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들이 택배차량을 상차 위치에 주차해 둔 행위에 관하여 무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적정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① 피고인들은 단체를 만들어 교섭력을 높이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였고(추가 증거기록 14면)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개선, 표준계약서 체결, 불평등한 수수료 체계개선, 근로환경개선 등을 위하여(추가 증거기록 105면) 집배점주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였다(추가 증거기록 217면).

② 피고인들을 비롯한 택배기사들은 오전 7:00경 Q로 출근하여 각자의 책임배송구역에 따라 택배를 분류하고, 배송순서에 맞추어 각자의 택배차량에 택배 화물을 적재하여야 한다. Q에는 45명의 택배기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피고인들을 포함하여 17명만이 쟁의행위에 참여하였다.

③ 피고인들은 2018.11.22. 09:30경부터 같은 달 24. 14:경까지 약 3일간 Q에 자신들의 지입 차량을 주차해두었다. 택배기사들 중에는 지입 차량을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평소에도 상차 위치에 주차해두는 사람도 존재한다(증거기록 625면). 피해자 회사의 직원 T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에게 주차해둔 차량을 이동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627면), 피고인들이 Q 상차 위치에 택배 차량을 주차하면서 폭력이나 시설물 파괴가 수반되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④ 피고인들은 Q에 대한 전면적이고 배타적인 점거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아닌 비노조원들의 택배 차량은 Q의 정해진 구역 자리에 주차가 가능하였고, 비노조원들의 분류나 배송은 방해받지 않았다(공판기록 144면, 증거기록 549면, 559면). 원심 증인 T은 ‘피고인들의 주차행위로 인하여 작업이 불가능하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결국에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힘들게 합니다’라고 증언하였다(공판기록 150면). 또한 피해자 회사는 17명이 지입 차량을 주차해뒀음에도, 12명만 선별하여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 회사의 직원 T은 수사기관에서 ‘단순히 상차 위치에 주차해둔 것을 넘어 업무방해가 될 만한 행동을 한 사람만을 선별하여 고소한 것이다’는 취지의 진술(증거기록 628면)을 하였다.

⑤ 이상의 사정들, 즉 피고인들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 점, Q은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인 점, 피고인들이 차량 주차와 관련하여 폭력이나 시설물 파괴가 수반되지 않은 점, Q에 대한 전면적·배타적 점거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택배차량을 상차 위치에 주차해 둔 행위는 피해자 회사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대체 차량의 적재 화물을 검사하고 배송을 위한 출차를 막은 행위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해자 회사의 대체 인력 투입은 노동조합법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인 점, ② 피고인 A, F의 화물 검사행위는 강압적이지는 않았고 택배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출입구에 접근하면 위 피고인들이 내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대체 투입된 직영 기사들도 위 검사에 협조하여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 회사 또는 집배점에서 여전히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대체 인력으로 일반 물품까지 배송하려고 하자 비로소 출차를 막기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도 폭행·협박이나 소란행위는 없었던 점, ④ 대체 차량 투입이 실정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시청과 경찰에 문의하였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해산하라고 명령하자 자진 해산한 점 등을 이유로 하여, 대체 차량의 적재 화물을 검사하고 배송을 위한 출차를 막은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거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2) 관련 법리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노동조합법 제43조제1항). 사용자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채용 또는 대체하는 경우,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쟁의행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 행사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경위, 목적, 수단과 방법,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9.3. 선고 2015도1927 판결 참조).

3) 당심의 판단

가) 위법한 대체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피해자 회사가 노동조합법 제43조제1항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를 상대방으로 하여 쟁의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 회사는 간접고용의 방식으로 택배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대체 인력의 투입이 집배점주의 요청으로 인하여 이루어졌으며(공판기록 144면),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 피해자 회사의 대체 인력 투입행위는 노동조합법 제43조제1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① 피해자 회사는 각종 지침이나 기준, 업무매뉴얼을 마련하여 택배기사들에게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여 택배기사로 하여금 이를 통해 피해자 회사가 요청한 작업을 확인하고 배송 정보를 전송하게 하는 등 실시간으로 택배기사들의 업무수행을 확인하고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② 피해자 회사는 각종 지표를 마련하여 택배기사를 평가하고, 위 서비스 지표를 해당 택배기사가 소속된 집배점과의 재계약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한다.

③ 피해자 회사는 택배기사의 업무수행 내역 및 집배점 위수탁계약에서 정한 수수료 기준표에 따라 매월 수수료를 산정하여 집배점주에게 지급하고, 집배점주는 피해자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를 재원으로 해당 택배기사와 체결한 위수탁계약에서 정한 수수료율에 따라 일부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택배 업무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④ 택배기사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서브터미널(Q도 서브터미널의 일종이다)의 공간크기와 그 구조, 물적 설비, 택배 물품의 당일 집화 및 배송 원칙, 운영방식 등은 피해자 회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집배점주는 서브터미널 운용에 대한 권한이나 책임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중앙노동위원회 2021.6.2. U 123면 참조).

⑤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2020.12.9.자 변호인 의견서 및 2021.5.11.자 변호인 의견서에서 피해자 회사를 노동조합법 제43조제1항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 위 인정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과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 제43조제1항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피해회사가 다른 지역의 택배기사로 하여금 택배운송 작업을 하도록 한 행위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노동조합법 제43조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을 구별하여 규정한다. 여기서 ‘사업’이라 함은 개인사업체 또는 독립된 법인격을 갖춘 회사 등과 같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계속적,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전체로서의 독립성을 갖춘 하나의 기업체조직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대법원 1999.8.20. 선고 98다765 판결 등 참조), 피해자 회사가 각 지역별로 사업장을 두고 각 지역의 택배화물 운송업무를 영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영주체가 동일한 법인격체인 이상 그 전체를 ‘하나의 사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당해 사업’의 의미를 쟁의행위가 발생한 개별 지역의 택배업무를 담당하는 집배점으로 국한한다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의 의미가 동일하거나 유사해져 규정의 취지가 몰각된다.

(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 회사의 택배사업은 ① 송화인이 보낸 물품을 택배기사가 집화하여 해당 지역의 서브터미널(집화터미널)로 배달하고, ② 집화터미널에 모인 화물들이 간선차량(11톤 대형 트럭 등)을 통해 허브터미널로 이동되며, ③ 허브터미널에서는 물품이 배송될 지역에 따른 분류가 이루어지고, 다시 간선차량을 통해 배송이 이루어질 구역의 서브터미널(배달터미널)로 물품이 이동되고, ④ 해당 서브터미널의 담당 구역에는 세부적으로 지역을 담당할 택배기사가 있고, 그 택배기사가 물품을 수화인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집화를 담당하는 택배기사, 중계수송담당자,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사업을 완성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 위에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가 김천지역의 택배업무를 대체하기 위하여 타 지역 직영기사 등을 투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직영기사들을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의 대체인력 투입행위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대체 차량의 적재 화물을 검사하고 배송을 위한 출차를 막은 행위는 피해자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이를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① 노동조합법 제38조제1항은 쟁의행위는 그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져서는 아니되며 쟁의행위의 참가를 호소하거나 설득하는 행위로서 폭행·협박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회사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하여금 택배 업무를 대체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38조제1항이 금지하는 쟁의방법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인들이 단순히 Q에 지입 차량을 주차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대체 기사들의 택배 업무를 방해한 것은 피해자 회사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② 노동조합법 제38조제2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비록 피고인 A, F이 생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하여 반출을 허용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쟁의행위시 법령상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를 준수한 것에 불과하므로, 생물 등 일부 품목의 반출을 허용하였더라도 곧바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의하여 피고인 A, B, E, F, G, H, I, J, K, L에 대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하기로 하고, 피고인 C, D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 B, E, F, G, H, I, J, K, L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들은 피해자 ㈜O(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의 구미지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집배점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김천지역에서 택배화물 집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로서 피고인 A은 P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고 한다) 김천지회 지회장, 피고인 B은 위 김천지회 부지회장, 피고인 F은 위 김천지회 분회장, 피고인 G, H, I, J, E, K, L는 위 김천지회 소속 조합원이다.

피고인들은 위 집배점들이 피고인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피해자 회사 구미지점이 운영하는 Q에서 피해자 회사의 택배화물 운송 영업을 방해하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 A, F은 2018.11.22. 09:30경부터 같은 달 24. 14:00경에 이르기까지 김천시 R에 있는 위 Q에서 피해자 회사가 투입한 대체 택배화물차량이 택배화물을 싣고 배송을 위해 위 터미널을 나오려고 할 때 위 택배 화물차량에 적재된 택배화물을 검사하여 생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하여만 반출을 허용하고 단시일 내 부패·손상의 우려가 없는 공산품을 비롯한 대다수의 택배 화물을 차량 밖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으로 반출 및 배송을 막았다.

또한 피고인 A, B, G, H, F, I, J, E, K, L는 같은 달 24. 12:53경부터 같은 날 14:00경까지 피해자 회사가 투입한 대체 택배 화물차량인 S 화물차 등 총 12대의 화물차량이 택배화물을 싣고 위 Q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위 터미널 출입구에 일렬로 서서 위 화물차량들이 위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택배 운송 영업을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T의 원심 법정진술

1. V, W, X의 각 진술조서

1. 수사보고(O 본사와 각 지역 지점간 관계 등 확인 보고)

1.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1. 각 현장사진, 각 동영상 CD, 각 계약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14조제1항, 제30조(업무방해의 점), 각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각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각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 이유>

 

피고인들이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는 점,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보이는 점, 피고인들의 쟁의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가 경영상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에 해당한다.

위 유리한 정상에 더하여, 피고인들의 범행 가담의 정도, 피고인들의 쟁의행위에서의 역할, 피고인들에게 동종 범죄전력이 있는지 여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환경, 수단과 결과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김성열(재판장) 인자한 이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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