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2010 11.15.부터 2010.12.9. 사이에 원고 ○○자동차 주식회사의 울산공장 1, 2라인을 점거하여 위 공정이 278.27시간 동안 중단되자, 원고가 위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을 상대로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일부 청구하는 사안에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피고들이 비정규직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3.6.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7다46274 손해배상(기)
• 원고, 피상고인 / A 주식회사
• 피고, 상고인 / 1. Y, 2. AA, 3. AB, 4. AD
•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7.8.24. 선고 2013나9475 판결
• 판결선고 / 2023.06.15.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AB의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AF노동조합 AJ지회(이하 ‘AJ지회’라 한다)가 2010.11.15.부터 2010.12.9.까지 원고의 울산공장 1공장 1, 2라인을 점거한 사실(이하 ‘이 사건 쟁의행위’라 한다), AF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국장인 피고 AB이 2010.11.17. 위 점거 현장에 들어가 AJ지회 조합원들을 독려한 행위에 관하여 업무방해방조죄의 유죄판결이 선고,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 AB이 이 사건 쟁의행위를 독려함으로써 방조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 AB은 민법 제760조제3항에 따라 방조자로서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 불법행위 방조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제조업체는 조업중단으로 인하여 일정량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였다는 점 및 그 생산 감소로 인하여 매출이 감소하였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할 것이지만, 제품이 생산되었다면 그 후 판매되어 제조업체가 이로 인한 매출이익을 얻고 또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함이 상당하고, 다만 해당 제품이 이른바 적자제품이라거나 불황 또는 제품의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간접반증이 있으면 이러한 추정은 복멸된다(대법원 1993.12.10. 선고 93다24735 판결, 대법원 2018.11.29. 선고 2016다1122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쟁의행위 종료 후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하여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는 등 생산 감소로 인하여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 이 사건의 판단
원심은, 원고의 울산공장 1공장의 2010년도 고정비용을 해당 연도의 가동계획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고정비용에 위 공장 1, 2라인의 공통된 조업중단 시간(278.27시간)을 곱한 금액인 27,141,837,620원의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고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다음 위 손해액 중 일부인 20억 원을 연대하여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고, 고정비용 산정 시 실제 가동시간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피고들은 조업중단으로 인한 손해로 자동차 판매계약 취소에 따른 순이익 감소분, 생산에 증가된 비용, 차량 지연 인도로 인한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인데 이러한 손해에 관한 증명이 없다고 다투나, 이는 관련 법리에 반하는 주장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권리남용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권리 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 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 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그 권리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입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를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2010.2.25. 선고 2009다5817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거액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원고가 영업이익 손해를 제외하고 손해의 일부분인 고정비용만을 청구하고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소제기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에 관한 판단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의 사유에 관한 사실 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2.27. 선고 2003다6873 판결, 대법원 2015.5.14. 선고 2014다206624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의 주체가 노동조합이고(제2조, 제37조), 노동조합은 쟁의행위에 대한 지도·관리·통제책임을 지며(제38조제3항), 쟁의행위는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여야 한다(제41조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하여 결정·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하여 집단적으로 결합하여 실행되는 쟁의행위의 성격에 비추어, 단체인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주체가 된다.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노동조합의 지시에 따라 그 실행에 참여한 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어 일단 그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대법원 2006.9.22. 선고 2005다30610 판결의 취지 참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하면서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피고들이 이 사건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AJ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개별 조합원 등의 책임제한 사유의 인정 및 그 비율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