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과거의 연봉계약은 해당 기간 동안의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고, 그 이후의 기간 동안의 연봉액수에 관하여 취업규칙에 우선할 수 있는 개별 근로계약이라고 보기 어렵고, 기존 연봉계약에서 원고에 대한 취업규칙상 임금피크제 적용을 배제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음.
[2] 피고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취업규칙 개정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자료를 내부 전산망에 게시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4차례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이후 자율적인 의견 교환 기간을 부여한 다음 부서별로 동의서를 취합함. 노동조합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의 위와 같은 조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필요한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
[3] 임금피크제 도입은 2013년 개정 고령자고용법이 예정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함.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직원을 경제적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됨. 근속연수, 직급에 따라 대체로 연봉이 상승하도록 운영한 점,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의 업무내용이나 업무량을 경이(輕易)하게 조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년의 연장 자체가 중요한 대상조치인 점,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만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점, 임금 감액비율과 속도가 적정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점, 연봉 외의 복리후생에 관하여는 차별을 두지 않은 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하는 고령자 고용 유지에 관한 지원조치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령차별의 방법·정도가 적정하지 않다고 보기도 어려움.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음.
【서울고등법원 2022.10.26. 선고 2021나2042239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나2042239 임금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주식회사 B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C
• 제1심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21.10.15. 선고 2020가합59239 판결
• 변론종결 / 2022.09.07.
• 판결선고 / 2022.10.26.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의 취업규칙 제9조제2항 임금피크제 조항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763,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9.2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763,000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주식회사 B은 다른 사업자로부터 납품받은 상품을 TV홈쇼핑 등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회사로서, 주식회사 C이 이 사건 소송계속 중 주식회사 B을 흡수합병하여 주식회사 B은 해산하였고, 주식회사 C이 소송을 수계하였다(이하에서 당초의 피고 주식회사 B과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C을 모두 ‘피고’라 한다).
2) 원고는 2009.10.부터 피고의 정규직으로 입사하였고, 2020.8.20. 만 56세에 도달하였으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나. 피고의 임금피크제의 시행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5.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2013년 개정되고, 그 시행일이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피고와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2016.1.1.로 예정됨에 따라 피고는 기존의 정년 만 55세를 60세 이상으로 연장하고, 이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필요가 생겼다.
2) 피고는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취업규칙을 개정하기 위하여 2013.11.18. 임금피크제 설명회 안내문을 내부 전산망에 게시하였고, 2013.11.18.부터 2013.11.20.까지 4차례에 걸쳐 임금피크제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3) 피고는 2013.11.25.부터 2013.11.27.까지 근로자 동의 및 연명 절차를 통해 임금피크제가 포함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원고를 포함한 전체 근로자 947명 중 85.9%에 해당하는 813명의 동의를 얻었고, 2013.11.27.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취업규칙 변경신고서를 접수하고 2014.1.1.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을 일부 개정하였다.
<취업규칙> 제9조(정년, 임금피크제) 1. 정년 사원의 정년은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만 60세가 만료되는 날로 한다. 그러나 특정 직종에 대해서는 정년을 따로 정할 수 있다. 2. 임금피크제 주민등록상 만 56세에 도달한 사원에 대해서는 5년간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으며, 세부 내용은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을 준용한다. |
4) 피고는 2014.1.1.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이하 ‘이 사건 운영규정’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만 56세에 도달한 직원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도입하였다. <표 생략>
다. 원고에 대한 임금피크제 적용
원고와 피고는 2015.3.19. 원고와의 계약기간(2015.3.1.부터 2016.2.29.까지) 동안에 기본 연봉을 1억 원으로 정하는 내용의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2015년 연봉계약’이라 한다). 2015년 연봉계약 이후 원고와 피고 사이에 연봉액수에 관한 합의가 성립되지 않아 새로운 연봉계약은 체결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위 계약기간 이후에도 2015년 연봉계약을 기준으로 원고에게 연봉을 지급하다가,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운영규정에 따라 원고가 만 56세가 도달한 다음달인 2020년 9월분 급여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2020년 8월분 임금 7,572,000원에 비하여 763,000원이 삭감된 6,809,000원(= 7,572,000원 – 763,000원)을 2020년 9월분 임금으로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7, 11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원고의 2020년 9월분 임금을 삭감한 것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삭감액 763,000원을 미지급 임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가. 원고와 피고가 최종적으로 합의한 2015년 연봉 계약서의 내용이 이 사건 취업규칙 내용보다 유리하므로, 개별 합의인 2015년 연봉계약서의 내용이 이 사건 취업규칙의 임금피크제 규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 사건 취업규칙은 피고가 근로자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감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임에도 그 절차적 요건인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다.
다. 일정연령 도달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들의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그 도입 목적이 정당하지 않고, 연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에게 별다른 대상조치도 없이 적용되어 가혹한 불이익이 가해지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금지하는 연령차별에 해당하고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도 위반되어 무효이다.
3. 2015년 연봉계약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우선 적용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대법원 2022.1.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참조).
나. 판단
1) 이 사건 취업규칙이 유효하게 개정·시행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주장대로 개별 근로계약에서 2020년 9월분 급여에 관하여 위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하였다면, 그러한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이 부분 쟁점을 이 사건 취업규칙의 효력 유무보다 우선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2)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의 2020년 9월분 급여에 관하여 이 사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는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가) 원고와 피고가 2015년 연봉계약을 체결한 사실, 2015년 연봉계약 이후 새로운 계약은 체결되지 아니한 상태였으나, 피고는 위 연봉계약에서 정한 연봉적용기간 이후에도 2015년 연봉계약에 준하여 원고에게 급여를 지급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2015년 연봉계약은 2016.2.29.까지의 연봉에 대한 개별 근로계약에 해당하고, 위 날짜 이후의 기간에 대한 연봉에 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비록 피고가 그 이후에도 2015년 연봉계약을 기준으로 원고에게 급여를 지급하였더라도, 이는 해당 기간의 연봉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지 않은 조치에 해당할 뿐이다.
다) 원고와 피고가 2015년 연봉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는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른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연령에 이르지 아니하였는바, 2015년 연봉계약이 원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별도의 합의를 포함하고 있던 것도 아니다.
라) 결국 2015년 연봉계약이 2020년 9월분 급여에 관하여 이 사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적용될 개별 근로계약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취업규칙을 배제하기로 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한다고도 볼 자료도 없다.
4.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
가.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하자 존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2) 판단
을 제1 내지 8, 11,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한 이 사건 취업규칙은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의견 집약과 취합 과정을 거쳐 개정된 것으로 볼 것이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취업규칙은 불이익한 변경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어 개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 피고는 2013.11.18.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실시에 관한 안내문을 내부 전산망에 게시하였다. 게시된 설명회 자료에는 임금피크제의 의미,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 적용기간, 피크임금, 임금지급률, 시행시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설명회 개최 안내문에는 향후 열릴 총 4회의 설명회 중 1회는 반드시 참석할 것을 독려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2013.11.20.경까지 위 게시글의 조회수는 1,004회에 이른다.
나) 피고는 2013.11.18.부터 2013.11.20.까지 본사 및 물류센터에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총 4차례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설명회 자료를 이용하여 임금피크제의 내용과 근로자의 동의를 받기 위한 일정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였고 이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다) 피고는 당시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이 없었기 때문에 설명회 이후에도 근로자들이 취업규칙 개정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기간을 부여한 다음 2013.11.25.부터 2013.11.27.까지 부서별로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근로자들의 동의서를 받았다.
라) 피고가 게시한 임금피크제 설명회 자료의 내용, 설명회 횟수, 설명회 후 동의 전까지 부여된 기간에다가 해당 취업규칙 개정 내용이 고령자고용법의 정년 연장에 따른 것으로 이미 많은 직원들에게 잘 알려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근로자들의 동의율이 총 인원수 대비 85.9%로 절대 다수에 이른 점 등을 추가로 고려하면, 피고의 근로자들은 설명회 및 그 이후의 기간 동안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에 대해 이해하고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부여받은 다음 그 대다수가 피고의 설명 내용에 공감하고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마) 이에 반하는 듯한 D의 증인진술서(갑 제11호증)는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로자들이 입을 불이익에 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하는 등 객관적인 자료에도 반하는 내용으로 이를 신빙하기 어렵다.
나. 임금피크제의 실체적 하자 존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이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등과 관련하여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무효이다.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판단
갑 제1, 2호증, 을 제2, 8, 9, 10, 14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상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는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 연령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급여를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취업규칙에 의한 피고의 정년연장은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함에 따른 조치이다.
(2)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의2 제1항에서 정년연장 조치와 아울러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게 그 사업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 위 제19조의2 제1항에서 말하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는 정년이 연장된 고령자에 대해 적절한 급여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데, 고령자에 대한 임금피크제 역시 위와 같은 조치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비록 위 고령자고용법 시행 이전에 도입된 것이기는 하지만, 고령자고용법이 예정한 정년연장의 취지에 위반하는 내용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피고는 설명회 자료에서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취지로 명시하였다. 다만,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청년층의 신규고용 확대도 그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제공한 설명회 자료에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출된 자료만으로 피고의 신규채용 규모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불이익과 대상조치를 함께 고려하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취급의 방법·정도가 적정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만 56세에 달하게 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그 이후 기간 동안 임금수준을 점차 하향하는 것으로,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임금에 관하여 다르게 취급하는 성질을 가진다.
(2) 피고의 경우 연봉제를 채택하기는 하였지만, 매년의 근무실적이나 성과에 급여 전체가 완전히 연동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직급에 따라 설정한 일정한 범위[피고는 이를 ‘페이밴드(payband)’라고 표현한다] 내에서 평가 등급에 따른 인상률을 적용하여 연봉이 결정되었다. 원고는 피고가 고령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연봉을 동결 내지 삭감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까지 적용하여 연봉을 감액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고의 연봉 정책이나 임금체계상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경향성이 존재한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 원고의 급여가 2011년 이후 증가하지 않은 것은 인정되나, 이는 원고가 이미 피고의 근로자들 중 최고 수준의 페이밴드를 적용받는 본부장 직급에 해당하였고, 페이밴드 내에서 임금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평가등급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히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은 근속연수가 증가함에 따라 꾸준히 임금이 상승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연봉제를 채택한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에 대해 감봉 조치를 취하는 것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이 사건 운영규정 제7조제3호에서는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의 직무 및 직책은 적용시점의 경영상황 및 현업상황을 고려하여 의사결정한다고 되어 있지만, 피고가 실제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의 업무내용이나 업무량을 급여감소에 따라 경이(輕易)하게 조정해주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찾기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를 적용받는 근로자에게 적지 않은 불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임금의 감액비율과 속도가 매년 10% 내지 5%로 완만하여 그 자체로 적정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배경이 된 정년의 연장 자체가 원고와 같이 계속 재직하기를 희망하는 근로자에게는 근로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받는 가장 중요한 대상조치에 해당하는 점, 피고는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을 연장된 정년기간으로만 한정하고 그 대상자는 고령자고용법 제2조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제1항에 따른 고령자인 55세 이상인 사람 중 만 56세 이상만을 대상으로 한 점, 피고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에 대해 연봉 외 복리후생은 다른 근로자와 차별하지 않고, 임금피크제 적용시점에 퇴직연금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변경가입할 수 있도록 하여 퇴직금 감소로 인한 불이익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한 근로자의 실질적인 불이익이 적정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4) 원고는 2013년 개정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2016.1.1.부터 정년이 당연히 60세로 연장될 것이었고, 피고가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정년을 연장할 당시에는 종전 정년인 55세에 도달한 근로자도 없었으므로, 피고의 정년 연장은 대상조치에 해당할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2013년 개정 고령자고용법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면서도 이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노사 쌍방의 의무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5)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는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는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규정한다. 고용보험법 제2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제1항제1호, 제2항에서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거나 정년을 56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연장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고령자의 고용안정에 필요한 조치로 보고, 고용노동부장관으로 하여금 그 조치에 해당된 근로자에게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즉, 정년연장형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켜 사용자에 의한 고령자 조기퇴출 시도를 억제하고 연장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고령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므로, 고령 근로자 집단의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다. 소결론
피고의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른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절차상·실체상 하자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원고의 2020년 9월분 급여를 삭감한 것은 적법하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금전지급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지원(재판장) 이재찬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