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선박수리업을 하는 피고인2 회사가 A프레임 상부 절단 작업을 하청업체에 도급 주었는데, 근로자의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추락·낙하 등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이 포함된 작업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아니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고인2 회사의 대표자인 피고인1이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업무처리를 하였고 이 사건 작업을 준비하는 회의에도 참석해 실질적으로 관여한 점, 공소외 조선소장이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임명되었다는 ‘임명장’이 제출되었으나 위 조선소장이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단정하기 어렵고 그에게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실질적인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어 있었다고 볼 만한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점 등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심리미진,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례.


【대법원 2022.10.27. 선고 2020도15325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0도15325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검사(피고인들에 대하여)

• 원심판결 / 부산지방법원 2020.10.15. 선고 2020노872 판결

• 판결선고 / 2022.10.27.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구 산업안전보건법(2017.4.18. 법률 제147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그에 따른 명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지킴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제5조제1항제1호).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일정한 사업주 등(이하 ‘도급 사업주’라고 한다)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29조제3항).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9.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

 

나. 사업주에 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제2호, 제29조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1.9.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대법원 2022.7.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제2호, 제29조제3항에 정하여진 벌칙 규정의 적용대상은 사업주이지만,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사업주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주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5.5.26. 선고 95도230 판결, 앞서 본 대법원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행위자’는 사고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사고의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자를 가리킨다(대법원 2011.10.13. 선고 2011도10743 판결 참조).

 

2.  이 사건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1) 피고인 1은 2016.9.21. 피고인 주식회사 ○○○○○○(이하 ‘피고인 ○○○○○○’이라 한다) 사업장에서 △△△△△△ 대표 공소외 1에게 해상DCM A프레임 상부 절단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도급주어 이를 하도록 하였는바,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추락,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작업을 하는 △△△△△△ 소속 근로자의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추락·낙하 등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2) 피고인 ○○○○○○은 위 일시, 장소에서 대표자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 1이 그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1) 피고인 1이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작업을 지시하였다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 1이 사고의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자라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 1을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8조제2호, 제29조제3항 소정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2) 따라서 피고인 1이 행위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을 적용한 피고인 ○○○○○○에 대한 공소사실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은 선박수리업 등을 하는 회사로서, 부산조선소에 50여명, 광양조선소에 30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고, 그 외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나) 피고인 1은 피고인 ○○○○○○의 대표이사였는데, 2012년경 피고인 ○○○○○○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는 공동관리인의 지위에서 피고인 ○○○○○○의 사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였고, 주로 부산조선소에 상주하면서 업무를 처리하였다.

(다) 이 사건 작업 전인 2016.8.29. 피고인 1, 피고인 ○○○○○○의 부산조선소장 공소외 2, 직원 공소외 3, △△△△△△ 대표 공소외 1, 선주 감독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려 이 사건 작업의 위험요소를 분석하고 작업 대상물의 형상, 구조, 중량, 현장조건 등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으며, 절단방식이나 절단에 사용할 크레인 종류, 사용톤수 등이 결정되었다. 위 회의에서 피고인 1은 이 사건 작업에 쓸 구체적인 장비를 알아보기 위해 공소외 4(△△△△ 대표)를 호출할 것을 지시하고, 그에 따라 회의에 참석한 공소외 4에게 ‘육상크레인으로 작업이 가능한지’를 질문하여 답변을 들었으며, 대상물의 폭이 길어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거나 움직일 수 있고 실제 중량이 설계상 계산보다 더 무거울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해상크레인을 사용하는 방안에 대하여 질문하는 등 위 회의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바, 이 사건 작업에 대하여 구체적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 작업은 피고인 ○○○○○○과 공소외 1 사이에 체결된 ‘수리선 기본계약’에 근거하여 진행되었는데, 위 계약에 의하면 공소외 1은 도급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매 작업시마다 피고인 ○○○○○○이 제시하는 작업사양을 준수하여야 하고, 계약조건과 작업사양 및 피고인 ○○○○○○이 수시로 발행하는 작업지시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고 완료 즉시 피고인 ○○○○○○의 확인 및 검사를 받아야 하며, 피고인 ○○○○○○의 작업 장소에서 작업을 수행할 경우 재해 방지를 위하여 피고인 ○○○○○○의 안전규정 및 지시를 준수하여야 하는 점,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된 근로자들은 공소외 1이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작업의 성질은 일종의 노무도급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동일하게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

(마) 피고인 ○○○○○○이 2014.2.1. 부산조선소장 공소외 2를 부산조선소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임명하였다는 내용의 ‘임명장’이 수사과정에서 제출되었으나, 공소외 2를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단정하기 어렵고, 기록상 공소외 2에게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실질적인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어 있었다고 볼만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①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제1항 전문은 일정한 사업의 사업주는 그 사업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하 ‘관리책임자’라고 한다)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수급인 등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 관리하도록 정하면서, 같은 항 후문에서 관리책임자를 두지 않아도 되는 사업에서는 그 사업장에서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자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제3항, 같은 법 시행령(2017.10.17. 대통령령 제283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제1항, [별표 1의2]는 관리책임자를 두어야 할 사업의 종류 및 규모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피고인 ○○○○○○이 운영하는 선박수리업의 경우 [별표 1의2]의 제34호(제1호부터 제33호까지 나열된 사업을 제외한 사업)에 해당하여 상시 근로자 100명 이상인 경우에만 관리책임자를 두도록 규정되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 부산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50여 명에 불과하여 위 부산조선소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제1항 후문이 정한 ‘관리책임자를 두지 않아도 되는 사업’에 해당하므로, ‘부산조선소에서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자’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야 한다.

② 그런데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공소외 2를 ‘부산조선소에서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자’로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 근로자의 안전·보건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는 QHSE팀 팀장 공소외 5는 ‘피고인 1이 수리조선업 전체를 총괄 경영하는 등 피고인 ○○○○○○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시설투자 자금 집행도 결정하며, 공소외 2는 부산조선소의 수주, 선박수리, 협력업체선정 등 부산조선소 선박수리 업무 전반을 관리한다’고 진술하였고, 위 부산조선소 생산1팀 소속 대리 공소외 3은 ‘공소외 2는 영업, 생산에 대한 총괄 관리를 담당한다’고 진술하였으며, 공소외 2 스스로도 ‘자신은 생산1팀을 총괄한다’, ‘자신이 부산조선소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인사명령을 받기는 했으나, 근로자의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QHSE팀 업무에 대한 결재 권한이 없고, QHSE팀은 피고인 1의 직속 부서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피고인 ○○○○○○의 조직도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2는 생산1팀을 직속 부서로 두고 있을 뿐이고 위 QHSE팀은 피고인 1 등 공동관리인의 직속 부서인 점, 피고인 1은 주로 부산조선소에 상주하면서 업무를 처리한 점을 알 수 있을 뿐이다.

2)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8조제2호, 제29조제3항 소정의 ‘행위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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