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인 회사와 그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 김○○가 건설현장에서 손상된 임차 타워크레인을 작업에 사용하여 추락방지에 관한 사업주의 위험방지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혐의(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사안임.
대법원은 위 법리를 기초로, 피고인 회사와 이 사건 타워크레인 조종사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인정되고, 피고인들이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을 통해 손상부위를 발견, 보수하는 것과 같이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8.3.30. 고용노동부령 제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정한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험 방지에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음.
【대법원 2022.4.14. 선고 2019도14416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도14416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검사(피고인 모두에 대하여)
• 원심판결 / 청주지방법원 2019.9.26. 선고 2019노211 판결
• 판결선고 / 2022.04.14.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사다리식 통로 설치 관련 위험방지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다리식 통로 설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피고인 주식회사 ○○(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이 진행하는 건물 신축공사 현장소장으로서 위 공사에 관하여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관리책임을 부담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다.
피고인 1은 2018.1.경 위 공사현장에서 사다리식 통로 등을 설치하는 경우 견고한 구조로 하고 심한 손상·부식 등이 없는 재료를 사용하여야 함에도, 운전석 상부 탑헤드 수직 이동통로 등받이 방호울 수평부재가 이탈되어 있고, 발판 용접 부위에 균열손상이 있는 타워크레인 1호기(이하 ‘이 사건 타워크레인’이라 한다)를 근로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은 근로자의 추락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고인 회사는 사용인인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였다.
나.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33조제3항과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8.3.30. 고용노동부령 제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49조, 제50조 등은 타워크레인을 대여하는 경우 대여자에 대하여 유해·위험방지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대여 받는 자에게 수리·보수 및 점검내역 등을 제공받는 외에 타워크레인에 대한 직접 점검 수리·보수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2)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손상은 타워크레인 대여업체가 현장에 설치해 놓은 이 사건 타워크레인 구조물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하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근로자 추락 등 위험방지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그러한 손상의 존재를 인지하고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거나 손상의 존재를 의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는 등 근로자 추락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관련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3호는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라고 정하고, 제23조제3항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제1호, 제71조에서 제23조제3항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 등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등에 정한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업주 등이 사업주 운영의 사업장에서 위 법령의 위임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위험방지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로 하여금 안전상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험방지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자체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제1호, 제71조 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도7733 판결, 대법원 2020.8.27. 선고 2018도1084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이 정하는 위험방지조치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대법원 2009.5.14. 선고 2008도101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제3항은 ‘기계 등을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대여 받는 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유해·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9조제1항은 ‘위험 기계 등을 타인에게 대여하는 자가 취해야 할 유해·위험방지 조치‘를, 제50조제1항은 ‘법 제33조제3항에 따라 위험기계 등을 대여 받는 자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 해당 기계 등을 조작하도록 하는 경우’에 취할 조치를, 제2항은 ‘기계 등을 대여 받은 자가 기계 등을 반환할 때 수리·보수·점검 내역 등을 적은 서면을 발급할 의무‘를 정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은 사업주에게 특정 조치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위험한 작업환경으로부터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제3항은 유해하거나 위험한 기계·기구·설비 및 건축물의 대여를 통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건설기계를 대여 받은 자가 작업자와 사이에 실질적 고용관계를 형성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3호의 사업주에 해당하는 경우, 그 사업주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제3항이 정한 위험 기계 등을 대여 받은 자로서 부담하는 유해·위험방지의무와는 별개로 같은 법 제23조제3항이 정한 위험방지조치의무도 부담한다.
2) 인정사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타워크레인을 직접 운용·관리하였고, 피고인 회사와 △△△△ 사이에 작성된 건설기계 임대차계약서에는 피고인 회사의 △△△△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이 명시되어 있다.
나)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조종사는 피고인 회사의 지시에 따라 매일 안전점검을 실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손상 부위를 통행할 수 있어 추락의 위험이 있다.
다)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타워크레인 설치작업 과정을 감독하였는데,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손상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임에도, 설치 전후의 안전점검을 통해 손상 부위를 미리 발견하고 보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판단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와 이 사건 타워크레인 조종사 사이에는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인정되고, 피고인들은 이 사건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을 통해 손상부위를 발견, 보수하는 것과 같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험방지에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추락방지에 관한 위험방지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등의 위험방지조치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안전난간 설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
검사는 원심판결 중 안전난간 설치 관련 위험방지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사다리식 통로 설치 관련 위험방지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