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취업규칙에 규정된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회의 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3.11.14. 선고 2001다18322 판결[임금]

♣ 원고, 상고인 / 손○식 외 39인

♣ 피고, 피상고인 / D생명보험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1.2.8. 선고 2000나799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취업규칙에 규정된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회의 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1992.2.25. 선고 91다25055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 회사는 급여규정에 따라 직원들에게 연 70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이른바 IMF 금융위기사태를 맞아 1997. 당기 손실이 157억 원, 1998. 상반기 당기 손실 32억 원에 이르러 1989.의 회사설립 이후 1998. 상반기까지 누적적자가 576억 원에 이르렀고, 보험계약 해지가 급증하는 등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이러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1998.1.9. 급여규정을 변경하여 1998.1.1.부터 같은 해 6.30.까지 6개월간 일체의 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4조제4항을 신설하고(아래에서는 ‘1차 변경’이라고 한다) 피고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어 서울 본사의 각 부서와 전국 각 영업소별로 IMF 관리라는 위기 상황에서 회사가 생존하기 위한 방안에 적극 따르기로 하여 위와 같은 급여규정 변경에 이의 없이 동의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기재된 ‘비상경영체제하의 우리의 자세’라는 서면을 보내 급여규정 변경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한 다음 부서별로 위 서면의 아랫부분에 직원들의 서명을 받아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으로 당시 재직중이던 직원 554명 전원의 동의를 받은 사실, 1차 변경에 따른 상여금 삭감 기간이 경과하고도 경영환경과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아니하자 피고 회사는 직원들의 상여금을 1년 6개월간 추가로 삭감하기로 하였는데, 피고 회사의 직원들 일부는 사원협의회를 중심으로 피고 회사에 대하여 상여금 추가 삭감의 근거 제시와 부득이한 상여금 삭감의 경우에도 퇴직금 삭감으로 이어져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요구를 하였고 이에 피고 회사측은 사원협의회 임원들을 만나 상여금 추가 삭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금융감독위원회의 보험회사 지급여력 산정기준 강화 등 경영환경 악화와 위기에 처한 피고 회사의 경영상태 등을 설명하고 사원협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1998.6.30.까지의 퇴직금은 상여금 삭감 전의 평균임금을 적용하여 산정한다는 내용의 ‘최근의 경영환경과 우리의 현실’이라는 자료를 작성하여 전국의 직원들을 상대로 상여금 추가 삭감의 필요성을 설명한 사실, 피고 회사는 1998.7.29. 급여규정을 다시 변경하여 1998.7.1.부터 1999.8.30.까지 1년 6개월간 일체의 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4조제5항과 1998.1.1.부터 같은 해 6.30.까지의 퇴직금 산정은 1차 변경 전 상여금 지급률에 따른 평균임금을 적용하여 산정한다는 내용의 제8조를 신설하고(아래에서는 ‘2차 변경’이라고 한다) 그 때까지도 피고 회사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아니하여 본사의 각 부서와 전국의 각 영업소별로 국가경제의 위기상황과 피고 회사의 취약한 재무구조 등을 인식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하여 위와 같은 급여규정 변경에 이의 없이 동의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기재된 ‘결의문’이라는 서면을 보내 급여규정 2차 변경의 취지와 필요성을 거듭 설명한 다음 부서별로 위 서면의 아랫부분에 직원들의 서명을 받아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으로 당시 재직중이던 직원 471명 중 467명의 동의를 받은 사실, 위 1·2차 변경 당시 부서별로 부서장들이 먼저 자신의 서명을 마친 다음 부서 직원들이 서명을 할 때 자리를 비켜주거나 부서 직원들의 서명 장소에 계속 남아 있기도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 회사의 직원들은 위 1·2차 변경에 대하여 경영합리화를 통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상여금 삭감의 필요성에 관한 피고 회사의 설명을 듣고 그 사정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판단에 따라 각 부서별로 동의 서명한 이상 피고 회사측의 간섭이나 개입은 없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각 변경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적법한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1·2차 변경 당시 피고 회사가 직원들의 서명을 받기 위하여 작성한 위 각 서면들의 앞서 본 내용과 형식 및 서명 당시 일부 부서장들이 서명 장소에 남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피고 회사측이 직원들을 상대로 급여규정 변경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홍보를 하는 것을 넘어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 서명을 강요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 회사 직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부당하게 저해할 정도의 피고 회사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고, 1차 변경 때는 전원이, 2차 변경 때는 대부분이 동의 서명을 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 직원들은 피고 회사의 상황을 인식하고 위기의식에서 부득이 상여금 삭감을 감수하기로 하고 급여규정 변경에 과반수 이상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한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강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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