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여성 근로자로 하여금 생리휴가를 청구하면서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거나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함으로써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여성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인하여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 비교적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여성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21.4.8. 선고 2021도1500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1도1500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A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1.14. 선고 2019노2151 판결

• 판결선고 / 2021.04.08.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생리현상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성립 및 죄수, 정당행위 및 의무의 충돌, 기대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이유모순의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01.14. 선고 2019노2151 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9노2151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A

• 항소인 / 쌍방

• 검 사 / 박상희(기소), 이재원(공판)

•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10.8. 선고 2017고정1337 판결

• 판결선고 / 2021.01.14.

 

<주 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근로자 B에 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과 근로자 C의 2015.1.14.자 신청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피고인은 유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는 무죄 부분 중 근로자 B에 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근로자 C의 2015.1.14.자 신청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위 무죄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 이 사건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근로자들에 대하여 생리휴가 부여요건인 ‘생리현상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근로자들 중 일부는 생리현상과 무관하게 생리휴가를 신청하였음을 자인하였으며,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월 1회 생리휴가를 부여한 이상 해당 월의 다른 날짜에 한 생리휴가 신청을 거절하였더라도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 피고인은 항공법상 일정 수의 승무원 탑승의무 규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거절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고(의무의 충돌), 승무원들이 신청한 생리휴가를 모두 부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기대가능성도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근로자 B은 실제 생리기간 중에 생리휴가를 신청하였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위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부여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 부분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3.  판단

 

가.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은 원심에서도 이 사건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판시 사정을 자세히 설시하며 해당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생리현상 존재 여부 및 그 증명 책임, 죄수, 의무의 충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특히 당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O, Q, P가 ‘생리휴가 신청일 중에는 실제 생리현상이 없던 경우도 있었다’라고 진술하였더라도 위 진술만으로 해당 근로자의 생리휴가 신청일에 실제 생리현상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여기에 피고인 회사의 업무 특수성 및 여성 근로자의 비율을 고려하더라도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못한 점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회사가 이 사건 고발 이후 대기인력 확충 등의 방법으로 생리휴가 부여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여 온 점, 일부 승무원들 사이에서 생리휴가가 모두 부여되지 못한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나,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생리휴가는 여성 근로자에게 반드시 보장해주어야 할 권리인 점, 약 1년의 기간 동안 생리휴가가 거절된 근로자의 수 및 거절 횟수가 적지 않은 점, 그 밖에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B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범죄일람표의 각 신청일자에 생리현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신은 일반적으로 생리현상과 무관하게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다’라고 한 진술을 토대로, 해당 일자에 생리현상이 존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B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변성환(재판장) 정의정 신동호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10.8. 선고 2017고정1337 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17고정1337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A

• 검 사 / 박상희(기소), 이세종(공판)

• 판결선고 / 2019.10.08.

 

<주 문>

피고인을 벌금 2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에 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과 근로자 C의 2015.1.14.자 신청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9.3.29.경까지 서울 강서구 D에 있는 E 주식회사 대표이사로서 상시 근로자 10,100명을 사용하여 항공운수서비스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였다.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

피고인은 2014.5.1.경 여성 승무원인 F이 생리휴가를 신청하였으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위 일시 경부터 2015.6.25.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중 유죄 부분 기재와 같이 15명의 여성 승무원에게 총 138회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1. 증인 G의 법정진술

1.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H의 진술기재

1.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I, J, K의 각 진술기재

1. L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1. M, N, 0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G, P, B, Q, R, C, S, T, U, V의 각 진술서

1. 각 수사보고(자료제출-생리휴가 신청자 현황)

1. 답변서(피의자 측 의견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근로기준법 제114조제1호, 제73조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생리현상의 존재 여부 및 그 증명책임

 

가. 주장 요지

생리휴가가 생리현상의 존재를 요건으로 하므로, 피고인을 생리휴가 미부여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하려면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하였다는 사실 이외에도 당시 근로자에게 생리현상이 존재하였다는 사실까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그러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생리현상의 존재가 의심스러운 사정(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고, 생리휴가 청구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하였으며, 휴가청구 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은 경우 등)이 많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

 

나. 판단

1) ‘생리휴가’라는 문언의 사전적 의미 및 제도의 취지, 병가 등 특정 목적이 정해진 휴가는 그 사유 발생 전이나 그 사유가 해소된 이후에는 쓸 수 없는데, 생리휴가만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생리휴가는 휴가일에 여성 근로자의 생리현상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비슷한 취지로 서울민사지방법원 1993.5.7. 선고 92나27668 판결 참조).

그런데 여성 근로자로 하여금 생리휴가를 청구하면서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거나 청구절차를 어렵게 함으로써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여성 근로자가 폐경, 자궁제거, 임신 등으로 인하여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 비교적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여성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여성의 생리현상이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며칠에 걸쳐서, 몸 상태에 따라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도 있고, 더욱이 그 기간이나 간격(주기)이 반드시 일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다거나 생리휴가 청구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특히 객실승무원의 경우 업무시간이 낮밤이 따로 없고 비행 중에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경우가 많고.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불임, 유산 등의 문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진술도 있다(증거기록 1권 97쪽).]

또한, 이러한 취지는 사용자가 생리휴가 미부여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죄로 공소 제기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한 경우, 사용자는 폐경, 자궁제거, 임신 등으로 해당 여성 근로자의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기초하여 해당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하였다는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며, 그러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죄책을 부담하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던 해당 여성 근로자가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소사실로 구체적으로 특정된 날과 관련하여 생리현상이 없었음에도 해당 생리휴가를 청구한 것이라거나 해당 휴가청구일에 생리현상이 있었는지까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자신은 일반적으로 생리현상과 무관하게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스스로 하는 경우에는,[이 사건에서 이러한 경우가 발생한 이유는, 해당 근로자가 생리휴가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기보다는(만일 그렇다면 법정에서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생리휴가를 반드시 생리기간에 써야 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생리휴가일에 반드시 생리현상에 있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명확한 대법원 판례 등이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견해 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회사 여성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판한 인식 내지 의견이 달랐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 회사 측에서도 근로자들에게 이에 관한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진술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에 대한 인권이 과도하게 침해 될 소지가 적고, 본인의 그러한 법정진술은 청구한 휴가일에 생리현상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해당 근로자의 법정 진술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증거 없이 해당 생리휴가 청구 거절에 관하여 사용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의 그러한 진술에도 불구하고 그 생리휴가 청구가 생리현상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을 검사가 부담하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의 경우,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중 유죄 부분 기재와 같이 15명의 여성 근로자에게 총 138회에 걸쳐 생리휴가청구를 거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다거나 생리휴가 청구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게다가 피고인 회사에서 같은 근로자가 같은 달에 다수의 생리휴가를 청구한 것은, 피고인 회사의 상당히 낮은 생리휴가 부여비율, 부여 여부에 관하여 미리 정해진 기준이 없이 비행일정 관리 담당자의 그때그때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부여 여부가 결정되었던 상황, 근로자들 사이에서 선착순으로 휴가가 부여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비행일정이 나오면 휴가일 60일 전부터 휴가 신청이 가능하였던 점 등 피고인 회사의 사건 당시 생리휴가 청구 시스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보인다).

또한, 변호인은 여성 근로자가 피고인 회사의 생리휴가 청구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은 경우(예를 들어 ‘감기’, ‘개인사정’ 등이라고 기재한 경우) 그 휴가 청구는 생리현상이 없는 생리휴가 청구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정들을 알 수 있다. 피고인 회사는 여성 근로자가 휴가의 종류로 ‘생리휴가’를 선택(생리휴가 코드를 선택)한 이후 청구사유란에 추가로 원하는 내용을 기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성 근로자들이 휴가의 종류로 생리휴가를 선택하여 청구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청구사유란에 ‘생리휴가’를 적었든, 다른 사유를 적었든, 공란으로 두었든 모두 생리휴가를 청구한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하다. 피고인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그 사유란에 반드시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여야만 생리를 전제로 한 휴가라고 사전에 공지한 적도 없고, 근로자들이 그와 같이 인식하고 있지도 않았다. 피고인 회사에서는 모든 생리휴가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전제로 해당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남들보다 우선하여 받아야 하는 추가적인 사유를 적는 곳으로 생리휴가 청구사유란을 활용하여 왔다(그리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것이 근로자들과의 사전 협의에 따른 것이 아닌 이상에는 근로기준법에서 예외 없이 무조건 부여하도록 되어 있는 생리휴가의 청구에 사유란을 두는 시스템 자체가 부적절 하다고 판단된다). 만약 변호인 주장대로라면 여성 근로자들이 청구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았는데도 휴가를 부여한 경우 이를 무급인 생리휴가로 처리하지 않고 유급휴가로 처리하였어야 함에도, 피고인 회사는 청구사유란의 내용에 관계없이 휴가코드가 생리휴가인 경우 모두 무급휴가로 처리하였고, 이는 변호인의 주장과는 모순되는 행동이다. 따라서 이 사건 여성 근로자들이 생리휴가 청구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판시 범죄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있으므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죄수 등

 

가. 주장 요지

여성 근로자가 한 달에 수차례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더라도 사용자가 그 중 1일의 생리휴가를 부여하였다면, 근로기준법 제73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

 

나. 판단

근로기준법 제73조는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문과 생리휴가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생리휴가 청구 여부 및 휴가일의 선택은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에게 있고, 사용자로서는 동일한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각 청구별로 휴가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다고 이해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하는 경우, 해당 월에 해당 근로자에게 이미 생리휴가를 부여한 것이 아닌 이상 사용자의 각 청구거절행위마다 휴가일 1일 단위로 본 범죄가 성립하고, 청구거절 이후 같은 달의 다른 날에 해당 근로자의 재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이미 성립된 범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만약 그렇지 않으면 생리휴가 청구가 거절된 근로자가 다시 재청구를 하였는지 여부와 같은 우연한 사정에 따라 사용자의 형사책임이 좌우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의무의 충돌

 

가. 주장 요지

항공법 및 그 시행규칙에 따르면, 항공기에는 항행의 안전에 필요한 일정 수의 객실승무원을 반드시 탑승시키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근로기준법에 따라 객실승무원의 생리휴가를 모두 부여하는 경우 위 항공법에 따른 의무를 지키지 못하게 되므로, 생리휴가를 모두 주지 못한 피고인의 행위는 의무의 충돌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나. 판단

강학상 의무의 충돌이란 다수의 법적인 의무가 서로 충돌하여 일방에 대한 의무의 이행은 다른 일방에 대한 의무의 불이행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한 경우, 즉 두 개의 서로 다른 의무 중 한 가지 의무만 이행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행위가 의무의 충돌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를 부여하지 못한 상황이 어느 특정일에 예상할 수 없었던 특정 사건으로 벌어진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것만도 약 1년에 걸쳐 15명의 여성 승무원에게 총 138회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고, 더욱이 이는 피고인 스스로 표본 형식으로 가져온 자료에 기초하여 인정되는 것에 불과하다. 피고인이 변호인을 통해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피고인 회사가 2014년 1년 동안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한 횟수가 약 4,600회에 이르고, 이러한 현상이 오래 전부터 이 사건 당시까지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오던 상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여 왔다(이 사건 고발 이후로는 대기인력을 늘렸다). ② 피고인 회사는 항공법 및 그 시행규칙에서 정한 객실승무원의 수를 초과하는 객실승무원 탑승 기준을 마련하여 운영하여 오고 있다(예를 들어 좌석 수 290석인 A330 비행기의 법상 객실승무원 수는 6명인데, 피고인 회사 탑승 기준은 12명임). 이는 항공법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를 넘어서서 질 좋은 객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피고인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권 45쪽 등 참조). ③ 즉, 피고인이 불가피한 사유로 항공법상 의무와 근로기준법상의 의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지키기 불가능한 현실적인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4.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

 

가. 주장 요지

항공기에 일정한 수 이상의 객실승무원을 탑승시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대기인력을 두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로 인해 피고인 회사에 상당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고인이 이 사건 여성 근로자들에게 생리휴가를 모두 부여하지 않은 것은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서 책임이 조각된다.

 

나. 판단

1)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근로기준법위반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책임 조각사유로 될 수 있다(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와 관련하여서 대법원 2015.2.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2)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생리휴가 미부여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에 관하여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었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없으려면, 피고인이 법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변호인을 통해 스스로 정리하여 제출한 자료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회사는 2014년 1년 동안 총 10,579건의 생리휴가 청구에 대하여 5,926건의 휴가를 부여하여(부여율 56.02%) 약 4,600건의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하였고,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총 7,703건의 생리휴가 청구에 대하여 3,016건의 휴가를 부여하여(부여율 39.2%) 약 4,700건의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하였다. 이처럼 생리휴가 청구 대비 부여 비율이 상당히 낮은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었음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고발 이전에 대체인력의 확보와 일정 조정 등을 통해 생리휴가 부여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였다는 아무런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

② 또한 만약 피고인 회사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객실승무원의 생리휴가 청구에 대하여 모두 휴가를 부여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피고인은 이에 관하여 근로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노동조합 등 근로자 측과 협의하여 생리휴가를 부여 하지 않을 수 있는 부득이하고 예외적인 경우들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미리 정해놓고 그 원칙대로 생리휴가 부여 여부를 결정하는 노력을 하였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또한 그 원칙에 따라 부득이하고 예외적으로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못하였을 경우의 보상방안에 관하여도 미리 근로자 측과 협의하여 두는 등의 노력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그러한 노력을 다하였다는 아무런 정황이 없다. 오히려 피고인 회사는 법상 아무런 예외 사유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생리휴가 청구를 상당한 비율과 횟수로 오랜 기간 거절해 오고 있는 상황임에도, 미리 정해둔 원칙 없이 비행일정 관리 담당자의 그때그때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생리휴가 청구를 허가하거나 불허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회사의 생리휴가 청구시스템에는 청구사유란까지 두면서 생리휴가가 마치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부과되는 것처럼 운영되고 있다.

③ 피고인 회사에서 생리휴가에 관한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객실승무원의 압도적 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정에 기인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객실승무원 약 3,500명 중 약 3,300명이 여성이라고 한다. 증거기록 2권 5쪽). 그런데 항공기 객실승무원의 압도적인 다수를 여성으로 채용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이는 단지 피고인 회사가 승객들에게 양질의 객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선택한 경영상의 판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피고인 회사는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도 자사 승무원 복장을 입은 젊은 여성 모델들을 회사 홍보에 활용하면서 젊은 여성 객실승무원들에 의한 양질의 서비스를 회사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러한 경영상 선택을 한 것이라면, 경영자로서는 그에 따라 부수되는 비용과 관련 법규의 준수가능 여부에 관해서도 당연히 고려하고 대책을 세워야 함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여성 객실승무원들의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사용하여 회사의 가치를 높이려 했으면서도 그로 인한 비용과 대가는 미처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와서 그러한 비용과 대가가 부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④ 피고인 회사 객실승무원의 생리휴가 청구가 다른 업종의 사업장보다 더 많은 것은, 생리기간 중에 좁은 비행기 안에서 높은 강도의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객실승무원들의 노동 특수성도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객실승무원의 경우 업무시간이 낮밤이 따로 없고 비행 중에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경우가 많고,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불임, 유산 등의 문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객실승무원의 진술(증거기록 1권 97쪽) 등에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인 피고인으로서는 그러한 객실승무원들의 애로사항을 살펴보고 고려하여 근로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시도함으로써 생리휴가 청구 비율 자체를 낮출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생리휴가는 무급이므로 해당 일의 급여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쉬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생리로 인하여 높은 강도의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감당하기는 힘든데, 연차 등 유급휴가를 받기는 어려운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생리휴가 급여 삭감액에도 생리휴가를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만성적인 승무원 수 부족이라고 생각된다’는 객실승무원의 진술도 있다(증거기록 1권 118쪽). 그리고 이러한 근로환경을 방치한 상태에서 근로기준법에서 의무적으로 부여하도록 규정한 생리휴가마저 상당히 높은 비율과 횟수로 부여하지 않았던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에 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죄 부분]

 

1. 근로자 B에 관한 부분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기재와 같이 B에게 4회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아니하였다.

 

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던 해당 여성 근로자가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소사실로 구체적으로 특정된 날과 관련하여 생리현상이 없었음에도 해당 생리휴가를 청구한 것이라거나 해당 휴가청구일에 생리현상이 있었는지까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자신은 일반적으로 생리현상과 무관하게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스스로 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의 그러한 진술에도 불구하고 그 생리휴가 청구가 생리현상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을 검사가 부담하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B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기재 각 날짜에 생리현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자신은 일반적으로 생리현상과 무관하게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그리고 B의 그러한 법정진술에도 불구하고 위 각 생리휴가 청구가 생리현상을 전제로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 단서에 따라 이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

 

2. 근로자 C의 2015.1.14.자 신청에 관한 부분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4번 C의 신청일 ‘2015.1.14.’란 기재와 같이 C에게 1회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아니하였다.

 

나. 판단

C의 2015.1.14.자 생리휴가 청구와 관련하여 그 휴가청구가 거절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오히려 생리휴가가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증거기록 2권 88쪽).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 단서에 따라 이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

 

판사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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