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로계약상 1주당 소정근로시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아니한 경우 또는 근로계약상 일부 업무에 대한 근로시간만 정해져 있고 그 근로시간만으로는 주어진 나머지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전체 업무에 대한 실근로시간이 상시적으로 근로계약상 일부 업무에 한정하여 규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초단시간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참가인들은 근로계약서에 정해진 주당 수업시간에 강의를 하는 것 이외에 통상적으로 수업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추가적인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처리에 필요한 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참가인들의 주당 수업시간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더해보면, 참가인들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참가인들이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근로계약서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내용은 없지만, 채용공고에는 ‘국제어학원장 강사평가에 의거 재위촉할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참가인들이 8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해 오면서 별도의 전형을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참가인들에게는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3] 이미 상당 기간 한국어 강의를 해왔던 기존 강사들에게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어 수업을 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참가인들을 포함한 기존 강사들이 최초 근로계약 체결 후 여러 차례에 걸쳐(참가인들은 8회) 근로계약을 갱신해 온 것을 보면, 기존 강사들의 한국어 강사로서의 능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C대학교 국제어학원은 한국어 강사를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으로 한정하여 예외 없이 그 자격이 없는 기존 강사들과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하였다.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하여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2021.7.21. 선고 2020누41223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6-3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0누41223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항소인 / 대한민국

• 피고, 피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1. A, 2. B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0.4.23. 선고 2019구합75570 판결

• 변론종결 / 2021.06.02.

• 판결선고 / 2021.07.21.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7.4. 원고(C대학교 국제어학원)와 피고보조참가인들(이하 ‘피고보조참가인’을 가리켜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D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취소한다.

 

<이 유>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참가인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제1항제6호,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제3항제6호에서 정한 ‘근로기준법 제18조제3항에 따른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뚜렷하게 짧은 단시간근로자’(이하 ‘초단시간근로자’라 한다)에 해당하여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하 ‘무기계약 근로자’라 한다)로 그 지위가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

참가인들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없으므로 참가인들의 경우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종료되었다. 설령 참가인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참가인들이 한국어 강사가 갖추어야 할 자격(한국어교원 3급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상, 원고 산하 C대학교 국제어학원이 참가인들과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나.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판단

1) 참가인들이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

가) 기간제법 제4조제1항은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기간이 원칙적으로 2년을 초과하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기간제법 제4조제1항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제3항제6호는 그 예외사유로서 ‘근로기준법 제18조제3항에 따른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뚜렷하게 짧은 단시간근로자’인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8조제3항은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휴일에 관한 규정인 근로기준법 제55조 및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규정인 같은 법 제60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7호는 ‘소정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17조제1항은 소정근로시간을 사용자가 근로계약 체결 당시 명시하여야 할 근로조건의 내용으로 정하고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실제 일한 객관적인 근로시간인 실근로시간과는 구분되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미리 정하여진 ‘소정근로시간’, ‘시업시각, 종업시각, 휴게시간’ 등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한편 근로계약상 1주당 소정근로시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아니한 경우 또는 근로계약상 일부 업무에 대한 근로시간만 정해져 있고 그 근로시간만으로는 주어진 나머지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전체 업무에 대한 실근로시간이 상시적으로 근로계약상 일부 업무에 한정하여 규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초단시간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나) 갑 제1, 2, 10, 11호증, 을나 제6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들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참가인들이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참가인들이 담당하는 주당 수업시간과 출강 요일은 참가인들과 협의하여 C대학교 국제어학원장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근로계약서 제3조). 2016년 3/4학기부터 2018년 3/4학기까지 참가인 A은 최소 12시간에서 최대 14시간, 참가인 B은 최소 8시간에서 최대 14시간까지 주당 수업시간이 정해졌다.

(2) 참가인들은 근로계약서에 정해진 주당 수업시간에 강의를 하는 것 이외에 통상적으로 수업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추가적인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한다. 학생생활지도 및 신분관리, 학생 상담, 평가 및 출석 관리, 한국어 연수과정에 관한 회의 및 연구활동 참여 등이다(근로계약서 제4조). 참가인들은 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C대학교 국제어학원장에게 제출 또는 보고하여야 한다.

(3) 참가인들이 수행하는 수업시간 외의 추가적인 업무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참가인들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 강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라고 볼 수 있는 점, 참가인들은 그 업무 수행 결과를 C대학교 국제어학원장에게 제출 또는 보고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업무들은 모두 C대학교의 지휘·감독 하에 시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업무가 반드시 C대학교 내에서 행해져야하는 업무가 아니라고 하여 C대학교의 지휘·감독 범위 밖의 업무라고 볼 수 없다.

(4)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정해진 주당 수업시간은 문언 그대로 주당 수업시간일 뿐이므로 이를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으로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들이 주당 수업시간에 강의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외에 강의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를 처리하여야 하고, 그것은 C대학교의 지휘·감독 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5) 참가인들은 강의시간 이외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에 관하여 주당 기본 숙제 검사 3시간, 쓰기 피드백 2.5시간, 말하기 시험 및 토론·토의 피드백 1.2시간, 급별회의 1.5시간, 시험회의 1.2시간, 학생상담 1시간, 상담일지 및 상담현황표 작성 0.5시간, 문화수업 인솔 1시간, 시험 출제 및 검토 1시간, 시험지 채점 및 종강보고 작성 1.2시간 등이 소요된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참가인들의 주장이 비합리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에 관하여 원고는 주당 수업시간만이 소정근로시간이라고 주장할 뿐 특별히 다투지 않고 있다.

(6)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처리에 필요한 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고, 참가인들이 초단시간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참가인들은 2016년 3/4학기부터 2018년 3/4학기까지 참가인 A은 최소 12시간에서 최대 14시간, 참가인 B은 최소 8시간에서 최대 14시간까지 주당 수업시간이 정해졌다. 참가인들의 주당 수업시간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더해보면 참가인들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참가인들의 강의료를 강의시간에 따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2) 참가인들이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었는지 여부

가) 기간제법 제4조는 제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단서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제2항 본문에서는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입법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2016.11.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참조). 이러한 기간제법 규정의 형식과 내용,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반복하여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공백기간의 길이와 공백기간을 전후한 총사용기간 중 공백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공백기간이 발생한 경위, 공백기간을 전후한 업무내용과 근로조건의 유사성, 사용자가 공백기간 동안 해당 기간제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과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취한 조치, 공백기간에 대한 당사자의 의도나 인식, 다른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 반복·갱신 관행 등을 종합하여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의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수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10.17. 선고 2016두63705 판결 참조).

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들이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참가인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 참가인들은 기간제근로자이다.

(1) 참가인들은 2016.9.19. 최초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래 8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하였다. 참가인들은 매학기 약 10주간 강의를 하고 그 뒤로 이어지는 2~3주간의 방학기간에는 강의를 하지 아니하며, 근로계약기간은 수업이 이루어지는 약 10주간의 학기 중에만 한정되어 있다. 위와 같은 공백기간은 방학기간 중으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공백기간에 있었던 개강회의 및 급별회의에 소요된 시간이 불과 3시간 정도에 불과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2~3주의 공백기간을 계속근로한 총기간에 산정할 수 없다.

(2) 그러나 방학기간으로 인한 공백기간의 발생은 참가인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는 점, 공백기간을 전후한 업무내용과 근로조건은 사실상 동일한 점, 참가인들의 근로계약은 별다른 심사절차 없이 여러 차례 반복하여 체결되어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들의 공백기간 전후 근로관계는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참가인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는지에 관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참가인들의 계속근로기간은 총 657일에 불과하여 2년에 미치지 못한다. 참가인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참가인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있는지 여부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 등에 의하면, 근로계약서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내용은 없지만, 채용공고에는 ‘국제어학원장 강사평가에 의거 재위촉할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참가인들이 8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해 오면서 별도의 전형을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참가인들에게는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4) 근로계약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

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특히 사용자가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가점 부여 등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재계약 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 거절을 한 경우, 이는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므로, 사용자로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그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는지, 이를 회피하거나 갱신 거절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는지, 그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대법원 2012.6.14. 선고 2010두8225 판결 등 참조).

나) 갑 제3, 8 내지 10, 18 내지 20, 23, 26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하여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C대학교 국제어학원은 2017.5.18. 한국어 강사 자격기준 관련 운영세칙을 개정하여 한국어 강사의 자격을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 ‘국어기본법에 의한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로 제한하고, 2017.5.19.부터는 한국어연수 강사 채용 공고를 하면서 개정된 위 운영세칙에 따라 지원자격을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 ‘국어기본법에 의한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로 명시하였다. 그러나 C대학교 국제어학원은 운영세칙을 개정하여 신규 강사 채용은 지원자격을 제한하면서도, 참가인들과 같이 기존에 재직하고 있던 강사들에게는 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별도의 심사절차 없이 계속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 참가인들을 포함한 기존 강사들의 갱신기대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2) 개정 운영세칙에서 한국어 강사의 자격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기존 강사들에게도 신규 채용되는 강사들과 동일하게 위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C대학교 국제어학원은 취업 규칙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는 운영세칙을 개정하여 한국어 강사의 자격요건을 규정하면서 참가인들을 포함한 기존 강사들과는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기존강사들의 한국어 강의능력이나, 강의 경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강사들과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기존 강사들도 신규 채용 강사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것은 참가인들을 포함한 기존에 재직하고 있던 강사들의 갱신기대권을 배제하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3) C대학교 국제어학원이 한국어 강사 자격기준을 제한한 것은 유학생 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는 한국어 교원 유자격자[국어기본법 시행령 한국어교원 자격 부여(1~3급)] 채용을 권장하는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업무처리요령’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 강사의 자격기준은 교육부의 권장 사항에 지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도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을 일정 인원 고용하도록 한 것일 뿐 한국어 강사들 모두 필수적으로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상당 기간 한국어 강의를 해왔던 기존 강사들에게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어 수업을 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참가인들을 포함한 기존 강사들이 최초 근로계약 체결 후 여러 차례에 걸쳐(참가인들은 8회) 근로계약을 갱신해 온 것을 보면, 기존 강사들의 한국어 강사로서의 능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의 권장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모든 한국어 강사를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상 또는 운영상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C대학교 국제어학원은 한국어 강사를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으로 한정하여 예외 없이 그 자격이 없는 기존 강사들과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하였다. 참가인들을 포함한 기존 강사들의 갱신기대권을 존중하고, 갱신기대권 배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C대학교 국제어학원장으로 근무하였던 F, 행정직원으로 근무하였던 G은 “2017.11.경 한국어 강사와의 간담회에서 기존 강사들에게 위와 같이 한국어 강사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운영세칙이 변경되었음을 알려주었고, 기존 강사들에게 유예기간을 부여하였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당심 증인 E도 2017.11.경 식당에서 이루어진 강사 간담회에서 C대학교 국제어학원 원장이 강사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원자격증이 없는 선생님들은 지금부터라도 빨리 따놓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당시 참가인들이 강사 간담회에 참석하였는지 여부 및 위와 같은 고지 내용을 들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부여하였다는 유예기간이 언제까지인지도 알기 어렵다. 더욱이 한국어 강사 자격요건 변경 및 이에 따른 기존 강사들의 근로계약 갱신 여부는 기존 강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기존과 같이 공고 또는 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C대학교 국제어학원이 모든 강사들의 참여가 강제되지도 않는 강사 간담회에서 근로계약 갱신과 관련된 중요 변경사항을 구두로 공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참가인들을 포함한 기존 강사들에게 한국어 강사 자격요건 변경과 자격을 갖추지 못할 경우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고 한국어교원 3급 이상의 자격을 갖추는 데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라. 소결론

참가인들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는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다. 원고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가 참가인들과 사이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이 부당하다는 결론에 있어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홍성욱(재판장) 최한순 홍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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