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타인의 관여나 과실의 개입 없이 오로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법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위반행위와 업무관련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하였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였음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21.4.22. 선고 2020구합74641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74641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1.03.11.

• 판결선고 / 2021.04.22.

 

<주 문>

1. 피고가 2020.3.6.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A는 C에 있는 D 1차 협력사의 직원이었다.

 

나. A는 2019.12.18. 업무용 포터 차량(다음부터는 ‘이 사건 업무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14:00부터 15:30까지 E에 있는 F(A의 근무지에서 약 47㎞ 떨어져 있고, 정체가 없을 경우 자동차로 약 40~50분 소요되는 거리이다)에서 진행된 협력사 교육에 참석 후 근무지로 복귀하기 위하여 16:10경 G에 있는 도로에서 이 사건 업무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이 사건 업무차량의 앞부분과 반대편에서 진행하던 6.5톤 트럭의 앞부분이 충돌하였다(다음부터는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이 사건 사고로 A가 사망하였다(다음부터는 A를 ‘고인’이라 한다).

 

라. B은 2020.1.22. 고인에 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사건에 관하여 고인의 사망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공소권 없음)을 하였다.

 

마. 피고는 2020.3.6.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에게 ‘고인이 출장업무 수행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고인은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하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내지 8, 12 내지 16, 17 내지 23, 27호증, 을 제1 내지 6, 9 내지 1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갑 제17호증의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피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의 적법 여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다음부터는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제2항(다음부터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 갑 제24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타인의 관여나 과실의 개입 없이 오로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법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위반행위와 업무관련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하였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였음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

 

가.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등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등에 따른 사망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은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가 아닌 업무 외적인 관계에 기인하는 행위 등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것으로, 고의·자해행위의 우연성 결여에 따른 보험사고성 상실과 더불어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로써 보험급여를 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1990.2.9. 선고 89누2295 판결, 대법원 1995.1.24. 선고 94누858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는 법문 상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사유의 입법취지에 따라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운전이 필수적으로 되었음을 고려하여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하여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종합보험 등에 가입한 운전자에게 형사처벌의 특례를 부여하면서도 중앙선 침범 등 일정한 사유에 관하여는 특례에서 배제하고 있다(제3조, 제4조). 이러한 중앙선 침범 등 교통사고의 경우 특례배제에 따른 형사처벌은 이 특례법의 입법목적과 규율 취지에 따른 것으로 이 특례법에서 특례배제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의 대상, 즉 범죄행위가 된다고 하여 그 입법목적과 규율취지를 달리 하는 산재보험법과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

 

라. 이 사건 사고는 고인이 이 사건 업무차량을 이용하여 출장업무(협력사 교육)를 수행하고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발생하였다.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현장의 CCTV영상,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은 확인되지 않고, 고인의 중앙선 침범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수사기관은 2019.12.18.자 수사보고서에서 졸음운전을 이유로 추정하였다. 고인은 근무지에서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서 1시간 30분 일정의 출장업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던 중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였고, 졸음운전이 사고원인이 되었더라도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라 단정할 수 없다). 고인의 혈액감정 결과 음주사실은 확인되지 않았고, 고인은 1992.3.20.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 또는 교통사고 경력이 없다.

이 사건 사고에 업무 외적인 관계에서 기인하거나 우연성이 결여된 사유가 있다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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