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불법행위 성립요건으로서의 위법성은 관련 행위 전체를 일체로만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7.15. 선고 2006다84126 판결 등 참조).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7.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등 참조).
[2] 해당 투여경로·성분·제형 등으로는 약제급여목록표에 최초로 등재된 약제인 최초등재제품이 있는 경우, 종래에는 최초등재제품과 동일성분·동일제형의 약제(이하 ‘제네릭 의약품’이라고 한다)가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되더라도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그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의 상한금액(최초등재제품 상한금액의 일정 비율로 정해진다)도 높게 책정되어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 위협받는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최초등재제품의 약제 상한금액 인하 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원활한 요양급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건강보험재정을 건전화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3] 가. 최초등재제품 뿐만 아니라 그 제네릭 의약품 또한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제네릭 의약품을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하여 약제급여목록표로 고시할 수 있고, 제네릭 의약품이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신청된 경우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기존의 80%로 조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조정하는 단계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최초등재제품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은 별도의 요건이 아니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은 제네릭 의약품 업소가 ‘특허분쟁 과정 중 제네릭 의약품이 판매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소명한 경우에는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를 시행할 수 있고, 그 시행시기를 언제로 정할 지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
다. ‘특허분쟁 승소가능성 등’은 제네릭 의약품을 약제급여목록표 등재 후 즉시 판매할 수 있는 소명사유로 예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 업소는 최초등재제품에 구현된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기 전이라도 ‘특허분쟁의 승소가능성 등’의 소명사유가 있는 경우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할 수 있다.
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를 시행한 후 제네릭 의약품이 특허침해제품으로 밝혀지면 최초등재제품의 인하된 상한금액을 사후적으로 회복한다.
▣ 원고는 원고 제품(특허권자 甲의 특허제품)을 국내에 수입·판매해 옴. 원고 제품은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되고 약제 상한금액이 정해져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됨.
피고는 원고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인 피고 제품을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신청하여 피고 제품이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됨. 원고 제품 특허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특허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피고는 피고 제품의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변경함. 보건복지부장관은 원고 제품의 약제 상한금액의 인하(최종 상한금액의 80%로 함) 시행일을 2011.4.25.(특허권 존속기간 만료일 다음날)에서 2011.2.1.로 변경함. 위 진보성 부정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었고 그 후 위 특허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심결이 확정됨.
그러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피고 제품에 대한 요양급여대상 결정신청,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 제조 및 판매라는 일련의 피고 제품 출시행위는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며 원고 제품의 약제 상한금액 인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임(구체적으로는 원고의 독점적 통상실시권 침해,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약제 상한금액에 대한 이익 침해를 주장함).
원심은, 원고 제품의 약제 상한금액에 관한 이익은 원고가 이 사건 특허발명의 비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인 경우에는 인정될 수 없고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인 경우에만 인정되는데 원고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에 해당하고, 피고의 행위는 원고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기한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특허권자 甲이 원고에 대하여 원고 외의 제3자에게 통상실시권을 부여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를 부담하기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약정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를 이 사건 특허발명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로 볼 수 없고, 피고의 행위가 위법하다거나 피고의 행위와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함.
【대법원 2020.11.26. 선고 2018다221676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8다221676 [손해배상(지)]
• 원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겸 부대피상고인 / 피고
• 원심판결 / 특허법원 2018.2.8. 선고 2017나2332 판결
• 판결선고 / 2020.11.26.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부대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와 부대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 리미티드(이하 ‘릴리 리미티드’라고 한다)는 일반명을 ‘(성분명 생략)’으로 하는 약제학적 화합물인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번호 생략, 특허권존속기간 2011.4.24.)의 특허권자이다. 원고는 2002.4.19. 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부터 ‘(성분명 생략)’을 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인 원고 제품 ‘(제품명 1 생략) 2.5㎎’에 관한 수입품목허가를 받고 이를 국내로 수입·판매해 왔다.
2) 원고 제품은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되고 급여 상한금액이 정해져 약제급여목록표로 고시되었다. 그 후 원고 제품은 2009.9.29.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제2009-182호로 상한금액 변경을 2011.4.25.부터 시행한다고 고시되었다.
3) 피고는 2010.3.31.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피고 제품 ‘(제품명 2 생략) 2.5㎎’에 관한 제조판매품목 신고를 하였다. 피고 제품은 원고 제품과 동일성분·동일제형의 약제이다. 피고는 그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게 피고 제품에 관한 이 사건 요양급여대상 결정신청을 하는 한편 피고 제품의 판매예정시기를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존속기간 만료일 이후로 기재하여 제출하였다. 보건복지부장관은 피고 제품을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하고 그에 따라 2010.6.25. 약제급여목록표를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0-42호로 개정(시행일 2010.7.1.)하여 피고 제품을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하였다.
4) 특허법원은 2010.11.5. 소외 주식회사가 제기한 심결취소 소송에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므로 특허등록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5) 그러자 피고는 2010.11.23.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게, 이 사건 특허발명에 관한 특허분쟁 진행상황 등을 고려할 때 그 특허가 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어 피고 제품은 ‘등재 후 즉시 또는 특허권 관련 분쟁과정 중 판매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을 때’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피고 제품의 판매예정시기를 2010.12.6.로 변경하는 이 사건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을 하였다.
6) 보건복지부장관은 2010.12.28.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0-130호로 약제급여목록표를 개정하여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 시행일을 2011.4.25.에서 2011.2.1.로 변경하고 그 상한금액을 2011.2.1. 이전까지의 최종 상한금액의 80%로 한다는 이 사건 고시를 하였다.
7) 릴리 리미티드는 2010.11.24. 위 진보성 부정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2012.8.23.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판결(대법원 2010후3424)을 선고하였다. 환송 후 특허법원은 2012.11.29.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확정되었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에 관한 이익은 원고가 이 사건 특허발명의 비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인 경우에는 인정될 수 없고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인 경우에만 인정되는데, 원고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에 해당한다. 피고가 이 사건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 전에 이 사건 요양급여대상 결정신청과 이 사건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 절차를 거쳐 피고 제품을 판매했고, 이러한 피고 제품의 일련의 판매행위로 인해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이 인하되었다.
이는 피고가 원고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기한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을 침해한 행위로서 거래의 공정성을 해하며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2. 원고가 이 사건 특허발명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와 특허권자 릴리 리미티드는 모두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이하 ‘릴리 컴퍼니’라고 한다)의 자회사로서 서로 계열회사 관계에 있고, 원고만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 존속기간 동안 특허제품인 원고 제품을 국내로 수입·판매해 왔으므로, 원고가 유일하게 이 사건 특허발명의 국내 수입·양도에 관한 허락을 받았다고 볼 수는 있다.
2) 그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특허권자인 릴리 리미티드가 원고에 대하여 원고외의 제3자에게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에 대한 통상실시권을 부여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원고 제품에 관한 수입품목 허가를 받고 이를 국내에서 수입·판매할 수 있었던 근거는 릴리 컴퍼니와 체결한 공급유통 기본계약 제2.4조(Section 2.4)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위 공급유통 기본계약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에 대한 실시허락계약이 아니다. 릴리 리미티드에게 특허 실시에 관한 대가인 실시료를 지급한 주체는 원고가 아니라 일라이 릴리 에스에이(Eli Lilly S.A.)이고 실시료율이나 실시료 액수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도 없어, 릴리 리미티드가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부작위 의무를 부담하는 대가로 원고로부터 높은 실시료를 받아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릴리 리미티드가 원고에 대하여 원고 외의 제3자에게 통상실시권을 부여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까지 부담할 사정을 찾기 어렵다.
나. 위와 같은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특허권자 릴리 리미티드가 원고에 대하여 원고 외의 제3자에게 통상실시권을 부여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를 부담하기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약정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를 이 사건 특허발명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로 볼 수는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를 이 사건 특허발명의 국내 수입·판매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고가 위법행위로 원고에게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라는 손해를 가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피고의 상고이유 제4, 5, 6점)
가. 불법행위 성립요건으로서의 위법성은 관련 행위 전체를 일체로만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7.15. 선고 2006다84126 판결 등 참조).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7.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등 참조).
나. 해당 투여경로·성분·제형 등으로는 약제급여목록표에 최초로 등재된 약제인 최초등재제품이 있는 경우, 종래에는 최초등재제품과 동일성분·동일제형의 약제(이하 ‘제네릭 의약품’이라고 한다)가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되더라도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그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의 상한금액(최초등재제품 상한금액의 일정 비율로 정해진다)도 높게 책정되어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 위협받는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최초등재제품의 약제 상한금액 인하 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원활한 요양급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건강보험재정을 건전화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다. 국민건강보험법령과 관련 보건복지부고시 등을 종합하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최초등재제품 뿐만 아니라 그 제네릭 의약품 또한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제네릭 의약품을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하여 약제급여목록표로 고시할 수 있고, 제네릭 의약품이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신청된 경우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기존의 80%로 조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조정하는 단계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최초등재제품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은 별도의 요건이 아니다.
2) 보건복지부장관은 제네릭 의약품 업소가 ‘특허분쟁 과정 중 제네릭 의약품이 판매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소명한 경우에는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를 시행할 수 있고, 그 시행시기를 언제로 정할 지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
3) ‘특허분쟁 승소가능성 등’은 제네릭 의약품을 약제급여목록표 등재 후 즉시 판매할 수 있는 소명사유로 예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 업소는 최초등재제품에 구현된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기 전이라도 ‘특허분쟁의 승소가능성 등’의 소명사유가 있는 경우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할 수 있다.
4) 보건복지부장관이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를 시행한 후 제네릭 의약품이 특허침해제품으로 밝혀지면 최초등재제품의 인하된 상한금액을 사후적으로 회복한다.
라.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와 관련 규정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원고가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에 관하여 가지는 이익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약제 상한금액 조정사유가 있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의 적법한 조정에 따라 변동될 수도 있는 이익이다.
2) 피고는 원래 피고 제품을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 후 요양급여대상 약제로 판매하고자 이 사건 요양급여대상 결정신청을 하여 피고 제품이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고시되었고, 이는 관련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피고의 이 사건 요양급여대상 결정신청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3)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어야 그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므로(특허법 제133조제3항),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특허는 무효가 아니다. 그렇지만 피고는 특허법원이 진보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이를 근거로 관련 규정에서 원고 제품의 특허권에도 불구하고 피고 제품을 약제급여목록표 등재 후 즉시 요양급여대상 약제로 판매할 수 있는 사유로 예시한 ‘특허분쟁의 승소가능성 등’을 소명하여 이 사건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을 한 것으로, 이러한 피고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4) 피고 제품의 제조판매품목 신고 이전에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제2009-182호로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이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일 다음날에 인하될 예정이라고 고시된 것은 피고가 아닌 다른 업체가 원고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을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신청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의 이 사건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은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을 인하해 달라는 약제 상한금액 조정신청이 아니고, 제네릭 의약품인 피고 제품의 상한금액은 관련 규정에 따라 최초등재제품인 원고 제품 상한금액의 일정 비율로 정해지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라는 손해를 가할 의도로 이 사건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 시행시기를 언제로 정할 지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5)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이 2011.2.1.부터 인하된 것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이 사건 고시를 했기 때문이지 피고가 피고 제품을 제조·판매했기 때문이 아니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일련의 피고 제품 출시행위 중 피고 제품의 제조·판매행위를 원고 제품 상한금액 인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6) 피고가 제네릭 의약품인 피고 제품에 관하여 이 사건 요양급여대상 결정신청과 이 사건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을 한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이 사건 고시로써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 시행시기를 변경하여 원고가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라는 불이익을 입게 된 측면은 있다. 그렇지만 피고의 신청행위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보건복지부장관의 이 사건 고시를 위법한 처분이라고 볼만한 자료도 없는 점, 관련 규정의 취지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하여 원활한 요양급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데에 있다는 점과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공익적 성격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원고의 불이익은 제네릭 의약품의 요양급여대상 결정신청이 있으면 보건복지부장관이 최초등 재제품의 상한금액을 인하할 수 있고, 최초등재제품 특허의 무효가능성이 소명되면 제네릭 의약품을 약제급여목록표 등재 후 즉시 요양급여대상 약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관련 제도를 채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결국 원고가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에 관하여 갖는 이익은 이러한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하고, 그 제도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결과가 원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이를 피고의 책임으로 돌릴 것은 아니다.
7) 따라서 피고의 행위가 위법하다거나 피고의 행위와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이 사건 요양급여대상 결정신청과 이 사건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을 피고 제품의 판매행위에 포함시킨 다음 피고가 피고 제품의 일련의 판매행위라는 위법행위로 원고에게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라는 손해를 가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인 위법성과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에 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관하여(원고의 부대상고이유)
원고의 부대상고이유는 원심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한 조치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부대상고이유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부대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