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고,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제1호, 제2호). 저작권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하므로,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되었다고 하려면 머릿속에서 구상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형태나 방법으로든 외부에 나타나야 한다. 그 나타나는 방법이나 형태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저작물 중에서도 미술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시각적 형상이나 색채 또는 이들의 조합에 의하여 미적(美的)으로 표현되어 있는 저작물이다(저작권법 제4조제1항). 미술저작물은 다른 일반 저작물과 달리 그것이 화체된 유체물이 주된 거래의 대상이 되며, 그 유체물을 공중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전시’라는 이용형태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술저작물의 창작행위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누가 저작자인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을 저작자라고 할 때 그 창작행위는 ‘사실행위’이므로 누가 저작물을 창작하였는지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그러나 창작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복수의 사람이 관여되어 있는 경우에 어느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하여야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한 자로서 저작자로 인정되는지는 법적 평가의 문제이다. 이는 미술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복수의 사람이 공동저작자인지 또는 작가와 조수의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저작명의인과 대작(代作)화가의 관계에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술저작물을 창작하는 여러 단계의 과정에서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형태와 방법으로 외부에 나타났다고 볼 것인지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본래 이를 따지는 일은 비평과 담론으로 다루어야 할 미학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에 관한 논란은 미학적인 평가 또는 작가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문제로 보아 예술 영역에서의 비평과 담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이에 대한 사법 판단은 그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여 저작권 문제가 정면으로 쟁점이 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2]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고, 이러한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법률상 고지의무는 법령, 계약, 관습, 조리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사례에 즉응하여 거래실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률상 고지의무를 인정할 것인지는 법률문제로서 상고심의 심판대상이 되지만 그 근거가 되는 거래의 내용이나 거래관행 등 거래실정에 관한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3] 피고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甲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하거나, 자신이 추상적인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이를 甲이 임의대로 회화로 표현하게 하거나, 기존 자신의 그림을 그대로 그려달라고 하는 등의 작업을 지시한 다음 甲으로부터 완성된 그림을 건네받아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는 등의 경미한 작업만 추가하고 자신의 서명을 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사실상 甲 등이 그린 그림을 마치 자신이 직접 그린 친작(親作)인 것처럼 전시하여 피해자들에게 그림(이하 ‘미술작품’이라고 한다)을 판매하고 대금 상당의 돈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미술작품의 창작과정, 특히 조수 등 다른 사람이 관여한 사정을 알리지 않은 것이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그 그림을 판매한 것이 판매대금의 편취행위라고 보려면 두 가지의 전제, 즉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창작과정을 알려주는 것, 특히 작가가 조수의 도움을 받았는지 등 다른 관여자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관행이라는 것 및 미술작품을 구매한 사람이 이러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구매 동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들이 미술작품을 피고인의 친작으로 착오한 상태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2020.6.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 대법원 2020.6.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사기]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8.8.17. 선고 2017노396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2009년 공소외 1을 만나기 전에는 주로 화투 등을 직접 잘라서 붙이는 콜라주 기법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화투를 세밀하게 회화로 표현하는 등의 능력은 갖추고 있지 못하였으나, 화랑 관계자들이나 작품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콜라주 작품보다는 회화를 선호하고, 작품의 예술성이 높아져 그림 가격이 올라가자, 2009년경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인 공소외 1에게 1점당 10만 원 상당의 돈을 주고 자신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하거나, 자신이 추상적인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이를 공소외 1이 임의대로 회화로 표현하게 하거나, 기존 자신의 그림을 그대로 그려달라고 하는 등의 작업을 지시하고, 그때부터 2016.3.경까지 공소외 1로부터 약 200점 이상의 완성된 그림을 건네받아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는 등의 경미한 작업만 추가하고 자신의 서명을 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아니하고, 사실상 공소외 1 등이 그린 그림을 마치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전시하여 호당 30~50만 원에 판매하기로 마음먹고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피해자들에게 그림(이하 ‘이 사건 미술작품’이라고 한다)을 판매하여 그 대금 상당의 돈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1) 제1심은, 이 사건 미술작품의 창작적 표현작업이 주로 공소외 1 등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 사건 미술작품 거래에 있어서 설명가치 있는 정보에 해당되고, 피고인들은 신의칙상 사전에 구매자들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것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구매자들을 부작위에 의하여 기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였다.
2) 원심은, 피고인 1의 작품활동과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제작과정 등에 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공소외 1과 공소외 2 등은 보수를 받고 피고인 1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작품 제작에 도움을 준 기술적인 보조자일 뿐 그들 각자의 고유한 예술적 관념이나 화풍 또는 기법을 이 사건 미술작품에 구현한 이 사건 미술작품의 작가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미술작품에서와 같이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미술작품이 미술 분야의 특정한 장르(회화)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와 같은 제작방식이 적합한지 여부나 그러한 제작방식이 미술계의 관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혹은 일반인이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창작활동의 자유 혹은 작가의 자율성 보장 등의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예술계에서 논의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고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원심은 피고인 1이 보조자들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였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위 피고인이 ‘직접’ 그린 친작(親作)으로 오인한 구매자들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미술작품을 판매함으로써 기망행위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피해자들의 재물을 편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1) 검사는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권은 대작화가인 공소외 1 등에게 귀속되고 피고인 1은 저작자로 볼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한다.
2)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고,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제1호, 제2호). 저작권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하므로,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0.22. 선고 98도112 판결, 대법원 2009.12.10. 선고 2007도7181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되었다고 하려면 머릿속에서 구상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형태나 방법으로든 외부에 나타나야 한다. 그 나타나는 방법이나 형태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저작물 중에서도 미술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시각적 형상이나 색채 또는 이들의 조합에 의하여 미적(美的)으로 표현되어 있는 저작물이다(저작권법 제4조제1항). 미술저작물은 다른 일반 저작물과 달리 그것이 화체된 유체물이 주된 거래의 대상이 되며, 그 유체물을 공중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전시’라는 이용형태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술저작물의 창작행위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누가 저작자인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을 저작자라고 할 때 그 창작행위는 ‘사실행위’이므로 누가 저작물을 창작하였는지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그러나 창작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복수의 사람이 관여되어 있는 경우에 어느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하여야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한 자로서 저작자로 인정되는지는 법적 평가의 문제이다. 이는 미술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복수의 사람이 공동저작자인지 또는 작가와 조수의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저작명의인과 대작(代作)화가의 관계에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술저작물을 창작하는 여러 단계의 과정에서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형태와 방법으로 외부에 나타났다고 볼 것인지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본래 이를 따지는 일은 비평과 담론으로 다루어야 할 미학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에 관한 논란은 미학적인 평가 또는 작가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문제로 보아 예술 영역에서의 비평과 담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이에 대한 사법 판단은 그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여 저작권 문제가 정면으로 쟁점이 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3) 저작권법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저작권법 제137조제1항제1호). 그런데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누가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라는 것인지 표시하지도 않았다. 이 사건 미술작품은 ‘사실상 공소외 1이 그린 것인데 피고인 1이 마치 위 그림을 직접 그린 것처럼 행세하면서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범죄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여 이 사건 미술작품을 ‘사실상’ 그렸다고 지목한 공소외 1이 저작자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미술저작물의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재내용을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자세히 살펴보면, 검사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창작과정, 특히 조수 등 다른 사람이 관여한 사정을 알리지 않은 것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 제기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피고인 1이라고 본 것이나 그와 같은 창작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한다고 기술한 데에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제 와서 검사가 원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이와 다른 견해에 선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 4점에 관하여
1) 검사는 미술작품의 양식인 회화의 거래에서 그 작품이 작가가 창작적 표현작업에까지 전적으로 관여한 ‘친작’과 그렇지 않은 작품 사이에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그 선호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구매 여부의 판단이나 가격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그와 관련된 내용은 미술작품 거래에서 중요한 정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관념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는 고지의무 위반 외에도 이른바 묵시적 기망행위에 관한 부분도 있는데 이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2)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0.1.28. 선고 99도2884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법률상 고지의무는 법령, 계약, 관습, 조리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사례에 즉응하여 거래실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률상 고지의무를 인정할 것인지는 법률문제로서 상고심의 심판대상이 되지만 그 근거가 되는 거래의 내용이나 거래관행 등 거래실정에 관한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3) 앞에서 본 것처럼, 검사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창작과정, 특히 조수 등 다른 사람이 관여한 사정을 알리지 않은 것은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그 그림을 판매한 것은 판매대금의 편취행위라고 한다. 그와 같이 보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창작과정을 알려주는 것, 특히 작가가 조수의 도움을 받았는지 등 다른 관여자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관행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건 미술작품을 구매한 사람이 이러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법률에만 숙련된 사람들이 회화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고, 미술작품의 가치를 인정하여 구매한 사람에게 법률가가 속았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먼저 원심은,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그 작품이 친작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하여 제작되었는지 여부는, 작가나 작품의 인지도, 아이디어의 독창성이나 창의성,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 등을 포함하는 작품의 수준, 희소성, 가격 등과 함께 구매자들이 작품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제반 요소 중의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구매자들마다 작품을 구매하는 동기나 목적, 용도 등이 다양하여 위의 요소들이 제각기 다른 중요도를 가지거나 어느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이는 일반적으로 작품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이 사건 미술작품이 ‘피고인 1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상황에서 이를 구입한 것이었고, 피고인 1이 다른 사람의 작품에 자신의 성명을 표시하여 판매하였다는 등 이 사건 미술작품이 위작 시비 또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것이 아닌 이상,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제작과정이 피해자들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이 이 사건 미술작품에 관하여 착오에 빠져 있었다거나 위 피고인에게 기망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원심은 이러한 사정과 기록에 나타난 피해자들의 구매 동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들이 이 사건 미술작품을 피고인 1의 친작으로 착오한 상태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기죄에서 법률상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또한 원심의 판단에는 피고인 1이 자신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자인 것처럼 행세한 것이 묵시적 기망행위라는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거기에 판단유탈의 위법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 5점에 관하여
검사는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으며, 피고인 1의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 2에 대하여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상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