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한의사로서는 뜸 치료를 함에 있어 환자의 체질이나 질병상태에 따라 적절한 뜸 방법을 선택하여야 하고, 뜸 시술로 인하여 화상이 발생한 경우 즉시 적절한 화상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
한의사인 피고인은 켈로이드성 피부를 가진 피해자에 대하여 직접구 방식의 뜸 시술 후 화상이 발생하였음에도, 적절한 화상치료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이를 쑥뜸 치료 시 발생하는 정상적인 치료과정이므로 자연적으로 치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부과 의사에 의한 치료 안내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흉터를 남게 함.
법원은,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화상을 전제로 하는 치료법이므로 흉터가 남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을 배척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불충분, 부정확한 설명을 근거로 하여 동의서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성을 조각할 유효한 승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업무살과실치상죄를 인정함.
【대구지방법원 2020.8.12. 선고 2019노4533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9노4533 업무상과실치상
• 피고인 / 문○○, 한의사
• 항 소 인 / 피고인 및 검사
• 검 사 / 서소희(기소), 김동휘(공판)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11.6. 선고 2018고단1486 판결
• 판결선고 / 2020.08.12.
<주 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화상을 전제로 하는 치료법이므로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남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일부러 화상을 발생시킨 후 환자의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치료방법이어서 환자는 충분한 진물이 흘러나오도록 그대로 두어야 하는데, 피해자는 소염제를 사용하여 진물의 배출을 막았고, 이로 인해 뜸 부위가 돌출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다.
나) 피해자는 뜸치료 계획과 동의서(수사기록 57면, 이하 ‘이 사건 동의서’라 한다)에 자필로 서명을 하였는데, 위 동의서에는 뜸의 흔적인 흉터가 남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4조(피해자의 승낙)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었고, 피해자의 등에 남은 흉터가 상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판결문 증거의 요지 아래 부분에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을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적용 법리
의료사고에서 의료종사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의료종사자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9.8. 선고 2009도13959 판결, 대법원 2007.9.20. 선고 2006도29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사정들에다가 다음의 사정을 더하면 피고인에게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대한침구학회가 작성한 자문 요청에 관한 답변서에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96면).
㉠ 뜸시술 시 환자상태, 병증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술여부를 결정하여야 함. 피해자는 켈로이드 피부를 가진 것으로 보이므로, 뜸 치료여부와 강도 조절시 환자의 피부 소인에 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 2차 감염은 뜸화상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으로, 노출된 피부부위를 통한 반복감염을 막고, 2차 감염의 다른 부위로의 전파를 막기 위한 처치가 필요하다고 사료됨.
②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작성한 감정서에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175, 176, 179면).
㉠ 켈로이드 피부, 아토피 피부 등의 특이체질 피부 부작용 문제 등 전체적인 환자상태를 고려한 후 전문한의사의 변증을 통해서 뜸 치료가 안전하게 시행되어야함.
㉡ 한의사는 우선적으로 시술 전 병력 청취 과정 중에서 켈로이드성 피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함. 쑥뜸 치료과정에서도 화상을 입지 않도록 치료시간이나 방법 등을 조정하여 피부에 화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사료됨.
㉢ 쑥뜸 치료시 발생한 화상의 치료 및 관리에 대하여 표재성 2도 화상인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어도 반흔이 생기지 않지만, 심재성 2도와 3도 화상이 생긴 경우에는 적극적인 화상에 대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③ 한방병원은 원심법원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사실조회 회신을 하였다(공판기록 88면).
㉠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도 무조건 화상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뜨거울 경우 오래 유지하지 않고 제거하는 경우에는 붉은 홍반만 발생할 수 있다. 열 자극이 피부가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경우에 화상이 발생하게 된다.
㉡ 화상이 발생되면 뜸 치료와는 별개로 화상에 대한 치료는 필요하고, 화상치료로 이차적으로 발생될 흉터를 줄여야 한다.
㉢ 일반적으로 화상이 발생되면, 화상치료를 통해 흉터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피해자의 흉터는 켈로이드 흉터로 통상적인 범주보다는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사료된다.
④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14 내지 118면).
㉠ 피해자에 대한 시술 전에 진맥을 보고 문진을 하는데, 고소인의 피부체질에 관해서는 사전진단을 하지 않았다,
㉡ 만약 피해자가 사전 문진 과정에서 자신의 피부가 켈로이드성 피부라는 사실을 고지했다 하더라도 저는 변함없이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를 했을 것이다.
㉢ 피고인이 볼 때는 고소인의 상처는 정상반응이었기 때문에 화상치료를 권고하는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없었다. 뜸 시술은 항상 흔적이 남고, 그런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 한방에서 뜸 치료를 할 때에는 진물이 발생해서 대중목욕탕 같은 곳에 가서 그 상처가 감염이 되더라도 소염제를 사용하거나 밴드를 붙이지 못하게 한다. 왜냐하면 한방에서는 굳이 약물로 염증을 제어하지 않더라도, 환자 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방어 기제를 통해 염증을 치유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⑤ 피해자가 한방치료를 중단하고 화상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한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뜸 시술을 시행한 2016.7.14.부터 최소한 100일이 지난 후인데, 그 때 이미 뜸 자국이 피부가 돌출된 상태로 외관상 아물어, 더 이상 진물이 나지 않는 상태였으므로(수사기록 20, 22면), 피해자가 화상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여 소염제 등을 사용한 것과 피해자의 뜸 자국이 돌출된 것과는 관련이 없다.
2)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의사의 부정확 또는 불충분한 설명을 근거로 이루어진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할 유효한 승낙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3.7.27. 선고 92도2345 판결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동의서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의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할 유효한 승낙이라고 볼 수 없다.
① 피해자가 2016.7.14. 서명한 이 사건 동의서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57면).
1. 쑥뜸으로 3도 화상을 일으키니 열로 인한 뜨거움을 이겨야 합니다.
2. 염증이나 진물 화농 등의 증상이 3개월 정도 지나야 완전히 아뭅니다.
3. 치료부위에 최소한의 뜸의 흔적인 흉터가 남습니다.
4. 생략
5. 뜸을 다 뜨고 그 자리에 소염제 연고를 바르거나 소독을 하거나 밴드를 바르지 마세요.
6. 뜸치료과정에 한의사가 아닌 양방의 의사에게 묻거나 상담을 하지 마세요(피부이식 하라합니다)
②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쑥뜸 치료를 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흉터도 남지 않는다고 하여 뜸 시술을 받았고, 뜸 치료 이후 피고인이 동의서를 주며 서명하라고 하여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동의서에 서명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8, 77, 79면).
③ 한방병원의 사실조회회신 등에 따르면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도 무조건 화상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고, 화상이 발생되면 뜸 치료와는 별개로 화상에 대한 치료는 필요하고, 화상치료로 이차적으로 발생될 흉터를 줄여야 한다(공판기록 88면). 피고인은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는 반드시 화상을 동반하고, 피해자와 같이 화상을 입은 경우에도 소염제 등의 양방 치료를 하는 것이 한방 치료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설령 피해자가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 사건 동의서에 서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부정확한 설명을 근거로 한 것이다.
④ 피해자가 서명한 이 사건 동의서에 흉터가 남는다고 기재가 되어 있으나, ‘최소한의 뜸의 흔적’이라고도 기재되어 있어, 피해자가 이 사건 동의서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몸에 남은 정도의 심한 비대성 흉터를 입는 것까지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검사와 피고인의 각 양형부당 주장을 함께 살핀다.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가볍지 않은데도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1회 벌금 전과 외에 다른 전과는 없는 점 및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적정하고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선고한 형이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거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와 피고인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열(재판장) 황윤철 박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