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구 국민건강보험법(2011.12.31. 법률 제1114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민건강보험법이라고 한다) 규정의 내용과 체재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지만, 이러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요양기관으로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한 이상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 처분의 상대방인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

[2]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제1항은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여 그 문언상 일부 징수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위 조항은 요양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청구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바람직한 급여체계의 유지를 통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그러나 요양기관으로서는 부당이득징수로 인하여 이미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하여 그 비용을 상환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침익적 성격이 크다.

한편, 구 의료법 제30조제2항이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개설자에게 자신의 명의를 제공할 뿐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그에게 고용되어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을 뿐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도 않는다. 이 점을 반영하여 구 의료법은 제30조제2항 위반행위의 주체인 비의료인 개설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반면,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제69조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로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위 각 법 규정의 내용, 체재와 입법 취지, 부당이득 징수의 법적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제1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

[3]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원고는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자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위 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한 사건임. 이러한 경우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제1항에 정한 부당이득 징수처분의 대상이 되지만, 위 부당이득 징수처분은 재량행위에 해당하므로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의 내용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하여야 함에도, 이와 같은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개설명의인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한 이 사건 각 처분이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 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20.6.4. 선고 201539996 판결

 

대법원 제1부 판결

사 건 / 201539996 요양급여비용징수처분취소청구

원고, 상고인 / 원고

피고, 피상고인 /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2.17. 선고 201460636 판결

판결선고 / 2020.06.0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병원은 비의료인인 소외인이 의사인 원고 등의 명의를 순차로 차용하여 개설한 것이고, 원고는 소외인이 이 사건 병원의 개설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 3점에 대하여

 

. 구 국민건강보험법(2011.12.31. 법률 제1114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민건강보험법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요양기관은 가입자 등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고 한다)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며, 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을 요양기관에 지급한다(39, 43).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고(52조제1), 이를 납부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다(70조제1, 3).

그리고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제1항제1호에 의하면, 요양급여는 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행하여야 하는데, 구 의료법(2007.4.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의료법이라고 한다) 30조제2, 53조제1항제2, 66조제3, 69조에 의하면, 의료기관 개설자격은 의사 등으로 한정되고, 의료기관의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위 각 규정의 내용과 체재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지만, 이러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요양기관으로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한 이상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 처분의 상대방인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

 

. 원심은, 비의료인 소외인이 개설한 이 사건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 구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4, 5점에 대하여

 

. 어느 행정행위가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는 당해 처분의 근거가 되는 규정의의 체재·형식과 그 문언, 당해 행위가 속하는 행정 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당해 행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재량에 기초한 공익 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해당 행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그 판단기준이 된다(대법원 2018.10.4. 선고 201437702 판결 등 참조).

처분의 근거 법령이 행정청에 처분의 요건과 효과 판단에 일정한 재량을 부여하였는데도,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해당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위법사유가 된다(대법원 2016.8.29. 선고 201445956 판결, 대법원 2019.7.11. 선고 201738874 판결 등 참조).

비례의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에서 당연히 파생되는 헌법상의 기본원리로서,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된다(헌법재판소 1992.12.24. 선고 92헌가8 결정 참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적절하고, 또한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7.9.26. 선고 9610096 판결 참조). 특히 처분상대방의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처분의 경우 의무위반의 내용과 제재처분의 양정(量定) 사이에 엄밀하게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비례 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하여 제재처분이 과중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9.9. 선고 201848298 판결 등 참조).

 

.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제1항은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여 그 문언상 일부 징수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위 조항은 요양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청구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바람직한 급여체계의 유지를 통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헌법재판소 2011.6.30. 선고 2010헌바375 결정 참조). 그러나 요양기관으로서는 부당이득징수로 인하여 이미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하여 그 비용을 상환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침익적 성격이 크다.

한편, 구 의료법 제30조제2항이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11.29. 선고 201810779 판결 참조). ,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개설자에게 자신의 명의를 제공할 뿐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그에게 고용되어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을 뿐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도 않는다. 이 점을 반영하여 구 의료법은 제30조제2항 위반행위의 주체인 비의료인 개설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반면,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제69조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로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위 각 법 규정의 내용, 체재와 입법 취지, 부당이득 징수의 법적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제1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심리하지 않은 채, 개설명의인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한 이 사건 각 처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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