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중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하던 이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였다는 취지로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경찰과 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를 받은 후 징계절차가 진행되던 중 자택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자, 의 배우자 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인사혁신처장에게 순직유족급여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인사혁신처장이 에게 공무와 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부지급결정을 한 사안이다.

이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였다는 취지로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한 당일, 이 사건 내용이나 경위를 인지하기도 전에 성추행 의혹으로 인터넷 언론 보도가 이루어졌고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의 출근이 정지되는 등 갑작스럽게 사건이 확대되면서 이 별다른 해명의 기회도 없이 성추행범으로 주위의 비난을 받는 상황에 놓이자 급격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 점, 이 경찰에서 내사종결을 하였다는 결과를 통보받았음에도 직무수행 능력 부족 등을 사유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자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했던 점, 피해 여학생들이 경찰에서 에게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교육청에 의 학교 복귀를 희망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에게 직접 사과와 응원의 뜻을 전하기도 하였음에도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는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면담 조사를 실시하여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존에 작성된 진술서만을 근거로 의 신체접촉 행위가 모두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하자 이 깊은 좌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의 자살이 죄책감이나 예상되는 징계의 과중함에 대한 두려움 등 비위행위에서 직접 유래했다기보다는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 결과 수업지도를 위해 한 행동들이 의 목적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 등 인권침해 행위로 평가됨에 따라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되고, 더는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관하여 일련의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되었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례이다.

 



서울행정법원 2020.6.19. 선고 2019구합76689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06.19. 선고 2019구합76689 판결 [순직유족급여부지급처분취소] 확정

원 고 / 원고

피 고 / 인사혁신처장

변론종결 / 2020.05.15.

 

<주 문>

1. 피고가 2018.12.11.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망 소외인(생년월일 생략, 이하 망인이라 한다)1987.12.9. ·고등학교 교사로 임용되어 2012.3.1.부터 전북 부안군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여 왔다.

. 망인은 2017.8.5. 09:00경 자택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순직유족급여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8.12.11. 원고에게 공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 원고는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는 2019.4.29. 이 사건 처분과 동일한 이유로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망인은 공무 중 발생한 신체접촉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 내사종결 결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체벌 및 성추행 혐의를 받아 직위해제, 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와 학생인권심의위원회의 징계권고, 교육청 감사 등을 거치면서 극심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공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 인정 사실

1) 사건의 발단

) ○○중학교는 전교생이 19(여학생 8)이고, 그중 1학년은 8(여학생 3), 2학년은 4(여학생 2), 3학년은 7(여학생 3)이다. 망인은 ○○중학교에서 수학교사로 근무하면서 교무부장이자 2학년 담임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 ○○중학교 여학생 중 1~2명의 학부모가 2017.4.19. 망인이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였다는 취지로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에 ○○중학교 여학생 7(이하 피해 여학생들이라 한다)2017.4.19. 오전 ○○중학교 학생부장 교사와 면담하면서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해당 진술서에는 망인이 수업 중 피해 여학생들의 손, , 어깨, , 다리 등 신체를 접촉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구체적인 진술 요지는 아래와 같다.

- 어깨 만지고 볼 꼬집고, 등을 토닥토닥하였다.

- 어깨에 손을 올리고 볼과 코를 잡아당겼다. 등을 톡톡한 적이 있다.

- 다리나 어깨, 팔을 주물렀는데 수치심을 느꼈다. 문제를 못 풀면 때렸는데 기분이 나빴다.

- 어깨와 팔뚝, 허벅지를 주물렀다. 문제를 한 번 알려주고 바로 풀어보라고 하고 못 풀면 때렸다.

- , , 코 등 신체 부위를 잡았다.

- 어깨나 손을 잡거나, 손을 대고 기대고 흔들었다. 수학문제를 잘 못 풀 때는 나무막대기로 손바닥이나 발바닥을 때리거나 팔뚝을 때렸다.

- 수학문제를 못 풀어서 몸을 때리거나 쓰다듬었다.

) ○○중학교 교장은 위 진술서를 바탕으로 같은 날 오후 전라북도부안교육지원청과 전북부안경찰서에 망인을 성추행 사건으로 신고하였고, 망인에게 다음 날부터의 출근정지를 명하였다.

) 그 과정에서 언론에 2017.4.19.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에서 성추행 의혹이 있어 교육청에서 조사 중이다.’라는 내용이 보도되었고, 2017.4.20. ‘해당 교사가 신체접촉 사실을 인정했고, 피해 여학생들이 성추행 피해를 진술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전학이나 교사 교체를 희망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추가 보도가 이루어졌다.

2) 사건에 관한 조사의 경과

) 전북부안경찰서를 통해 사건을 접수한 전북지방경찰청은 2017.4.19. 망인에 대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개시하였다. 경찰은 2017.4.21. ○○중학교에서 피해 여학생들과 개별 면담을 실시하였는데, 피해 여학생들 모두 망인이 수업시간에 수업태도를 지적하며 머리, , 어깨를 만져 기분이 나쁜 적은 있지만 망인이 추행의 의도로 성적 접촉을 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으며 성적 수치심을 느낀 사실도 없다. 수사 진행 및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그와 같은 내용의 자필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피해 여학생들의 학부모들도 전화 통화 결과 모두 피해 여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피해 여학생들의 구체적인 진술 요지는 아래와 같다.

- 수학시간에 공부 가르쳐 주실 때 어깨를 토닥토닥하였고, 제가 손을 움직이니까 가만히 있어야지라고 하면서 손을 잡았고, 친구들과 떠들고 장난할 때 볼을 잡아당겼다.

- 수학시간에 제가 장난치고 떠들면 제 코와 볼을 잡았다. 어깨에 손을 올린 적도 있다.

- 수학시간 때마다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돌아다니면서 어깨나 팔, 다리를 주무르고, 머리를 만져 싫다고 했음에도 계속 만졌다. 그때는 기분이 나빴다.

- 수학시간에 수학문제를 풀라고 하고 제 어깨를 2~3번 주무른 적이 있었다. ‘이야~’라고 말하며 웃어 짜증이 나고 자존심이 상했는데 추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수학시간에 문제를 풀라고 하면서 팔을 잡거나 손을 꼭 잡고 볼을 잡아당겼다. 귀여워서 좋아하니까 장난으로 한 것 같다. 처벌 안 받았으면 좋겠다.

- 수학시간에 어깨, 손목을 잡거나 볼을 잡아 당겼다.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수업에 집중하라고 그런 것 같다. 제자를 아끼시는 것 같고, 수업시간에 일부러 우리 웃으라고 재미있는 말도 해주신다. 우리를 일부러 기분 나쁘게 할 목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처벌을 원하지 않고, 처벌보다는 사과를 받고 싶다.

) 이에 경찰은 2017.4.24.피해 여학생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망인에게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접촉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비난가능성이 높지 않다. 사안이 경미하고 피해 여학생들이 수사 진행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내사종결하기로 하고, 2017.5.1. 망인에게, 2017.5.2. 전라북도부안교육지원청에 각각 위 내사 결과를 공식 통보하였다.

) 한편 전라북도 학생인권교육센터는 2017.4.20. 전라북도부안교육지원청을 통해 학교폭력 사안보고를 접수하고 직권조사를 실시하였다. 위 센터는 2017.4.28. ○○중학교를 현장방문하여 서류 조사를 실시하였고, 2017.5.2. 2017.5.12. 2회에 걸쳐 망인을 조사하였으며, 2017.5.11. 2, 3학년 남학생 및 2017.5.30. 2학년 여학생 학부모에 대한 면담 조사를 실시하였다. 위 남학생들의 진술 요지는 아래와 같다.

- 여자, 남자 구분 없이 이쁘다고 격려하듯이 등을 두드리거나, 어깨를 주무르거나, 얼굴을 만지거나 볼을 꼬집고 손을 만진 적이 있다. 성적인 의도라기보다는 격려차원으로 생각한다. 남학생들은 불쾌해하지 않았다(여학생들은 불쾌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불쾌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남학생이 있었음). 숙제를 안 해오거나 숙제를 했어도 문제가 틀린 경우에 대나무 빗자루로 발바닥을 때렸다.

- 본인이나 여학생들에게 등을 두드리거나, 손이나 뺨을 만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숙제를 안 해오거나 숙제를 했어도 문제가 틀린 경우에 대나무 빗자루로 발바닥을 맞았는데, 1학년 때 1, 2학년 때 11대씩 맞았다.

) 전라북도 학생인권심의위원회는 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7.7.3. ‘망인은 나무막대기로 발바닥을 때려 학생들을 체벌하였고, 피해 여학생들의 무릎 또는 허벅지를 만졌고, 볼과 코를 만졌으며, 일상적으로 손, , , 어깨 등을 접촉하였다. 망인은 학생들을 체벌하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인격권을 침해하였고, 피해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 행위를 하여 육체적 성희롱을 함으로써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전라북도교육감에게 망인에 대한 신분상 처분을 할 것을 권고하였다.

) 전라북도교육청 감사담당관은 위 결정에 따라 2017.8.3. 망인에 대한 특정감사 조사계획을 수립하여 관련자 면담 등의 방법으로 망인의 비위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등 신분상 처분을 실시하고자 하였다. 전라북도교육청 감사담당관은 2017.8.4. 망인에게 특정감사 조사 일정을 통보하였으나, 망인의 사망으로 조사를 종결하였다.

3) 조사 과정에서의 기타 사정들

) 전라북도부안교육지원청 교육장은 2017.4.24. 망인에게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1항제2호에 따라 2017.4.24.부터 2017.7.24.까지 3개월간 직위해제 및 전라북도교육연수원 대기근무를 명하였다. 망인은 직위해제 처분에 대하여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하였다.

) 망인은 2017.4.24. 2017.5.4.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학교에서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하였다. 주변에서 성추행범으로 몰아가고 인터넷에 이러한 내용이 올라가면서 명예가 엄청나게 훼손을 당하여 심하게 억울하고 분노하며 잠이 오지 않는다.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또 조사를 받았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고, 그러한 과정이다 스트레스이다.’라는 취지의 호소를 하였다. 해당 의원에서는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상세불명의 반응, 비기질성 불면증, 혼합형 불안 우울 장애로 진단하고, 약물 치료를 하였다.

망인은 이전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은 이력이 없었다.

) 피해 여학생들을 포함한 ○○중학교 전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2017.4.24.경부터 2017.5.6.경까지 교육청에 망인이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여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다시 학교에 출근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특히 피해 여학생들의 탄원서에는 저희들 모두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체육선생님이 교무실로 2학년 여학생들 데리고 가서 모두 적으라고 해서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도, 다리 떨면 복 떨어진다고 하신 것도 모두 만졌다고 적었어요. 적으면 자습시간에 저희가 잘못해서 화나신 거 모두 풀어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수업 잘 들으라고 어깨를 토닥이고 팔을 두드리신 것 같아요. 진술서에 기분이 나빴다고 썼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해 여학생 중 1명의 학부모의 탄원서에는 순간적으로 오해하여 직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그곳에 놀러왔던 인터넷신문 기자가 듣고는 잘못 알려지면서 선생님에게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하였습니다. 선생님과 오해 풀고 예전처럼 잘 지내겠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 망인의 신체접촉에 대하여 처음 문제 제기를 한 피해 여학생을 비롯하여 피해 여학생들 중 3명은 2017.4. 말경 망인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사과하면서 망인이 학교로 복귀할 것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인정 근거] 갑 제2 내지 4, 6 내지 1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1) 관련 법리

구 공무원연금법(2018.3.20. 법률 제1552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3조제1항제2호의2 및 제61조제1항에 따라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순직유족보상금의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 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 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한 사람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6.11. 선고 20113289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관하여 일련의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되었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망인이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였다는 취지로 학부모가 문제 제기를 한 당일, 망인이 사건 내용이나 경위를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성추행 의혹으로 인터넷 언론 보도가 이루어졌고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망인의 출근이 정지되었다. 이에 망인은 갑작스럽게 사건이 확대되면서 별다른 해명의 기회도 없이 성추행범으로 주위의 비난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자 급격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1항제2호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 6호는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를 직위해제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의 비위행위에 관하여 공무원임용령 제60조제2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망인은 2017.4.24.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직무수행 능력 부족 등을 사유로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1항제2호에 근거한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망인은 2017.4.24. 경찰에서 내사종결을 결정하였다는 결과를 전화로 통보받았음에도 위와 같은 사유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되자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는 피해 여학생들이 학교 면담과 경찰 내사 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망인이 피해 여학생들과 신체접촉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망인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여 피해 여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피해 여학생들은 경찰에서 망인이 수업에 집중하게 하려고 한 행위이거나 장난으로 한 행위일 뿐이라고 진술하기도 하였고, 교육청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진술서에는 망인이 칭찬해주거나 다리 떠는 것을 지적하거나 수업 잘 들으라고 한 행동도 모두 만졌다고 적었고 기분이 나빴다고 적었으나, 망인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내용을 다수 포함하였으며, 직접 망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위 탄원서 내용과 같이 사과와 응원의 뜻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는 피해 여학생들에 대해서 면담 조사를 실시하여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존에 작성된 진술서만을 근거로 판단하였다. 망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채 조사가 완료되고 망인의 신체접촉 행위가 모두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되자 깊은 좌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을 체벌하고, 피해 여학생들에 대하여 일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지도할 의무가 있는 교사가 학생들에 대하여 체벌을 가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및 아동복지법을 위반하여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망인의 성적 동기나 의도와 무관하게 여학생의 신체 부위를 접촉하는 것은 신체적·정신적 성숙 과정에 있는 여학생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서 부적절한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찰은 망인에게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접촉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비난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한 점, 망인은 학생들의 수학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체벌을 하였고, 수업에 집중하게 하거나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하여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 여학생들 모두 망인의 학교 복귀를 희망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망인의 체벌과 신체접촉은 학교 내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망인의 자살은 비위행위에 대한 죄책감이나 예상되는 징계의 과중함에 대한 두려움 등 비위행위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하였다기보다는,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 결과 수업지도를 위해 한 행동들이 망인의 목적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 등 인권침해 행위로 평가됨에 따라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되고, 일련의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였다고 느꼈던 데다가 앞으로 이어질 조사 과정에서도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더 이상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상실감이나 좌절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의무기록, 망인이 남긴 메모나 발언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위와 같은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망인은 사망 전 날인 2017.8.4. 특정감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을 통보받고 나서는, 감사담당관 역시 믿을 수 없으며 다시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는바, 자살 직전에 불안과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망인은 30년간 중·고등학교 교사로 성실히 근무하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아무런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다. 망인은 성추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전혀 없었고, 업무와 관련 없는 별개의 개인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불안 및 우울 증상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박남진 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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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염과 용접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서울행법 2018구합68339]  (0) 2020.06.01
심근염으로 사망한 용접노동자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서울고법 2019누51101]  (0) 202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