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범죄를 실행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
【대법원 2020.4.9. 선고 2019도17142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도17142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촬영)]
• 피고인 / A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19.10.31. 선고 2018노3609 판결
• 판결선고 / 2020.04.09.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8.3.7. 18:09경 고양시 일산서구에 있는 B역에서 C역 사이 전동차 안에서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기(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기’라 한다)로 앞에 앉아 있는 성명불상의 여성 피해자의 치마 속 부위를 몰래 촬영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18.3.7.경부터 2018.4.18.경까지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내지 4번 기재와 같이 7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경찰관이 피고인을 현행범 체포할 때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한 이 사건 휴대전화기(증 제1호) 및 여기에 기억된 저장정보를 탐색하여 복제·출력한 복원사진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1) 형사소송법 저1218조에 따른 영장 없는 압수는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2) 설령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저1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대한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를 의심할 수 있으나,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
2. 판단
가. 원심 판단의 전제인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대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압수가 위법하다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압수 가부
범죄를 실행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대법원 2016.2.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압수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217조제2항이 정한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은 잘못되었다.
2)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
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이 사건 공판 진행 경과를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장을 송달받고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양형사유에 관한 주장만을 하였으며, 제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같은 취지로 변론하였다.
(2) 제1회 공판기일 이후 선임된 국선변호인도 제출한 변론요지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양형사유에 관한 주장만을 하면서 그 주장에 부합하는 자료를 제출하였다.
(3) 위와 같이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다.
(4) 검사가 제1심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원심은 제1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한 후 선고한 판결에서 현행범 체포로 인한 심리적 위축,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그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직권으로 그 임의성을 부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나) 이 사건 공판 진행 경과 및 원심의 판단 근거가 위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던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 전에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거나 그와 같은 임의성에 대하여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검사에게 증명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심리하여 본 후 판단하였어야 한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휴대전화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 현행범 체포현장에서의 임의제출물 압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