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고 한다) 시행규칙 제48조에서 정한 영농손실액 보상(이하 ‘영농보상’이라고 한다)은 편입토지 및 지장물에 관한 손실보상과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농지가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더 이상 영농을 계속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에 대하여 같은 시행규칙 제46조에서 정한 폐업보상과 마찬가지로 장래의 2년간 일실소득을 보상함으로써, 농민이 대체 농지를 구입하여 영농을 재개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영농보상은 농민이 기존 농업을 폐지한 후 새로운 직업 활동을 개시하기까지의 준비기간 동안에 농민의 생계를 지원하는 간접보상이자 생활보상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2] 구 토지보상법 시행규칙(2013.4.25. 국토교통부령 제5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개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가 실제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의 예외로서, 농민이 제출한 입증자료에 따라 산정한 실제소득이 동일 작목별 평균소득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 작목별 평균생산량의 2배를 판매한 금액을 실제소득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실제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의 ‘상한’을 설정하였다. 이와 같은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는, 영농보상이 장래의 불확정적인 일실소득을 보상하는 것이자 농민의 생존배려·생계지원을 위한 보상인 점, 실제소득 산정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농민이 실농으로 인한 대체생활을 준비하는 기간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제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의 ‘상한’을 설정함으로써 나름대로 합리적인 적정한 보상액의 산정 방법을 마련한 것이므로, 헌법상 정당보상원칙, 비례원칙에 위반되거나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3] 개정 시행규칙의 부칙 제4조제1항(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고 한다)은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을 ①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에 ‘사업인정 전 협의절차의 일환으로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이루어지는 공익사업’과 ②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에 ‘사업인정 후 협의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이루어지는 공익사업’부터 적용됨을 분명하게 규정하였다.
사업인정고시가 이루어졌다는 점만으로 농민이 구체적인 영농보상금 청구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며, 보상협의 또는 재결절차를 거쳐 협의성립 당시 또는 수용재결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산정되는 것이다.
또한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에 따른 영농보상은 수용개시일 이후 편입농지에서 더 이상 영농을 계속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에 대하여 장래의 2년간 일실소득을 예측하여 보상하는 것이므로, 수용재결 당시를 기준으로도 영농보상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손실에 대하여 보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 조항이 영농보상금액의 구체적인 산정방법·기준에 관한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를 개정 시행규칙 시행일 전에 사업인정고시가 이루어졌으나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이루어진 공익사업에 대해서도 적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 개정 시행규칙의 부칙이 ‘실제소득이 작목별 평균소득의 2배를 초과는 경우 작목별 평균생산량의 2배를 영농손실액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개정 시행규칙 조항을 규칙 시행 후 보상계획을 공고·통지하는 공익사업부터 적용하도록 하는 경과 규정을 두고 있어 개정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의 적용 범위 및 위 개정 시행규칙 조항이 정당보상원칙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 위 개정 시행규칙 조항은 규칙 시행 전 사업인정고시가 있었으나 보상계획의 공고·통지는 규칙 시행 후 있었던 사업에 적용되고, 이와 같은 내용의 개정 시행규칙 조항이 정당보상원칙과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2020.04.29. 선고 2019두32696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19두32696 손실보상금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한국수자원공사
•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9.1.9. 선고 2018누20344 판결
• 판결선고 / 2020.04.29.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부산 (사업명 생략) 조성사업〈제16차>(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고 한다)의 시행자이다.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2012.12.14. 사업인정고시(국토해양부 고시 제2012-888호)가 있었고, 피고는 2013.9.13. 이 사건 사업에 관한 보상계획을 공고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사업 구역 내에 있는 부산 강서구 ○○동 (지번 1 생략) 창고용 지 192㎡, 같은 동 (지번 2 생략) 답 1, 487㎡, 같은 동 (지번 3 생략) 답 3,748㎡(통틀어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를 소유하면서, 그 중 (지번 2 생략) 토지 중 297㎡, (지번 3 생략) 토지 중 2,880㎡ 합계 3,177㎡에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이하 ‘경작 토지’라고 한다), (지번 2 생략) 토지 중 361.4㎡에서 무순과 새싹을 묘판에 식재하는 방식으로 재배하였다(이하 ‘묘판 식재 토지’라고 한다).
(3)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토지와 그 지상의 지장물, 농업손실에 관하여 보상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자,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고 한다) 제28조에 따라 관할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하였다. 이에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16.9.29. 이 사건 각 토지와 지장물, 농업손실에 관하여 수용개시일(2016.11.22.)과 각 손실보상금을 정하면서, 일괄하여 휴업보상금 11,072,100원을 인정하는 내용의 수용재결을 하였다.
(4) 원고는 수용재결에 불복하여, 2016.11.23. 피고를 상대로 ‘농업손실보상금’의 증액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이 사건 토지에서의 원고의 농업에 관한 영농보상금을 이 사건 사업의 사업인정고시일(2012.12.14.) 당시에 적용되는 구 토지보상법 시행규칙(2013.4.25. 국토교통부령 제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48조제2항에 따라 산정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이 사건 사업의 보상계획공고일(2013.9.13.) 당시에 적용되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2013.4.25. 국토교통부령 제5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개정 시행규칙’이라고 하고, 구 시행규칙과 개정 시행규칙을 포함 하여 현재까지 효력이 있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을 통틀어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에 따라 산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이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영농보상금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의 개정 경과
(1) 구 시행규칙 제48조는, ‘농지법 제2조제1호 가목’에 해당하는 토지(즉, 실제로 농작물 경작지 또는 다년생식물 재배지로 이용되는 토지)가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는 경우에는 그 면적에 통계법 제3조제3호에 따른 통계작성기관이 매년 조사·발표하는 농가경제조사통계의 도별 농업총수입 중 농작물수입을 도별 표본농가현황 중 경지면적으로 나누어 산정한 도별 연간 농가평균 단위경작면적당 농작물총수입의 2년분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이하 ‘통계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이라고 한다)을 영농손실액으로 보상하되(제1항), 다만 국토해양부장관이 농림수산식품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관보에 고시하는 농작물(다년생식물을 포함한다) 실제소득인정기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실제소득을 입증하는 자가 경작하는 편입농지에 대하여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면적에 단위경작면적당 실제소득의 2년분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이하 ‘실제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이라고 한다)을 영농손실액으로 보상하도록 규정하였다(제2항).
(2) 개정 시행규칙 제48조는, ‘농지법 제2조제1호 가목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제3항제2호 가목(농지법 제2조제1호 가목의 토지에 설치하는 농축산물 생산시설로서 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 및 비닐하우스와 그 부속시설의 부지)’에 해당하는 토지가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는 경우에는 ‘통계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을 보상하되(제1항), 다만 국토교통부장관이 농림축산식 품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관보에 고시하는 농작물 실제소득인정기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실제소득을 입증하는 자가 경작하는 편입농지에 대하여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실제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을 보상하여야 하지만(제2항 본문), 예외적으로 ‘단위경작면적당 실제소득이 통계법 제3조제3호에 따른 통계작성기관이 매년 조사·발표하는 농축산물소득자료집의 작목별 평균소득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해당 작목별 단위경작면적당 평균생산량의 2배(단위경작면적당 실제소득이 현저히 높다고 농작물실제소득인정기준에서 따로 배수를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를 판매한 금액을 단위경작면적당 실제소득으로 보아 이에 2년분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을 보상하도록 규정하였다(제2항 단서 제1호).
나.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가 위헌·무효인지 여부
(1)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에서 정한 영농손실액 보상(이하 ‘영농보상’이라고 한다)은 편입토지 및 지장물에 관한 손실보상과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농지가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더 이상 영농을 계속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에 대하여 같은 시행규칙 제46조에서 정한 폐업보상과 마찬가지로 장래의 2년간 일실소득을 보상함으로써, 농민이 대체 농지를 구입하여 영농을 재개 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영농보상은 농민이 기존 농업을 폐지한 후 새로운 직업 활동을 개시하기까지의 준비기간 동안에 농민의 생계를 지원하는 간접보상이자 생활보상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대법원 1996.12.23. 선고 96다33051, 33068 판결 참조).
(2) 영농보상은 그 보상금을 통계소득을 적용하여 산정하든, 아니면 해당 농민의 최근 실제소득을 적용하여 산정하든 간에, 모두 장래의 불확정적인 일실소득을 예측하여 보상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물론 입법정책적으로는 장래의 일실소득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지만, 기존에 형성된 재산의 객관적 가치에 대한 ‘완전한 보상’과는 그 법적 성질을 달리 한다.
(3) 농작물실제소득인정기준(2013.7.5.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3-401호)은 연간 단위면적당 실제소득을 농작물 총수입에 경작농지 전체면적을 나눈 금액에 농촌진흥청장이 매년 조사·발표하는 농축산물소득자료집의 도별 작물별 소득률 등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어(제3조, 제5조),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산정된 실제소득액 자체도 통계치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위 농작물실제소득인정기준은 실제소득 산정에 필요한 농작물 총수입의 입증자료를 예시하고 있으나(제4조),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산물유통 현실상 실제소득 산정에 필요한 농작물 총수입의 입증을 둘러싼 문제가 적지 않다.
(4) 토지보상법 제77조제4항은 농업손실 보상액의 구체적인 산정 및 평가방법과 보상기준에 관한 사항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가 실제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의 예외로서, 농민이 제출한 입증자료에 따라 산정한 실제소득이 동일 작목별 평균소득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 작목별 평균생산량의 2배를 판매한 금액을 실제소득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실제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의 ‘상한’을 설정하였다.
(5) 이와 같은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는, 영농보상이 장래의 불확정적인 일실소득을 보상하는 것이자 농민의 생존배려·생계지원을 위한 보상인 점, 실제소득 산정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농민이 실농으로 인한 대체생활을 준비하는 기간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제소득 적용 영농보상금의 ‘상한’을 설정함으로써 나름대로 합리적인 적정한 보상액의 산정 방법을 마련한 것이므로, 헌법상 정당보상원칙, 비례원칙에 위반되거나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가 위헌·무효라는 원고의 상고이유 제2점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개정 시행규칙의 부칙 제4조제1항의 해석
(1) 개정 시행규칙의 부칙 제4조제1항은 “제48조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규칙 시행 후 법 제15조제1항(법 제26조제1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보상계획을 통지하는 공익사업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칙 조항’이라고 한다).
(2) 토지보상법 제15조에 따른 보상계획의 공고·통지는 사업인정 전 협의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토지보상법 제26조제1항에 따른 보상계획의 공고·통지는 사업인정 후 협의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사건 부칙 조항은 개정 시행 규칙 제48조제2항을 ①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에 ‘사업인정 전 협의절차의 일환으로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이루어지는 공익사업’과 ②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에 ‘사업인정 후 협의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이루어지는 공익사업’부터 적용됨을 분명하게 규정하였다.
(3) 원고는 ①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에 ‘사업인정 전 협의절차의 일환으로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이루어지는 공익사업’에 대해서만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이 적용되어야 하고, ②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에 ‘사업인정 후 협의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이루어지는 공익사업’에 대해서는 구 시행규칙 제48조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부칙 조항의 문언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4) 원고가 원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2.9.27. 선고 2010두13890 판결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보상계획의 공고·통지 절차가 아니라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9.2.6. 법률 제9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31조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서 공람 공고·통지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충분한 도시정비법상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보상에 관한 것으로서, 토지보상법상 영농보상에 관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다.
(5) 한편, 토지보상법 제77조제4항의 위임에 따른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4조제3항, 제48조제3항제1호는 토지보상법 제15조제1항에 따른 보상계획의 공고·통지 또는 토지보상법 제22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인정의 고시가 있은 날을 ‘사업인정고시일 등’이라고 약칭하면서, ‘사업인정고시일 등 이후부터 농지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농지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토지보상 법령이 사업인정고시일을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 대한 손실보상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업인정을 통해 수용 및 손실보상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며, 사업인정 사실을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통지하고 사업시행자의 성명이나 명칭, 사업의 종류, 사업지역 및 수용하거나 사용할 토지의 세목을 관보에 고시함으로써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사업예정지 안에 있는 물건이나 권리를 해당 공익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수용당하거나 사업예정지 밖으로 이전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며, 사업인정고시일 이후로는 사업예정지 안에서 해당 공익사업의 시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리는 반면, 사업인정고시일 이후에 발생한 사정변경(권리의 취득, 허가받지 않은 개발행위, 영업·농업의 개시)은 손실보상의 대상에서 배제하여 사업시행자가 해당 공익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 또한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제3항제1호가 영농보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시점을 ‘사업인정고시일 등’이라고 규정하여, 토지보상법 제15조제1항에 따른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있었던 경우에는 사업인정 고시일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이루어진 보상계획의 공고·통지일로 앞당긴 것은 보상 계획의 공고·통지를 통해 장차 공익사업이 시행되리라는 점을 알게 된 사람이 보상금을 받기 위하여 해당 공익사업의 예정지로 이주하거나 영업·농업 등을 개시·확장하는 경우를 토지보상법령에 따른 손실보상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함이다(대법원 2019.12.12. 선고 2019두47629 판결 참조).
따라서 ‘사업인정고시일 등’은 해당 공익사업이 시행되리라는 점이 일반 공중이나 이해관계인에게 최초로 공식적으로 알려진 시점으로서 영농보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시점이 된다. 반면, 이 사건 부칙 조항은 어떤 농지가 ‘사업인정고시일 등’을 기준으로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에 따른 영농보상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개정 시행규칙 시행 당시에 이미 공익사업 시행을 위한 사업시행자의 활동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이어서 영농보상금액의 구체적인 산정방법·기준으로서 구 시행규칙 제48조제2항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를 적용하여야 하는지가 불명확한 사례에 대하여 어느 조항을 적용할지에 관한 것이므로, 그 기능과 성격을 달리 한다.
나. 이 사건 부칙 조항에 따라 이 사건 사업에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를 적용하는 것이 소급입법금지원칙, 신뢰보호원칙 등에 반하여 위법한지 여부
(1) 소급입법은, 새로운 입법을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도록 하는 진정소급입법과,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게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기존의 법에 의하여 이미 형성된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함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를 요구하는 개인보호의 사유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그 범위에 제한이 가하여질 수 있다. 또한 소급입법금지원칙은 그 법령의 효력발생 전에 완성된 요건사실에 대하여 그 법령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계속중인 사실이나 그 이후에 발생한 요건사실에 대한 법령 적용까지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9.1.31. 선고 2015두60020 판결 등 참조).
(2) 행정처분은 그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에도 경과 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과 그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개정 법령이 기존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적용대상으로 하면서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하여 종전보다 불리한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가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완성 또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면 이를 헌법상 금지되는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고 할 수는 없으며, 그러한 개정 법률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개정 전 법령의 존속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개정 법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국민의 신뢰보호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따름이다(대법원 2000.3.10. 선고 97누13818 판결 등 참조).
(3) 토지보상법에 의하면, 공익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금액은 사업시행자가 해당 공익사업을 위한 공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에게 전액 지급하는 ‘사전보상’이 원칙이고(제62조), 그 손실보상금액은 협의에 의한 경우에는 협의 성립 당시의 가격을, 재결에 의한 경우에는 수용 또는 사용의 재결 당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제67조제1항). 사업시행자는 관할 토지수용위원회가 재결로써 결정한 수용개시일까지 재결에서 정한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하여야 하며(제40조제1항, 제2항), 사업시행자는 수용개시일에 토지나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며, 그 토지나 물건에 관한 다른 권리는 이와 동시에 소멸한다(제45조제1항). 사업인정고시가 된 후에는 누구든지 고시된 토지에 대하여 사업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형질의 변경이나 물건 을 손괴하거나 수거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제25조제1항).
따라서 사업인정고시일 전부터 해당 토지를 소유하거나 사용권원을 확보하여 적법하게 농업에 종사해 온 농민은 사업인정고시일 이후에도 수용개시일 전날까지는 해당 토지에서 그간 해온 농업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인정고시일 이후에 수용개시일 전날까지 농민이 해당 공익사업의 시행과 무관한 어떤 다른 사유로 경작을 중단한 경우에는 손실보상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사업인정고시가 이루어졌다는 점만으로 농민이 구체적인 영농보상금 청구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며, 보상 협의 또는 재결절차를 거쳐 협의성립 당시 또는 수용재결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산정되는 것이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에 따른 영농보상은 수용 개시일 이후 편입농지에서 더 이상 영농을 계속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에 대하여 장래의 2년간 일실소득을 예측하여 보상하는 것이므로, 수용재결 당시를 기준으로도 영농보상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손실에 대하여 보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 조항이 영농보상금액의 구체적인 산정방법·기준에 관한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를 개정 시행규칙 시행일 전에 사업인정고시가 이루어졌으나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 보상계획의 공고·통지가 이루어진 공익사업에 대해서도 적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원고의 경우 2012.12.14. 이 사건 사업의 사업인정고시가 이루어짐에 따라 그 당시에 적용되던 구 시행규칙 제48조제2항을 적용받아 영농보상금액이 산정되리라는 기대를 가졌을 수는 있다. 그러나 보상협의 또는 재결절차를 거쳐 협의성립 당시 또는 수용재결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영농보상금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되기 전에는 농민과 사업시행자 사이의 영농보상에 관한 법률관계가 완성된 것이 아니므로, 구 시행규칙 제48조제2항의 존속에 대한 원고의 신뢰가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1호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이 사건 사업의 경우 개정 시행규칙의 시행 후 보상계획을 공고하였으므로, 이 사건 부칙 조항에 따라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을 적용하여 영농보상금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부칙 조항의 해석·적용이나 소급입법금지원칙, 신뢰보호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는, ‘묘판 식재 토지’의 경우 개정 시행규칙 제48조제2항 단서 제2호를 적용하여 영농보상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까지는 ‘묘판 식재 토지’의 경우 구 시행규칙 제48조제2항을 적용하여 영농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위와 같이 주장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