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고,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하면서 지켜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하였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6.12. 선고 2007다64365 판결 등 참조).
수사기관은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할 때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하여야 하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고, 특히 피의자가 소년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는 수사과정에서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배려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따라서 경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조서화하는 과정에서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고의 또는 과실로 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함으로써 피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국가는 그로 인하여 피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 만 14세~17세인 소년들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정신지체 2급의 여성에 대한 합동강간 등 성폭력범죄의 피의자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으면서, 사법경찰관 작성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서 범행을 자백하였다가 이후 부인하였는데, 사법경찰관이 위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함에 있어 문답을 바꾸어 장문단답의 실제 신문내용을 단문장답으로 기재함으로써 피의자가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자백진술을 한 것처럼 작성한 경우,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직무상 과실이 있고 이는 영장실질심사 단계 및 이후 검찰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서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하게 작용하였다고 보아, 위자료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2020.4.29. 선고 2015다224797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15다224797 손해배상(기)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원고 1 외 9인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대한민국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5.28. 선고 2014나2018665 판결
• 판결선고 / 2020.4.29.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고,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하면서 지켜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하였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6.12. 선고 2007다64365 판결 등 참조).
수사기관은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할 때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하여야 하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고, 특히 피의자가 소년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는 수사과정에서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배려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따라서 경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조서화하는 과정에서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고의 또는 과실로 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함으로써 피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국가는 그로 인하여 피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피고 소속 경찰관이 소년인 원고 3, 6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실제 신문 및 진술 내용은 범행 일시, 장소, 범행 전 행적, 범행을 공모하고 준비하게 된 과정 및 내용, 범행의 세부내용 등에 관한 구체적인 수사기관의 질문에 대하여 단답형으로 한 대답이 대다수임에도, 문답의 내용을 바꾸어 기재함으로써 마치 피의자로부터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게 된 것처럼 조서를 작성하여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직무상 과실이 있고, 이는 영장실질심사 단계 및 이후 검찰수사 과정에서 위 원고들을 비롯하여 또 다른 소년이자 공범인 원고 1, 9의 피의자로서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하게 작용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책임을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이유모순 또는 경찰관의 조서 작성의 직무상 과실, 피의자 방어권과 정신적 고통 및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소속 경찰관의 기초수사에 부실이나 위법이 있다는 주장, 원고 1, 3, 6, 9에 대한 피의자신문 당시 신뢰관계자의 동석을 위법하게 배제하는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거나 소년수사의 기본원칙을 현저하게 위배하였다는 주장 및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주장, 원고 3, 6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에 있어 고의로 위 원고들이 진술하지 않은 내용을 첨언하거나 진술의 취지와 전혀 다른 내용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전문증거를 조작하였다는 주장, 원고 9의 체포현장에서 위법하게 가방을 압수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자백을 강요하였다는 주장, 사법경찰관의 위법한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으로 원고 1, 3, 6, 9가 구속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 2, 4, 8, 10이 변호사 선임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사법경찰관의 원고 3, 6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에 있어 위 1의 나.항 기재와 같은 직무상 과실로 인한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를 판시 액수로 정한 제1 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이유모순 또는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의 객관적 조서 작성의무, 위법한 조서작성과 구속 사이의 인과관계, 소년사건 관련 수사규칙의 내용, 신뢰관계자 동석 및 피의자신문의 참여자, 변호인 조력권과 진술거부권의 보장, 압수의 적법성, 진술증거 오염과 위법수사 및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 액수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