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창원지방법원 2020.2.20. 선고 2018가합52788 판결

 

창원지방법원 제5민사부 판결

사 건 / 2018가합52788 근로자지위확인

원 고 / 1. A, 2. B, 3. C, 4. D

피 고 / E 조합

변론종결 / 2019.12.05.

판결선고 / 2020.02.20.

 

<주 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원고 A2013.5.15.부터, 원고 B2014.5.9.부터, 원고 C2014.1.2.부터, 원고 D2012.2.29.부터 각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양돈업을 경영하는 조합원의 공동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양돈농가로 부터 공급받은 돼지를 도축·가공·판매하는 사업 등을 하는 협동조합으로, 김해시 F에 있는 5층 건물에서 공판장, 도축장과 육가공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 등을 운영하면서 ‘G’라는 상표로 돼지고기 포장육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2) 원고들은 피고의 돈육생산 공정 중 도축된 돼지고기 지육(도축 후 껍질을 벗기고 머리, 꼬리 및 사지 끝을 절단하고 내장을 꺼낸 부분)의 발골(지육 또는 부분육에서 뼈를 제거하는 작업), 정선(발골을 마친 정육을 판매사양에 맞게 잘라내는 작업), 포장 등의 업무(이하 육가공 업무라 한다)를 도급받은 주식회사 H(이하 ‘H’라 하고, 아래에서는 주식회사의 표시를 생략한다)에 고용되어 이 사건 공장에서 육가공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다.

 

. 육가공 업무의 외부업체 위탁

1) 당초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는 피고에게 고용된 일용직 직원이 담당하였는데, 피고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경영상태가 악화되자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육가공 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하기로 하고,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피고의 퇴직 직원인 I, J이 설립한 K에 육가공 업무를 위탁하였다.

2) 이후 피고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L,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M,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N,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M, 2014년부터 2017.4.까지는 O에 육가공 업무를 위탁하였고, 2017.5.1.부터 현재까지는 H(H2017.12.7. 주식회사로 설립되기 전에는 그 대표이사인 P가 동일한 상호로 개인사업자로 영업을 하였는데, 이하에서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H’라 표시한다)에 육가공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3) 원고들은 2017.5.1. 이전부터 M, O 등에 고용되어 이 사건 공장에서 육가공 업무에 종사하였고, 2017.5.1. 육가공 업무의 위탁업체가 H로 변경되자 H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들이 이 사건 공장에서 육가공 업무에 종사하기 시작한 고용일과 담당 업무는 다음의 표와 같다. <표 생략>

 

. 피고의 돈육생산 공정 개관

1) 피고의 돼지고기 포장육 생산 공정은 크게 도축 가공(발골·정선) 포장 출하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2) 이 사건 공장 1층에 위치한 도축장에 돼지가 입고되면 이에 대하여 실신, 방혈, 내장 적출, 두부 및 꼬리 제거 등의 도축 작업을 한 후 등의 중심선을 따라 좌우로 가른 상태의 지육을 이 사건 공장 3층의 예냉실로 보낸다.

3) 지육이 예냉실로 들어오면 이를 꺼내어 3부분으로 분할하고 컨베이어벨트로 움직이는 설비를 통해 분할 및 발골, 정선(정형), 내포장, 외포장 등의 작업을 거치게 된다. 발골과 정선을 마친 정육은 사양에 맞게 내포장을 하고, 냉장육과 냉동육으로 나누어 외포장 후 출고되기 전까지 냉장 또는 냉동 상태에서 보관된다.

4) 지육이 예냉실에 입고된 이후 가공·포장 작업을 거쳐 출고될 때까지의 공정 순서는 별지1 공정표의 기재와 같다. <표 생략>

 

. 피고와 H 사이의 계약

1) 피고는 2017.4. 무렵 H와 사이에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를 위탁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는 H가 주식회사로 설립된 이후인 2018.1.30. 육가공 업무 위탁을 위한 계약을 새로 체결하였는데, 기존 계약서의 용역’, ‘용역계약’, ‘용역업무’, ‘용역비' 등의 표현을 도급’, ‘도급계약’, ‘도급업무’, ‘도급비등으로 수정한 것 외에는 기존 계약서의 내용과 차이가 없다(이하에서는 피고와 H 사이의 기존 계약과 새로운 계약을 구분하지 않고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 관련 규정

이 사건과 관련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과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2007.4.19. 공동 제정한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은 별지2 관련 법령의 기재와 같다.

[사실인정의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2·12·17호증, 을 제1·3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 주위적 청구

이 사건 공장에서 육가공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당초에는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였고, 피고가 육가공 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한 이후 위탁업체의 변경과 무관하게 계속하여 이 사건 공장에서 육가공 업무에 종사하여 왔으며, H는 원고들에 대하여 채용·해고 등의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 피고는 H에 육가공 작업물량과 상관없이 최저물량에 대한 대금을 보전하여 주는 등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직접 부담하였고, 육가공 업무에 필요한 기계·설비 등은 모두 피고의 소유이다. H는 육가공 업무에 관하여 전문성이나 경험을 갖고 있지 않고, 피고는 H에 고용된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에 대하여도 실질적인 사업주로서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H 등 육가공 업무의 위탁업체는 사업주로서의 독립성이 없는 피고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사용·지휘하여 근로를 제공받았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원고들이 위탁업체에 고용되어 이 사건 공장에서 육가공 업무에 종사한 날부터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

 

. 예비적 청구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H의 근로자들에게 육가공 업무에 관하여 직·간접적인 지시를 하였고, 원고들이 이 사건 공장에서 담당한 육가공 업무는 피고의 돼지고기 포장육 생산 사업의 직접생산공정 중 일부로서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 H는 피고와의 협의 없이 육가공 공정에 투입될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의 결정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독립적인 조직이나 설비도 갖추고 있지 못하며, 피고가 외부업체에 육가공 업무를 위탁하게 된 것은 그 업무의 전문성·기술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와 H 사이의 이 사건 계약은 그 명칭이 용역계약 또는 도급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 노동력의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피고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제2항에 위반해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인 원고들을 사용하였을 뿐 아니라 같은 법 제5조제1항의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직접생산공정에서 원고들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같은 법 제6조의2 1항에 따라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 인정하는 사실

다음의 사실은 갑 제1부터 7호증까지, 갑 제9부터 11호증까지, 갑 제13부터 17호증까지, 갑 제20부터 27호증까지, 갑 제34·35·37호증, 을 제1부터 15호증까지, 을 제 17·19·23·25·27·28호증, 을 제31부터 33호증까지의 각 기재, 증인 Q, R의 각 증언, 이 법원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장, 김해시장,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양산지청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김해지사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의 사업과 조직 등

피고가 영위하는 사업 분야는 도축·공판사업, 육가공사업, 사료사업, 금융사업, 육종사업, 지도·지원사업 등이 있고, 내부 조직으로는 미래전략기획실, 양돈종합지원실, 김해공판사업본부, 부경공판사업본부, 사료사업본부, 육가공사업부, 금융사업본부 등을 두고 있다. 육가공사업본부는 축산영업팀, 전략유통팀, 사업지원팀, 생산팀, 품질관리팀, 부산물사업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H가 담당하는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는 생산팀의 업무에 속한다. 피고는 육가공 시설로 제1, 2공장과 한우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건 공장은 피고의 제1공장이다.

피고의 이 사건 공장 관리자인 육가공센터장은 원래 S이었다가 2018.11. 무렵 T으로 교체되었고, 이 사건 공장에는 센터장 외에 피고의 직원인 U이 근무하고 있다. H의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작업장과 육가공센터장의 사무실은 모두 이 사건 공장 3층에 위치한다.

피고는 식육포장처리업에 관하여 김해시장으로부터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른 영업허가를 받았고, 식육가공업, 식육포장처리업에 관하여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른 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았다.

2) H의 사업과 조직 등

H의 대표이사인 P2001.4.1. 개인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업을 시작하였는데 사업자등록의 업종은 기타 도급과 무역으로 되어 있다. P2017.12.7. H를 주식회사로 설립하였는데, 그 법인등기부에는 육류가공 및 용역업, 육류가공품 판매 및 무역업, 축산물 판매 및 무역업, 축산물 유통업, 부동산임대업 등이 목적으로 등재되어 있고 사업자등록증의 업종은 육류가공·인력공급업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업종은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이다. H는 식육포장처리업 등에 관하여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른 영업허가나 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적이 없다. H2017.5.10. 안전관리업무에 관하여 V과 위탁계약을, 2018.8.1. 보건관리업무에 관하여 W협회와 위탁계약을 각 체결하여 이들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

H2017.5.1.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를 위탁받기 전에도 피고로부터 2011년부터 창고관리 업무를, 2014년부터 급식가공 업무를 각 위탁받아 수행하여 왔고, 현재 피고로부터 위탁받은 육가공, 창고관리, 급식가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 H가 피고로부터 위탁받은 급식가공 업무는 급식 납품용 육류를 가공하는 업무이다. H는 피고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김해 가공(생산), 김해·주촌 출고팀, PCM 1공장팀, 고성 출고팀 등의 조직을 두고 있다.

H2017.5.1.부터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를 위탁받게 되면서 직전의 위탁업체인 O에 고용된 직원 중 73명으로부터 고용승계확인서를 받았고, 이들은 O을 퇴사하고 곧바로 H에 고용되었다. 이후 H는 채용공고와 면접 등을 거쳐 15명 정도의 직원을 신규로 선발하였고, H2018.10.10. 기준 근로자 수는 88명이다.

H는 이 사건 공장에 현장대리인으로 X 부장(발골업무), Y, Z 반장(정선업무)을 두고 있다. X 부장은 O의 직원은 아니었으나 그 이전의 위탁업체였던 M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 H의 총괄부장으로 육가공과 창고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R2005년부터 H에 고용되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H의 법인등기부에는 그 본점이 이 사건 공장의 주소로 등재되어 있고, H의 사무실은 이 사건 공장 건물 밖의 가건물에 있다. H의 대표이사 P나 총괄부장 R은 육가공 업무에 관하여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을 갖고 있지 않고, 원고 A를 비롯한 H 근로자 중 일부는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거나 발골 또는 정선 업무에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다.

3) 육가공 업무 진행 과정

이 사건 공장에서 도축된 돼지고기 지육은 대부분 도축 당일 H의 근로자들에 의한 육가공 작업을 거치게 된다. 피고는 매일 17:00 전후에 다음 날의 육가공 업무에 관한 작업지시서를 이 사건 공장 3층의 작업장 내에 게시하는데, 그 작업지시서에는 부위별·등급별 생산량과 지방 비율·작업순서 등 생산방법에 관한 요구, 작업에 관한 주의사항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매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공 도축 1등급 이상 순번 현황H의 현장대리인들에게 전달하고, 현장대리인들은 이를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전달한다. ‘가공 도축 1등급 이상 순번 현황에는 당일 작업 대상인 지육의 축산농가, 도체번호, 두수, 생산수량 등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당일 추가 주문이 있거나 갑작스런 변경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적은 가전표를 H의 현장대리인들에게 전달하고 현장대리인들은 이를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전달하여 작업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H의 대표이사 P와 현장대리인들은 매일 07:00 H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어 당일 작업 인원과 순서 등에 관하여 논의하고,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센터장 사무실에서 회의가 열릴 때도 있다. H는 매일 작업량의 차이를 반영한 인력배치계획을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는 모두 원고들을 비롯한 H 근로자들에 의하여 수행되었고 피고의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관여한 적은 없으나, 작업물량이 많아 작업의 진행이 지체될 경우 육가공 업무에 관하여 기술을 갖고 있는 S 등이 작업에 참여한 적은 있다. S은 육가공 업무나 청소·정리 상태 등에 관하여 잘못된 것이 있을 경우 직접 H 근로자들에게 지시를 하거나 질책하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육가공센터장이 2018.11. T으로 교체된 이후에는 T이 작업에 참여하거나 H 근로자들에게 지시를 한 적은 없다. 피고는 이 사건 공장의 위생 또는 안전에 관한 지시사항을 본부장님 지시 사항또는 공고등의 형식으로 게시판에 부착하기도 하였고, H 근로자들의 작업장에 위생준수사항과 위생모 착용방법, 손 세척 및 소독 방법 등에 관한 게시물을 부착하여 두었다.

H의 근로자들의 육가공 업무는 이 사건 공장의 도축장에서 나오는 돼지고기 지육을 작업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사건 공장에서 근무하는 H 근로자들의 근무일정은 대체로 피고의 이 사건 공장 근무일정(도축일정)에 따라 결정된다. 미리 공지된 근무일정이 변경될 경우 피고는 H에 업무협조 공문을 보내 변경을 요청하는데, 2018.5.1. H 근로자들의 반대로 근무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피고의 근무일정과 H의 근무일정이 일치하지 않은 적은 없다. 명절 직전의 수요 증가, 가축전염병의 유행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피고는 대체근무일과 대체휴무일을 정해서 공지하고 있다.

육가공 업무는 예냉실에서 지육을 꺼내 크게 세 부분으로 절단한 후 이를 컨베이어벨트로 작동하는 설비에서 발골, 정선, 내포장, 외포장 등의 작업을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발골, 정선, 포장 등의 일부 작업이 지체될 경우 X 부장이 지육을 꺼내 절단하는 작업을 일시 중단시킴으로써 전체적인 작업속도를 조절하고 있고, 일부 작업이 지체되더라도 설비 자체를 정지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4) H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 시행, 근태 관리 등

H는 이 사건 공장 내의 회의실에서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예방 교육, 개인정보보호 교육, 안전관리·위생 교육 등 법정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R 총괄부장이나 Z 반장 등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관리감독자 교육을 받았다.

H는 이 사건 공장 1층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출퇴근 현황을 관리하여 왔고, 최근 지문인식기를 작업장이 있는 3증으로 이전하여 설치하였다. H 근로자들은 결근, 조퇴, 외출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H의 반장에게 이를 알리고 있다.

H 근로자들이 2017.12.21. 직장 내 성희롱예방 교육 등을 받고 작업장으로 늦게 복귀하자 피고의 직원인 U이 근로자들을 질책한 적이 있고, Z 반장은 2018.3.28. 작업이 일찍 끝나 탈의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H 근로자들에게 AA조합 직원이 일찍 가도 된다고 양해하였으니 퇴근하자고 말하였다. 피고는 2017.11.9. 육가공 업무가 지연되고 생산품에 문제가 발생하자 H에 경위를 파악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H2017.11.21.12.28. 해당 근로자들에 대하여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공고문을 게시하였다.

5) 피고와 H 사이의 육가공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계약관계

피고는 대부분 수의계약을 통해 육가공 업무의 위탁업체를 선정하여 왔으나, 2012.3.15.에는 위탁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하기도 하였다. H2017.4. 피고에게 용역제안서를 제출하여 심사를 거친 후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생략>

이 사건 계약 제7조제3항은 H의 육가공 업무 수행에 잘못이 있을 경우 피고가 H에 페널티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 기준인 별첨1”은 이물 혼입, 기준규격 부적격, 내용품 상이, 계약 잘못, 위생 문제, 시설물 훼손 등을 페널티금 부과의 사유로 정하고 있고, 피고는 2017.10. H에 갈비 부분의 냉동에 관한 잘못을 이유로 5,686,640원의 페널티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또한 이 사건 계약 제2조제4항은 H의 작업 및 환경정리에 소요되는 소모품은 H의 부담으로 구입하도록 하고 있고, “별첨2”H가 부담하는 주요 소모품으로 개인 위생용품(위생복, 위생모 등), 작업도구(칼 등), 청소작업용품, 생활용품(비누, 쓰레기봉투 등)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H는 스스로의 비용으로 작업복과 위생용품 등을 구매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다.

이 사건 계약 제9조는 이 사건 공장의 H 사무실, 작업장, 탈의실 등을 피고가 H에 월 22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에 임대하는 것으로 정하였고, 피고는 그 임대료에 관하여 H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육가공 작업 대금을 지급할 때 이를 공제하고 지급하였다. H가 피고로부터 임차한 작업장과 가공시설 등에 관한 일상적인 청소·관리는 H가 담당하였으나 그 시설의 유지·보수는 피고의 직원들이 담당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피고가 부담하였다.

H는 이 사건 계약 제4조제1항에 따라 2017.4.4. 피고에게 계약보증금 1억 원을 지급하였고, AC으로부터 발행받은 보험가입금액 3억 원의 보증보험증권도 교부하였다.

피고와 H2018.6.28. 이 사건 계약 제7조제1항에서 정한 계약단가를 1두 당 16,500원에서 17,600원으로 인상하여 2018.6.1.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는 H에 육가공 업무 위탁에 따른 대금으로 매월 약 28,000만 원에서 37,000만 원 사이의 금액을 지급하였고, 설날이나 추석 직전에는 다음 달에 지급할 대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하기도 하기도 하였다.

6) H의 노동조합 관련

2018.10.10.을 기준으로 H의 근로자 88명 중 56명은 AD노동조합에, 14명은 AE노동조합에 각 가입되어 있고, H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인 AD노동조합과 협의하여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하거나 취업규칙을 개정하였다. H2017.11.2. 근로자위원 3, 사용자위원 3명으로 구성된 노사협의회를 구성하였고 이후 정기적으로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8.6.25. 개최된 노사협의회에서는 근로자위원이 작업물량이 적을 경우 조기에 퇴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H는 이를 인정하기로 하였다. 2018.9.14. 개최된 노사협의회에서는 사용자위원이 근로자들에게 피고와 금액에 관한 협의를 하여 상위 등급의 추석선물세트를 제공하기로 협의하였다.

HAD노동조합이 2018.2.6. 체결한 단체협약은 임금, 수당, 상여금, 퇴직금의 지급, 노동시간, 휴일, 휴게시간, 정년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단체협약 제15조제2항은 문서열람, 복사 및 자료제공에 관하여 H가 노동조합의 요청이 있을 경우 조합원에 관한 사항,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 산업안전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한 자료를 피고의 승인을 받아 협조한다고 정하고 있고, 19조는 H는 임금협정 유효기간 중이라도 시중 물가가 현저하게 올라 조합원의 실질임금 저하가 예상될 경우에는 피고와의 용역비 인상계약 체결 시 대책을 강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36조에서는 휴일에 대한 대체근무에 대하여 피고와의 합의하에 실시한다고 정하고 있다.

AE노동조합에 가입한 H 근로자들이 이 사건 공장의 현장게시판에 노동조합 관련 게시물을 부착하려 하자 피고의 직원이 이를 제지하였고, 이에 AE노동조합은 2018.8.30. 피고에게 항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편, AE노동조합에 가입한 원고 A가 이 사건 공장에 노동조합 관련 게시물을 붙이자 H 총괄부장 R은 피고의 동의를 받고 붙여야 한다고 하면서 게시물을 피고의 육가공센터장에게 갖다 주라고 말하였다.

H의 대표이사 PHAD노동조합과 사이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피고가 단체교섭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피고에게 결과를 보고해야 된다고 발언하기도 하였다.

 

.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하기 위해서는, 원고용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제3자이고 근로 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2) 당초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는 피고의 직원들이 담당하였고, 피고로부터 2001년 처음 육가공 업무를 위탁받은 K는 피고의 퇴직 직원들이 설립한 업체였으며, 이후 이 사건 공장의 근로자들 중 대부분은 위탁업체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새로운 위탁업체에 재고용되어 중단 없이 육가공 업무에 종사하여온 점, 이 사건 계약에서는 해당 월의 작업물량이 기준두수 17,000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피고는 최소한 17,000두를 기준으로 계산한 대금을 H에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였는데 이는 H의 최소 인건비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H가 이 사건 공장에서 운용하는 인력에 대하여 92명을 기준으로 5%의 인원 조정만을 허용하고 있는 점, H는 피고로부터 위탁 받은 육가공, 창고 관리, 급식가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영업을 하지 않고, 피고로부터 받은 용역비 대부분은 H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로 지출되는 점, 피고는 작업지시서 등을 통하여 H 근로자들에게 작업에 관한 요청사항을 전달하였고, 피고의 육가공센터장 등의 직원이 직접 H 근로자들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거나 질책하는 말을 하기도 한 점, 이 사건 공장과 육가공 업무에 필요한 설비는 모두 피고의 소유로서 피고가 직접 유지·보수하고 있고, H가 그 임대료로 부담하는 금액은 월 22만 원의 명목상의 금액에 불과한 점, H의 휴무일, 출퇴근 등의 근무일정은 피고의 근무일정에 따라 결정되는 등 피고의 결정이 H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점, H의 본점 주소지는 이 사건 공장으로 되어 있고, 이 사건 공장 밖의 가건물 외에는 별다른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H가 피고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다거나 H 근로자들이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등 원고들을 비롯한 H의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3) 그러나, H의 대표이사 P는 이미 2001.4.1.부터 개인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업을 시작하였고, 총괄부장 R2005년부터 H에 고용되어 근무하는 등 피고와는 독립하여 사업을 한 적이 있는 점, H는 피고로부터 2011년부터 창고관리 업무를, 2014년부터 급식가공 업무를 각 위탁받아 수행하여 왔고, 이와 같은 위탁업무 수행경험과 이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2017.5.1.부터 육가공 업무를 추가로 위탁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H는 김해 가공(생산), 김해·주촌 출고팀, PCM 1공장팀, 고성 출고팀 등의 내부 조직을 두고 있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총괄부장, 부장, 과장, 반장, 조장, 주임 등의 직위도 부여하고 있는 점, HO을 퇴직한 근로자들을 재고용한 것 외에도 자신의 명의로 채용공고를 내고 면접을 거쳐 신규 직원을 채용하였고, 직원 채용에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는 점, H의 직원들이 가입하고 있는 AD노동조합과 AE노동조합은 모두 피고가 아닌 H를 사용자로 인식하였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인 AD노동조합은 H와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약 등을 체결하고 노사협의회를 개최한 점, H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계약보증금 4억 원을 현금과 보증보험증권으로 실제로 부담하였고, 피고는 육가공 업무에 잘못이 발생한 경우 H에 페널티금을 부과하기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H 근로자들에 대한 피고의 육가공 업무 관련 지시는 H의 반장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전달되었고, 직접적인 지시나 질책은 피고 직원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드물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H는 스스로의 비용을 들여 근태관리를 위한 지문인식기를 설치하고 법정 의무 교육을 실시하며 안전관리·보건관리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등 사업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한 점, H 근로자들의 결근, 조퇴, 외출, 휴가 등에 관하여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H는 육가공 업무에 필요한 소모품 등을 직접 구매하여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고, 피고가 육가공 업무 수행에 관한 대금과 별도로 이를 보전하여 주지는 않은 점, H는 피고와는 별도의 법인으로서 법인세 등 제반 세금을 납부하고 국민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고 회계, 결산 등도 별도로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앞에서 본 여러 사정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국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의 H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한 H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는 H의 육가공 업무에 관하여 작업 물량과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을 적은 작업지시서나 가공도축 1등급 이상 순번 현황, 가전표 등의 문서를 H의 반장들을 통해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전달하였고, H의 근로자들은 이에 맞추어 육가공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를 들어 피고가 H 근로자들에게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사건 계약을 도급계약으로 보는 경우,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완성해야 할 일의 내용은 계약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로서 이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매일 수급인에게 전달하여 그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고, 이 때 수급인의 근로자들이 도급인의 요구사항을 이행한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는 작업 당일에 도축된 지육에 대하여 육가공 공정을 거쳐 피고의 요구사항에 맞는 포장육을 생산하는 것이므로, 피고에게는 포장육의 구체적인 생산방법보다는 피고의 요구사항에 맞는 포장육이 적시에 생산되었는지 등과 같은 결과물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피고가 작업 물량과 방법(지방의 비율 등)에 관하여 H 근로자들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여 이행하도록 한 것은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일의 완성에 관한 지시로 볼 수 있다.

H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육가공 공정인 발골, 정선, 포장 중 일부가 지체될 경우 H의 직원인 X 부장은 예냉실에서 지육을 꺼내 절단하는 작업을 일시 중단시킴으로써 전체적인 작업속도를 조절하였다. , H 근로자들이 육가공 공정을 통해 생산해야 하는 포장육의 물량 등은 미리 정해져 있으나, 이를 완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방법 등은 어느 정도 H에 유보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작업방법 등에 관한 H의 재량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이는 한정된 근무시간 내에 정해진 작업을 마침으로써 예정된 물량의 포장육을 생산해야 하는 육가공 업무의 특성 때문이지, 피고가 H의 근로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기 때문은 아니다.

H의 육가공 업무 수행에 어떤 잘못이 있을 경우 피고는 H에 페널티금을 부과하여 H에 지급하는 대금에서 페널티금을 공제하였는데, 이는 피고와 H 사이의 계약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고, 그로 인해 피고의 육가공 업무에 관한 요구사항이 H 근로자들에게까지 구속력 있는 지시가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가 H 근로자들에 대하여 시설과 개인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의 법령을 준수하고 위생적인 포장육을 생산하기 위하여 도급인으로서 통상적인 관리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계약에서도 H에 대하여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른 안전관리인증(HACCP)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 H 근로자들의 피고의 사업에의 편입

원고들을 비롯한 H 근로자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는 양돈농가로부터 돼지를 공급받아 이 사건 공장에서 돼지고기 포장육을 생산하고 있는데, 도축부터 가공(발골·정선), 포장, 보관, 출하에 이르는 일관공정을 갖추고 있으므로 H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육가공 업무와 피고의 직원이나 다른 외주업체가 담당하는 도축, 보관, 출하 등의 다른 업무는 피고의 돼지고기 포장육 생산 사업을 구성하는 주요 공정이 된다. 반면, 이 사건 공장의 도축, 육가공, 보관, 출하 등의 공정은 서로 그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해당 업무에 요구되는 전문성·기술성도 전혀 다르며, 급여의 수준이나 난이도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는 오로지 원고들을 비롯한 H 근로자들에 의하여만 수행되고, 피고의 직원이 그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다. 작업물량이 많아 육가공 업무가 지체되는 경우 발골 기술을 가지고 있는 피고의 육가공센터장이 육가공 업무를 도와준 적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이 사건 공장의 관리자로서 원활한 생산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의 직원이 H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였다고 볼 근거는 되지 못한다.

이 사건 공장의 도축장에서 돼지가 도축되어 지육이 예냉실로 보내지면 H 근로자들이 곧바로 이에 대하여 육가공 작업을 하게 되므로, 이 사건 공장의 도축 공정과 육가공 공정은 상당한 유기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도축 공정과 육가공 공정이 유기성을 갖게 된 것은 피고가 이 사건 공장에 돼지고기 포장육 생산을 위한 일관공정을 갖춘 결과일 뿐이고, 피고는 다른 곳에서 도축한 지육을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공정에 투입하거나, 이 사건 공장에서 도축한 지육을 다른 공장의 육가공 공정에 공급하는 등의 방법(실제로 피고는 이 사건 공장에서 도축된 지육을 다른 육가공업자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으로 도축 공정과 육가공 공정의 유기성을 단절·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돼지고기 포장육 생산이라는 사업에 관하여 도축 공정과 육가공 공정의 유기성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며, 피고는 생산 효율성의 제고와 품질의 향상, 소비자의 신뢰 확보 등을 위하여 이 사건 공장에 일관공정을 갖춰 돼지고기 포장육을 생산하는 것일 뿐이다.

전체 공정 중 일부 공정에서의 작업 중단 또는 지연은 그 정도를 불문하고 전체 업무의 완성에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근로자파견이든 도급이든 여러 사업주체 사이의 협업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작업에는 어느 정도의 유기성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피고의 도축 등의 공정과 H의 육가공 공정 사이에 일반적인 식품생산업에 비하여 고도의 유기성이 존재하거나 상호 연관성·의존성이 두드러진다고 쉽사리 단정할 근거가 없다.

이 사건 공장과 육가공 공정에 사용되는 재료(지육)와 설비는 모두 피고의 소유로서 피고가 직접 유지·보수하고 있고, 육가공 공정에 필요한 일부 소모품만 H가 구매하여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도급계약에 있어서도 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재료와 설비를 공급받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로서 이를 근로자파견과 도급을 구분하는 요소로 보기는 어렵고, 피고가 통상의 도급계약에서 더 나아가 재료와 설비의 제공을 통하여 H 근로자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켰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

피고가 H에 육가공 업무에 관하여 지급하는 대금은 기본적으로 작업물량인 두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이 사건 계약은 완성된 일의 정도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는 도급으로서의 외형을 갖고 있다. 작업물량이 기준두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최소 대금을 보장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작업물량의 계절적 변동이 있어 위탁사업자의 경영 안정성을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이 사건 계약이 근로자파견의 실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4) H의 근로자 관련 결정 권한 행사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H는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판단된다.

H2017.5.1.부터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를 위탁받게 되면서 직전의 위탁업체인 에 고용된 직원 중 73명을 재고용하였는데, 이에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한, 묘는 이후에도 독자적인 채용공고와 면접을 거쳐 15명 정도의 직원을 신규로 선발하였고, 이에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H는 이 사건 공장에 현장대리인으로 X 부장(발골업무), Y, Z 반장(정선업무)을 두고 있고, XO의 직원은 아니었다. 현장대리인의 선임 등에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다.

H는 이 사건 공장 내의 회의실에서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스스로의 비용을 들여 법정 의무교육을 시행하였고, 일부 직원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관리감독자 교육을 받도록 하였다.

H 근로자들의 작업·휴게시간은 H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인 AD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의하여 결정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관여할 여지는 없다. H의 휴무일, 출퇴근 등의 근무일정은 피고의 근무일정에 따라 결정되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공장의 육가공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일 뿐 H가 독자적으로 결정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H 근로자들의 거부하여 피고의 근무일에 H 근로자들이 근무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H는 이 사건 공장에 자신의 비용으로 지문인식기를 설치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출퇴근 현황을 관리하여 왔고, H 근로자들은 휴가, 조퇴, 외출 등에 관하여 상급자인 부장이나 반장에게 알려 처리하고 있다. 피고가 H 근로자들의 근태관리에 직접 관여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다.

이 사건 계약에서 H가 이 사건 공장에서 운용하는 인력에 대하여 92명을 기준으로 5%의 인원 조정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 H의 대표이사 P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피고가 단체교섭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피고에게 결과를 보고해야 된다고 발언한 것, 2018.9.14. 개최된 노사협의회에서 피고와 금액에 관한 협의를 하여 상위 등급의 추석선물세트를 제공하기로 협의한 것, H 근로자들이 교육을 받고 작업장으로 늦게 복귀하자 피고의 직원이 근로자들을 질책한 것, H회사 Z 반장이 2018.3.28. H 근로자들 에게 AA조합 직원이 일찍 가도 된다고 양해하였다고 말한 것 등은 인정되지만, 노무 도급의 성격과 육가공 업무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H가 근로자와 관련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5) 이 사건 계약의 목적과 H 근로자들의 업무 성격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은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어 있고, H 근로자가 맡은 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과 기술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사건 계약은 피고의 업무에 관하여 지육의 인수, 검수, 발골, 정선, 포장, 부산물 정리, 청소, 세척 등으로 명확하게 정하고 있고, 그 공간적 범위 또한 이 사건 공장 3층의 작업장과 자재창고 등의 부대공간으로 한정하고 있다.

발골 기술을 가지고 있는 피고의 육가공센터장이 육가공 업무를 도와준 적은 있으나 이는 비정기적인 것으로 보이고, H 근로자가 맡은 육가공 업무와 피고 소속 근로자의 나머지 업무는 명확하게 구별되며, H 근로자들과 피고 근로자들이 육가공 공정 내에서 동일한 업무를 혼재하여 수행하거나 상호의 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H는 피고로부터 육가공 업무 외에 급식가공 업무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데, 급식가공 업무는 지육을 급식용으로 가공하는 것으로서 육가공 업무와 그 내용에 큰 차이는 없다. H 근로자들 중 일부는 육가공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발골·정선 등의 작업에는 비교적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6) H의 독립적 조직·설비

H는 김해 가공(생산), 김해·주촌 출고팀, PCM 1공장팀, 고성 출고팀 등의 내부 조직을 두고 있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총괄부장, 부장, 과장, 반장, 조장, 주임 등의 직위도 부여하고 있으므로, 독립적인 조직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공장과 육가공 업무에 필요한 설비는 모두 피고의 소유이고 H는 이를 소액의 차임으로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을 뿐 별다른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노무도급 관계에서 수급인은 별다른 물적 시설을 갖추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H가 독립적인 설비를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계약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7)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원고들을 비롯한 H 근로자들의 근로관계의 실질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결국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 론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최웅영(재판장) 박신영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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