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된다. 특히 기습추행의 경우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해자의 옷 위로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는 행위(대법원 2002.8.23. 선고 20022860 판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어깨를 주무르는 행위(대법원 2004.4.16. 선고 200452 판결),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비비는 행위나 여중생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대법원 2015.11.12. 선고 20128767 판결) 등에 대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이루어져 기습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2] 원심은 무죄의 근거로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던 당시 피해자가 즉시 피고인에게 항의하거나 반발하는 등의 거부의사를 밝히는 대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는 점을 중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대법원 2018.10.25. 선고 20187709 판결, 대법원 2019.7.11. 선고 20182614 판결 등 참조)에서 원심이 들고 있는 위 사정만으로는 강제추행죄의 성립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지만, 반대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한 바도 없었음이 분명하고, 피고인의 신체접촉에 대해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근거 역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아니한 이유에 관하여, 피해자는 경찰 조사시 수치스러웠다. 이런 적이 한번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검찰 조사시 짜증이 나고 성적으로 수치심이 들었다. 피고인은 회사 대표이고 피해자는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라서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못했다고 각 진술하였다. 이처럼 당시는 다른 직원들도 함께 회식을 하고나서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던 분위기였기에 피해자가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인의 행위에 동의하였다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였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직장회식 자리에서 이루어진 신체접촉을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으로써, 기습추행이 강제추행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강제추행이 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즉각 거부의사를 밝혀져야 하는지 여부에 관한 종전의 법리를 재차 확인하고 이를 명확히 한 사례.

 

대법원 2020.3.26. 선고 201915994 판결

 

대법원 제3부 판결

사 건 / 201915994 강제추행

피고인 / 피고인

상고인 / 검사

원심판결 / 창원지방법원 2019.10.17. 선고 2019309 판결

판결선고 / 2020.3.26.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미용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공소외 2(, 27)는 위 회사의 가맹점인 ○○○○○ △△△△△△점 및 □□□□□ ◊◊◊◊◊◊◊점에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62월 내지 3월 사이 일자불상경 밀양시 (주소 생략)에 있는 ☆☆노래방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피해자를 강제주행할 마음을 먹고, 피해자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힌 후 피해자에게 귓속말로 일하는 것 어렵지 않냐. 힘든 것 있으면 말하라고 하면서 갑자기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추고, 이에 놀란 피해자가 하지 마세요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하여 괜찮다. 힘든 것 있으면 말해라. 무슨 일이든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하면서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갑자기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는 부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여 그대로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피고인이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었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이러한 행위를 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다음의 이유로 이 역시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 우리 형사법의 체계에 비추어 볼 때,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인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폭행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만 한다.

 

. 그런데, 피해자는 추행을 당한 경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자신의 오른손으로 제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다. 힘든 것 있으면 말해라. 무슨 일이든 해결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증인 공소외 3은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다리를 옷 위로 쓰다듬고 피해자 옆에 기대거나 피해자를 뒤에서 안는 등 의 행위를 했으나 피해자는 가만히 있었다’, ‘단순히 친하다고만 생각했던 두 사람인데 피고인이 그런 모습을 보여서 놀랐다. 거기에 대해서 피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증인 공소외 4도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을 보았는데 직후 피해자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이와 같은 증인들의 진술 내용이나 당시 이루어진 회식의 지속 시간, 진행 과정 및 분위기, 피고인의 부적절한 행동의 유형 및 반복성, 피해자의 반응, 다른 회식 참석자들의 상황 인식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위와 같이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만진 행위를 들어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로 인한 강제추행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된다. 특히 기습추행의 경우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해자의 옷 위로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는 행위(대법원 2002.8.23. 선고 20022860 판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어깨를 주무르는 행위(대법원 2004.4.16. 선고 200452 판결),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비비는 행위나 여중생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대법원 2015.11.12. 선고 20128767 판결) 등에 대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이루어져 기습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나아가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4.26. 선고 20012417 판결 등 참조).

 

.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제1심 증인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진술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취지로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에 부합한다. 특히 제1심 증인 공소외 3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친하기는 하였어도 그와 같이 신체접촉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장면을 보고서 놀랐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여성인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인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인 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할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추행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 원심은 무죄의 근거로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던 당시 피해자가 즉시 피고인에게 항의하거나 반발하는 등의 거부의사를 밝히는 대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는 점을 중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대법원 2018.10.25. 선고 20187709 판결, 대법원 2019.7.11. 선고 20182614 판결 등 참조)에서 원심이 들고 있는 위 사정만으로는 강제추행죄의 성립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지만, 반대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한 바도 없었음이 분명하고, 피고인의 신체접촉에 대해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근거 역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아니한 이유에 관하여, 피해자는 경찰 조사시 수치스러웠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검찰 조사시 짜증이 나고 성적으로 수치심이 들었다. 피고인은 회사 대표이고 피해자는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라서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못 했다고 각 진술하였다. 이처럼 당시는 다른 직원들도 함께 회식을 하고나서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던 분위기였기에 피해자가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인의 행위에 동의하였다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였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원심도 이에 관하여 다른 판단을 하고 있지는 않다.

 

.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은 기습추행으로 인한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부정적으로 볼만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피고인이 저지른 행위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였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았으니,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기습추행 내지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원심판결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춘 행위로 인한 강제추행 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그러나 원심판결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로 인한 강제추행 부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원심이 무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 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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