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개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록 그 법률조항의 개정이 자구만 형식적으로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개정 전후 법률조항들 사이에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개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개정 전 법률조항’에까지 그대로 미친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동일한 내용의 형벌법규라 하더라도 그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시간적 범위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와 사회 일반의 법의식의 변천에 따라 그 위헌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특정 시점에 위헌으로 선언한 형벌조항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원래부터 위헌적이었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헌법재판소가 과거 어느 시점에 당대의 법 감정과 시대상황을 고려하여 합헌결정을 한 사실이 있는 법률조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개정 전후 법률조항들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하여 ‘개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개정 전 법률조항’에까지 그대로 미친다고 본다면, 오랜 기간 그 법률조항에 의하여 형성된 합헌적 법집행을 모두 뒤집게 되어 사회구성원들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일률적으로 부정하여 과거에 형성된 위헌적 법률관계를 구제의 범위 밖에 두게 되면 구체적 정의와 형평에 반할 수 있는 반면,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 없이 인정하면 과거에 형성된 법률관계가 전복되는 결과를 가져와 법적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제3항은 본문에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단서에서 ‘해당 법률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벌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이 있는 경우 그 합헌결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합헌결정이 있는 날까지 쌓아온 규범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둘러싼 위와 같은 대립되는 법률적 이념에 대한 고려와 형량의 결과로 심판대상을 확장 또는 제한하게 된다.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이 갖는 규범적 의미, 위헌결정의 소급적 확장 여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 확정의 의의 및 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의 헌법상 권한분장의 취지를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한 바 있는 ‘개정 전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이 이와 다른 판단을 할 수는 없으며, 이는 헌법재판소가 ‘개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이유에서 ‘개정 전 법률조항’에 대하여 한 종전 합헌결정의 견해를 변경한다는 취지를 밝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3.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 등이 적용되어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된 재항고인이, 그 후 헌법재판소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3.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개정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에 관한 부분, 같은 항 중 형법 제329조의 미수죄에 관한 부분 등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였음을 이유로 재심청구를 한 사안에서, 개정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은 재항고인에게 적용된 구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에 대하여는 미치지 아니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제4항의 재심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재항고를 기각한 사례임.
【대법원 2020.2.21. 선고 2015모2204 결정】
• 대법원 제2부 결정
• 사 건 / 2015모2204 재심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 피고인 / 피고인
• 재항고인 / 피고인
• 원심결정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6.25.자 2015재노8 결정
<주 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재항고 이유를 판단한다.
1. 어느 법률조항의 개정이 자구만 형식적으로 변경된데 불과하여 그 개정 전후 법률조항들 자체의 의미내용에 아무런 변동이 없고, 개정 법률조항이 해당 법률의 다른 조항이나 관련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해석에서도 개정 전 법률조항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없어 양자의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개정 전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은 그 주문에 개정 법률조항이 표시되어 있지 아니하더라도 ‘개정 법률조항’에 대하여도 미친다(대법원 2014.8.28. 선고 2014도5433 판결 참조).
그러나 이와 달리 ‘개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록 그 법률 조항의 개정이 자구만 형식적으로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개정 전후 법률조항들 사이에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개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개정 전 법률조항’에까지 그대로 미친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동일한 내용의 형벌법규라 하더라도 그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시간적 범위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와 사회 일반의 법의식의 변천에 따라 그 위헌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특정 시점에 위헌으로 선언한 형벌조항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원래부터 위헌적이었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헌법재판소가 과거 어느 시점에 당대의 법 감정과 시대상황을 고려하여 합헌결정을 한 사실이 있는 법률조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개정 전후 법률조항들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하여 ‘개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개정 전 법률조항’에까지 그대로 미친다고 본다면, 오랜 기간 그 법률조항에 의하여 형성된 합헌적 법집행을 모두 뒤집게 되어 사회구성원들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일률적으로 부정하여 과거에 형성된 위헌적 법률관계를 구제의 범위 밖에 두게 되면 구체적 정의와 형평에 반할 수 있는 반면,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 없이 인정하면 과거에 형성된 법률관계가 전복되는 결과를 가져와 법적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제3항은 본문에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단서에서 ‘해당 법률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벌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이 있는 경우 그 합헌결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합헌결정이 있는 날까지 쌓아온 규범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둘러싼 위와 같은 대립되는 법률적 이념에 대한 고려와 형량의 결과로 심판대상을 확장 또는 제한하게 된다.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이 갖는 규범적 의미, 위헌결정의 소급적 확장 여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 확정의 의의 및 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의 헌법상 권한분장의 취지를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한 바 있는 ‘개정 전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이 이와 다른 판단을 할 수는 없으며, 이는 헌법재판소가 ‘개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이유에서 ‘개정 전 법률조항’에 대하여 한 종전 합헌결정의 견해를 변경한다는 취지를 밝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항고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구「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3.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 등이 적용되어 재항고인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 그 후 헌법재판소가 2015.2.26. 선고 2014헌가16, 19, 23(병합) 사건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3.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개정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에 관한 부분, 같은 항 중 형법 제329조의 미수죄에 관한 부분 등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결정(이하 ‘이 사건 위헌결정’이라 한다)을 선고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은 재항고인에게 적용된 구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에 대하여는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재심대상판결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해당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제4항의 재심사유가 존재한다는 재항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한편, 헌법재판소는 1995.3.23. 재항고인에게 적용된 구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1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가 있고(93헌바59 결정), 이 사건 위헌결정의 이유에서 구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1항에 대하여 한 위 93헌바59 결정 중 이 사건 위헌결정의 견해와 저촉되는 부분은 그 범위 안에서 변경한다는 취지를 밝혔으나, 이 사건 위헌결정에서 구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1항을 심판대상으로 확장하지는 아니하였다.
다.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재항고인에게 행위시법인 구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개정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에 대한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은 구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에 대하여 미치지 아니하므로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위헌결정의 효력과 헌법재판소법 제47조제4항의 재심사유 존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