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9.26. 선고 2019도8583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도8583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 피고인 / A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6.7. 선고 2018노1111 판결
• 판결선고 / 2019.09.26.
<주 문>
원심판결 중 그 판시의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2번에 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 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2번에 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부분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H그룹 I의 회장이고, 피해자 J(여, 28세)은 H그룹 I에 고용된 피고인의 비서이다.
피고인은 2014.9.5. 10:20경 서울 영등포구 K건물 L호 H그룹 I의 회장 집무실에서, 아침 보고를 하는 피해자에게 ‘이쁘다’고 하며 피해자의 허리를 양손으로 껴안는 방법으로 포옹하여 추행하고, 같은 날 18:10경 퇴근 보고를 하는 피해자에게 ‘학원에 태워다줄까’라고 하면서 양손으로 피해자를 포옹하여 추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고용관계로 인하여 피고인의 보호,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하였다.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해자가 I에서 비서로 재직하는 동안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포옹 등의 신체접촉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 장소에서 그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이 평소 일정을 기록하여 둔 달력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4.9.5. 10:00부터 직원 사무실에서 M의 입사면접을 진행하고 있었고, 피해자가 2014.9.5. 15:40경 퇴근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위 각 일자 및 시각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거나 그 장소에 있지 않았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변소가 피해자의 진술에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느낌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6.28. 선고 2012도2631 판결 참조). 또한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경험칙상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점, 범죄행위의 피해자로서는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부터 추궁을 당하게 되면 과연 자신의 기억이 맞는지에 관하여 의심을 품게 되고 이에 따라 단정적인 진술을 피하고 모호한 진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여,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표현상의 차이로 인하여 사소한 부분에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최초의 단정적인 진술이 다소 불명확한 진술로 바뀌었다고 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해자가 I에서 비서로 재직하는 동안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포옹 등의 신체접촉을 한 사실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다.
(나) 이에 대한 피해자의 주요 진술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피해자는 경찰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하였고, ‘2014.9.5.경’이 최초로 추행행위가 있었던 날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2014.10.경’부터 추행을 당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피해자는 경찰 제1회 조사 당시 “2014년 가을경부터 추행을 당하였다.”라고 진술하거나, “2014.9.5. 10:30경 및 그 다음날 추행을 당한 것을 포함하여 2016.3.30.까지 100번이 넘는 추행을 당하였는데 구체적인 행위는 별도로 범죄일람표를 제출하겠다.”라고 진술하였고, 2014.9.5. 오후에 있었던 두 번째 추행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진술하지는 않았다.
③ 그 후 피해자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추행을 시작으로 2014.9.5. 10:30경부터 2015.7. 말경까지 415회에 걸쳐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한 내용을 정리하여 범죄일람표를 작성하여 경찰에 제출하였고, 경찰 제2회 조사에서 “2년 동안 매일같이 출퇴근 시간 때 포옹하는 등으로 추행을 당하였는데 기억나는 대로 범죄일람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피해자는 경찰 제3회 조사에서 정확한 날짜와 전후 상황 등을 특정하여 정확히 기억나는 것만 추려 이 부분 공소사실을 포함한 일부에 대하여만 고소를 유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⑤ 피해자는 2019.5.17.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처음 추행을 당했던 때는 ‘2014.9.경’으로 정확한 날짜는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⑥ 피해자는 추행을 당하고 바로 신고하지 않고 뒤늦게 신고한 이유에 관하여, 다른 대기업 비서실에 근무하려면 2년 경력이 있어야 들어가는데, 경력을 쌓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괴로웠지만 참았던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이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은 2016.3.30. 피해자와의 대화 도중 약 2년 동안 거의 매일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를 포옹하거나 피해자의 목에 입맞춤을 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은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 당시 업무일지(달력형) 사본을 제출하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2014.9.5.경 10:20경’ 범행에 대하여는 원심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날 10:00경부터 한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면접을 하고 있어 피해자를 포옹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반면 ‘2014.9.5.경 18:10경’ 범행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매일 학원을 다니고, 평소 학원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퇴근시간인 18:00보다 일찍 퇴근하는데 그날도 학원에 가기 위해 17:40경에 퇴근하였기 때문에 피해자를 포옹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제1심에서 제출한 달력(공판기록 제106면)에는 ‘2014.9.5.’ 피해자가 학원에서 시험관계로 ‘15:40’에 퇴근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은 원심에서는 이날은 추석 연휴 직전의 금요일로 관행상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일반 업무직원이 조기 퇴근하여 15:00경 객원기자 N이 사무실에 방문하였을 때 이미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일반 업무직원들이 퇴근하고 피고인만이 남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3)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이러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있다.
(가) 피해자가 최초 피해를 당한 후 약 2년이 경과한 후에야 고소를 하고 처음 경찰에서 피해사실을 진술하였고, 고소일로부터 약 1년이 경과한 후에 제1심 법정에, 고소일로부터 약 3년이 경과한 후에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차 피해사실을 진술하면서 변호인으로부터 정확한 범행일시에 관하여 추궁을 받았던 것인 점을 고려해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이 부분 공소사실 일시경 두 차례에 걸쳐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최초로 추행을 당하였다는 주요한 부분에서 수사단계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일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피해자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는 점 이 드러났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
(나) 고소장에 최초 추행시점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과 다른 일시가 기재된 것이나, 피해자가 경찰 제1회 진술 당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두 번째 추행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진술하지 않은 것이나, 원심 법정에서 최초 주행일시를 ‘2014.9.경’으로 다소 불명확하게 진술한 것 등은 그 기재나 진술이 이루어진 경위나 전후 경과, 시기 등을 고려해보면, 단순한 표현상의 차이나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로 인한 것에 불과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다) 피고인 스스로 피해자에 대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추행행위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하여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라) 피고인이 제1심에서 제출한 달력의 기재 내용은 피고인의 수사기관이나 원심에서의 진술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쉽게 가필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 객관적으로 보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만한 신빙성 있는 자료로 보기 어렵다.
(4)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번 내지 16번에 관한 각 성폭력처벌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그 판시의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2번에 관한 성폭력처벌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희대(주심) 김재형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