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54조제4항),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데에 있다.
저작권법 제136조제1항은 저작재산권 등을 복제 등의 방법으로 침해하는 자를 처벌하는 한편, 제124조제1항제3호에서는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 사실을 알면서 취득한 자가 이를 업무상 이용하는 행위’를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면서 제136조제2항제4호에서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저작권법 제124조제1항제3호는, 프로그램의 사용행위 자체는 본래 프로그램저작권에 대한 침해행위 태양에 포함되지 않지만,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져 유통되는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취득하여 업무상 사용하는 것을 침해행위로 간주함으로써 프로그램저작권 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다(대법원 2017.8.18. 선고 2015도1877 판결 참조).
이러한 저작권법 제124조제1항제3호의 입법 취지와 문언에 비추어보면, 컴퓨터프로그램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복제하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은 위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취득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그에 대하여 저작권법 제136조제1항 위반죄만이 성립하고, 제136조제2항제4호 위반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다면, 법원은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도3682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을 살펴보면, 위 공소사실 자체에 종업원들이 컴퓨터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여 취득한 것’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취득한 것인지, 그 복제물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그 취득 방법 또한 명확하지 않아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고, 행위자인 종업원들이 성명불상자로만 기재되어 있고 누구인지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피고인들로서는 그 종업원이 해당 컴퓨터프로그램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직접 복제한 사람인지,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취득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전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은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
▣ 주식회사인 피고인들의 종업원인 성명불상의 직원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여 취득한 후 이를 업무에 사용함으로써 피고인들의 업무에 관하여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저작권법 제141조, 제136조제2항제4호, 제124조제1항제3호 위반죄)에서, ‘성명불상의 직원들’, ‘컴퓨터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여 취득’이라는 기재만으로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아 유죄의 실체 판단을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대법원 2019.12.24. 선고 2019도10086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도10086 저작권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 주식회사 외 1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6.27. 선고 2018노1505 판결
• 판결선고 / 2019.12.24.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위 유죄 부분의 프로그램 저작물에 관한 제1심의 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중 공소사실의 불특정 주장에 대하여
가. 피고인들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 이하 같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1 주식회사는 서울 (주소 생략) 소재 광고대행업, 광고물제작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인 2 주식회사는 서울 (주소 생략) 소재 광고대행업 및 광고물제작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자회사다.
(1) 피고인 1 주식회사
피고인은 피고인의 종업원인 성명불상의 직원들이 2016.11.10.경 위 피고인 1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공소외 1 외국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저작물 ‘(프로그램 명칭 1 생략)’ 7개, ‘(프로그램 명칭 2 생략)’ 1개, ‘공소외 2 외국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명칭 3 생략)’ 6개와 ‘(프로그램 명칭 4 생략)’ 17개, ‘공소외 3 주식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명칭 5 생략)’ 1개, ‘공소외 4 주식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명칭 6 생략)’ 6개와 ‘(프로그램 명칭 7 생략)’ 1개를 무단 복제하여 취득한 후 이를 업무에 사용함으로써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
(2)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은 피고인의 종업원인 성명불상의 직원들이 2016.11. 10경 위 피고인 2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공소외 1 외국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저작물인‘(프로그램 명칭 1 생략)’ 8개, ‘(프로그램 명칭 2 생략)’ 5개, ‘(프로그램 명칭 8 생략)’ 1개, ‘(프로그램 명칭 9 생략)’ 6개, ‘공소외 2 외국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명칭 3 생략)’ 42개와 ‘(프로그램 명칭 4 생략)’ 37개, ‘공소외 3 주식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명칭 5 생략)’ 4개, ‘공소외 4 주식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명칭 6 생략)’ 16개와 ‘(프로그램 명칭 7 생략)’ 25개를 무단 복제하여 취득한 후 이를 업무에 사용함으로써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
나. 검사는 공소장에 위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를 저작권법 제141조, 제136조제2항제4호, 제124조제1항제3호로 기재하여 기소하였다.
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고, 다른 사실과 구별될 정도로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위 공소사실이 불특정되었다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라.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54조제4항),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데에 있다.
(2) 저작권법 제136조제1항은 저작재산권 등을 복제 등의 방법으로 침해하는 자를 처벌하는 한편, 제124조제1항제3호에서는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 사실을 알면서 취득한 자가 이를 업무상 이용하는 행위’를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면서 제136조제2항제4호에서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저작권법 제124조제1항제3호는, 프로그램의 사용행위 자체는 본래 프로그램저작권에 대한 침해행위 태양에 포함되지 않지만,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져 유통되는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취득하여 업무상 사용하는 것을 침해행위로 간주함으로써 프로그램저작권 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다(대법원 2017.8.18. 선고 2015도1877 판결 참조).
이러한 저작권법 제124조제1항제3호의 입법 취지와 문언에 비추어보면, 컴퓨터프로그램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복제하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은 위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취득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그에 대하여 저작권법 제136조제1항 위반죄만이 성립하고, 제136조제2항제4호 위반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3)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다면, 법원은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6.12.15. 선고 2015도3682 판결 참조).
(4)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을 살펴보면, 위 공소사실 자체에 종업원들이 컴퓨터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여 취득한 것’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취득한 것인지, 그 복제물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그 취득 방법 또한 명확하지 않아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고, 행위자인 종업원들이 성명불상자로만 기재되어 있고 누구인지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피고인들로서는 그 종업원이 해당 컴퓨터프로그램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직접 복제한 사람인지,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취득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전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
(5)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은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
마.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행위자인 종업원들, 종업원들이 취득한 복제물에 관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요구하고, 만약 이를 특정하지 아니하면 공소를 기각하였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유죄의 실체 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의 피고인들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각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이 파기되는 이상 이와 동일체 관계에 있는 피고인들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 중 위 각 예비적 공소사실의 프로그램 저작물에 관한 이유무죄 부분 역시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위 유죄 부분의 프로그램 저작물에 관한 제1심의 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희대(주심) 김재형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