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가 자신에 대하여 이루어진 이장해임(불신임)은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고, 해임결의 정족수에 하자가 있는 등으로 위 해임이 무효라고 주장한 사안에서, 읍·면장의 이장에 대한 해임행위는 행정청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여 행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이루어진 공법상 계약에 따라 이를 해지하는 의사표시로 보아야 하므로 행정절차법에 의하여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원고에 대한 해임 결의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안.
【제주지방법원 2019.12.18. 선고 2018구합5745 판결】
•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 판결
• 사 건 / 2018구합5745 이장해임처분무효확인청구
• 원 고 / A
• 피 고 / 제주특별자치도
• 변론종결 / 2019.10.30.
• 판결선고 / 2019.12.18.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8.7.19. 원고에 대하여 한 이장해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8.7.19.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6.12.4. 실시된 ○○리 이장 선거에서 당선되어 제주특별자치도 ○○읍장(이하 ‘○○읍장’이라 한다)으로부터 임기를 2017.1.1.부터 2019.12.31.까지로 하여 ○○리 이장으로 임명되었다.
나. ○○리는 2018.5.25. 재산관리위원회를 개최하여 개발위원장에게 운영위원회의 소집을 요청하였고, 2018.5.28. 개최된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2018.6.8.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이장인 원고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하기로 의결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위 임시총회 개최 직전에 ○○리사무소에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위 임시총회에서 원고에 대한 불신임안이 상정되지는 않았다.
다. 원고는 2018.6.11. ○○리가 ○○읍장에게 원고의 사직을 보고하기 전에 ○○리사무소를 방문하여 자신이 제출한 사직서를 회수하였다.
라. 2018.6.19. 열린 ○○리 운영위원회는 다시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하기로 의결하였고, 2018.7.6. 열린 임시총회에서 위 불신임안이 찬성 68표, 반대 16표, 기권 1표로 의결되었다.
마. ○○읍장은 2018.7.11. ○○리로부터 위 불신임안이 의결되었다는 보고를 받고는 2018.7.19. 원고에게 구 제주특별자치도 이장․통장․반장 임명 등에 관한 규칙(2019.9.6. 제주특별자치도규칙 제6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 한다) 제3조에 따라 ○○리 이장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위 의사표시는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되었다(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 제1(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 요지
가. ○○읍장은 원고가 이 사건 규칙 제3조의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해임에 대한 사실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해임을 하였는바, 이 사건 해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이다.
나. 원고에 대한 불신임결의를 한 2018.7.6.자 임시총회 개최의 전제가 된 2018.6.18.자 운영위원회에서 원고에 대한 불신임안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할지에 관한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였고, 2018.7.6.자 임시총회에 대한 적법한 공고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며, 2018.7.6.자 임시총회 회의록에는 재적대의원이 117명이고, 출석대의원이 90명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원고에 대한 불신임안에 대한 의결에 있어서는 투표용지를 받은 사람이 85명이었으므로, 회의록에 기재된 90명이 출석했는지 여부도 분명하지 아니하는 등 위 임시총회 정족수에는 하자가 있다.
다. 또한 원고는 위와 같은 무효인 이 사건 해임으로 인하여 ○○리로부터 지급받던 보수나 ○○읍으로부터 지급받던 인건비 보조 명목의 금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
3.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4. 판단
가. 이 사건 해임의 무효확인에 대한 판단
1) 해임의 근거 및 이유 제시에 관한 절차의 하자 여부
가) 행정절차법 제2조제2호는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行政作用)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3조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7조제1항은 ‘당사자등은 처분 전에 그 처분의 관할 행정청에 서면이나 말로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그러나 읍·면장의 이장에 대한 해임행위는 행정청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여 행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이루어진 공법상 계약에 따라 그 계약을 해지하는 의사표시로 봄이 상당하고(대법원 2012.10.25. 선고 2010두18963 판결 참조), 읍·면장의 이장에 대한 해임의 의사표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고,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임명계약 관계의 한쪽 당사자로서 대등한 지위에서 행하는 의사표시로 취급되는 것으로 이해되므로, 행정처분과 같이 행정절차법에 의하여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2.11.26. 선고 2002두5948 판결 참조).
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운영위원회 또는 총회 결의 절차의 하자 여부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18.6.19.자 운영위원회는 재적의원 30명 중 17명이 출석하고, 3명이 위임하여 ○○리 향약 규정상 재적위원 중 2/3가 출석하였으며, 토론을 거쳐 원고에 대한 이장 불신임안을 임시총회에 상정하는 것에 대하여 참석한 위원들이 동의한 사실, 2018.7.6.자 임시총회에는 재적위원 111명 중 89명이 참석하고 1명이 위임하여 총 90명으로 재적위원 2/3 이상이 참석하여 의사정족수를 충족한 사실, 원고에 대한 이장 불신임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을 한 후 불신임안에 대한 찬반 투표용지를 배부하기 전 확인한 대의원의 수가 85명이었던 사실,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총 85명 중 68명이 찬성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2018.6.19.자 운영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불신임안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적법하게 의결하였음이 인정되고, 2018.7.6.자 임시총회에 참석한 대의원의 숫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임시총회에 대한 적법한 공고 또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 향약 제22조제1항이 총회의 개회 요건으로 재적대의원의 2/3이상의 출석을 요건으로 하면서, 이장 불신임안에 대한 의결 요건을 재적대의원 2/3의 출석에 출석인원 2/3 이상의 의결이 아니라 ‘출석인원 2/3 이상 의결’이라고 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실제 이장 불신임안에 대한 의결 당시 참석한 대의원 2/3의 찬성이 있으면 그 의결은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설령, 위 임시총회에서의 이장 불신임안에 대한 의결정족수에 일부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해임사유의 존재 여부
가) ○○리 향약은 제17조, 제20조, 제22조, 제44조 등에서 이장에 대한 불신임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통상의 불신임제도는 징계제도와는 달리 법령이나 조례 등 명시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규범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외에도, 여타의 이유로 주민들의 신뢰를 상실한 단체의 대표자에 대하여 조직 구성원들의 자율적 의사에 기초한 비규범적 책임까지 추궁할 수 있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리 향약 제44조제1항에서 이장 불신임 사유를 규정하면서 ‘불신임사유가 기재된 사유서에 본 리 선거권자 일백 명 이상이 기명 또는 서명․날인한 때’(제5호), ‘이장의 개인 또는 리장 업무 수행 중 타 법률, 법령 등 위반으로 공인으로서 품위가 저하되었다고 ○○운영위원회의에서 의결된 때’(제6호)와 같은 포괄적인 규정을 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규칙 제3조가 이장 해임의 사유로 ‘본인이 사의를 표명한 때’(제1호) 또는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하거나 품위손상 등 주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때’(제3호) 등의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칙에서 정한 ‘해임’은 당사자의 비위행위 등을 이유로 한 징계적 성격의 해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자발적 사퇴나 주민들로부터 각종의 이유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 불신임을 당하는 등 이장에 대한 각종의 임기종료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규칙 제3조제3호의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하거나 품위손상 등 주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특히 마을회 등에서 이장에 대한 불신임결의를 한 경우에는 주민들의 집단적 논의를 통해 확인된 결의의 내용을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주민 자치에 부합하므로, 해당 결의에 무효사유의 하자가 있지 않은 이상 임명권자로서는 마을회 등의 자치적인 결의를 존중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원고에 대한 불신임결의안이 2018.7.6. 열린 임시총회에서 위 불신임안이 찬성 68표, 반대 16표, 기권 1표로 결의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결의를 무효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결의를 존중하여 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해임에 원고 주장과 같은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나아가 원고가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안으로 상정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던 임시총회에서 이장직 사임의사를 밝힌 후, 자신이 제출한 사직서를 회수하여 다시 ○○리로 하여금 임시총회를 개최하도록 하였고, 그 임시총회에서 압도적인 다수의 찬성으로 원고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결된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도 이 사건 규칙 제3조제3호에서 정한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하거나 품위손상 등 주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해임을 무효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정승진 이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