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회사의 최종도면과 Schedule A는 다수의 차이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Schedule A에 나타나 있는 설계의 기본 틀은 대림산업 최종도면에도 유지되어 있고,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구체적인 세부 수치가 일치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일부를 이 사건 공장의 건설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원고 은 미합중국 법인, 원고 은 일본국 법인, 피고는 대한민국 법인으로 그 설립의 준거법이 다르고 원고들은 모두 외국에 본점이 있으며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에 기초하여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으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10(e)3문에서는 이 계약은 미국 일리노이주 법에 따라 해석되고 당사자들 간의 법률관계는 이 법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성립과 효력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일리노이주 법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준거법을 간과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검토 없이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위반으로 인한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의무 등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이 사건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장을 건설하였으므로, 계약상 의무 위반,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3()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1()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선택적 주장)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함.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의 이 사건 각 기술정보 사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나,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이 미국 일리노이주 법임을 간과하고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 및 손해배상 여부 등을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음.

 

 대법원 2019.12.24. 선고 2016222712 판결

 

대법원 제3부 판결

사 건 / 2016222712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계약위반행위금지 등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 ○○○(○○○ ○○○) 1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4.7. 선고 20152015922 판결

판결선고 / 2019.12.2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을 기각한다.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비용은 피고 소송수계신청인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 경위와 원심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 원고 ○○○ ○○○(○○○ ○○○, 이하 원고 ○○○라 한다)는 석유 정제, 가스 가공, 석유화학 제품 생산, 주요 제조 산업의 기술 개발·기술 이전 등을 영업으로 하는 미합중국 법인인데, 1980년대에 올레플렉스(Oleflex) 공정의 개발에 성공하여 위 공정을 도입하려는 업체와 그 사용에 관한 라이선스(license) 계약을 체결하고 기술사용료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원고 ◇◇ ○○○○○ ○○○○○○○(이하 원고 ◇◇라 한다)는 원고 ○○○가 개발한 공정에 사용하기 위한 석유 정제, 석유화학 촉매의 제조·판매 등을 영업으로 하는 일본국 법인으로서 원고 ○○○의 자회사이다.

. 원고 ◇◇는 원고 ○○○로부터 올레플렉스 공정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권한 등을 부여받았는데, 1989.2.8. 주식회사 □□나이론(1996년 주식회사 △△티앤씨로 상호가 변경되었고, 1998년 피고 회사로 합병되었다. 이하 이들 회사를 통칭하여 피고라 한다)과 울산 남구에 생산능력 165천 톤 규모의 올레플렉스 공정을 도입하여 ○○ 1공장(DH-1)에 설치하고 이를 가동하는 내용의 엔지니어링 계약(이하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5(a)항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제공한 기술정보는 ○○ 1공장의 건설, 개조, 유지, 보수와 가동에만 사용해야 하고, 복제하거나 제3자에게 개시하거나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나, 위와 같은 제한 사항은 공지된 기술정보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10(b)항은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이 해지되거나 또는 어떠한 유닛(unit)과 관련된 양도가 되었다고 해도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5조에서 정하는 기술정보의 기밀 유지와 사용에 관한 피고의 의무 등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 피고는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에 따라 원고들로부터 엔지니어링 디자인 설명서(Engineering Design Specifications, 이하 ‘Schedule A’라 한다) 등을 제공받아 ○○ 1공장을 완공하고 1991.9.경부터 ○○ 1공장을 가동하여 프로필렌을 생산하였고, 1996.9.9. 원고들과 합의하여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을 해지하였다.

 

. 피고는 2013.8.○○ 1공장 부지 내에 생산능력 30만 톤 규모의 이 사건 공장(DH-2)을 신축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산업(이하 ▽▽산업이라 한다)과 이 사건 공장의 신축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건설 공사를 착수하였으며, 2014.6.20. 이 사건 공사계약이 해지된 다음에는 자체적으로 공사를 계속하여 2015.8.경 이 사건 공장을 완공하였다. 피고는 그 무렵부터 원심판결 변론종결 시까지 이 사건 공장을 가동하여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다.

.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Schedule A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장을 건설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선택적으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5(a)항 위반 또는 구 부정경쟁방지법(1991.12.31. 법률 제4478호로 개정되어 1992.12.15. 시행된 것, 이하 같다) 2조제3()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8.4.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2조제1()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였다.

.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손해를 배상할 의무 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Schedule A에 포함된 원심판결 별지 1 목록 기재 이 사건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장을 건설하였고, 피고가 이 사건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공장을 건설하고 이를 가동하고 있는 행위는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5(a)항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사용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올레플렉스 공정의 기본개념, 전체적인 흐름과 단위공정, 반응기·재생타워의 전체구조와 작동원리 등과 같은 개략적이고 일반적인 기술정보만으로 대규모의 올레플렉스 화학공장을 건설할 수 없다. 위와 같은 개략적이고 일반적인 기술정보나 공개된 특허 기술만을 가지고 공장 유닛(unit)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장을 건설하려면 PFD(Process Flow Diagram), P&ID(Piping and Instrument Diagram), 장치사양서(Specification) 등 실제로 공장을 건설·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기술정보가 필요하다.

(2) 피고는 이 사건 공장 건설의 입찰을 위하여 Schedule A를 일부 수정한 ITB(Invitation To Bid) 도면을 ▽▽산업 등 시공사에 제공하였고, ▽▽산업은 2013.5.▷▷▷▷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이하 ▷▷▷▷라 한다)에 견적용으로 ITB 도면 중 일부를 제공하였다.

▽▽산업은 이 사건 공장 건설을 위한 시공사로 선정된 후인 2013.10.▷▷▷▷에 올레플렉스 공정에 들어가는 반응기와 재생타워 인터널장비 제작을 발주하기 위해 ITB 도면 중 해당 부분을 제공하였다. 그 후 ▽▽산업은 ITB 도면과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기본데이터 등을 참고하여 이 사건 공장에 관한 상세설계가 반영된 설계도면(이하 ▽▽산업 최종도면이라 한다)을 작성하였다.

(3) Schedule A에 나타나 있는 반응기와 재생타워 등 여러 장치의 상세 구조나 구체적인 설치 위치, 연결과 배치 관계 등 설계의 기본 틀은 ITB 도면, ▽▽산업 최종도면에 이르기까지 유지되고 있다. ○○ 1공장과 이 사건 공장에 설치된 4개 반응기의 촉매 반응구역 길이(Catalyst Bed Depth)’는 각각 (길이 1 생략), (길이 2 생략), (길이 3 생략), (길이 4 생략)로 동일하고, 4개 반응기의 촉매 반응구역 부피(Active Catalyst Volume)’의 비율이 (비율 생략)로 동일하며, 그 밖에도 구체적인 세부 수치 등이 일치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

(4) 이 사건 공장은 ○○ 1공장에 비하여 프로필렌 생산능력이 1.8(30만 톤/165천 톤) 증가되고 기존 설비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여러 장치의 구체적인 수치가 다른 부분이 많이 나타나며 일부 장치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피고가 개발한 촉매가 사용되고 g-Proms, Fluent 등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따라 이 사건 공장에 적용할 기본데이터를 피고가 자체적으로 도출함으로써 이 사건 각 기술정보 중 PFD의 기본데이터가 Schedule A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

(5) 이 사건 각 기술정보가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5(a)항에서 정하고 있는 공지된 기술정보 등과 같은 사용·공개 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산업 최종도면과 Schedule A는 다수의 차이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Schedule A에 나타나 있는 설계의 기본 틀은 ▽▽산업 최종도면에도 유지되어 있고,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구체적인 세부 수치가 일치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일부를 이 사건 공장의 건설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심판결의 이유 중 피고가 원고 ○○○의 기술정보와 구분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정보를 창작한 경우에 이르러야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사용이 부정된다는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사용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옳다. 원심판결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실오인 등의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준거법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고, 그러한 직권조사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조리 등을 적용해야 한다(대법원 1990.4.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대법원 2000.6.9. 판결 9835037 판결 등 참조).

원고 ○○○는 미합중국 법인, 원고 ◇◇는 일본국 법인, 피고는 대한민국 법인으로 그 설립의 준거법이 다르고 원고들은 모두 외국에 본점이 있으며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에 기초하여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으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체결 당시 시행되던 구 섭외사법(2001.4.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9조에서는 법률행위의 성립 및 효력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적용할 법을 정한다. 그러나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행위지법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준거법 선택에 대한 합의가 있는 경우 그에 따라야 한다.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10(e)3문에서는 이 계약은 미국 일리노이주 법에 따라 해석되고 당사자들 간의 법률관계는 이 법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성립과 효력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일리노이주 법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준거법을 간과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검토 없이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위반으로 인한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의무 등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원고들과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위반에 따른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의무 등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준거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는 피고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파기하는 이상, 우리나라 법의 적용을 전제로 한 이 부분 원심판결의 당부에 대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해서는 그 판단을 생략한다.

원심은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위반행위 부분과 함께 이와 선택적으로 병합된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제3()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1()목의 부정경쟁행위 부분에 대해서도 준거법을 검토하지 않고 우리나라 법에 따라 판단하였다. 그러나 준거법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우리나라 법의 적용을 전제로 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원심판결의 당부에 대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해서도 그 판단을 생략한다.

 

5. 피고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

 

피고 소송수계신청인은 2018.6.4. 피고로부터 분할·설립되어 이 사건 소송과 관련된 권리·의무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소송수계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상고심 소송절차가 이와 같은 단계에 이르러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신설회사로 하여금 소송절차를 수계하도록 할 필요가 없으므로, 소송수계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대법원 2014.1.16. 선고 201320106 판결 등 참조).

 

6.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은 이를 기각하고 그 비용은 피고 소송수계신청인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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