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기준법 제50조제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제53조제2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데, 위 규정은 근로자들의 과중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자 하는 규정이므로 위 규정이 말하는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한다.
[백화점 소속 화장품 판매원(원고)들이 사용자의 요청에 의해 근로계약서에 규정된 것보다 매일 30분씩 일찍 출근하여 메이크업과 엑세서리 착용을 하는 꾸밈시간을 가졌다고 주장하며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한 사안에서, 사용자가 판매원들에게 정규 출근시간보다 매일 30분씩 일찍 출근할 것을 지시하였다거나, 판매원들이 실제로 30분씩 조기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1.07. 선고 2017가합562931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7가합562931 임금
• 원 고 / A외 334명
• 피 고 / ○○코리아 유한회사
• 변론종결 / 2019.10.22.
• 판결선고 / 2019.11.07.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청구금액표 ‘청구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이에 대한 2017.10.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향수 및 화장품 등의 판매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고용되어 전국 각 백화점의 피고 매장에서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나. 피고는 매달 원고들을 포함하여 백화점 판매직원들에게 “그루밍 가이드(grooming guide, 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를 배포하고 피고가 정한 메이크업, 향수, 액세서리 착용 지침 등에 따르도록 하였는데, 이 사건 지침에서는 화장 부위(아이, 립, 네일)별로 사용해야 할 피고의 제품이나 액세서리 착용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향수 제품 등을 전국 각 백화점의 피고 매장에 정규직원 수에 맞추어 발송하였고, 원고들은 출근 후 매장에 비치된 해당 제품을 이용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라 메이크업 등을 마치고 매장 청소 등 개점 준비를 하였다.
라.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나 피고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고 있는 원고들의 정규 출근시간은 09:30이고(다만 오전 시차 근무제의 정규 출근시간은 11:00이다), 국내 백화점의 개점 시간은 대부분 10:30이다.
마. 이 사건에 관련된 피고의 근로계약서, 단체협약 등 관련 규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의 정규 근무시간은 09:30부터 18:30까지인데,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09:00까지 조기 출근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 등을 09:30까지 완료하도록 지시하였다. 원고들이 이 사건 지침에 따라 메이크업과 복장 상태 등을 갖추는 시간은 사용자의 지시에 의하여 근로계약상의 본래 업무수행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필수 불가결한 행위에 대한 시간으로서 근로기준법 제50조에서 정한 근로시간에 해당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4.7.부터 2017.8.까지(이하 ‘이 사건 청구기간’이라 한다) 사이에 원고들이 조기 출근하여 제공한 연장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피고는 원고들에게 정규 근로시간 30분 전에 조기 출근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 등을 09:30까지 완료하라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없다.
2) 피고는 원고들에게 09:30부터 10:30까지의 1시간을 메이크업을 포함한 매장 개점 준비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근로시간에 포함하여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개점 준비시간으로 1시간은 충분한 시간이다.
3) 피고는 재고 조사, 제품 입고 등의 사유로 시간외근로가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시간외근로 신청서를 제출받아 이를 확인 한 후 실제 시간외근로 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기간 중 근무일수에 해당하는 날마다 하루 30분의 시간외근로를 하였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나 증거가 없다.
3.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50조제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제53조제2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데, 위 규정은 근로자들의 과중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자 하는 규정이므로 위 규정이 말하는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11.24. 선고 92누9766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로 근무하는 甲 차장이 2015.7.1.경 작성한 ‘매장 관리 매뉴얼’ 교육 자료에는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카운터 매니저들은 9시 30분이라는 시간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맞추어 출근하고 있습니다. 시차로 출근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0~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② 원고들 중 일부는 2017.1.경 09:00 전에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로 근무하는 丙 차장에게 “차장님, 출근 보고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등 출근 사실을 알리는 취지의 카카오톡 문자를 오전 9시 이전에 여러 차례 발송한 사실, ③ 다수의 백화점 CCTV 영상에는 피고 매장의 판매직원들이 09:00 이전에 출근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을 하거나 개점 준비 등을 하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들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정규 출근시간 09:00 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09:30까지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완료할 것을 지시하였다거나 원고들이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이 사건 청구기간에 매일 09:00경 출근함으로써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출근시간보다 상시적으로 30분씩 조기 출근을 하고 실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의 甲 차장이 2015.7.1.경 작성한 ‘매장 관리 매뉴얼’에서 정규 출근시간 보다 20~30분 일찍 출근하지 못하고 제시간에 출근하는 것을 질책하는 듯한 기재가 발견되기는 하나, ① 그 해당 문구 바로 뒤에는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날, 크고 작은 행사가 계획된 날, 새로운 제품 출시일, 한 달을 마무리하는 달 등에는 무언가 되짚어 보고, 미리 점검하여 만반의 준비로 여느 날과 다른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하고 있어 앞서 본 문구는 행사 준비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업무상 조기 출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점, ② 위 자료는 피고의 매장 책임자(카운터 파트너)들을 상대로 한 교육 자료로서 매장 관리 전반에 관한 기본사항을 다루고 있고, 내용의 대부분이 기본에 충실하고 업무에 철저히 임하라는 등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 ③ 달리 피고가 09:00를 기준으로 백화점 판매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30분 조기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였다는 정황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는 문구의 기재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시적으로 30분 일찍 출근하여 09:30까지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마칠 것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의 단체협약(제59조제3항), 취업규칙(8.2.), 업무매뉴얼(연장근무 부분)에서는 연장근로를 하려면 사전에 시간외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상급자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실제로 몇몇 백화점 피고 소속 판매직원들은 2017.6.경 재고조사, 행사준비 등으로 인하여 조기 출근의 필요성이 있는 때에는 사전에 시간외근로를 신청하고 09:00 이전에 출근하여 계획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들이 2017.1.경 丙 차장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이 출근보고를 하였다는 사실 외에 이 사건 청구기간의 나머지 기간에도 상시적으로 09:00경 조기출근하여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 등에게 출근보고를 하여 왔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자료는 없다. 한편 피고는, 丙 차장이 2017.1.경 백화점 내 피고 매장의 점장과 직원들로부터 출근보고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는 일부 매장 직원들로부터 점장과 매니저의 근태에 문제가 있다는 탄원이 올라옴에 따라 2017.1.경 한 달간 한시적으로 출근보고를 받은 것이라고 다투고 있고, 그에 부합하는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문자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당시 丙 차장에게 출근보고를 하였던 직원들 중에는 09:00 이후에 카카오톡 문자를 발송한 경우도 다수 있었다.
4)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기간 중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정규 출근시간인 09:30보다 30분 이른 09:00경 출근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출퇴근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원고들이 제출한 피고 매장의 CCTV 영상이나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은 모두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 촬영되거나 수집된 것들이며,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 백화점 매장의 CCTV 영상에서는 09:00경의 조기출근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도 한다.
5) 원고들은 백화점 내 피고 매장에 출근한 이후 개점 준비(환복, 휘장 걷기, 컴퓨터 시스템 로그인), 그루밍(메이크업 등), 매장 청소, 백화점 행사참여 등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데에 총 90분 내지 10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포함하여 개점 준비를 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을 명백히 초과하여 30분의 조기 출근이 불가피하다거나, 원고들이 조기 출근한 09:00경 이후부터 정규 출근시간인 09:30경까지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기간의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매일 30분씩 조기출근을 하여 피고에게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실제로 제공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