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제1항은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조제4호에 의하면,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려운 병리학적 특성이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은 진폐증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하여, 진폐증에 대하여는 다른 일반 상병의 경우와는 달리 진폐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상의 장해등급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진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진폐증이 완치되거나 진폐증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하도록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진폐증과 그 합병증으로 요양 중이어서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니더라도,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은 곧바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었고, 피고는 요양 중이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 서울행정법원 2018.11.09. 선고 2018구단53767 판결 [미지급장해급여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김○○ 외 7인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8.10.26.
<주 문>
1. 피고가 2017.1.11. 망 이○○에 대하여, 2017.1.13. 망 김△△에 대하여 한 각 장해급여부지급처분, 2017.1.13. 원고 금○○, 이△△, 박○○, 김△△에 대하여, 2017.2.10. 원고 정○○에 대하여. 2017.7.17. 원고 이○○에 대하여 한 각 미지급보험급여부지급처분을 각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분진작업장에서 종사하던 아래 표 ‘망인(사망일자)’란 기재 각 망인들(이하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라고도 칭한다)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진폐판정을 받고 요양하던 중 사망하였고, 원고들은 위 각 망인의 배우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3호에서 규정한 유족 중 최선순위자이다. <표 생략>
나. 아래 표 ‘청구인’란 기재 각 청구인들(이하 ‘이 사건 청구인들’이라 한다)은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요양승인을 받았던 당시의 진폐병형과 심폐기능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은 제13급의 장해등급에 해당하였다’면서 피고에게 위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급여(망 이○○, 김△△) 내지 미지급 보험금여(원고 금○○, 이△△, 박○○, 김△△, 정○○, 이○○)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아래 표 ‘처분사유’란 기재와 같은 이유를 들어 ‘처분일자’란 기재 각 일자에 위 청구인들에 대하여 장해급여부지급처분(망 이○○, 김△△) 내지 미지급보험급여부지급처분(원고 금○○, 이△△, 박○○, 김△△, 정○○, 이○○)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표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1, 2, 3, 5, 6, 7, 9, 11, 제6호증의 1, 2, 을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나. 판단
1) 장해급여청구권의 발생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제1항은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조제4호에 의하면,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려운 병리학적 특성이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은 진폐증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하여, 진폐증에 대하여는 다른 일반 상병의 경우와는 달리 진폐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상의 장해등급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진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진폐증이 완치되거나 진폐증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하도록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6.22. 선고 98두514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진폐증과 그 합병증으로 요양 중이어서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니더라도,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은 곧바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었고, 피고는 요양 중이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장해급여청구권 발생시기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요양승인을 받을 당시 시행 중이던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3.7.1. 노동부령 제1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 [별표5]에서는 진폐병형이 제1형이고, 심폐기능이 정상인 사람에 대한 장해등급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 후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57조 [별표5]가 위와 같이 개정되면서 ‘심폐기능 장해가 없는 자로서 진폐증의 병형이 1형으로 판정된 자’에 대해 장해등급 제13급을 부여하는 규정이 마련되었는데, 위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부칙 제3항에서는 ‘[별표5]의 개정규정은 이 규칙 시행 후 치료가 종료되거나 장해정도의 판정을 받은 장해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앞서 본 진폐증의 병리학적 특성에 따라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진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진폐증의 치료가 종료될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려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시행 전에 진폐증의 진단을 받아 치료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개정된 규정에 따라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 바로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은 위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이 시행된 2003.7.1. 장해급여청구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피고의 장해급여 지급결정이 없어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지 여부
가)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9.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의 장해급여청구권은 장해급여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 그 청구권을 취득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은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장해급여청구권을 취득한 2003.7.1.로 봄이 타당하다. 한편, 이 사건 청구인들이 피고에게 장해급여 내지 미지급보험급여의 지급을 청구한 때는 앞서 본 소멸시효 기산일로부터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4.1.29. 법률 제71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6조제1항에서 정한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의 장해급여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장해급여 지급결정이 없어 구체적인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진폐증에 대하여는 다른 상병과 달리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 곧바로 장해급여를 지급하게 하여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하도록 한 점, 장해급여청구권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 청구권을 취득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피고에 대해 장해급여청구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피고가 장해급여지급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또한 피고는 진폐증을 원인으로 한 장해급여청구를 받으면 장해급여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함께 장해등급에 해당하는지도 아울러 심사하여 보험급여에 대한 결정을 하여야 하고, 이와 달리 보험급여청구에 앞서 별도로 진폐판정 또는 장해등급의 결정을 받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장해급여청구를 거부할 수 없는 점(대법원 2016.9.28. 선고 2014두14297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의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어 원고들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4) 요양급여의 청구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는지 여부
가) 요양급여청구로 장해급여의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2조제1항제1호에 의하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 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말미암아 소멸하는데, 같은 법 제113조는 “제112조에 따른 소멸시효는 제36조제2항에 따른 청구로 중단된다. 이 경우 청구가 제5조제1호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 여부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최초의 청구인 경우에는 그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제36조제1항에서 정한 다른 보험급여에도 미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위 규정에 따라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최초로 요양급여를 청구할 당시 그 시효중단의 효력은 장해급여에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3조 후문 규정은 2007.12.14.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신설된 규정이고,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요양급여를 청구할 당시에는 위와 같이 시효중단의 효력을 확장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위 규정을 소급적용한다는 규정도 없어 위 규정에 의해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요양급여청구에 장해급여청구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4.11. 법률 제8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제1항, 제2항, 제40조, 제41조, 제42조, 제42조의3, 제43조, 제44조, 제45조의 각 규정에 의하면, 보험급여는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상병보상연금, 장의비로 구분되고, 각 급여의 요건, 범위, 기준 등이 서로 다른 점,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3조 후문 규정은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확장하는 특별규정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확인규정으로 볼 수는 없는 점,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요양급여를 청구할 당시에는 장해급여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피고에게 한 요양급여청구에 장해급여를 청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이 피고에게 요양급여청구를 하였더라도 장해급여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따라 피고가 장해급여 지급 여부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시효중단의 상태가 계속된다고도 볼 수 없다.
5)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 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 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8.9.18. 선고 2007두2173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나)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① 진폐증 진단을 받아 요양 중인 근로자의 장해급여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장해 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 지급하는데,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요양 중인 근로자는 장해급여 지급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관되게 그 지급을 거부해왔는바, 이는 진폐증 또는 그 합병증으로 요양 중인 근로자들이 권리행사를 해도 피고가 이를 거부할 것이 명백하여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것에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②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의 진폐증에 의한 요양신청에 관하여 피고는 요양을 승인하고 이를 통지하였을 뿐 장해등급에 관하여는 어떠한 통지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
③ 요양 중이어서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요양승인결정이 있었던 때로부터 3년이 지나 장해급여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는 피고의 태도는 매우 모순적이다.
6) 소결론
이 사건 재해근로자들의 장해급여청구권은 2003.7.1.경 발생하였고, 다만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