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버스 기사들이 버스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한 시간에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임금, 퇴직금이나 노동시간, 그 밖에 개별적인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체결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여전히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한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단체협약 체결 이후 새로운 정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으나 단체협약에서 정하였던 내용 즉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의 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었다면, 설령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도과되었다고 하더라도 대기시간의 휴게시간의 관계에 관한 단체협약 부분은 여전히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남아 있다.

 

대법원 제32018.07.12. 선고 201360807 판결 [임금등]

원고, 피상고인 /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피고, 상고인 / 주식회사 코리아와이드○○

원심판결 / 대구고등법원 2013.6.27. 선고 2011385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 근로기준법 제50조제1, 2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제3항은 제1, 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 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12.5. 선고 201474254 판결 참조).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버스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한 시간(이하 이 사건 대기시간이라 한다)에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들 소속 노동조합과 피고는 매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1일 근로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에 연장근로 6시간 30분을 더한 14시간 30분으로 합의하였는데, 이는 당시 1일 단위 실제 평균 버스운행시간 외에 이 사건 대기시간 중 일부가 실제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이 사건 대기시간 동안 식사나 휴식 외에 차량 점검, 청소, 연료 주입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이 사건 대기시간 동안 위 임금협정을 통해 근로시간에 이미 반영된 시간을 초과하여 차량 점검, 청소, 연료 주입 등의 업무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피고가 이 사건 대기시간 중에 원고들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원고들을 지휘감독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도 이 사건 대기시간에까지 피고의 지휘감독권이 미친다고 볼 만한 규정은 없다. 오히려 피고의 노사는 제1차 노사합의서 작성 당시 이 사건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면서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고 기재하였고,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제1차 노사합의의 유효기간이 도과되었다 하더라도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남아 있다.

도로사정 등으로 버스운행이 지체되어 배차시각을 변경하여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피고가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의 대기시간 활용에 대하여 간섭하거나 감독하여야 할 업무상 필요성도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기는 하였으나 통상적으로 그다지 짧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음 운행버스의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 버스운전기사들이 이를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고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은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이 사건 대기시간 대부분을 자유롭게 활용한 것으로 보이고,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외출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들의 대기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들의 초과근로시간을 산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근로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임금, 퇴직금이나 노동시간, 그 밖에 개별적인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체결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여전히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한다(대법원 2007.12.27. 선고 200751758 판결, 대법원 2011.7.28. 선고 20092665 판결 등 참조).

 

.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 소속 노동조합과 피고는 1999.3.5. 1차 노사합의를 하였는데, 1차 노사합의서에는 이 사건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이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을 보장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2) 원고들 소속 노동조합과 피고는 제1차 노사합의 이후 2년마다 정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각 정규 단체협약에는 이 사건 대기시간을 어떻게 처리할지 또는 휴게시간을 언제로 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한 원고들과 피고는 제1차 노사합의 이후 근로계약 기타 합의로써 이 사건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에 관하여 제1차 노사합의서 기재와 달리 약정한 적도 없고, 피고가 이에 관하여 취업규칙을 작성한 적도 없다.

(3) 원고들 소속 노동조합과 피고는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추가로 임금을 청구하는 기간 이후인 2010.8.1. 2차 노사합의를 하였는데, 2차 노사합의서에는 제1차 노사합의서와 마찬가지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휴게시간 활용이 보장되고 피고가 휴게시간 중에는 조합원들을 지휘감독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 소속 노동조합과 피고가 이 사건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하고 원고들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도록 한 제1차 노사합의를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피고가 같은 내용의 취업규칙을 작성하지 아니한 이상, 단지 제1차 노사합의 이후에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의 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는 정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1차 노사합의에서 정한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의 관계에 관한 부분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설령 제1차 노사합의의 유효기간이 도과되었다 하더라도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의 관계에 대한 제1차 노사합의의 내용은 여전히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 그런데도 원심은 제1차 노사합의 이후에 체결된 정규 단체협약에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의 관계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제1차 노사합의 중 해당 부분이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단체협약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3점 중 근속수당, CCTV수당, 교통비, 승무수당에 관하여

 

매 근무일마다 일정액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함으로써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계산하여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실제 근무일수에 따라 그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하여 일정액을 지급받을 것이 확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임금은 고정적 임금에 해당한다. 또한 근속기간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는 그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조건이 아니라 그 근속기간이 얼마인지가 확정되어 있는 기왕의 사실이므로,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는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면 다른 추가적인 조건의 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근속기간에 연동하는 임금을 확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어 고정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근속기간에 연동한다는 사정은 그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보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1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에게 근속 1년당 일정액을 지급한 근속수당과 승무 종료 1일에 대하여 일정액을 지급한 승무수당, CCTV수당, 교통비가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3점 중 하계휴가비에 관하여

 

.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 그러한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630일 이전 입사자를 기준으로 하계휴가비 지급일까지 재직 중인 근로자에 한하여 하계휴가비를 지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 법리에 의할 때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하계휴가비는 고정성을 결여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그런데도 원심은 단체협약으로 매년 7월에 하계휴가비가 지급되었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하계휴가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통상임금은 평균임금의 최저한을 보장함과 아울러 근로기준법 소정의 시간외,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이나 해고예고수당 등의 산정근거가 된다. 위 각 수당에는 가산율 또는 지급일수 외의 별도의 최저기준이 규정된 바 없으므로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성질상 통상임금에 산입되어야 할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위 각 조항이 시간외,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하여 가산수당을 지급하고, 해고근로자에게 일정기간 통상적으로 지급받을 급료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몰각된다. 그러므로 성질상 근로기준법 소정의 통상임금에 산입될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간의 합의는 같은 법 제22조제1항 소정의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4.5.24. 선고 93569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근속수당, 승무수당, CCTV수당, 교통비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이상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간의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통상임금 및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김창석(주심) 조희대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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