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유조차 운전기사가 주유소 저유탱크에 기름을 넣고 유조차를 주유소 내 화단 옆 공터에 일차 주차시켰다가 다음 날 유조차에 시동을 걸어 움직이면서 주유원인 망인이 유조차 밑에 숨어 있는 고양이를 꺼내려고 들어간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출발하는 바람에 유조차의 뒷바퀴 부분으로 망인의 상체부위를 타고 넘어가 선행사인 및 직접사인 ‘다발성 늑골골절, 혈흉’으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바, 비록 유조차 밑에 들어간 고양이가 망인이 주유소 옆 화단에서 먹이를 주며 기르고 있었던 버려진 고양이였으나, 당시 주유소의 사업주나 소장은 망인에게 주유소 창고 내에서 고양이를 기르지 말라고 지시하였을 뿐, 주유소 화단에서 이를 기르는 것은 사실상 방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 고양이가 화단 옆에 주차되어 있던 유조차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어 유조차의 출발에 방해가 되었고, 이에 망인으로서는 유조차가 신속히 출발할 수 있도록 고양이를 치워야 했던 점, 망인의 이러한 행위는 사적인 취미활동 등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유원으로서 수행할 의무가 있는 차량진행 및 장애물 제거 등의 부수적 업무 범위 내에 드는 행위로 볼 수 있고, 이는 그 고양이가 망인이 돌보아 기르던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결국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서울행정법원 제11부 2008.09.10. 선고 2008구합6875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08.07.16.
<주 문>
1. 피고가 2006.12.2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 갑8호증의 1 내지 19, 을1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김○○(남, 1946.생)은 2006.7.초순경 고양시 ○○구 ○○동 ○○○ 소재 ○○주유소에 입사하여 주유원으로 근무하여 오던 자로서, 주식회사 ◇◇◇◇◇◇ 소속 유조차 운전기사인 이△△이 2006.8.9. 17:00경 소외 주유소 저유탱크에 기름을 넣고 유조차를 소외 주유소 내 화단 옆 공터에 일차 주차시켰다가 다음 날인 2006.8.10. 12:30경 유조차에 시동을 걸어 움직이면서 김○○이 유조차 뒷바퀴 차 밑에 숨어 있는 고양이를 꺼내려고 들어간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출발하는 바람에 유조차의 뒷바퀴 부분으로 김○○의 상체부위를 타고 넘어가 선행사인 및 직접사인 ‘다발성 늑골골절, 혈흉’으로 김○○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나. 망 김○○(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배우자인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6.12.22.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한 달 전부터 주유소 창고에서 버려진 고양이를 보살펴 주었으며 그 고양이가 유조차 밑으로 들어가 사고를 당한 것인데, 그 고양이를 보살펴 주는 행위 및 유조차 밑에서 꺼내는 행위 등은 본인의 업무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할 수 없는 사적인 행위라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가 업무시간 내에 업무장소에서 발생한 것이고 망인이 주유소를 떠돌던 버려진 고양이를 잠시 보살펴 왔다고 하더라도 유조차 밑으로 들어간 고양이를 꺼내려고 한 행위는 소외 주유소 내 차량의 진입 또는 출입의 안전을 위해 수행한 통상의 업무에 부수되는 행위인 만큼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보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8호증의 1 내지 19, 을2호증의 1, 4의 각 기재, 증언 김◇◇, 이△△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은 2006.7.경 ○○주유소에 입사하여 주유원으로 근무하였는데, 차량주유, 유류대금수금의 업무 외에도 주유소 바닥을 청소하거나 주유소 내에서 차량통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2)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한 달 전부터 버려진 고양이를 ○○주유소 창고 내에 밥그릇을 놓고 먹이를 주며 기르다가 ○○주유소 소장인 강○○이 고양이를 창고에서 치울 것을 지시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약 10일 전 주유소 옆 화단에서 돌보아 길렀다.
(3) 주식회사 ◇◇◇◇◇◇ 소속 유조차 운전기사인 이△△은 2006.8.9. 17:00경 소외 주유소 저유탱크에 기름을 넣고 유조차를 소외 주유소 내 화단 옆 공터에 주차시켰다가 다음 날인 2006.8.10. 12:30경 유조차에 시동을 걸어 출발하려는데, ○○주유소에서 근무 중이던 망인이 다가와 유조차의 앞 탑과 탱크 사이에 고양이가 들어가 있으니 고양이를 꺼낸 다음 출발하라고 하였다.
(4) 이에 이△△은 근처 세차장 사무실에서 가서 5분 내지 10분 동안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신문을 본 다음, 출발하기 위해 다시 유조차 쪽으로 왔는데, 망인이 계속하여 고양이를 부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머리만 밖으로 내밀고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5) 이△△은 망인이 고양이를 꺼내오기 위해 유조차 밑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유조차가 움직이면 고양이가 놀래서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운전석에 올라가 시동을 걸고 유조차를 출발시켜 유조차의 뒷바퀴 부분으로 망인의 상체부위를 타고 넘어가 위와 같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다. 판 단
위 인정사실에서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서 근무 중이었는데, 평소 주된 업무인 차량주유업무나 대금수금업무 뿐만 아니라, 부수적 업무인 주유소 청소나 주유소 내에서의 차량진행이나 장애물제거업무 등을 맡고 있었던 점, ② 비록 유조차 밑에 들어간 고양이가 망인이 주유소 옆 화단에서 먹이를 주며 기르고 있었던 버려진 고양이였으나, 당시 ○○주유소의 사업주 김◇◇이나 소장 강○○은 망인에게 주유소 창고 내에서 고양이를 기르지 말라고 지시하였을 뿐, 주유소 화단에서 이를 기르는 것은 사실상 방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런데, 고양이가 화단 옆에 주차되어 있던 유조차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어 유조차의 출발에 방해가 되었고, 이에 망인으로서는 유조차가 신속히 출발할 수 있도록 고양이를 치워야 했던 점, ④ 망인의 이러한 행위는 사적인 취미활동 등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유원으로서 수행할 의무가 있는 차량진행 및 장애물 제거 등의 부수적 업무 범위 내에 드는 행위로 볼 수 있고, 이는 그 고양이가 망인이 돌보아 기르던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결국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찬(재판장) 최석규 송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