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하여 적법한 동의가 있으려면 불이익 변경 내용에 대하여 근로자들이 주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에 의한 공고 및 설명 절차가 존재해야 하고, 근로자들이 회의를 개최하여 불이익 변경 내용에 대하여 찬반 의견을 교환해야 하며, 불이익 변경에 대한 집단적 의견이 찬성일 것일 요구된다.
근로자들의 회의를 개최하여 불이익 변경 내용에 대하여 찬반 의견 교환해야 함과 관련하여서는 업무의 특성, 사업의 규모, 사업장의 산재(散在) 등의 사정으로 전체 근로자들이 회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도 허용될 수 있겠으나, 근로기준법이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집단 의사의 주체로서 근로자’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함이므로, 사용자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어려워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사용자는 부분적 회합을 통한 의견 취합을 하더라도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이 집단 의사를 확인, 형성할 수 있도록 상당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 2017.01.13. 선고 2015나2049413 판결 [임금]
♣ 원고, 피항소인 / 1. 최△△
2. 박○○
3. 김□□
♣ 피고, 항소인 / 주식회사 △△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8.28. 선고 2014가합557402 판결
♣ 변론종결 / 2016.11.16.
<주 문>
1.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최△△에게 37,474,000원, 원고 박○○에게 33,196,000원, 원고 김□□에게 40,192,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4.8.19.부터 2015.8.2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각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적을 이유는, 피고가 이 법원에서 강조하는 주장에 관하여 다음의 ‘2. 추가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판단
가. 1차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 무효
(1)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취업규칙이 일반적 의미의 임금피크제(근로계약의 종기인 정년을 연장해주는 대신 연장된 정년 도달 전 일정기간 동안의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 이하 ‘통상 임금피크제’라 한다)가 아니라, 직급별로 정년을 정해두고 직급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는 그 다음해 임금을 기존 임금의 80%로 감액하고, 그 다음해에는 감액된 임금의 70%로 감액하며, 그 다음해부터 퇴직 시까지는 위 감액된 임금의 60%로 감액하여 지급하는 제도(1차 취업규칙 변경에서 신설되었는데, 이하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라 한다. 위 각 비율은 2차 취업규칙 변경에 의하여 각 70%, 60%, 50%로 다시 변경되었다)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이에 따르면 승진이 되지 않아 직급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는, 그의 연령이 얼마이건 간에, 직급정년 도달 다음해에는 기존 임금(예: 300만 원)의 80%(예: 240만 원)을 지급 받고, 그 다음해에는 위 80%의 70%(예: 168만 원)를 지급받고, 그 다음해부터 퇴직시까지는 위 70%의 60%(예: 100만 800원)를 지급받아 임금이 3년 만에 약 1/3 수준으로 감액되게 된다(2차 취업규칙 변경에 따르면 감액비율은 더 커지게 된다).
(2) 피고의 항소이유 주장
피고는 근로자들 중 84.4%가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신설하는 1차 취업규칙 변경에 찬성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주장한다.
“피고 직원들은 모든 급여가 성과에 연동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의 임금은 고정보수로서 성과대비 높은 고정보수를 받고 있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피고 직원들 중 극단적·예외적 저성과자들은 회원 수를 늘려 성과를 높이기보다, 적은 회원 수 만을 관리하고, 보직도 수행하지 않으면서 그저 ‘버티자’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었고, 이로 인하여 피고에게 부담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주었습니다. 그 결과 나머지 직원들이 더 많은 회 원 수를 관리하면서도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나타난바, 대다수의 성실한 직원들은 성과 대비 높은 고정보수를 받고 있는 저성과자둘이 피고의 경영과 대다수 성실한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84.4%와 91.4%라는 압도적 다수가 각 개정에 찬성한 것의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음에도, 원심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3) 1차 취업규칙 변경 중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 안건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
(가) 적법한 과반수 동의의 요건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신설하는 것을 포함하여 1차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서 근로자들의 과반수의 적법한 동의가 있었는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적법한 과반수 동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근로자들이 피고가 신설하려고 하는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하여 주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에 의한 피고의 공고·설명 절차가 있었을 것, ② 근로자들이 회의를 개최하여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 삭감제도’에 대하여 찬반 의견을 교환하였을 것, ③ 근로자들의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 삭감제도’에 대한 집단적 의견이 찬성일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나) 피고가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고·설명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이를 주지시켰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과 아래에서 드는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근로자들에게 적당한 방법으로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의 신설에 관한 공지와 설명을 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① 갑 제34호증의1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09.5.20. 09:21 사내인트라넷 ‘○○스’에 1차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공지문을 전산으로 게시하였으나, 위 공지문에는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는 물론이고, 여타 취업규칙 변경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았다.
피고는 위 공지문에 파일 7개를 첨부하였는데, 그중 첫 번째가 ‘1. 주요 변경 내용 요약’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I. 직급정년 구제제도 도입, II. 직급정년제도 도입, III. 직무등급별 정년 연장, IV. 임금피크제도 도입, V. 코어 타임(Core-time) 제도 탄력적 운영, VI. 대기발령 제도 개선, VII. 대기발령 만료 후 보직 미부여자 인사사항 개선(당연 퇴직 → 휴직으로 완화), VIII. 여성근로자를 위한 ‘모성보호’ 내용 취업규칙 명시”로서 그 안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내용은 일절 나와 있지 않았다.
따라서 위 공지문과 ‘1. 주요 변경 내용 요약’을 열람한 근로자들은 1차 취업규칙 변경 대상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가 없었다.
② 피고는 2009.4.13., 5.12., 5.13., 5.15., 5.18., 5.19., 5.21. 수차 결의와 설명회를 개최하여 설명을 충분히 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 스스로 위 설명회 대상이 임원, 본부(실)장, 본사 팀장, 본부장, 교육국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피고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설명하는 설명회를 개최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③ 피고는 2009.5.18. 노동조합과 협의를 하였고, 5.19.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근로자들에게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50호증의2, 을 제1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09.5.경 피고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90여명에 불과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가사 피고의 주장과 같은 협의가 있었더라도 그로써 3,331명의 근로자들을 상대로 하여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한 충분한 주지, 설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가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조합 임원들에게 어떠한 자료도 배부한 적이 없고, 피고가 노사협의회를 개최한 날이 동의절차 개시 전날이었으며, 노동조합 임원들이 전임 임원들이 아니었기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에게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하여 주지, 설명을 할 여유와 능력이 모두 없었던 점을 더하여 보면, 더더욱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④ 피고는 사내인트라넷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설명을 추가로 게시하였으므로 근로자들에 대하여 충분한 공지와 설명을 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을 제28호증의1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인사팀장이 2009.5.21. 11:57 ‘취업규칙 개정 관련 FAQ’라는 글을 사내인트라넷에 게시하였는데, 글의 마지막 부분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설명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이미 2009.5.20.에 동의절차를 개시하였고, 위 문서의 게시 후 게시 전 이루어진 동의절차를 다시 진행토록 하거나 동의절차 마감시한을 연장하지도 않은 점, 피고가 위 문서를 근로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하거나 출력물로 배부하지 않았던 점, 위 문서 제목이 ‘취업규칙 개정 관련 FAQ’이므로 필수적인 열람대상으로 볼 수도 없는 점, 갑 제48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09.5.22. 금요일 18:00를 기준으로 위 문서를 열람한 사람 수는 총 1,500명 미만으로 전체 동의대상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문서의 게시로도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공지와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⑤ 피고는 2009.5.20.자 공지문 첨부파일들 중 6번째 파일인 ‘6. 인사규정 시행세칙 신·구조문 대조표’를 보면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로써 공지와 설명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갑 제34호증의1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위 첨부파일을 열어 기재내용을 끝까지 주의 깊게 살펴본 근로자는 맨 마지막에 있는 제24조 단서에 “직급정년제 편입대상자는 연령과 관계없이 즉시 본 제도를 시행한다.”고 되어 있고, 제25조에 임금지급률은 “1년차 80%, 2년차 70%, 3년차 이후 60%”로 하는 각 조항이 신설되었음을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 게시의 형식과 내용, 위 공지문과 첨부파일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나와 있지 않았던 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가 근로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와 같은 게시만으로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가 적당한 방법에 의하여 근로자들에게 주지되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다) 근로자들이 회의를 개최하여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하여 찬반 의견을 교환하였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과 아래에서 드는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1차 취업규칙 변경의 동의대상 근로자들 전원이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여 이에 관한 찬반 의견을 교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가 2009.5.20. 공지서에 ‘2. 취업규칙 제규정 변경 동의서’를 첨부한 사실, 그 동의서에는 각주로 ‘직원이 많으신 교육국(팀)은 2장 사용해도 무방(의견수렴시 반드시 집단토의방식 준수할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동의서 작성에 앞서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하여 찬반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회의록이나 사실확인서 등이 이 법원에 제출된 바 없다. 반면 갑 제32호증의1 내지 47, 제42호증의 각 기재 및 변 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수 근로자들이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가 취업규칙 변경 대상에 포함되어 있음을 모른 상태에서 또는 그에 관한 찬반 회의를 거치지 않고서 동의서에 찬반 의견을 표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② 1차 취업규칙 변경의 동의대상 근로자들은 3,331명이었는데, 갑 제4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이들을 794개의 팀별 단위로 분리하여 의견을 취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평균 4.2명 정도가 1개 단위가 되어 찬반 회의를 거친 셈이다. 업무의 특성, 사업의 규모, 사업장의 산재(散在) 등의 사정으로 전체 근로자들이 회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도 허용될 수 있겠으나, 근로기준법이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집단의사의 주체로서 근로자’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함이므로, 사용자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어려워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사용자는 부분적 회합을 통한 의견 취합을 하더라도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이 집단의사를 확인, 형성할 수 있도록 상당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위 4.2명은 위 3,331명의 약 0.12%에 불과하므로 이는 근로자 전체의 집단적 의사 확인을 위한 의미 있는 최소 단위로 기능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점, 더욱이 위 4.2명은 같은 직급의 근로자들이 아니라 교육국장, 팀장 등 상급자와 여직원, 업무직원, 인턴사원 등까지 포함된 숫자인 점, 일부 동의서들은 근로자 1인에 의하여 작성되어 찬반회의 자체가 불가능하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는 사내인트라넷에 ‘토론방’이나 ‘찬반의견란’ 등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들이 의견을 게시하고 교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거나, 공고 후 상당한 기간을 두어 팀별 단위로 분리되어 있거나 팀내에서 같은 직급이 소수인 근로자들이 다 른 근로자들 또는 같은 직급의 근로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집단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한을 수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가 이런 조치를 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고가 노사협의회를 동의절차 개시 전날에야 개최하였고, 노동조합 측에 1차 취업규칙 변경과 관한 자료를 일절 배부한 바 없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③ 피고는 서□□ 노동조합 위원장이 2009.5.20. 노동조합의 인터넷 카페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반대하는 글을 올렸고,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의 문제점을 적시한 이메일을 근로자들에게 발송하였으므로 근로자들의 집단토의가 있었던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회의 방식에 의한 찬반 의견의 교환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당시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들이 90여명이고, 단위 팀의 평균 인원이 4.2명임은 앞서 살펴보았으므로,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들이 모두 다른 팀에 속하여 각 회의에서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회의들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수는 약 378명이 되는데, 이는 전체 동의대상 근로자들의 약 11.3%에 불과하다).
④ 피고는 일부 동의서 하단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의 문제점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근로자들 간에 그에 대한 찬반 회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갑 제4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작성한 동의서 양식 하단에 ‘의견/건의사항’란이 있고, 일부 팀에서 ‘의견/건의사항’란에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하여 기재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에게 제출되는 동의서 하단에 추가 기재된 ‘의견/건의사항’은 근로자들의 ‘피고’에 대한 의사표시를 기재하라 는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이를 ‘다른 근로자들’과의 찬반 의견 교환을 위한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피고가 ‘의견/건의사항’의 내용들을 근로자들에게 알린 바도 없다). 게다가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의견/건의사항’을 기재한 동의서를 작성한 근로자들 수는 합계 47명에 불과하다(그중 찬성은 13명, 반대는 33명, 기권은 1명이다. 갑 제42호증 중 4쪽, 16쪽. 29쪽, 54쪽, 250쪽, 252쪽, 280쪽, 443쪽, 578쪽, 620쪽 참조).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⑤ 피고는 근로자들 중 수십 명이 동의절차 후에 피고에게 의견번복 이메일을 보냈고 자신은 이를 받아들였는바, 이는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한 근로자들의 찬반의견 교환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동의 절차 마감 후 근로자들에게 찬반 의견 교환 및 의견 번복 기회를 부여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일부 근로자들이 나중에 개인적으로 피고에게 자신의 동의를 철회 한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피고가 이를 받아들여 이들이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보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자들이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하여 회의방식에 의한 찬반의견 교환을 하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근로자들의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한 집단적 의견이 찬성이었는지 여부
을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1차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의 동의대상 근로자들 3,331명 중 2,812명(84.4%)이 ‘찬성’란에 서명을 한 사실이 인정되나, 앞서 본 것처럼 피고가 위 동의대상 근로자들 전원에게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가 1차 취업규칙 변경에 포함되어 있고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주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으로 이를 공고·설명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위 동의대상 근로자들 전원이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하여 회의를 통하여 찬반의견을 교환한 후 동의서에 그에 대한 찬반 서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위 동의 숫자만으로는 근로자들이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대하여 과반수 동의를 함으로써 그에 대한 찬성의 집단적 의견을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다만 근로자들이 위 ‘1. 주요 변경 내용 요약’에 나왔던 I. 직급정년 구제제도 도입, II. 직급정년제도 도입, III. 직무등급별 정년 연장, IV. 임금피크제도 도입, V. 코어 타임(Core-time)제도 탄력적 운영, VI. 대기발령 제도 개선, VII. 대기발령 만료후 보직 미부여자 인사사항 개선, VIII. 여성근로자를 위한 ‘모성보호’ 내용 취업규칙 명시에 관하여는 취업규칙 변경에 과반수 동의를 함으로써 찬성의 집단적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다).
(4) 소결론
따라서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은 원고들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나. 2차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 무효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2차 취업규칙 변경은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신설한 1차 취업규칙 변경이 유효함을 전제로 그 감액비율을 증가시키는 것인바,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1차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임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그 유효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에 관한 2차 취업규칙 변경 역시 무효라고 할 것이다(이 부분 2차 취업규칙 변경이 1차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이를 추인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아님은 당 사자들 주장 자체에 의하며 명백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상환(재판장) 이영창 조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