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세소송에서 납세의무자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고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
[2] 과세관청이 갑 주식회사 주식 전부를 소유한 과점주주인 을, 병, 정, 무를 갑 회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갑 회사의 체납 부가가치세 등을 납부하라는 내용의 제1차 처분 및 제2차 처분을 하자, 을, 병, 정, 무가 국세심판원을 상대로 제1차 처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제기하여 을, 병은 인용결정을, 정, 무는 기각결정을 받았는데, 이후 과세관청이 위 결정에 따라 정에 대해 추가 세액을 납부하라는 내용의 제3차 처분을 하자, 정, 무가 납세의무 성립일 이전에 이미 위 주식을 양도하였다며 위 각 과세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던 사안에서, 정, 무가 제2차 및 제3차 처분에 대해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청구는 적법하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두13436 판결 [제2차납세의무지정취소]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원고 1 외 1인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영등포세무서장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9.7.7. 선고 2008누3504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조세행정에 있어서 2개 이상의 같은 목적의 행정처분이 단계적·발전적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서로 내용상 관련이 있다든지, 세무소송 계속 중에 그 대상인 과세처분을 과세관청이 변경하였는데 위법사유가 공통된다든지, 동일한 행정처분에 의하여 수인이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에 선행처분에 대하여 또는 그 납세의무자들 중 1인이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친 때와 같이, 과세관청과 국세심판원으로 하여금 기본적 사실관계와 법률문제에 대하여 다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을 뿐더러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굳이 또 전심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이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납세의무자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과세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대법원 2006.4.14. 선고 2005두1017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① 피고는 2001.1.1.부터 2004.12.31.까지 원고들과 소외 1, 2가 소외 3 주식회사의 총 발행주식 200,000주 전부를 소유(원고 1 40%, 원고 2 30%, 소외 1 20%, 소외 2 10%)한 과점주주로서 사실상 위 회사의 경영을 지배하였던 것으로 보고, 2005.12.12. 원고들과 소외 1, 2를 모두 위 회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한 뒤 위 회사가 체납한 2004년 2기분 부가가치세 등에 관하여 원고들과 소외 1, 2의 각 출자지분에 해당하는 세액을 납부통지(그 중 2003.8.11. 후 납세의무가 성립한 부분을 ‘제1차 처분’이라 한다)한 사실, ② 피고는 또 2006.3.13. 위 회사가 체납하였으나 위 2005.12.12.자 납부통지 당시 누락한 부가가치세 등에 관하여 원고들과 소외 1, 2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추가지정하고 그들의 각 출자지분에 해당하는 세액을 납부통지(그 중 2003.8.11. 후 납세의무가 성립한 부분을 ‘제2차 처분’이라 한다)한 사실, ③ 한편 원고들과 소외 1, 2는 위 2005.12.12.자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처분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거쳐 2006.5.30.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는데, 국세심판원은 2006.12.22. 소외 1, 2의 각 지분은 실제로는 원고 1의 소유라고 보아 그들의 심판청구를 각 인용한 반면 원고들의 심판청구를 각 기각하는 결정을 한 사실, ④ 그러자 피고는 2007.1.15. 위 국세심판결정의 취지에 따라 종전에 소외 1, 2에게 부과하였던 지분 합계 30%에 해당하는 세액에 관하여 원고 1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추가로 납부통지(그 중 2003.8.11. 후 납세의무가 성립한 부분을 ‘제3차 처분’이라 한다)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이 2003.8.11. 소외 4 등에게 위 회사의 주식 전부를 양도하고 경영권을 넘겨준 후에는 위 회사의 경영에 관여한 바 없으므로 피고가 2003.8.11. 후 납세의무가 성립한 위 회사의 체납세액에 관하여 원고들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한 이 사건 제1, 2, 3차 각 처분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원고들과 소외 1, 2는 제1차 처분에 관하여만 전심절차를 거쳤고, 제2차 처분 중 제1차 처분의 경정처분인 원심 판시 부과처분내역표 제16, 17번을 제외한 나머지 제11 내지 15번의 부과처분과 제3차 처분 중 종전에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위 표 제22, 24, 27, 29 내지 34번의 각 부과처분은 제1차 처분의 각 부과처분과 과세표준의 발생원인, 발생연도 및 세목이 달라 별개의 처분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에 대한 다툼의 내용도 서로 다를 수 있어 별도로 전심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아니하여 위 각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각 처분에 대하여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법 사유는 원고들이 2003.8.11. 위 회사 주식 전부와 경영권을 양도하여 그 후에는 과점주주가 아니라는 것일 뿐이어서 그 사유가 공통되고, 이러한 공통사유에 관하여는 국세심판원의 이 사건 제1차 처분에 대한 위 2006.12.22.자 결정 당시에 이미 그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와 쟁점에 관하여 사실상 필요한 심리를 하여 이를 재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제2차 처분은 제1차 처분에 대한 원고들의 이의신청이 2006.2.28. 기각된 직후인 2006.3.13. 행하여졌고, 이 사건 제3차 처분은 제1차 처분에 대한 원고들의 심판청구가 2006.12.22. 기각된 직후인 2007.1.15. 행하여졌는바, 원고들이 이 사건 제2, 3차 각 처분에 대하여 전심절차를 거치더라도 이 사건 제1차 처분에 대한 국세심판원의 위 결정과 같은 취지로 배척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로 하여금 굳이 이 사건 제2, 3차 각 처분에 대하여도 별도로 전심절차를 밟게 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의 측면에서 무의미하며 원고들에게 가혹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위와 같은 경우에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과세처분의 대량반복성, 전문기술성, 정형성 등의 이유로 제소에 앞서 과세관청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함으로써 남소를 방지하고 사실관계에 관한 쟁점을 분명히 하며, 상급관청에게 감독, 시정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대량의 반복적 조세행정이 통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국세기본법 제56조제2항의 규정 취지가 몰각될 우려도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각하한 이 부분 과세처분은 납세의무자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제2, 3차 각 처분에 대하여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위 부분 청구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의 전심절차의 요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원고들과 소외 1, 2가 그들이 보유한 위 회사 주식 전부를 소외 4 등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하고 2003.8.11. 소외 4 등에게 위 회사 주식을 모두 양도한 사실, 위 회사의 법인등기부상 2003.8.11.자로 원고 1이 대표이사직을, 소외 2가 이사직을, 소외 1이 감사직을 각 사임하였고, 위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상 대표자명의가 2003.8.29. 소외 4로 변경되었으며, 위 회사의 2003.8.18.자 주주명부상으로도 원고들이나 소외 1, 2가 아닌 소외 4 등 4인이 위 회사 주식을 모두 보유한 것으로 기재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처분의 각 납세의무 성립일 전인 2003.8.11. 소외 4 등에게 위 회사에 대한 주식을 실질적으로 양도하였으므로 원고들은 위 각 납세의무 성립 당시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않고, 가사 피고의 주장과 같이 위 회사가 2003년 귀속 법인세결산서를 제출하면서 주식양도에 따른 변동상황이 기재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소유 주식이 실질적으로 양도되었고 주주명부상으로도 명의개서가 이루어졌으며 법인등기부나 사업자등록증상으로도 대표자 등이 변경된 점에 비추어 이와 달리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이 과점주주임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제1차 처분과 제2차 처분 중 원심 판시 부과처분내역표 제16, 17번의 각 부과처분 및 제3차 처분 중 제18 내지 21, 23, 25, 26, 28번의 각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및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능환 민일영(주심) 이인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