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甲과 乙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를 甲, 보험수익자를 丙으로 하여 피보험자 사망 시 원인에 따라 ‘교통재해사망보험금’, ‘일반재해사망보험금’,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한 경우에도 보험계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는 면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을 두었는데, 甲이 보험계약일부터 약 5년 후 우울증 진단을 받고 통원치료를 하던 중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에서, 자살과 같이 피보험자가 자신의 의사에 기한 행위에 의하여 사고를 유발하는 등의 경우에는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고, 甲이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 우연성이 충족된다고 하기도 어려워 위 사고를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乙 회사는 丙에게 일반사망보험금 지급의무를 진다고 한 사례.
◆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4.8.26. 선고 2014나1017 판결 : 확정[보험금]
♣ 원고, 항소인 /
♣ 피고, 피항소인 / 대한민국
♣ 제1심판결 / 춘천지법 강릉지원 2013.12.18. 선고 2013가단2371 판결
♣ 변론종결 / 2014.7.15.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6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2.8.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3, 4, 5호증, 을 제2, 3호증,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망 소외 1(개명 전: 소외 1)은 2007.6.8.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고, 평일 일반재해사망 시 보험금 25,000,000원이 지급되는 ‘○○리치 상해보험(이하 ‘제1보험’이라고 한다)’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계약의 약관 제18조에는 아래<생략>와 같은 내용이 있다.
나. 망인은 2007.7.12.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 보험수익자를 원고로 하고, 일반재해사망 시 보험금 80,000,000원, 일반사망 시 보험금 40,000,000원이 지급되는 ‘○○로 정기보험(이하 ‘제2보험’이라고 한다)’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계약의 약관 제13조, 제15조에는 아래<생략>와 같은 내용이 있다.
다. 망인은 2012.2.경 우울증 진단을 받고 통원치료를 하던 중 2012.8.22.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망인의 법정상속인으로는 배우자 소외 2와 2명의 자녀가 있고, 한편 원고는 망인의 어머니이다.
라.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제2보험에 따른 일반사망보험금 40,000,000원만을 지급하였다.
2. 제1보험금에 대한 판단
원고는, 망인이 전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심한 폭행을 당하였고 보증으로 인하여 신용불량상태였으며 재혼한 남편 소외 2와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과의 관계로 힘들어 하였는바, 이와 같은 상태에서 망인이 심한 정신불안증세, 우울증 증상 등으로 인하여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것이므로, 피고는 제1보험 약관 제18조제1항제1호 단서에 따라 원고에게 평일 일반재해사망보험금 25,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는 법정상속인인데 망인에게는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존재하므로, 망인의 직계존속인 원고는 망인의 법정상속인이 아니다. 따라서 제1보험에 따른 보험금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제2보험금에 대한 판단
원고는, 망인은 위와 같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므로, 피고는 제2보험 약관 제15조제1항제1호 단서에 따라 원고에게 일반재해사망보험금 80,000,000원에서 이미 지급한 보험금 40,0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4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가사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망인은 제2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하였고 제2보험 약관 제15조제1항제1호 단서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약관 규정에 따라 지급하여야 할 일반재해사망보험금에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공제한 나머지 4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이 전 남편의 폭행으로 이혼하였고 이로 인한 충격으로 정신분열 증세가 있어 율곡병원에서 우울증 증세로 병원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였던 사실, 망인이 20,000,000원 정도의 보증채무가 있었고 신용불량상태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으로 같은 증거들과 제1심법원의 의료법인 ○○의료재단 ○○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꼼꼼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전 남편과 사이에 1녀, 재혼한 남편 소외 2와 사이에 1남을 두고 있었고, 사망 당시 가정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으며 소외 2와의 관계도 원만했던 사실, 망인이 2012.2.16. 소외 3신경외과에서 ‘전신불안장애, 상세불명의 우울증 에피소드, 수면개시 및 유지 장애’ 진단을 받고 2012.6.29.까지 통원치료를 받다가 치료를 중단하고 병원에서 약을 조절해도 된다고 하여 약 복용을 중단한 사실, 원고가 인격을 상실할 정도의 정신증을 보인다거나 인지능력에 변화가 있지는 않았던 사실, 망인은 사망 당일 딸을 친정에 맡기고 아들은 방에 재운 후에 새벽 3시경 자살한 사실도 인정되는바, 이와 같은 망인의 나이, 병력, 평소 성격, 가정환경, 자살 당시의 행적, 자살의 시기 및 장소, 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한편 제2보험 약관 제15조제1항제1호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 즉, 면책사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규정하면서 그 단서에 ‘보험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를 그 면책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 망인이 제2보험의 보험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위 약관은 제13조제1항에서 ‘교통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와 ‘일반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와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를 구별하여 각각 ‘교통재해사망보험금’, ‘일반재해사망보험금’,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다만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도록 하되, 보험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는 그 면책을 허용하지 않고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보험 약관의 문언 및 체계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자살 면책 제한 규정에 의해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은 약관 제13조제1항 각 호에서 정하고 있는 모든 보험금이 아니라 각 호에서 정한 각 보험금 중 그 요건에 부합하는 특정 보험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과연 망인의 자살이라는 이 사건 보험사고가 약관 제13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일반재해’에 해당하는지 살피건대, 통상 재해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말하는바 ‘우발적 사고’라 함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하므로(대법원 2001.11.19. 선고 2001다55499, 55505 판결 등 참조), 자살과 같이 피보험자가 자신의 의사에 기한 행위에 의하여 사고를 유발하는 등의 경우에는 우연성이 결여되어 이를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제2보험 약관의 별지 재해분류표 역시 고의적 자해를 재해분류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피보험자가 사고를 유발하여 장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사고 당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우연성이 충족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이 사건 사고는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약관은 보험계약일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자살 면책 제한 규정을 둠으로써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약관 규정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상 재해사망보험만을 규정한 약관에서 그 문언과 체계가 다소 불명확하게 되어 있어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뒤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믿게 할 여지가 있는 경우와는 다르게 위 규정을 피보험자가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도 재해를 직접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일반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 또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호(재판장) 정지은 김종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