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의 과정에서 원저작물이 그대로 복제된 경우, 새로운 저작물의 성질, 내용, 전체적인 구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저작물이 새로운 저작물 속에서 주된 표현력을 발휘하는 대상물의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에 종속적으로 수반되거나 우연히 배경으로 포함되는 경우 등과 같이 부수적으로 이용되어 그 양적·질적 비중이나 중요성이 경미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저작물에서 원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그대로 느껴진다면 이들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구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이용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
◆ 대법원 2014.8.26. 선고 2012도10786 판결[저작권법위반]
♣ 피고인 /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서부지법 2012.8.23. 선고 2012노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인터넷상에서 사진의 양도·이용허락을 중개하는 이른바 포토라이브러리(photo library)업을 영위하는 피고인들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널리 사용된 “Be The Reds!”라는 응원문구를 도안화한 원심 판시 저작물(이하, ‘이 사건 저작물’이라 한다)이 그려진 티셔츠 등을 착용한 모델을 촬영한 원심 판시 사진들(이하 ‘이 사건 사진들’이라 한다)을 그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가 저작권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저작물은 그 소재인 응원문구의 호소력, 국민들의 집단적인 응원활동이라는 사회적·문화적 배경, 그 상업적·기능적인 성격 등에 비추어 보호범위가 제한적이다. 그리고 이 사건 저작물은 이 사건 사진들에서 차지하는 위치, 크기, 비중 등에 비추어 볼 때 간접적·부수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사진들에서 이 사건 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직접 감득하기 곤란하다. 또한 이 사건 사진들이 이 사건 저작물의 저작권자가 영위하던 상품화 사업을 직접 침해하지도 아니하였다.
나. 피고인들의 사진 양도·이용허락 중개업이 사진에 관한 정보탐색 비용의 절약, 원활하고 신속한 사진 거래의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고,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단계에서 피고인들이 얻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이 거의 없으며,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된 사진을 피고인들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은 수요자들에게 사진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홈페이지 게시 단계에서는 사진의 최종 이용 용도가 불확정한 상태에 있음에도 그 게시행위 자체를 저작권침해라고 한다면, 실제 양도 또는 이용허락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사진에 포함된 저작물의 이용대가를 미리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사진의 양도·이용허락 중개업 시장의 위축 및 유통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2. 원심의 판단은 결국 이 사건 사진들은 이 사건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저작물이 표현되어 있는 이 사건 사진들을 홈페이지에 게시함에 따른 이 사건 저작물의 복제 등은 구 저작권법(2011.6.30. 법률 제10807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같다) 제28조가 규정한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우선, 이 사건 사진들과 이 사건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의 과정에서 원저작물이 그대로 복제된 경우, 새로운 저작물의 성질, 내용, 전체적인 구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저작물이 새로운 저작물 속에서 주된 표현력을 발휘하는 대상물의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에 종속적으로 수반되거나 우연히 배경으로 포함되는 경우 등과 같이 부수적으로 이용되어 그 양적·질적 비중이나 중요성이 경미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저작물에서 원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그대로 느껴진다면 이들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위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저작물은 “Be The Reds!”라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널리 알려진 응원문구를 소재로 한 것으로서, 그 창조적 개성은 전통적인 붓글씨체를 사용하여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응원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도안 자체에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사진들 중 일부 사진들(이하 ‘이 사건 침해사진들’이라 한다)에는 이 사건 저작물의 원래 모습이 온전히 또는 대부분 인식이 가능한 크기와 형태로 사진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그 창조적 개성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또한 이 사건 저작물의 위와 같은 창작적 요소에 담겨 있는 월드컵 응원문화에 대한 상징성과 이 사건 침해사진들의 성질, 내용, 전체적인 구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저작물은 월드컵 분위기를 형상화하고자 하는 위 사진들 속에서 주된 표현력을 발휘하는 중심적인 촬영의 대상 중 하나로 보인다. 즉, 이 사건 저작물에 표현되어 있는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응원의 느낌이 이 사건 침해사진들 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어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사진의 개성과 창조성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침해사진들에서 이 사건 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상 위 사진들과 이 사건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침해사진들의 게시에 의한 복제 등이 구 저작권법 제28조가 정한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1) 구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이용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11.25. 선고 97도2227 판결, 대법원 2013.2.15. 선고 2011도5835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살펴본다.
피고인들은 사진저작권자들의 위탁에 따라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그 이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양도나 이용허락을 한 후 그로 인한 수익을 사진저작권자들과 배분하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침해사진들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저작물은 그 성격상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의 발휘에 따른 미적 표현이 드러나 있는 미술저작물의 일종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침해사진들의 경우 월드컵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하여 월드컵의 응원문화를 상징하는 이 사건 저작물을 특별한 변형 없이 촬영하여 만든 것인 이상 이 사건 저작물을 단순히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그와 별개의 목적이나 성격을 갖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침해사진들에는 이 사건 저작물의 원래 모습이 온전히 또는 대부분 인식이 가능한 크기와 형태로 사진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양적·질적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 사건 침해사진들은 월드컵 분위기를 형상화한 사진의 수요자들에게 유상으로 양도하거나 이용허락을 하기 위하여 월드컵의 응원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물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 저작물이 그려진 티셔츠 등을 착용한 모델을 촬영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저작물이 충분히 인식될 수 있는 크기와 형태로 포함되어 있음에도 피고인들이 이를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게시하여 그 양도·이용허락 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시장에서 이 사건 저작물의 수요를 대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저작권자의 저작물 이용허락에 따른 이용료 수입을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사진의 양도나 이용허락 계약을 중개하는 것에 불과하고 게시하는 사진이 대량이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사진에 포함된 타인의 저작물도 함께 복제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는 이상 그로 인한 저작권침해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이와 달리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된 사진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홈페이지에 게시한 다음 그 저작물에 관하여 이용허락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오로지 사진 이용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이 사건 침해사진들에서 이 사건 저작물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사진들과 이 사건 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의 실질적 유사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대조·비교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사진들 모두가 이 사건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이 사건 저작물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이는 저작권침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결론
원심판결의 이 사건 사진들 중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사진들에 관한 부분은 파기하여야 하는데, 이 부분은 이 사건 사진들 중 위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부분과 함께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