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하여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
특히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하여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하여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하여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하였다는 사정, 보험계약 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수입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였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한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였다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
[2] 甲이 乙 주식회사 등 다수의 보험회사와 10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입원치료 등을 이유로 乙 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乙 회사가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甲이 보험계약 체결 직후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없음에도 입원한 것처럼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하여 乙 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은 행위로 사기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는 등 甲의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甲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4.4.30. 선고 2013다69170 판결 [부당이득금]
♣ 원고, 상고인 / ○○라이프생명보험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3.8.16. 선고 2012나5711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되므로, 이와 같은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하여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대법원 2009.5.28. 선고 2009다12115 판결 등 참조). 특히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하여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하여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하여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하였다는 사정, 보험계약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수입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였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한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였다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다.
2. 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보험계약을 비롯하여 다수의 보험회사와 사이에 10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및 입원치료 등을 이유로 하여 원고 등으로부터 위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① 피고가 가입한 10개의 보험에 따른 월 보험료 합계 464,000원은 일반인이 이를 부담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과다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②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고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 등에 비추어 피고의 수입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다수의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이 사건 보험의 약관에 의하여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닌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다.
(1) 피고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근로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등을 전혀 납부한 사실이 없다. 한편 피고는 제1심 제2차 변론기일에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고 있었으며 별다른 재산은 없었다”라고 진술하였고, 원심 제1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항소이유서를 통하여 “당시 식당 주방장으로 근무하며 월 200만 원 ~ 25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었다”라고 주장하였으나, 자신의 소득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그리하여 위와 같은 피고의 진술 이외에 피고가 당시 수입을 얻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피고 스스로도 별다른 재산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몸이 많이 불편하고 통풍으로 인하여 고통도 많이 받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기록 41면)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비롯한 10건의 보험료 합계액인 월 464,000원이 피고에게 과다하지 아니한 금액이라고 여겨지지 아니한다.
(2) 피고는 2006.2.8.부터 2006.7.31.까지 6개월 미만의 단기간동안 이 사건 보험계약을 비롯하여 10건의 동종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특히 2006.2.13.에는 하루에 3개의 보험회사와 3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2006.2.8.부터 2006.3.3.까지 1개월도 되지 아니한 단기간에 7건의 보험계약을 집중적으로 체결하였다.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가 이와 같이 단기간 내에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3) 피고가 가입한 위 각 보험은 그 대부분이 입원·수술 등의 치료에 대한 실비변상의 성격이 강한 보장성 보험으로, 별다른 수입조차 없는 것으로 보이는 피고가 이와 같은 보장성 보험에 다수 가입하기에 상당한 이유는 더욱 찾아볼 수 없다.
(4) 피고는 2006.3.8. 원고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이미 6건의 동종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그러한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5)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직후인 2006.4.25.에 발생한 사고로 14일 동안 입원하였다는 이유로 2006.5.16. 원고에게 보험금 55만 원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것을 필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시기로부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집중적으로 입원과 퇴원 등을 반복하면서 그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그리하여 피고는 원고로부터 2006.5.16.부터 2010.9.30.까지 총 33회에 걸쳐 입원과 수술 등으로 치료를 받았음을 이유로 보험금 합계 25,637,955원을 지급받았다. 또한 원고와의 이 사건 보험계약 이외에 라이나생명보험 주식회사와 체결한 두 건의 보험계약의 경우 2012년 8월까지의 보험료 총 납입액은 각 988,000원 및 1,337,470원인 반면 보험금으로 지급받은 금액은 2006년 5월부터 2012년 8월까지 64회에 걸쳐 32,850,000원에 이른다.
한편 피고는 10건의 보험계약 체결이 완료된 2006.7.31.의 직후인 2006.8.14.부터 2006.8.31.까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없음에도 만성위염으로 입원을 하였다는 사유로 원고에게 90만 원을 청구하여 지급받는 등 2006.8.14.부터 2008.11.4.까지 4회의 허위 입원기간 동안 입원한 것처럼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하여 원고 등 보험회사들로부터 22회에 걸쳐 합계 16,353,629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그 중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은 5회에 걸쳐 합계 3,510,442원이고, 피고는 자신이 이를 원고에게 반환할 책임이 있음을 자인하고 있다). 피고는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사기죄로 기소되어 2011.10.24.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1년에 처하는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의심하게 하는 강력한 자료이다.
위와 같은 피고의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다수의 보험계약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를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주심) 고영한 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