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참가인이 원고에게 재계약 기간 안에 다른 목회지를 찾아 이동하겠으며 어떠한 법적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원고는 이를 믿고 참가인과의 2차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참가인은 원고에게 같은 내용의 신의를 공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기간제법 제4조제1항은 그 수규자로 사용자만을 들고 있는데, 원고는 위 조항의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에 관한 제한을 위반하였고, 같은 법 제4조제2항은 그 법적효과로 벌칙규정을 두는 대신 제4조제1항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기간제 사용의 남용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를 위해 2년을 초과하여 계속 사용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가 위와 같은 참가인의 약속을 통해 참가인이 무기계약직 근로자라고 주장하지 않을 것을 신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간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법적으로 정당한 신뢰라고 할 수는 없다.
[2] 사용자는 2년의 범위 안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2년의 기간제 사용기간 종료 후 사용자는 해당 업무에 다른 기간제 근로자를 신규고용하거나 해당 업무를 외주화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기간제 고용을 계속하는 경우 2년마다 근로자를 대체하는 것은 적잖은 비용을 발생시키게 되는바, 기간제법은 그와 같은 비용의 부담과 무기계약직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전환시키는 부담 중에 사용자가 선택을 하도록 하여 간접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을 것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2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직장이 상실될 위험에 처한 근로자로서는 실직을 면하기 위해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이라도 연장하여 줄 것을 사용자에게 요청할 유인이 크고, 사용자로서도 근로자 교체의 부담도 면하고 당해 근로자를 기간제로 계속 사용하기 위하여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약정을 체결하고자 할 유인이 있으므로 이 사건 각서[1년의 재계약 기간 안에 목회지를 찾아서 이동할 것을 약속한다.]와 같은 내용의 약정이 작성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참가인의 모순된 행위가 신학대학인 원고의 특성상 별도의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서라도 이 사건에서 원고의 주장과 같은 사정이 특별한 사유가 된다고 보아 이 사건 각서와 같은 약속을 한 참가인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의 전환 주장을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배척한다면 계약기간을 제한해 기간제 근로계약 남용을 최소화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목사로서 사회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의관념이 요구되는 참가인의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기간제법 제4조제2항에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2015.1.15. 선고 2014누44344 판결 [재심판정취소]
♣ 원고, 피항소인 / 학교법인 A대학교
♣ 피고, 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4.2.14. 선고 2013구합25924 판결
♣ 변론종결 / 2014.11.13.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원고가 모두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3.9.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3부해554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참가인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 한다)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2013.4.18. 기간만료로 종료된 것이지,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한 것이 아니다.
가) 기간제법 제4조제2항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되기 위해서는 2년의 기간을 초과해 계속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해야 하나, 원고는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이 2012.4.18.자로 종료된 후인 2012.4.28.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였기 때문에 원고가 참가인을 2년의 기간을 초과해 계속 사용한 것이 아니므로 참가인을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볼 수 없다.
나) 참가인은 경건훈련원 원목으로서 경건훈련과목 학점관리 및 특강, 예배인도, 채플 관리, 학생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참가인은 원고와 근로계약 체결 후 4개월 만에 신학(설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이는 참가인이 담당하는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이다. 따라서 참가인에게는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단서 제5호,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제1항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가 존재하므로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다)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의 입법취지는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계속 사용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편법으로 근로계약을 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원고로서는 참가인을 계속 근무하게 할 필요성이 없었고, 이에 참가인에게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였는데, 참가인이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근로계약을 해달라고 하면서 ‘1년의 재계약 기간 안에 목회지를 찾아서 이동할 것을 약속한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하였기에 목사의 양심을 믿고 참가인의 편의를 배려하여 1년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참가인은 태도를 바꾸어 근로기간이 2년을 넘었으니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러한 참가인의 주장은 기간제법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고 한다)이나 금반언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할 것이므로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이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가사 참가인이 기간제법 제4조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이 제출한 각서와 2012.4.28.경 새로 체결한 근로계약 제13조의 특약사항은 유효한데, 원고가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참가인이 이러한 “다른 목회지를 찾아가기로 한” 약정을 위반하였음 등을 이유로 한 것으로 정당한 해고에 해당한다. 참가인이 이를 부당해고라고 항변하는 것은 오히려 신의칙에 반한다.
나.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 사실
1) 1차 근로계약
가) 참가인은 2010.4.19. 근로계약기간을 2010.4.19.부터 2012.4.18.까지로 하여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이하 ‘1차 근로계약’이라 한다), C캠퍼스 경건훈련원 원목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 법인의 정관에 의하면 경건훈련원은 원고 법인의 신학대학원 소속으로 경건훈련원에는 팀을 두고 원목이 팀장이 되며 원목은 사무직원(일반직원)에 해당한다. 참가인이 입사할 당시 원목 초빙 공고에는 자격요건으로 행정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것을 요구하였고, 담당업무는 “개강수련회 전체 진행 관리 업무, 경건예배 관리 업무, 신입생 경건훈련 전반에 관한 업무, 기타 학생 상담 및 영성지도 업무 등”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다) 참가인은 원고 법인에 입사한 후인 2010.8.경 원고가 운영하는 A대학교에서 신학(설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라) 참가인은 1차 근로계약기간 동안 직무와 관련하여 문제를 일으키거나 징계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
2) 2차 근로계약 체결 경위
가) 원고 법인의 정관 제85조제3항은 ‘일반직원은 이사장이 임용하되 학교소속 일반 직원은 당해 학교의 장의 제청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건훈련원 원목에 관한 규정(이하 ‘원목에 관한 규정’이라 한다) 제13조는 ‘원목의 재임용 절차에 관하여 인사위원회에서 재임용을 위한 평가를 하되 재임용을 위한 평가기준은 인사위원회에서 정할 수 있고, 인사위원회에서 재임용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신학대학원 교수회에 상정하여 동의를 득하며, 총장에게 보고하여 총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재임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2.1. 참가인에 대하여 원목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재임용 심사를 진행하였는데, 참가인은 경건훈련원 운영위원회 평가에서 재임용 기준인 70점 이상을 받았고, 교수회의에서는 참가인의 재임용을 승인하였으며, 당시 원고 대학교의 총장인 D은 참가인에게 ‘재계약서에 승인도 되었으니 열심히 근무하십시오.’라고 말하였다.
다) D은 참가인과의 재계약을 원고 법인의 이사장에게 제청하였으나 이사장이 참가인과의 재계약을 거부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2.3.16. 참가인에게 2012.4.18.자로 1차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만료된다는 이메일을 전송하였으며 참가인은 2012.3.20. 이를 확인하였다.
라) 재계약이 거부되자 참가인은 신학대학원에서 참가인을 가르쳤던 총장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하였고, 총장은 ‘이사장에게 결재권이 있으니 이사장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하는 한편, 이사장에게 여러 차례 참가인과의 재계약을 요청하였고 이사장이 이를 계속 거절하자 1년이라도 재계약을 하면 참가인이 목회지를 찾는 노력을 해볼 수 있도록 종용해 보겠다며 이사장을 설득하였다.
마) 참가인은 원고의 학교 관계자 등을 찾아다니며 자신과 재계약을 해달라고 요청하던 중 1년간 계약기간을 연장하여 주면 그 기간 안에 목회지를 찾아 이동하겠다는 뜻을 전달하였으며, 이사장은 이를 받아들여 참가인과 재계약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과정에서 참가인은 “목사의 신분과 양심을 걸고 재계약 기간 안에 목회지로 찾아서 이동할 것을 약속드리며, 또한 어떠한 법적인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
바) 원고는 작성일자를 2012.4.19.로, 계약기간은 2012.4.19.부터 2013.4.18.까지로 하여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2차 근로계약’이라 한다),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특약사항으로 “참가인은 2012.4.18.자로 신규계약이 만료되었음을 관련 부서로부터 통지를 받아 알고 있으며 참가인은 목사의 신분과 양심을 걸고 재계약 기간 안에 목회지로 이동할 것을 약속하며, 재계약기간 만료 이후 참가인은 어떠한 법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3) 원고 대학교 사무처에서는 2013.4.18.자로 종료되는 2차 근로계약의 기간 연장에 대한 결재를 이사장에게 올렸으나 결재를 받지 못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3.3.25. 참가인에게 2차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종료됨을 통지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 을나 제6, 7, 8, 11호증의 각 기재, 당 심 증인 D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원고가 참가인을 2년의 기간을 초과해 계속 고용하였는지 여부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및 제2항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의 주장과 같이 1차 근로계약 종료로부터 2차 근로계약 체결까지 9일의 공백 기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기간을 제외하고 참가인이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함은 역수상 명백하다. 또한,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공백 기간에는 재계약에 관한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동안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유지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2차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로계약기간은 1차 근로계약 종료일인 2012.4.18. 다음날인 4.19.부터로 기재되어 있고, 1차 근로계약과 2차 근로계약의 계약서 내용이 이 사건 각서와 같은 내용의 특약을 제외하고는 거의 같으며, 참가인은 1·2차 근로계약 기간 동안 경건훈련원 원목으로서 같은 업무를 담당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2차 근로계약이 1차 근로계약과 단절된 새로운 근로계약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단서 해당 여부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단서 제5호는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고,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제1항제1호는 ‘박사 학위(외국에서 수여받은 박사 학위를 포함한다)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를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단서 제5호에서 규정하는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참가인이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단서 제5호의 전문직 특례에 해당하여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에 해당하는지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1, 5호증, 을나 제4, 5, 8, 10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원목 초빙 공고에서 박사 학위를 자격요건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박사 학위는 근로계약 체결의 조건도 아니었으며 참가인도 원고 법인에 처음 입사할 당시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던 점, ② 원고의 주된 업무는 행정업무로 원고가 소지한 박사학위인 신학(설교학)과 관련 된 업무는 일시적·부수적인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근로계약기간 중에 박사학위를 새로 취득함으로 인해 자격수당 등의 보상을 원고로부터 추가로 받지는 않은 점, ③ 원고 또한 원목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박사학위를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는 점, ④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목의 업무수행에 신학(설교학) 박사학위소지자의 전문적 지식·기술 활용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⑤ 기간제 근로자 사용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법률의 원래 취지에 비추어 전문직의 경우 자신이 갖는 능력을 기업측에 제공하는 입장에서 중분한 교섭력을 확보하고 있어 2년을 초과하는 장기간의 계약기간을 설정하여도 무리가 없다거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성과 직업능력이 높은 전문 직종은 기간제한을 통해 보호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이 전문직 특례를 인정한 취지로서 제시되고 있는데, 앞서 인정한 사정에 비추어 참가인의 경우까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로 보는 것은 위와 같은 전문직 특례의 인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박사 학위를 소지하지 않고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와 참가인을 아무런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이 되어 형평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는 점에 비추어, 참가인의 박사학위가 원목으로서 직무수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참가인이 기간제법 제4조제1항제5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신의칙 위배 여부
가) 관련 법리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서로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하여 그 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판결 참조)
나)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이 강행규정인지 여부
기간제법 제4조는 제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단서에서 2년을 조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의 입법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 지위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함이고, 이러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은 강행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다) 원고의 신의가 정당한 것인지 여부
참가인이 원고에게 재계약 기간 안에 다른 목회지를 찾아 이동하겠으며 어떠한 법적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원고는 이를 믿고 참가인과의 2차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참가인은 원고에게 같은 내용의 신의를 공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기간제법 제4조제1항은 그 수규자로 사용자만을 들고 있는데, 원고는 위 조항의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에 관한 제한을 위반하였고, 같은 법 제4조제2항은 그 법적효과로 벌칙규정을 두는 대신 제4조제1항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기간제 사용의 남용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를 위해 2년을 초과하여 계속 사용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가 위와 같은 참가인의 약속을 통해 참가인이 무기계약직 근로자라고 주장하지 않을 것을 신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간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법적으로 정당한 신뢰라고 할 수는 없다.
라) 참가인의 권리 행사가 정의관념에 반하는지 여부
앞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1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
(1) 참가인은 1차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원목에 관한 규정상의 재임용 절차를 통과하였고, 총장으로부터 재계약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간 원고 대학교에서 참가인과 같이 교수회 및 총장이 재임용을 승인한 원목에 대해 재계약이 거부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일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총장에게 있는지 이사장에게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총장의 지시로 원고 대학교의 사무처장인 E이 2011.7.18. 국민신문고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바도 있고, 경건훈련원 규정상 임용권자는 총장이며, 1차 근로계약서의 명의자도 총장인 사정에 비추어 참가인은 재계약이 될 것으로 믿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상황에서 참가인은 1차 근로계약기간 종료 한 달 전에 예상치 못한 계약만료 통지를 받음으로써 직장을 상실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2) 원고의 원목에 관한 규정상 재계약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임에도 원고는 당심에 이르기까지 참가인과의 재계약을 거부한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3) 참가인이 원고에게 제출한 이 사건 각서는 재계약 요청 과정에서 원고 대학교의 총장이나 직원들의 조언에 따라 갑작스러운 직장상실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여 참가인이 원고를 기망할 의사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를 작성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4)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및 제2항의 입법취지는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있고,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는 위와 같은 기간제법의 취지와 사적 자치의 조화를 위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함이 상당한 부득이한 경우 등을 예외적으로 열거하여 사용자·근로자의 이해관계의 조정 내지 형평을 기하고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지 여부
원고는, 참가인이 담당한 업무가 특별히 종교인으로서의 양심과 순결함, 약속을 지키는 것이 필요한 자리이고, 원고가 1차 근로계약 만료 시 참가인을 면직시킬 것을 오히려 참가인에게 혜택을 부여하여 계약을 연장해 준 것이므로 계약 기간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 기간제법의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용자는 2년의 범위 안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2년의 기간제 사용기간 종료 후 사용자는 해당 업무에 다른 기간제 근로자를 신규고용하거나 해당 업무를 외주화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기간제 고용을 계속하는 경우 2년마다 근로자를 대체하는 것은 적잖은 비용을 발생시키게 되는바, 기간제법은 그와 같은 비용의 부담과 무기계약직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전환시키는 부담 중에 사용자가 선택을 하도록 하여 간접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을 것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2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직장이 상실될 위험에 처한 근로자로서는 실직을 면하기 위해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이라도 연장하여 줄 것을 사용자에게 요청할 유인이 크고, 사용자로서도 근로자 교체의 부담도 면하고 당해 근로자를 기간제로 계속 사용하기 위하여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약정을 체결하고자 할 유인이 있으므로 이 사건 각서와 같은 내용의 약정이 작성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참가인의 모순된 행위가 신학대학인 원고의 특성상 별도의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서라도 이 사건에서 원고의 주장과 같은 사정이 특별한 사유가 된다고 보아 이 사건 각서와 같은 약속을 한 참가인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의 전환 주장을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배척한다면 계약기간을 제한해 기간제 근로계약 남용을 최소화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목사로서 사회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의관념이 요구되는 참가인의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기간제법 제4조제2항에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바) 소결
그러므로 참가인이 무기계약직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2차 근로계약 종료 통보가 정당한 해고인지 여부
앞서 든 각 증거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2차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며 그 사유로 단순히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통지하였을 뿐인데 원고가 정당한 해고사유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이와 전혀 다른 별개의 사유들이므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이를 포함하여 판단할 수는 없는 점, ② 원고가 주장하는 해고사유들이 참가인에게 전혀 통지된 바도 없는 점(근로기준법 제27조), ③ 원고는 참가인에 대해 원고 법인의 정관 등에 규정된 징계절차를 밟은 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서 살필 것도 없이 참가인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소결
그러므로 원고가 무기계약직 근로자인 참가인에게 계약기간 종료를 통보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민중기(재판장) 유헌종 김관용